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03)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03화(203/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03)
그런데 이제 주먹을 곁들인 (3)
“진심이시오?”
“지금껏 두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 그대의 말을 곡해하려 한 것이 아니오.”
케플러 공작은 빠르게 사과했다. 마이어 후작은 제국 군부의 기둥이다. 그가 군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마이어 후작가를 삼대 공작가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이다.
케플러 공작의 사과에 마이어 후작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닙니다. 각하를 이해합니다. 어썰트 팀이니까요.”
베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1군단 제7 특전여단 어썰트 9팀. 1군단이란 뜻은 황제의 명을 받는 황실 직속 부대란 소리다. 군단 규모이니 대략 2만에서 3만 명 정도일 것이다.
그 안의 제7특전여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 보병이나 기병, 궁병이 아니라 특수전 훈련을 받은 이들을 뜻한다.
특수전 훈련을 받았다는 건 그들이 기사급의 정예라는 뜻이다. 기사단이란 이름을 쓰지 않지만 특수전 훈련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예를 키워 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모했다는 뜻이다.
‘약 2,000명 정도.’
여단은 두 개의 연대 정도의 규모를 뜻한다. 사단보다 작지만 연대보다는 큰 규모로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뜻한다.
한 개 연대에 약 1,000명 정도이니, 여단이면 2,000명이다.
특전여단이라고 해서 2,000명 전부 특수전 훈련을 받은 것은 아니다. 말했다시피 단독으로 작전 수행이 가능한 규모라는 건 그 안에 보급, 공병, 물자 등등 다양한 직급이 모여 있다는 소리다.
그 안에서 실질적인 전투 인원은 1,000명 남짓이란 뜻이다.
‘어썰트 9팀?’
베니오는 어썰트 팀을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이 놀라는 것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특수전 훈련을 받은 부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작전을 수행한다. 요인의 경호 및 잠입과 암살 등 비밀리에 음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국가와 국가 간의 정보전 등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니오가 들어 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케플러 공작 정도 되는 귀족이 아니라면 어썰트 팀의 존재는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어썰트 팀에 대해 개나 소나 다 안다면 베일에 싸인 최정예 특수전 부대의 의미가 사라진다.
“으하하핫. 공작 각하. 후배님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겠소. 아는 것이 더 이상한 법이지.”
마이어 후작이 호쾌하게 잔을 비우고는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테이블 매너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마이어 후작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후배님. 어썰트 9팀이란 소리에 공작 각하가 왜 저리 놀라시는지 궁금한가?”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선배님.”
“큭큭. 아는 척하지 않아서 좋군.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지. 후배님처럼 어린 나이라면 더더욱.”
마이어 후작이 목을 큼큼 다듬었다.
“30년 전 남쪽의 베그달렌 지방에서 평온을 선사하는 신 바루오의 교리를 따르는 이들이 비밀 조직을 결성했지. 베그달렌 지방이 어느 곳인지 아느냐?”
“역사는 잘 모릅니다.”
“그러겠지. 숨기고 싶은 역사니까.”
조찬장에서 난데없는 역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두 부인도, 케플러 공작도 가만히 마이어 후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태양은 이 세상을 비춘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태양이 비추지 못하는 곳도 있지.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고.”
태양교의 태양신에 대한 이야기다. 태양교를 모시는 신전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베그달렌 지방은 과거 데빌하트의 편에 섰다가 천지의 황제께 감읍하여 돌아선 두벨렘의 일족이 사는 곳이다. 그 지방의 태양교 교구를 맡았던 주교는 속이 좁고 편견에 갇힌 사람이었지.”
데빌하트와 광룡 스하에일, 그들이 결성한 마왕연합군은 태양교에 있어 죽어 마땅한 이단이었다. 하지만 주교는 과거의 역사와 현실을 구분해서 보는 감각이 없었다.
태양교의 주교가 앞장서 두벨렘 일족을 압박했다. 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들이 마왕의 자손이라며 차별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태양교의 주교면 그 지방에서 가장 지체 높은 사람이다. 주교는 영지를 가진 계승 귀족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 때문에 두벨렘의 일족과 수백 년간 아무 탈 없이 살아온 이들이 주교에 의해 그들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차별과 탄압을 받던 두벨렘 일족에서, 그들의 구원자가 나타난다.
평온을 선사하는 신, 바루오의 대행자라 말하는 알살만이란 자가 나타난 것이다.
“알살만은 주교를 죽였지. 그리고 영지를 불태우고 자신을 차별하고 탄압한 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것을 성전이라 불렀지.”
살기 위해 그들은 성전을 일으켰다. 자신들을 외면한 태양신보다는 평온을 선사하는 신, 바루오를 따르겠다고 천명한 두벨렘 일족은 베그달렌 지방을 빠르게 장악했다.
“태양교는 토벌대를 꾸렸지. 제국 역시 마찬가지. 태양교의 권위는 그 누구도 도전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것이었으니까.”
베니오는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마이어 후작은 목을 한 번 큼 가다듬었다.
“잘못은 차별과 탄압을 저지른 주교에게 있었으나, 두벨렘은 너무 많은 피를 보았다. 때문에 토벌대가 꾸려졌는데 대행자 알살만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단다.”
마이어 후작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황도에는 한 번에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 천지의 황제이신 마테우스 대제의 동상이 바로 그것이란다. 그곳에 올라가면 황도가 한눈에 보였지.”
“설마, 그걸 공격한 것입니까?”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거기까지 듣자 베니오도 기억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붕괴의 날이다.”
붕괴의 날.
대전쟁이 끝나고 승리가 인류에게 돌아간 뒤 마테우스 대제는 여덟 용사 중 하나인 초대 케플러 가주, 만금의 대상인의 도움으로 인류의 승리를 기념할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그것이 바로 황도의 마테우스 전망대다.
그런데 그 전망대가 알살만의 명령을 받은 두벨렘의 특공대 열 명이 마법 폭탄을 부착한 채 관광객으로 잠입하여 마테우스 전망대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마테우스 전망대가 완전히 부서져 넘어졌다. 사상자는 전망대에 올랐던 관광객과 황도 주민을 포함해 그 수가 3,000명을 넘었다.
그날은 그 이후로 붕괴의 날이 되었다. 황도의 랜드마크이던 마테우스 전망대는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잔해만을 남겨 둔 채 재건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베그달렌 지방이 쑥대밭이 되었겠지요.”
“맞다.”
알살만의 특공대는 전 세계에 두벨렘과 바루오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들은 분노한 제국의 일격을 얻어맞았다.
베그달렌 지방이 초토화가 되었고 두벨렘 일족에 대한 토벌이 일어나며 30만에 달하는 두벨렘 일족이 죽거나 제국의 노예가 되어 광산이나 채석장 등에 투입됐다.
‘피의 복수.’
그러나 제국의 피의 복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테우스 전망대의 테러를 주도한 알살만을 잡기 전까지는 복수가 끝이 아니었다.
알살만은 용의주도했다. 변장에 능했고 신중하여 근 1년을 제국의 추적대로부터 도망 다닌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끝을 맞이했다.
알살만은 은거하고 있던 안가를 덮친 제국 추적대에 붙잡혀 결국 황도로 끌려와 참수형을 당했고, 그 육신은 한 포씩 포를 떠 대륙에 나눠서 뿌렸다.
“알살만을 1년 동안 추적한 제국의 추적대가 과연 어딜 것 같으냐?”
“어썰트 팀입니까?”
“역시 후배님. 명민하시군.”
마이어 후작이 손뼉을 짝 쳤다. 30년 전이었고, 그때 마이어 후작은 청년이었지만 군부에 이미 투신한 뒤였기 때문에 어썰트 팀에 대한 전설을 들었다.
“그들의 활약에 감명한 나머지 나도 그들이 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단다.”
마이어 후작의 말에 베니오가 눈을 크게 떴다. 놀라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는 없었지. 어썰트의 훈련은 웬만한 강골도 죽어 나갈 정도로 고됐거든. 마이어 후작가의 차기 가주가 그런 곳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썰트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썰트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어썰트 선발 과정에 참가하는 데 있어 제약은 없었다.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선발 과정이기 때문에 어썰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용병, 퇴역 기사, 몰락 귀족, 농부 등 다양한 이들이 지원하지만 그들 중 어썰트에 선발되는 이들은 지원자 중 10%도 되지 않는다.
양성을 위한 과정을 생략하고 선발 과정만 있다는 건 선발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미리 갖춘 정예 중의 정예만 뽑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게 바로 어썰트지.”
최정예.
베니오는 마이어 후작의 말을 듣고 어썰트를 표현할 단어가 그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마어마하군. 그런 최정예가 최대 1,000명이나 있다는 건가.’
아마 이래서 중원무림도 감히 황실에는 항거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무림인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손으로 장풍을 쏘지만, 어썰트처럼 극한의 훈련을 통해 1,000명씩 선발하는 그 규모를 결코 이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하군요.”
“보면 알 거다. 어썰트가 그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국의 어썰트 팀은 대륙 전체에 위명이 자자했다. 어썰트는 늘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투입하여 가장 늦게 퇴각하는 팀이다.
그들과 견줄 수 있는 기사는 오러라는 힘을 이용해 적을 학살하는 전략 병기이지만, 어썰트 팀은 개개인의 능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생존과 게릴라, 잠입과 요인 암살 및 거점 폭파 등 전략적인 활용도 면에서 기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전면전에는 기사가.
국지전과 전략 전술에는 어썰트가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제국 전략부에 의해 이미 답이 나왔다.
어디든 칼밥 먹고 산다면 어썰트란 이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칼밥 먹고 산 세월이 길면 길수록 어디선가 한 번쯤은 귀동냥으로나마 들어 보게 된다. 그런 어썰트가 핑귀스 마을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 주둔한다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주변의 영지, 혹은 핑귀스 마을에 잠재적인 피해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에 대한 경고다.
제국 1군, 더 나아가 제7특전여단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셈이다.
벌떡.
“감사합니다, 선배님.”
베니오는 그걸 알았기에 일어나 마이어 후작에게 꾸벅 구십 도로 인사했다. 허리 몇 번 숙인다고 닳는 거 아니다. 마이어 후작은 핑귀스 마을이 커질수록 부담해야 할 치안에 대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준 셈이다.
“나한테 고맙다고 하시지 말고 후배님. 가서 애들 가끔 들러보고 신경이나 써 주면 된다. 고기나 술을 싫어하는 놈들은 없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베니오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이 소문대로 그 정도의 정예라면 베니오는 기를 쓰고 그들과 친해져 볼 셈이다.
그래서 친해지면, 슬쩍 전역하게끔 유도해 유능한 공격부대를 하나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인 것이다.
마이어 후작이 어디 해 보라는 듯 베니오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렇게 조찬이 끝나고 마이어 후작과 켄달 부인이 돌아갔다. 조세핀 부인과 수잔나 부인은 마이어 후작 부부가 사라지자 베니오를 1초도 보기 싫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케플러 공작이 마이어 후작 부부를 배웅하고 들어온 베니오에게 말했다.
“보닌으로 정했다고 들었다.”
“그러라고 판을 깔아 주신 것이 아닙니까.”
“네게 천운이 따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게 너의 그림이었을까.”
케플러 공작의 눈이 번뜩였다. 로쉐 축제로 인해 가장 많이 무언가를 얻은 것이 베니오란 것을 알고 있기에 보내는 눈빛이다.
“천운이었습니다.”
“그런가.”
베니오는 이곳에 온 목적을 전부 이뤘다. 마이어 후작가에 빚을 지우라는 케플러 공작의 임무도 완수했고 발모수를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홍보했다.
그리고 케플러 상단이라는 유통로도 얻었고 여상을 손에 쥔 로치카 가문에도 연이 닿았다.
또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이던 핑귀스 마을의 치안과 병력 문제도 어썰트 9팀 하나로 해결이 됐다.
‘천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운이 많이 겹쳤군.’
그때 케플러 공작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3개월 뒤 전면전이 한차례 벌어질 것이다. 대회전인 셈이지.”
“동부에서….”
“검공이 쓰러졌다. 흉수는 오리무중이고.”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검공, 제국의 최강의 기사가 쓰러졌다는 뜻이다. 그것도 흉수조차도 찾지 못했다.
“상귀스 왕국입니까?”
“모른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상귀스 왕국이 가진 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중론이 모였다. 국지전의 규모를 점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사실상 상귀스를 의심한다는 소리다. 케플러 공작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 역시 출정할 예정이고.”
“각하.”
“크리토의 아비된 자로서 나서야 하는 자리다.”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아버지다. 위험하다고 해서 나서지 않는다면 명예가 실추된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공작가의 행정에 공백이 생긴다.
“네가 메꿔라.”
“각하.”
“네가 공작 대리다.”
케플러 공작의 통보에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