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0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04화(20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04)
그런데 이제 주먹을 곁들인 (4)
공작 대리.
케플러 공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공작을 대신하여 공작령을 다스릴 권한을 뜻한다.
대공자라함은 곧 차기 공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계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베니오가 공작 대리가 되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들리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왜, 못 하겠느냐?”
쫄리냐는 공작의 말에 베니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럴 때는 솔직해져야 한다. 그에 베니오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게 얼토당토 하겠습니까?”
“호오, 왜 그리 생각하느냐?”
케플러 공작의 눈이 한 차례 좁혀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래 저 나이대 소년이라면 이런 큰 기회가 주어졌을 때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야심이 크다면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일 것이고, 야심이 없다면 자신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면서 겸양할 것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
“각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아직 공작가에 어떠한 기반도 없는 저입니다. 그런데 팔신가, 아니 칠신가의 가주들을 상대로 영지를 경영하라니요.”
공작의 눈이 이채가 흘렀다. 베니오는 냅다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대신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관조한 뒤 결론을 내놓았다.
자신을 제삼자의 관점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재능이다. 공작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임플로를 붙여 주마.”
공작이 베니오에게 나중에 줄 패를 하나 깠다. 임플로 총관을 붙여 주겠다는 뜻이다. 임플로 총관이 버티고 있다면 칠신가의 가주도 베니오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임플로 총관은 공작의 오른팔이다. 공작이 임플로 총관을 가장 신뢰한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걸 칠신가 가주가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전장에 나가며 총관을 남겨 두고 나간다?
그만큼 베니오를 공작이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셈이다. 베니오의 영지 경영에 대놓고 반대할 간 큰 가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셔서는 안 됩니다.”
“왜?”
“검공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자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움찔.
베니오의 말에 공작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공작이 놀란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베니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남들보다 오러를 잘 느끼는 모양입니다. 아마 여러 가지 기운을 섞어서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임플로 총관의 오러를 느꼈단 말이냐? 황제 폐하의 검도 느끼지 못한 것을?”
임플로 총관은 마스터다. 그것도 공작가에서 수십 년간 비밀리에 키워 온 마스터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을 수행하는 시종 중에서도 웬만한 숙련된 기사에 밀리지 않는 기도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스터이지 않습니까.”
“하.”
베니오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작은 베니오의 능력이 자신의 예상보다 빼어나다는 것을 인정했다.
상급 익스퍼트. 이제 갓 18살이 되는 베니오가 도달한 경지도 역사에 유례가 없을 빠른 속도인데 아들인 베니오는 그것보다 비범한 능력을 더 갖추고 있었다.
‘네 끝은 어디인 것이냐.’
아들이, 그것도 대공자가 될 베니오가 뛰어나다는 건 아비 된 입장으로서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순수히 기뻐할 수 없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베니오에게는 그 천재성을 보호해 줄 만한 세력이 너무나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케플러 공작은 수도 없이 보았다.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천재들이 허무하게 쓰러지는 것을. 실제로 세상에 알려진 천재 중 그 천재성을 만개하는 이들은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다.
천재들이 단명하는 이유?
간단하다.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이지.’
천재는 반드시 기존에 존재하던 질서와 규칙을 깬다. 천재는 기존의 범인(凡人)들을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틀에 가둬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돌연변이를 만나면 돌연변이를 배제하려 한다. 천재는 곧 돌연변이이니, 그 천재를 보호하고 감싸 줄 든든한 방어막이 없다면 천재는 세찬 바람에 결국 쓰러지고 만다.
‘갈턴 가문이 앞으로 베니오를 노골적으로 노릴 것이다.’
베니오는 그 천재성을 꽃피웠다. 로쉐 축제를 기점으로 베니오란 이름은 전 대륙 귀족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검과 마법, 신성력을 다루는 천재.
발모수란 희대의 발명품을 개발해 낸 천재.
그리고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
케플러 공작은 상념을 옆으로 밀어냈다. 케플러 공작은 베니오에게 물었다.
“알렌으로 부족할 것 같으냐?”
“알렌 경도 훌륭한 기사이시죠. 하지만 드러낸 검은 두렵지 않은 법입니다. 진짜 무서운 건 숨겨진 검이지요.”
임플로 총관에 대한 건 철저하게 기밀에 부쳐졌다. 임플로 총관이 익힌 특이한 오러 심법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로 공작의 정보조직인 그물의 인력 중 10%가량을 임플로 총관에 대해 흔적을 지우고 정보를 조작하는 데 투입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임플로 총관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베니오의 말에 케플러 공작은 납득했다.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에반 크뤄르.”
베니오가 지금 온몸이 구속당한 채 고문을 받고 있는 에반을 거론하자 케플러 공작의 눈이 깊어졌다.
“전쟁 중인 제국에 사절단으로 온 자가 마스터였습니다.”
“죽을 수도 있는 자리지. 그래서 마스터가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마스터보다 더 강한 자가 있다면요?”
케플러 공작의 눈이 커졌다. 오러 마스터보다 강하다면 하나뿐이다.
“그랜드 마스터.”
“예.”
“대전쟁 이후 그랜드 마스터가 나온 적은 없다.”
“인간은 위기에서 강해지는 법입니다.”
대전쟁이란 위기가 지나갔기에 인간의 잠재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도산검림의 무림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위험하기 때문에 늘 신비 고수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무림이 평화로웠다면?
무림을 주름잡은 전설적인 절대 고수의 수는 확연하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혈교와 쫓겨난 마왕연합군의 후신이 상귀스 왕국이라면 내가 모르는 사술을 부릴지도 모르지.’
혈교의 사술은 사이하다. 사술을 얕잡아 보다가 희생된 고수들의 수는 수백이 넘는다. 그 사술이 이곳의 마법과 만난다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상귀스 왕국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기 전까지는 몸을 사려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음.”
“제가 공작 대리가 된다면 어느 정도의 권한까지 주실 겁니까?”
총관을 남길 수 없다. 대신 베니오는 화제를 돌렸다.
“어디까지 원하느냐.”
“군사권을 주십시오.”
“군사.”
한 영지를 다스리는 대리 영주가 된다고 하더라도 외교와 군사에 대한 권리까지 위임받지는 않는다.
그것까지 넘겼다가는 손 쓸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당당히 군사권을 요구했다.
“전부는 무리다.”
“기사단을 움직일 권리를 주십시오.”
베니오는 공작령의 기사단 단장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그런 베니오에게 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준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래야 경거망동하지 않을 겁니다.”
“갈턴 자작 말이냐.”
“예.”
갈턴 자작의 야심은 노골적이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갈턴 자작의 야심이 노골적이라는 건 그가 바라는 것이 마지아가 공작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본인이 공작이 되려는 야심을 품었다면 진작에 그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각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석 달 남았다. 베니오는 석 달간 준비를 치밀하게 할 생각이다. 그래서 공작 대리가 되는 순간 자신의 저변을 넓히기로 했다.
“갈턴 자작과 조세핀 부인의 세력을 30% 이상 깎아 놓겠습니다.”
“흠.”
케플러 공작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예상하긴 했다. 베니오에게 공작 대리를 시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베니오라면 이를 가는 갈턴 자작은 물론, 크리토가 죽은 것을 베니오 탓으로 돌리는 조세핀 부인도 호시탐탐 베니오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베니오에게 공작 대리를 맡긴다?
그건 둘에게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둘은 결코 베니오가 차기 공작이 되는 미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베니오가 공작 대리가 된 것이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실패하면 넌 대공자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다.”
“각오한 바입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있던 자리도 아닌데요.”
베니오가 히죽 웃었다. 대공자에서 내려올 각오도 이미 해 두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벌어질 일이 빨라지는 것뿐이다.
내가 사느냐 적이 죽느냐.
케플러 공작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그 절대적인 명제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준비됐고 상대가 준비가 안 됐을 때를 노려야 한다.
그게 석 달 뒤다.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마이어 후작을 걱정하십니까.”
“아마 네게 접근하는 이들이 수십이 넘을 것이다. 그 승냥이를 걱정하는 것이다.”
베니오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하늘을 뚫었다. 제국 전체를 뒤져봐도 베니오보다 유명한 미성년자는 없을 것이다.
“미인계로, 달콤한 말로, 황금으로 네게 다가오는 자들이 생길 것이다.”
“웃으며 뱃속에 칼을 숨기고 있겠지요.”
“넌 어리다.”
케플러 공작이 슥 머리를 쓸어올렸다. 베니오와 똑같은 눈이 빛을 발했다.
“난 그게 약점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경륜, 급변하는 감정, 미성숙한 두뇌, 여물지 않은 눈.
어리다는 건 필연적으로 약점이 된다. 귀족 사회에서 어리다는 건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어리다는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피라냐 떼처럼 몰려들어 그것을 물어뜯는다.
“넌 네 17년과는 다른 석 달을 살게 될 것이다.”
“무엇이 그리 걱정되십니까.”
“가정을 꾸려라.”
“예?”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샌다는 말인가. 베니오가 엉덩이를 뒤로 슬쩍 뺐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귀신처럼 그걸 눈치챘다.
“가정을 꾸려라. 네게 부족한 세력을 그걸로 채울 수 있다. 편하고 효율적인 길을 두고 돌아가지 마라. 마침 네 몸값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으니, 내일의 너는 무조건 비싸질 터이니 적령기에 든 딸을 둔 귀족들이 몸이 달았을 것이다.”
“각하, 그건.”
“연애를 하고 싶으냐?”
베니오의 입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됐다. 결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중원에서 화화공자, 풍류공자로 수많은 여인과 놀아 보았지만 마음을 나눈 여인은 없었다.
“그건….”
“프랑소아. 피어스 남작가의 여식이더구나.”
“각하.”
그물이다. 피어스 남작가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던 행정관 하나를 쳐 내고 그곳의 영애인 프랑소아를 도와주었다.
“아니면 비앙카 황녀마마는 어떠하냐?”
“각하!”
황도에서 만났던 비앙카 황녀다. 케플러 공작이 피식 웃었다.
“그럼 오랑주 공국의 세실 공녀는?”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각하.”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자신 앞에서 줄곧 놀라운 모습만 보여 주던 베니오다. 그런데 혼인이 주제가 되자 당황하는 모습이 퍽 신기했기 때문이다.
물러가라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베니오가 도망가 버렸다. 케플러 공작은 턱을 스윽 쓰다듬었다.
“세 곳에서 관심이 있다는 말은 아직도 하지 못했건만 말이다.”
피어스 남작가, 황실, 그리고 오랑주 공국.
이 세 곳에서 케플러 공작에게 서신을 보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케플러 공작으로서 찾은 것이 아니라 케플러 가문의 가주를 찾는 서신이다.
가문과 가문으로 만나자.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똑똑하니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케플러 공작은 식어 버린 찻잔을 들어보고는 슥 다시 내렸다. 그러자 귀신처럼 임플로 총관이 스윽 나타나 찻잔을 비우고 따뜻한 찻물을 부었다.
“총관. 들켰더군.”
“하하하. 도련님께서 매우 총명하신 것을 소신이 어찌하겠습니까.”
“그리 꽁꽁 숨겼는데. 신기해.”
“소신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임플로 총관은 베니오가 자신의 경지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에 순수하게 경탄했다. 매번 볼 때마다 놀라운 대공자다.
“그래서 총관.”
“예, 각하.”
“나와 함께 전장으로 가세.”
임플로 총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주군을 지키기 위해 든 검이고, 그를 위해 살을 깎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뎠다.
정작 필요할 때 자신을 두고 간다는 말에 아쉬움을 애써 덜었는데, 공작이 뜻을 꺾었다.
‘감사합니다, 대공자.’
임플로 총관이 빙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