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19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194화(19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194)
날개 돋친 듯 (4)
황제가 자리를 비웠다. 제국에 중요한 안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사실 황제가 이곳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리고 황제의 부재를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황제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지만, 그 부담감 때문에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황제가 자리를 비워 주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황제가 자리를 비우자 축제 분위기가 풀렸다.
그렇게 풀린 축제 분위기에서 가장 인기인은 바로 베니오였다.
케플러 공작은 베니오를 데려간 뒤 일절 도와주지 않았다. 누군가를 소개해 주지도, 그렇다고 옆에 있지도 않았다. 베니오를 귀족 가운데 그냥 휙 던져 버린 것인데 베니오가 어떻게 그들을 상대하는지 보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안녕하시오, 베니오 대공자. 난 후그룬 백작이외다. 대공자의 검을 아주 감명 깊게 지켜보았소.”
“나도 안녕하시오! 난 아디말 자작이라 하오. 혹시…. 발모수란 것을 나도 얻을 방법이 없겠소?”
베니오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베니오의 검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기사 출신의 귀족들과 발모수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다가온 이들이었다.
케플러 공작의 말대로 그들은 황제에게 밀려 베니오에게 어떻게든 말 한 번 붙여 보려고 안달을 내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는 법.
베니오는 정중하지만 유려한 화법으로 그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응대해 주면서 확답은 피했다.
“검이요? 예, 프레드릭 백작님이 제 스승님이 되십니다. 뭐, 비전을 이은 것은 아니고…. 아마 학부장님의 가르침이 워낙 훌륭했던 모양입니다.”
불과 열일곱에 베니오가 도달한 경지의 비법을 묻는 이들에게 베니오는 그 공을 라치오 학부장에게 돌렸다.
“발모수는 현재 생산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가와 공법이 만만치 않아서. 소문을 들으신 건 원액입니다. 원액을 일정 비율로 희석한 제품을 단계적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아, 판매처요? 협의 중입니다.”
발모수에 대한 문의도 착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베니오는 길게 줄을 늘어선 소갈머리가 빈 귀족들의 슬픈 광경을 보며 속으로 씨익 웃었다.
‘역시, 발모수는 이곳이 더 대박이었어.’
핑귀스 마을에 재정이 바닥나지 않았더라면 발모수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약성의 이름을 파는 것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고대의 영웅을 버무려 만들어 낸 스토리 텔링이 발모수의 효능과 함께 귀족들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의 목표는 이런 자잘한 귀족들이 아니었다.
“바빠 보이는군.”
쫘아아악!
그때 귀족들이 양옆으로 쫙 갈라졌다. 귀족들이 그렇게 갈라졌다는 것은 그들이 부담스러워할 만한 높은 고위 귀족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혜룡가.’
용의 피를 타고났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제국의 대표적인 마법 가문, 베룸 가문의 가주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베니오의 앞에 섰기 때문이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위스미아 베룸.
베룸 가문의 가주이자 삼대 공작가 중 유일하게 여공작인 그녀가 베니오를 보며 싱긋 웃었다. 곱게 나이 든 위스미아의 미소는 자연스러운 주름과 어우러져 그녀를 한층 인자하게 보이게끔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에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 중 한 명이 서 있었다.
‘저 여자가 에이델 베룸.’
인네이트를 갖고 태어난 레길론 백작가의 천재, 율리우스 레길론을 절망케 한 마법 천재, 베룸 가문의 개벽 마법사단의 단장인 에이델 베룸이 있었다.
“참, 자네나 나나 어떻게 보면 먼 사이는 아니지. 내 사촌오빠가 그대의 스승이라 들었으니. 어찌 보면 한 학파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램블도어 베룸.
주피터 아카데미 마법 학부의 학부장. 동시에 베룸 가문 출신이기도 한 램블도어와 위스미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러자 사촌이라는 말처럼 비슷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감히 누구의 말이라 거절하겠는가.
하지만 그때 용감하게 위스미아에게 딴지를 거는 사람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베룸 공작 각하.”
처억.
조금 전까지 베니오와 치열하게 검과 창을 주고받았던 남자, 마이어 후작이 베룸 공작의 행보에 발목을 걸었다.
“베니오 군에게는 제가 먼저 볼 일이 있었습니다만.”
“그러셨소이까? 나야 몰랐지. 그리 죽을 둥 싸웠는데.”
마이어 후작이 끼어들자 베룸 공작이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흘렸다. 베룸 공작가는 케플러나 이스마일처럼 정치적인 가문이 아니었고 중앙 정치에서도 늘 한 발 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귀족적인 화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못마땅하다고 마이어 후작에게 그 기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마이어 후작 역시 마찬가지다.
기사 가문의 정점이자 군부의 정점인 마이어 후작도 직설적인 것은 매한가지다. 마이어 후작이 베룸 공작의 못마땅함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야 각하께서 마법사이시기에 기사의 세계를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기사란 본디 서로의 경지를 확인하며 마음을 열고 절친해지는 법이지요. 아니 그런가, 자네?”
화살이 베니오에게로 쏘아졌다. 본능적으로 움찔한 베니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니 저 양반은 왜 나를 끌고 들어가. 공작과 후작 간의 일이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해야지.’
보아하니 같은 기사 출신이라고 베니오가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누차 말했듯, 기사가 아니라 귀족이었다.
“하지만 공작 각하는 제 스승님의 인척이신지라.”
“크흠.”
“들으셨소, 후작?”
베룸 공작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서렸다. 베니오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때 베니오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후작 각하 역시 조금 전의 대련으로 제게 가르침을 내려 주셨으니, 스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으셨습니까, 각하?”
이번에는 마이어 후작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베니오는 말 두 마디로 공작과 후작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베니오는 슬슬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도 미령한 제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단지 두 분께서 다투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분 다 제가 존경하는 제국의 기둥이시니까요.”
“음.”
“으음.”
공작과 후작의 얼굴이 붉어졌다. 베니오 앞에서 자신들이 추태를 부렸음을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베니오의 말을 듣자 그 부끄러움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베니오가 베룸 공작에게 말했다.
“각하, 제가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실은 후작 부인의 용태가 어떠하신지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 친우와 함께 후작 부인을 처음 뵈었을 때 안색이 좋지 않으셨던지라.”
“으음. 그러시게.”
“감사합니다, 각하.”
베니오가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마이어 후작이 그런 베니오를 보고 멈칫하더니 베룸 공작에게 까딱 목례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러시오.”
베니오가 켄달 부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갑자기 베니오에게 관심을 보인 베룸 공작으로 인해 주변의 시선이 모두 쏠려있던 상황에서 베니오의 대처를 본 귀족들의 눈에 이채가 맴돌았다.
베니오는 두 공작과 후작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말 몇 마디로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 뒤 자신만 쏙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화려한 언변의 극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런 대처를 한 것이 고작 열일곱이라는 것 때문에 귀족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단순한 천재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귀족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셈법이 엉켜 버렸기 때문이다. 혜성처럼 떠오른 베니오란 존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각자 복잡한 셈을 하느라 바빴다.
그사이 켄달 부인에게까지 간 베니오가 빙긋 웃었다.
“괜찮으십니까, 여사님.”
켄달 부인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베니오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베니오 대공자. 괜히 나 때문에 저 이와 결투를 하게 되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답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요?”
켄달 부인이 그 말을 하면서 베니오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마이어 후작을 째려보았다. 베니오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후작 각하 덕분에 큰 것을 배웠습니다.”
마이어 가문의 비전 창술인 아이테르를 본 것만으로도 베니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베니오의 뛰어난 오성은 아이테르 같은 상승 창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험, 험, 그것 보시오, 부인. 내가 다 이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당신은 조용히 해욧!”
“화내지 마시오, 부인. 내가 잘못했소. 응?”
마이어 후작이 켄달 부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루멘이 슥 고개를 돌렸다.
마이어 후작이 창피했기 때문이다.
“잘 봤냐?”
베니오가 그런 루멘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자 루멘이 베니오를 보고는 씩 웃었다.
“봤다. 더 강해졌더군.”
“그래. 너도 부지런히 노력해라. 안 그러면 나만 올라갈지도 몰라.”
“그럴 일은 없어.”
루멘의 두 눈에 강렬한 투지가 불타올랐다. 베니오가 없었다면 루멘이 이룬 성취만으로도 루멘은 천재 소리를 들으며 또래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 때문에 루멘의 천재성은 빛이 바랬다.
그러나 루멘은 그것에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앞서는 베니오라는 천재 때문에 식어가던 그의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더 높은 곳에는 내가 있게 될 거다, 베니오.”
“한번 보자고.”
루멘을 적당히 들쑤신 베니오가 빌고 있는 마이어 후작과 그런 남편에게 심통이 난 켄달 부인을 쳐다봤다.
그리고 베니오가 말했다.
“후작 각하. 그리고 여사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이 티격태격하던 것을 멈췄다. 켄달 부인이 마이어 후작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따스한 햇볕 같은 얼굴로 베니오에게 말했다.
“뭐든지요.”
켄달 부인은 멀리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귀족 부인들의 시선을 느꼈다. 자신을 망신을 주려다가 되레 당한 덴스 부인부터 자신이 곤경에 처하자 외면했던 그웬 부인까지.
그들이 지금 이 축제의 가장 핫한 인물이 된 베니오와 함께 있는 켄달 부인을 부럽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루멘의 부모님이시기도 하니 제 부모님이시기도 합니다. 두 분을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의 눈이 커졌다. 베니오가 당당하게 둘을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원의 남방인들은 조금만 친해져도 너와 내가 하나라는 공동체 성격이 강했지. 서로 부모님을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 것도 당연했고.’
그러나 이곳에서는 낯선 일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당당했다.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을 겪어 본 결과 그들이 여느 귀족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귀족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
그때 켄달 부인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나야 아들이 하나 더 생기면 좋기는 한데.”
문득 켄달 부인의 표정이 변했다. 베니오에게 어머니가 없다는 것이 기억이 난 모양이다. 베니오는 그런 켄달 부인의 눈을 일부러 마주치지 않았다.
안쓰러워 보여야 하니까.
“으하하핫! 그거 마음에 드는군. 역시 화통한 놈이야. 좋다. 너도 오늘부터 내 아들이다! 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아들은 다르구만! 으하하핫!”
마이어 후작도 화통하게 웃었다. 그리고 켄달 부인도 베니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아들이니까 말 놓는다?”
“예, 어머니.”
“여보. 우리에게도 싹싹한 아들이 하나 더 생겼네요?”
베니오가 거침없이 후작과 부인을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자 당황한 것은 루멘이다. 졸지에 베니오와 형제 비슷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 너.”
“왜. 싫냐?”
“…싫긴.”
피식.
루멘이 생각하다가 나쁠 것 없다는 듯 픽하고 웃었다. 루멘도 반대하지 않자 베니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이제 본론을 꺼내 들 때였다.
“제가 아들이 된 기념으로 아버지,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물?”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의 눈이 동그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