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화(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
천재와 둔재 (2)
약 1,000년 전 광룡 스하에일과 손을 잡고 음모를 꾸며 마왕의 현신을 위해 데빌하트란 집단이 발호했다.
재미를 위해 생명체를 살해하고 실험하는 것을 좋아해 광룡이라 불린 지상 최강의 생명체, 화이트 드래곤 스하에일과 마왕을 불러들여 세상의 멸망을 유도해 문명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데빌하트의 동맹은 문명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고 그들의 시체가 산을 이뤘으며 그로 인해 흐른 피가 강을 이뤘다.
마왕을 현신케 하기 위해서는 무려 백만 명에 달하는 어린아이의 피, 인신 공양이 필요했다. 그로 인해 대륙 전체에서는 어린아이와 가임기의 여성들이 씨가 마를 정도로 데빌하트에 의한 인간 사냥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절망과 희망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던가.
그런 스하에일과 데빌하트에 맞서 여덟 영웅이 등장했다.
박애의 성녀.
수호의 성기사.
불패의 대륙제일검.
겁화의 창기사.
진리의 대마법사.
암영의 암살자.
만금의 대상인.
그리고 그들을 이끈 천지의 황제까지.
절망을 밀어내고 등장한 찬란한 희망의 빛을 품은 그들은 생존한 이들의 마음속에서부터 패배의 찌꺼기를 몰아내어 사람들을 자신들의 기치 아래 뭉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뤄진 대대적인 반격.
여덟 용사라 불린 그들은 인류 전체의 힘을 모아 광룡과 데빌하트에 맞섰고 10년이나 이어진 대전쟁 끝에 불패의 대륙제일검이 광룡의 드래곤 하트를 부수고 진리의 대마법사가 데빌하트의 본거지를 폭발시키면서 전쟁을 끝냈다.
대전쟁 끝에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승리는 빛이 바랬다.
대전쟁 동안 인류 중 절반 이상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은 황폐화가 되어 버려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덟 용사들은 건재했고, 그들은 이번에도 사람들을 이끌었다.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를, 배고픈 사람에게는 식량을, 슬퍼하는 자들에게는 위로를.
그들은 그렇게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고 만금의 대상인은 자신의 재물을 풀어 황폐화된 세계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여덟 용사들은 후대에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더라도 후손들이 절망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고 그로 인해 주피터 아카데미가 탄생했다.
절망이 닥치더라도 희망의 불씨를 피워 내며 희망의 찬가를 부를 수 있는 곳.
주피터 아카데미.
일곱 용사들을 이끈 여덟 번째 용사, 천지의 황제 마테우스 아모리아가 최초의 제국을 세운 건국 황제의 이름으로 영속될 것임을 천명한 주피터 아카데미.
주피터 아모리아는 마테우스 황제의 반려이자 절망의 시대를 함께 살아간 전우이며 스승인 하이엘프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여덟 용사를 위해 광룡 스하에일의 브레스를 막아내고 장렬하게 산화한 강력한 전사이기도 했기에 천지의 황제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아카데미의 이름을 주피터로 지었다.
천년 제국.
그리고 그 안의 천년 아카데미.
“꺼억.”
베니오는 배를 두드리면서 트림을 꺼억하고 했다. 대충 이 대륙의 역사와 아카데미의 역사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천년 아카데미의 둔재라.”
베니오는 싹싹 수프 그릇을 핥아 먹었다. 사흘이나 굶은 육체는 간절하게 영양분을 원하고 있었다. 몸만 봐서는 한 달은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 열일곱밖에 되지 않은 한창때의 육체는 강렬하게 음식을 원했다.
“살 것 같군.”
그릇을 비운 베니오는 옆의 줄을 당겼다. 그러자 쟈비에가 소리 없이 들어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치워.”
“예, 도련님.”
쟈비에는 발소리도 없이 그릇을 들고 나갔다. 베니오는 그런 쟈비에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피 냄새가 나지 않는 살수라.”
베니오는 쟈비에가 걷는 모습만 보고도 그가 암살자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쟈비에에게서는 피 냄새가 나지 않았다.
살수의 혈향.
살수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기예를 익힌 자들이다. 그런 살수들은 살행을 거듭할수록 아무리 씻어 내도 아는 사람은 맡을 수 있는 혈향이 몸에 배게 된다.
하지만 쟈비에에게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시자 겸 호위.’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는 하나 지금의 쟈비에는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베니오를 죽일 수 있다. 베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는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지독하군.”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멍이 들었지만 베니오가 본 건 그런 거죽의 상처가 아니었다. 베니오는 여기저기 붙은 군살을 손가락으로 잡으려다가 포기했다.
손가락으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푸짐했기 때문이다.
“이게 검을 수련한다는 놈의 몸이란 말인가?”
주피터 아카데미에서는 1학년 때 전 과목을 가르친다. 최소한의 기본 소양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 전공을 정한다.
베니오의 전공은 검.
형은 마법에 대한 재능, 동생은 정령에 대한 재능을 타고났기에 베니오는 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서 선택할 것은 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단지 재능이 없었을 뿐.”
베니오가 판단하기에 그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불행인 것은 베니오는 검에 대한 재능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뿐이랴. 노력도 하지 않은 몸이지.”
재능이 없어도 노력을 했다면 이런 몸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베니오는 과거의 베니오의 게으름을 통렬하게 지적한 다음 주먹을 쥐어 보였다.
“모든 것이 부족해.”
베니오의 몸은 검사의 몸이라고 부르기에는 최소한의 훈련조차도 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손바닥이 그것을 증명한다.
“재능은 없으면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성깔만 키웠던 놈답군.”
최악이다.
태룡이라 불리던 육항 시절의 자신도 이러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때는 무공이 쉬워서 재미가 없었을 뿐이다. 결국 끝은 베니오보다 추잡했지만 말이다.
“이 몸으로 살아 달라. 그것도 사람답게, 아버지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도록?”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십 년이나 절치부심해 기어코 천마대제의 목 줄기를 물어뜯었을 정도로 참고 견디는 것에는 이제 이골이 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몸을 담보로 베니오의 영혼 파편이 협박을 하니 가까스로 얻은 두 번째 삶을 허무하게 날려 먹지 않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이 새끼 이거, 저 하기 싫다고 이것까지 나한테 미룬 거 아니야?”
원래의 베니오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일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욕한 베니오가 고개를 돌렸다.
“도련…님?”
흠칫.
쟈비에가 약수를 들고 들어오다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베니오를 보고는 흠칫하고는 놀랐다.
‘설마. 내가 오는 걸 알아챈 건가?’
그때 베니오가 쟈비에에게 말했다.
“어서 가져와. 뒤는 손이 닿지 않으니까 발라 주고.”
“예, 도련님.”
쟈비에는 베니오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려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라드릿슈에게 그렇게 처참하게 깨졌으니 지금쯤 복수를 하겠다면서 집기를 다 부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러지도 않고, 나에게 밥과 약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베니오는 그렇게 행동한 적이 없었다. 그는 폭급했고 조급했으며 속이 좁고 참을성이 없었다.
케플러 공작가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진작에 주피터 아카데미에서 쫓겨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슥, 스윽, 슥.
‘그리고 엄살도 부리지 않고.’
원래 베니오는 엄살이 많기로도 유명했다. 손가락이 베인 걸로도 호들갑을 부려 약을 뿌리던 하인에게 4주 동안 정양해야 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수를 멍이 든 곳에 펴 바르고 있는데도 신음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좋은 변화인가?’
쟈비에의 눈빛이 변했다. 그의 임무는 베니오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작가로 보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쟈비에는 임무를 한 번 실패했다.
‘막지 못했다.’
설마 베니오가 자존심이 상했기로서니 라드릿슈가 휘두른 검에 머리를 들이밀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목검이 그대로 베니오의 머리를 때렸고 베니오의 머리가 터졌다. 쟈비에는 그대로 베니오가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베니오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바뀐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괜찮으십니까, 도련님?”
“왜?”
“평소와는 다르신 듯해서….”
베니오는 뒤에서 의문 섞인 쟈비에의 목소리에 싱긋 웃었다. 등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건 위험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괜찮았다.
“매가 약인 모양이지.”
“예?”
“질문하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 네가 가진 의문, 접어라.”
베니오의 말에 쟈비에는 어깨를 잠시 떨었다. 순간 베니오에게서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진 탓이다.
“예.”
“나가 봐라.”
“예, 도련님.”
쟈비에는 황급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이 천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최고의 둔재라는 베니오 도련님에게 순간적으로 위축된 것이었다.
“진정하자.”
쟈비에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쟈비에는 혼란이 잔뜩 묻어나는 눈으로 닫힌 문을 쳐다봤다.
“보고는 나중에.”
이런 걸 보고라고 보낼 수는 없었다. 원인을 찾아내야 자신의 보고에 공신력이 생길 것이다. 쟈비에는 그렇게 다짐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쿨럭.”
베니오의 입가에 가느다란 피가 흘렀다. 성치 않은 몸으로 약간의 내상까지 입은 베니오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 정도로도 내상을 입는 건가.”
베니오의 몸에는 기라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방금 베니오는 자신이 익힌 것이 이곳에서도 통하는지를 보기 위해 기초적인 음공으로 쟈비에를 시험해 봤다.
그리고 쟈비에에게 음공이 통했다.
그러나 그건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기초적인 음공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이 안 잡혀 있는 건가.’
베니오의 몸속에 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음공 한 번에 내상을 입을 정도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초공조차도 익히지 못한 건가.’
베니오는 혀를 쯧하고 찼다. 검을 수련하는 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상부터.”
베니오는 침상 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었다. 경미하게 뒤틀린 기혈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렇게 베니오가 눈을 감은 순간.
파르르….
“어?”
베니오의 눈이 다시 떠졌다. 그리고 베니오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진짜, 이런 등신이.”
베니오의 몸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를 베니오는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중독된 것도 모르는 등신이 어디 있어, 대체?”
베니오의 몸속에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베니오의 몸을 좀먹고 있었다. 이 둔감한 놈은 둔재답게 그런 것도 몰랐지만 지금의 베니오는 아니다.
세상이 쉽게 느껴질 정도의 타고난 재능을 가졌던 태룡.
그 태룡이 둔재 안에서 깨어난 순간 더 이상 둔재는 없다.
“능력도 없는 놈이 자존심만 높아서는. 으휴.”
자기 자신을 욕한 베니오는 머릿속으로 궁리했다. 누가 자신을 중독시켰는지는 답이 가볍게 나왔다.
쟈비에.
감시자 겸 호위로 생각했던 쟈비에가 자신을 중독시킨 놈이다.
‘극독은 아닌 모양이군.’
다행인 점이라면 베니오에게 먹인 것이 목숨을 끊기 위한 극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때 베니오가 돌연히 히죽하고 웃었다.
“굳이 이걸 몰아낼 필요는 없지. 아까우니까.”
독은 잘만 쓰면 약이다. 베니오는 자신을 중독시킨 이 독을 약으로 잘 써먹기로 했다.
그것도 내공이라는 아주 든든한 보약으로 독을 써먹기로 한 셈이다.
“독황신공이 흥미로웠지.”
베니오는 천마대제에 의해 두 팔이 잘리고 단전이 끊긴 뒤 근맥까지 잘려 만년뇌옥에 가둬졌다.
그가 그랬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천마대제가 게으른 정파를 무너뜨린 뒤 그 마지막 순간에 게으른 정파의 표본이었던 태룡, 육항을 처단하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천마신교와 혈교를 통합하면서 그 안에서 나온 과거의 무공을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육항을 통해 해석하여 써먹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육항은 천마대제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르는 척했다. 그로 인해 육항은 천마신교와 혈교의 무시무시한 신공들을 수도 없이 봤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황신공(毒皇神功)이다.
독을 밥처럼 먹고, 독을 곧 내공처럼 쓰는 자들, 사천당가의 개파조사인 경천독황(驚天毒皇) 당중천의 실전된 무공인 독황신공의 구결이 베니오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