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0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02화(20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02)
그런데 이제 주먹을 곁들인 (2)
“여보!”
마이어 후작은 감격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내를 끌어안았다. 그런 아내의 머리는 가발도 쓰지 않았건만 머리카락으로 풍성했다.
“내 머리카락이에요. 나, 머리가 다시 났어요, 여보.”
마이어 후작을 잠시 밀어낸 켄달 부인도 결국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오늘 그녀는 주인공이었다. 기름등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후 그녀는 단 한 번도 어딘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다른 사교 파티도 아닌 이스마일 공작부인의 이름으로 열린 사교 파티에서 그녀는 주인공이 되었다.
흉터를 가린 풍성한 머리카락은 켄달 부인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질 켄달 부인은 제국 최고의 기사 가문이자 국방대신을 역임하고 있는 마이어 후작가의 후작 부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마이어 후작가의 명성이 삼대 공작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건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전부 아는 사실.
마이어 후작의 부인인 켄달 부인은 사실 콤플렉스로 인해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굳은 심지를 가진 여장부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의 콤플렉스를 떨쳐 내고 제국의 기둥이라 불리는 가문의 안주인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아이 덕분이에요.”
“베니오 케플러 말인가?”
“맞아요. 그 아이가 날 살렸어요.”
켄달 부인의 눈이 살짝 맺힌 눈물로 반짝였다. 마이어 후작은 그런 부인이 사랑스럽다는 듯 꼭 끌어안았다.
“보답하고 싶어요.”
“해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아니, 차라리 나도 그 아이에게 보답하겠소.”
“여보.”
그리고 두 부부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그다음 날, 두 부부가 케플러 공작가의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별관에 일찍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어제도 스승인 아르마다가 오지 않았다. 루멘이 밤늦게 찾아와 기쁘다면서 도통 가지 않는 통에 늦게 잔 베니오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앉았다.
“늦잠을 잔 모양이군. 몸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스승님 덕분에.”
“10인의 성호라면 믿을 수 있지.”
마이어 후작이 마치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다. 베니오는 마이어 후작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을 한눈에 눈치챘다.
켄달 부인 덕분이다.
베니오가 부은 눈을 비비며 빙긋 웃었다.
“안색이 좋아 보이세요, 어머니.”
“어머?”
“그때 말씀드렸잖아요. 루멘의 어머니라면 제 어머니라고. 마이어 후작님도 마찬가지고.”
베니오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좋아졌다. 켄달 부인이 그때 벌떡 일어났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베니오 군.”
“예, 말씀하세요.”
“한 번만 안아 봐도 되나요?”
“옛?”
베니오가 멈칫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켄달 부인의 눈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친구의 어머니도 어머니라고 방금 했는데, 모자가 한 번 껴안는 것이 무에 대수라고 거절하겠는가.
“편하신 대로 하세요.”
“고마워요.”
꼬옥.
켄달 부인이 베니오를 꼬옥 안았다. 그녀의 품은 무척 따뜻했다. 그녀는 베니오보다 키도, 덩치도 작지만 안을 때의 온기는 베니오보다 컸다.
어머니의 품이다.
베니오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오랜만이네.’
이런 온기를 느끼는 건 오랜만이다. 켄달 부인의 온기를 느끼자 괜히 수십 년도 더 전에 마교의 손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쿡.
‘야. 클로에 부인은 무리지. 난 보지도 못했는데.’
심장이 쿡하고 한 번 찔렀다. 원래의 베니오가 심통을 부리는 듯했다. 그때 켄달 부인이 포옹을 풀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전부 베니오 군 덕분이에요.”
“제가 뭘 했다구요.”
“발모수, 엄청 귀한 거잖아요.”
켄달 부인이 환하게 웃었다. 가발을 쓰지 않으면 흉하게 비어 있던 머리에 윤기 나는 머리가 자라 흘러내렸다.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어머니. 하지만 효과를 보시려면 주기적으로 사용하셔야 하니, 제가 때를 맞춰 더 보내 드릴게요.”
“정말인가요?”
“예. 루멘의 어머니이시니까요.”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이 흐뭇하게 웃었다.
“내가 이 나이에 벌써 아들 덕을 볼 줄은 몰랐네요.”
“아카데미에서 루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베니오는 정말 루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신을 때려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부탁에 루멘은 성심성의껏 베니오를 두들겨 패 주었다. 그 때문에 독황신공으로 내부를 닦고 철신공으로 외부의 기초를 닦았다.
만약 루멘이 없었다면 베니오가 경지에 접어드는 건 못 해도 몇 년은 더 잡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루멘의 공이 컸다.
마이어 후작이 흐뭇하게 웃었다. 팔불출이라더니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하긴, 베니오를 홍보해 줄 목적이긴 해도 아들 걸고넘어진 걸로 결투를 펼쳤으니 볼 장 다 본 셈이다.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뭘 도와줄 수 있나.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더라구요.”
“예?”
“어제, 공작부인의 눈치를 보느라 다들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지만 발모수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양이더라구요. 이미 남자들 사이에는 많이 퍼진 듯한데.”
켄달 부인이 눈을 찡긋했다.
“사실 이런 게 가장 절실한 건 귀족 부인들이거든요.”
“그렇습니까?”
“쉬쉬해서 말을 못 꺼낼 뿐이에요. 가발이라는 수단도 있고. 하지만 다들 알고 있죠. 그런데 내가 이렇게 나타났어요. 아마 다들 안달이 났을 거예요.”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오가 노린 건 바로 그거다. 레길론 백작으로 남자 귀족을, 켄달 부인으로 귀족 부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게 정확하게 들어맞은 셈이다.
“베니오 군이 나에게 해 준 건 그냥 그렇게 끝내기에는 모자라요. 내가 얼마나 이걸 원했는지 모를 테니까. 아마 베니오 군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난 그렇게는 못 해요.”
베니오가 눈을 멀뚱거렸다. 켄달 부인이 작게 웃었다. 저러니 제 아들인 루멘과 비슷한 나이처럼 보였다.
“케플러 가문은 비교 대상이 필요 없는 제국 최고의 가문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상업이구요.”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상업이라고 한 것이지 사실은 장사다. 켄달 부인이 이어 말했다.
“케플러, 루크룸, 카리타스 상단은 대륙에서 제일 유명한 상단이죠. 그리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상단이 수십 개가 있고.”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케플러 가문이 유독 힘을 못 쓰는 분야가 하나 있어요.”
“예?”
“여상(女商)이요.”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여상(女商)은 말 그대로 여성 상인을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 고객층은 바로 여성이다.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여성용품, 식품, 화장품 등등을 취급하는 이들을 여상이라 부르는데 대부분 부유한 계층이 여상의 주요 고객층이었다.
그리고 켄달 부인의 말대로 여상은 케플러 가문이 유독 취약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켄달 부인이 정확하게 짚은 것이다.
“케플러 가문에서도 사치품을 다루긴 하죠. 하지만 그건 남자 귀족들의 취향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귀족 부인의 취향은 다르죠. 그걸 공략해야 하는데, 여상은 사실 뚫기도 쉽지 않아요.”
귀족 부인들은 아무나 만나 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여상은 귀족 출신이다. 기본적으로 귀족 출신이 아니면 귀족 부인들이 만나 주지 않기 때문이다.
몰락한 귀족 가문이나 상단을 가진 가문 중에는 아예 전문적으로 여상을 양성하는 곳도 있다.
“내가 도와줄게요.”
“정말이십니까?”
“그래요. 내 가문이 어딘지 알아요?”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켄달 부인은 사교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녀에 대해서 알려진 것 자체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마이어의 성을 쓰지만, 내 원래 성은 로치코에요.”
“로치코 가문!”
이번에는 베니오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로치코 가문은 백작가다. 그럼에도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지만 거력을 가진 가문.
로치코 가문은 여상을 중심으로 한 상단을 움직이는데, 로치코 상단은 여상 중 제국 제일을 자랑한다.
가문이 외부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른 가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친목을 통해 정치를 하기 위함이지만, 로치코 가문은 타 가문의 안방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든다.
여상 때문이다.
그 때문에 로치코 가문은 별다른 외부 활동이 없이도 제국 정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문 중 하나이며 모이지 않는 정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로치코 가문이 발모수 사업을 도와준다면?
‘케플러 상단으로 대중을 상대하고, 로치코 상단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베니오의 눈이 반짝였다.
“가문에 알려 로치코 상단을 핑귀스 마을로 보낼게요. 그들은 전문가니까 믿어 보세요. 귀족 부인들을 위한 패키징부터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전부 다 책임져 줄 거에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호호홋. 대신 내 발모수를 부탁할게요.”
켄달 부인이 눈을 찡긋했다. 베니오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치코 가문의 지원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내 차례군.”
“예? 선배님께서는….”
베니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켄달 부인이 선물을 전달하러 홀로 올 수 없으니 같이 온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어 후작까지 나섰다.
그런데 그때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도련님. 임플로입니다.”
총관이다. 베니오가 마이어 후작을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게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송구합니다. 마이어 후작 각하, 그리고 도련님. 공작 각하께서 두 분을 조찬에 초대하고자 하십니다.”
임플로가 자신을 낮추며 말했다. 베니오도 초대한다고 했지만 이건 마이어 후작에게 하는 소리다. 마이어 후작이 턱을 긁적였다.
“할 말만 하고 빨리 가려 했는데.”
하지만 부르는 사람이 케플러 가문의 가주다. 마이어 후작도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때 켄달 부인이 대신 대답했다.
“좋아요. 초대, 받아들이죠.”
“부인.”
“케플러 공작 각하세요. 베니오 군의 아버지이기도 하시고.”
켄달 부인의 눈빛에 마이어 후작이 기를 확 꺾었다. 임플로 총관이 빙긋 웃고는 허리를 숙였다.
“안내하겠습니다. 내려가시지요.”
베니오는 일부러 케플러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조찬이 준비되어 있고, 케플러 공작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마이어 후작도 그것을 깨달은 듯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싫다고 했으면 괜히 얼굴을 붉힐 뻔했다.
“뭐, 이렇게 됐으니 각하가 있는 앞에서 후배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더 낫겠군.”
“선물까지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베니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마이어 후작이 피식 웃었다.
“그럼 도로 가져가랴?”
“아닙니다. 선배님께서 힘들게 가져오신 건데, 받아야지요, 당연히.”
마이어 후작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베니오의 능청이 썩 기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조찬장에 도착한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과 조세핀, 수잔나 두 부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 그리고 두 어머님을 뵙습니다.”
“공작 각하.”
“환영하오, 후작. 이 이른 시간에 올 줄 알았으면 대접 준비를 더 할 것을.”
공작과 두 부인의 외출에 동행한 시녀와 하인만 수백이다. 그리고 그들은 공작과 두 부인이 공작령에서 먹는 그대로 식기와 식재료까지 모두 공수했다.
그 때문에 익숙한 향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베니오는 자신만 보면 팍 인상을 쓰던 두 부인이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을 보고 화사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었다.
귀족의 가면이란 것이 천변이라고 하더니 두 부인이 저리 환하게 웃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잠시 후 모두가 착석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고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때 케플러 공작이 말했다.
“그래, 이야기는 잘 나누셨소?”
“한창 하던 중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들어도 되겠소이까?”
케플러 공작이 물었다. 그러자 마이어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켄달 부인이 베니오에게 해 준 말을 그대로 했다. 그러자 케플러 공작의 눈이 커졌다.
“로치코 가문이라. 훌륭한 가문이오. 우리 케플러 가문이 도저히 손 닿을 수 없는 노하우를 가진 가문이기도 하고.”
케플러 가문이 상업으로는 대륙 제일이지만 여상에서만큼은 로치코 가문에게 한 수 접어 준다는 뜻이다. 켄달 부인이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베니오는 조세핀 부인과 수잔나 부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베니오에게 그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참, 그리고 나도 후배님에게 선물을 주려고 합니다.”
“선물이라 하면?”
마이어 후작이 히죽 웃었다.
“핑귀스 마을에 대해 알아보니, 최근까지 튀앙 산이란 곳에 산적이 도사리고 있어 인근의 피어스 남작가도 손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더이다. 그래서.”
마이어 후작이 버터를 바른 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국 1군단 소속 제7특전여단의 어썰트 9팀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주둔지로 지정한 곳이 마침 핑귀스 마을로부터 채 1km도 떨어져 있지 않으니, 치안 유지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그냥 지나가면서 한 듯한 마이어 후작의 말이지만 그 말에 케플러 공작이 놀라서는 포크를 내려놓고 자신도 모르게 마이어 후작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