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00화(200/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00)
불청객 (5)
아르마다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베니오는 소녀, 헤일리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란 것이 어둠의 마력이 담긴 목걸이임을 눈치챘다.
그게 아니고서는 아르마다가 예민하게 반응할 리 없다.
하지만 흡혈귀 소녀인 헤일리가 신성력에 면역이었기 때문에 아르마다는 곧바로 나서지 않고 한 번 참았다. 대단한 자제력이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베니오는 헤일리의 엄마가 헤일리에게 건넨 목걸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핏방울이 금방이라도 배어날 것처럼 붉은 보석이 인상적인 목걸이였다.
‘루비? 아니. 마력이 느껴지는데.’
베니오도 그 목걸이에서 마력을 느꼈다. 하지만 신성력을 지니고 있어도 아르마다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성력에 상극인 어둠을 느끼지는 못했다.
“항상 긍지를 잃지 않으신 분이었지.”
“그럼 엄마는….”
“내 아가. 너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란다. 설령 네가 주인님의 딸이라고 해도, 넌 내 딸이란다.”
헤일리의 눈이 커졌다. 엄마의 말인즉슨, 그녀가 엄마로 알았던 여인이 사실은 그녀의 엄마가 아니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헤일리를 엄마가 꼭 품에 끌어안았다.
“혼란스럽겠지. 이해한단다. 하지만 난 한 번도 너를 내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아가. 내 아가.”
“그, 그럼 아버지란 분은요?”
“그분은.”
여인의 눈에 분노와 증오가 깃들었다. 무언가를 떠올리면서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헤일리를 안은 여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너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단다.”
“저를요?”
“그래. 15년 전, 네가 갓난아이인 시절 동부의 몬스테리아가 너의 고향이란다.”
몬스테리아.
베니오가 놀라 고개를 돌렸고 아르마다와 눈이 마주쳤다. 스승인 아르마다의 눈도 놀람을 담고 흔들리고 있었다.
몬스테리아는 인간이 살지 못하는 제국 동부 바깥의 불모지의 땅을 일컫는다.
그곳의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천 년 전, 광룡 스하에일을 여덟 용사가 힘을 합쳐 무찌른 뒤 광룡이 영면이 든 곳이 바로 그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여덟 용사는 광룡을 물리쳤지만, 그 전투의 여파는 대륙의 동부를 불모지로 만들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죽음의 가스가 흘렀고 물 대신 독수가 들끓었으며 낮과 밤이 뒤바뀌어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기현상들이 벌어지는 죽음과 신비의 땅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리자인 인류와 그 연합군은 마왕연합군의 잔당을 동부로 몰아냈다. 그리고 아모리아 제국이 동부의 경계선을 맡았고, 그곳은 인간에게는 불모지의 땅이자 대륙에서 쫓겨난 괴물들이 사는, 몬스터의 땅, 몬스테리아가 되었다.
‘상귀스 왕국이 그곳에서 발호했다는 것에 모두가 믿지 못했지.’
검공 미하엘이 그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동부의 경계선 바깥에 항시 싸울 수 있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인류와 그 연합군이 찬란한 승리를 거둔 지 천 년이 지났다.
천 년 전의 악몽과 비극이 희석된 인류의 호기심은 조금씩 몬스테리아로 향했다. 몬스터의 땅, 인간의 손길이 천 년간 닿지 않은 그 너머에 신비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몬스테리아에 발을 들인 뒤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눈앞의 소녀는 여인의 말에 따르면 15년 전, 몬스테리아에서 탈출한 흡혈귀의 자손이었다.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던가.’
10인의 성호라 불리는 아르마다도 놀란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니 그도 처음 듣는 비사(祕史)다. 그렇다는 건 10인의 성호도 모르는 비밀이 제국과 몬스테리아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헤일리. 네 아버지는 죄지은 동족을 구원하고자 기꺼이 당신의 운명을 바치신 진조의 순혈을 가진 그 후예란다.”
“진조, 순혈이요?”
아르마다가 헉, 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베니오가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아르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의 군주. 흡혈귀 왕. 그를 진조라 부르지요. 순혈은 곧, 진조의 피를 타고 태어난 왕족이란 뜻입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다. 아르마다가 그녀에게 그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당신은 인간입니다. 그 어떠한 몬스터의 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 그런 당신이 어찌….”
“천 년 전, 몬스테리아로 쫓겨난 데빌하트의 잔당 중에는 인간도 있었습니다.”
“그럼?”
여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맞습니다. 인간은 그 척박한 곳에서도 기어이 살아남았습니다. 물론 살기 위해 순수성을 버려야만 했지만, 그래도 인간으로 남고자 고수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후예입니다.”
놀라운 사실이다.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아르마다의 충격이 더욱 컸다.
“아….”
역사를 배우고 교리를 공부하며 평생을 살아온 아르마다다. 하지만 천 년 전, 대전쟁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된 책은 없었다.
그런데 몬스테리아에도 사람이 있었다.
독가스가 즐비하고 독액이 부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그 황무지에.
아르마다가 놀라건 말건 여인의 말은 계속됐다.
“네 아버지는 대전쟁 시절 인간의 편을 드셨단다. 데빌하트와 광룡의 목적이 너무 파괴적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지.”
뱀파이어의 군주, 순혈의 진조가 인류의 편이었다니. 연이어 쏟아져 나온 충격적인 사실에 베니오와 아르마다의 눈이 흔들렸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인류의 편에 섰던 어둠의 존재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대전쟁에서 승리한 후, 네 아버지는 동족이 몬스테리아에서 고통받을 것을 걱정하셨단다. 그래서 천지의 황제를 비롯한 여덟 용사의 동의를 구했지. 당신이 그들을 이끄시겠다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동족을 이끌겠다고.”
“정말요?”
헤일리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인이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뱀파이어고, 아버지는 뱀파이어의 군주였다니.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영웅이었다니.
“네 아버지는 동족들을 규합하셨단다. 그리고 패배 후 사분오열된 이들을 한곳에 모아 왕국을 세우셨지.”
“왕국이요?”
“그래. 왕국. 뱀파이어의 군주께서 왕이시고, 다크엘프와 웨어울프, 놀과 인간이 모여 만든 왕국.”
아르마다와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그때 여인이 고개를 돌려 베니오와 아르마다를 쳐다봤다.
“그곳을 상귀스 왕국이라 부르셨지.”
베니오와 아르마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상귀스 왕국은 최근에 발호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15년 전 비극이 발생했단다. 몬스테리아는 넓고, 얼마나 많은 몬스터와 쫓겨난 종족이 있는지 알지 못했단다. 하지만 천 년 동안 꾸준히 상귀스 왕국에 들어오고 싶은 이들이 모여들었지. 그들 중 인간의 무리가 있었단다.”
“인간이요?”
“그래. 인간.”
여인의 눈에 증오가 서렸다.
“그들은 문두스라는 신을 모시는 자들이었지. 그리고 기기묘묘한 힘을 사용하였단다. 그 힘은 다크엘프도, 웨어울프도, 놀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강력한 힘이었지.”
“혹시, 그들이 피를 힘으로 사용하지 않았더이까?”
“맞아요.”
베니오의 입술이 앙다물어졌다. 혈교다. 혈교가 상귀스 왕국에 입성한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왕국을 장악했단다. 네 아버지께서 그들을 견제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지. 그들의 힘에 매료된 이들이 늘어나면서 왕국이 기울기 시작했고.”
여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게, 네가 태어난 그 날에 맞춰 반란이 일어났단다. 네 아버지가 가장 기뻐해야 하느라 약해진 그 날에.”
“아….”
헤일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여인은 그런 헤일리를 꼭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금발을 슬슬 쓸어내렸다.
“그 목걸이는 네가 진조의 순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목걸이란다. 혹여 다른 뱀파이어를 만나거든, 그 목걸이를 지닌 네 앞에서는 무조건 네게 복종할 것이란다. 진조의 힘은 절대적인 언령이니, 신조차도 닿을 수 없는 것이란다.”
여인은 헤일리의 목에 그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헤일리는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슥 쓰다듬었다.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의 흔적이다. 여인이 헤일리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아버지는 네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셨단다. 인간들 속에서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엄마.”
“하지만 세상이 널 가만두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들이 제 발로 널 찾아온 것을 보니 말이다.”
여인이 고개를 돌려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러니 되도록, 네가 안전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구나.”
헤일리에게 말은 하고 있지만, 시선은 베니오에게 닿았다. 베니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온하게 살겠다는 건 약속하지 못하겠습니다. 내 인생도 만만치 않은 터라. 하지만 적어도.”
베니오가 여인에게 말했다.
“헤일리가 제 아비를 죽인 놈들에게 죽지는 않게 할 것이오. 그놈들은 내 적이기도 하니까.”
아르마다의 고개가 휙하고 돌아갔다. 베니오가 상귀스 왕국을 차지하고 뱀파이어 군주를 죽인 뒤 반역을 일으킨 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릭 크뤄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던 그 기분 나쁜 자가 그놈들과 한패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케플러 가문의 전 대공자, 크리토 케플러가 상귀스 왕국에 의해 변을 당했고, 그로 인해 양국의 국경선에 병력이 대기 중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리.”
“별말씀을. 헤일리. 엄마를 일으켜 드리렴.”
“네? 네.”
베니오는 여인을 여전히 헤일리의 엄마라고 불렀다. 그러자 여인의 눈이 커졌다. 헤일리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자 여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헤일리.”
“엄마.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제가 기억하는 그 순간부터 제 엄마는 엄마였어요.”
뚝, 뚝.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다행이다. 베니오는 좋게 끝난 두 모녀 사이를 보며 싱긋 웃은 뒤 아르마다를 쳐다봤다.
“스승님.”
“음?”
“혼자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주교님과 함께 왔습니다.”
태양교의 주교가 이곳에 왔다? 베니오가 아르마다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르마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일리 때문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주교께는 제가 말씀드려야지요.”
헤일리에 대한 의심을 자신이 차단해 주겠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지만 아르마다가 말했다.
“하지만 제자님께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제자님이 계신 곳이 핑귀스 마을이라 하셨지요?”
“예? 예, 그렇습니다.”
“그곳에 신전을 짓지요. 제자님도 교육할 겸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옛?”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이건 의외의 소득이다. 태양교는 제국민의 90% 이상이 믿는 종교다. 오죽하면 태양교의 주신전이 있는 황도에 태양교의 신도들이 순례를 올 정도다.
그렇기에 태양교의 신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혜다. 거기에 10인의 성호 중 한 명인 아르마다가 있다는 것이 소문이 난다면 핑귀스 마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핑귀스 마을이 북부 거점이 되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
찡긋.
꾸벅.
아르마다가 눈을 찡긋했다. 아르마다의 배려다. 핑귀스 마을에 함께 가지 못한 아르마다가 제자와 함께할 겸, 제자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그리하겠다는 말이다.
“주군!!!”
타다닥!
그때 저 멀리서 루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루텐을 필두로 한 기사들이 도착했다.
버냉키가 한발 늦은 셈이다.
“괜찮으십니까? 이, 이런! 주군께서! 대공자님을 모셔라! 대공자님께서 다치셨다!”
“루텐 경. 나는 괜찮….”
“주구우우운!”
루텐의 눈이 이글거렸다. 자신이 곁에 없는 새 주군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 때문이다. 그 때문에 베니오는 입을 닫았다.
대신 베니오는 루텐에게 헤일리 모녀도 부탁했다.
“스승님.”
“곧 따라가지요, 제자님.”
고개를 끄덕인 베니오가 곧 들 것에 어거지로 누운 뒤 들려서는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