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2화(2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2)
마법천재 (2)
쟈비에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아차 하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이 완벽하게 제압을 당하다니.
그것도 베니오에게.
그러나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다. 거기에 베니오가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쟈비에는 마치 패럴라이즈 마법에 당한 것처럼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니오는 혼란스러워하는 쟈비에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쟈비에의 두 눈에 담긴 경악과 불신이 베니오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예전부터 집사에게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어.”
베니오가 쟈비에의 목덜미를 잡았던 손을 놓았지만, 그럼에도 쟈비에는 움직일 수 없었다. 베니오는 그런 쟈비에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내게 왜 독을 먹였을까?”
“…!”
쟈비에의 눈이 더욱 커졌다. 베니오가 알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놀라는 쟈비에를 보며 베니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답답하고, 자꾸만 신경질이 나고 짜증이 나더군. 난 내가 원래 그런 줄 알았었는데 말이야.”
쟈비에가 쓴 독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아니다. 그러나 교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주기적이고 장기적인 고통으로 사람의 성격을 망가뜨릴 수 있는 독이었다.
“그래서 보니까, 내가 독을 먹었어. 그것도 꽤 오랫동안.”
그 독은 지금 독황신공의 먹이가 되어 구양신공을 익힐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구양신공을 익힌 베니오이기에 더 이상 독황신공의 성취를 높일 수는 없을 테지만 앞으로도 독을 대하는 데 있어 독황신공은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독을 자양분 삼아 공력으로 치환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에, 베니오에게는 더 이상 거의 독이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만독불침까지는 아니겠지만.’
쟈비에가 꾸민 암중모략이 베니오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베니오는 손가락으로 쟈비에의 혈도 몇 곳을 쿡쿡 짚었다.
“그것도 항상 궁금했지.”
쟈비에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집사인데 왜 암살자 냄새가 날까. 독을 다뤄야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사시에 날 죽여야 하기 때문일까.”
파르르.
쟈비에의 눈썹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모든 것이 탄로 났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다.
꾸드득.
베니오가 짚은 혈도를 기점으로 쟈비에의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를 냈다. 쟈비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미지에서 오는 공포에 눈빛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뭔지 궁금하겠지?”
베니오는 쟈비에의 몸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그런 베니오의 손에는 미약한 공력이 실렸다. 구양신공의 공력은 폭발적이고 거칠었지만 베니오는 자신의 손가락 정도는 제어할 수 있는 양의 공력을 실을 수 있었다.
“점혈법이라고 해. 이곳엔 없는 것 같은데 아주 재밌는 기술이거든.”
이곳에는 점혈법이 없었다. 그러나 중원에는 동네 의원마저도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의 혈도요, 점혈이었다.
인체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혈도는 제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낸다.
무공을 익히기 전에 가장 먼저 외우고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이 혈도였다. 그러나 지금 베니오가 쟈비에에게 하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인체는 신비하지. 누구는 그걸 더러 소우주라 부르기도 하였다는군.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이곳엔 없는 무학의 집대성을 보여줄 생각이야. 바로 자네의 몸으로.”
베니오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자 쟈비에는 그 말이 마치 무저갱에서 올라온 악마의 목소리보다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일단은 5분 정도로 시작하지. 하지만 내 장담하건대 자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실토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2분 이상이 걸리지 않을 거야.”
쟈비에가 부르르 떨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베니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혈까지 막힌 상태에서는 목소리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깜박, 깜박, 깜박.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을 깜박이는 것뿐. 베니오는 히죽 웃으며 쟈비에의 등을 지그시 눌렀다.
“그래도 일단 십 분은 버텨보시게. 나를 오 년에 걸쳐 중독시켰으니 그 정도는 느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베니오의 나지막하지만 잔인한 한마디와 함께 그 손가락이 마지막 혈도를 꾹 하고 눌렀다.
꾸드득!
찌지직!
빠각!
그 순간.
쟈비에는 터져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 * *
“으, 으아아….”
토니는 두 눈을 감은 채 고통에 신음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통증에 의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토니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단검으로 예리하게 베어 낸 흔적과 고문을 준 흔적이 가득했다.
주르륵.
토니의 입가에서 침과 섞인 피가 주욱하고 늘어졌다. 그런데 그때 덜커덕하는 소리가 났다.
“으으으….”
덜컥거리며 자물쇠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정신을 잃고 있다가 깬 토니가 전신을 난자당한 통증에 힘겹게 눈을 떴다.
덜컹.
잠시 후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토니는 눈앞이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채로, 입에서는 피를 흘리며 웅얼거렸다.
“난… 모른다니까요…. 정말입니다….”
스윽.
토니는 누가 들어온 지도 몰랐지만, 일단 아니라면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부정했다. 그런 토니 앞에 허여멀건 무언가가 다가왔다.
움찔.
“때… 때리지 말아 주세요…. 아파요…. 난 진짜… 몰라요….”
토니는 그게 쟈비엔 줄 알고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때 따듯한 온기가 담긴 손길이 토니의 머리 위에 얹혔다.
“토니.”
베니오였다.
베니오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토니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도련님? 베니오 도련님이세요?”
“그래.”
“저… 쟈비에 집사가 말하라고 했지만 말 안 했어요. 사실 뭘 말하라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말 안 했어요. 저, 잘했죠?”
토니가 이를 드러내면서 눈이 다 부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베니오는 그런 토니를 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토니는 지난 몇 달 동안 베니오의 옆에서 한 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베니오의 모습에 반해 베니오를 추종하며 검을 배우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 토니는 베니오에게 의리를 지켰다.
베니오는 토니에게 가지고 있지 않던 의리를, 토니는 지킨 것이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쟈비에의 혹독한 고문에도 토니는 버텼다.
“아무래도 진심이 되어야겠구나.”
“도련님?”
“자거라. 너가 일어나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역시 도련님이세요. 제가 그래서 참았는데….”
툭.
베니오는 토니의 수혈을 짚었다. 그러자 토니가 곧바로 혼절했다. 베니오는 그런 토니의 몸을 묶은 끈을 풀었다.
탁, 타다닥.
그리고는 위급한 자상 몇 곳을 혈도를 눌러 지압한 뒤 토니를 안아 들었다. 토니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베니오의 몸을 적셨지만 베니오는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의리를 지킨 토니다.
베니오는 토니를 들쳐 든 뒤 발로 토니가 갇혀 있었던 창고의 문을 걷어차 부쉈다. 토니가 갇혀 있던 곳은 3구역의 한 물류창고 안이었다.
그러자 베니오를 그곳으로 안내했던 크리스 주니오르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을 쩍 벌렸다. 베니오는 그런 주니오르에게 말했다.
“가장 실력이 뛰어난 신관을 데려와라. 포션도 좋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
“아, 예. 알겠습니다.”
크리스 주니오르가 날 듯이 뛰었다.
* * *
암시장은 제국의 지하 경제의 일부분이다.
그렇다는 건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암시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제국의 관리들은 모른 체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암시장은 많은 것을 준비해 놔야만 했다.
준비해서 손해 보는 경우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크리스 주니오르, 암시장 아카데미지부의 지부장은 서둘러 포션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베니오는 그것을 받아 토니의 몸에 뿌렸다.
치이익!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아물었다. 방금 쓴 것이 떨어져 나간 팔다리도 붙일 수 있다는 중급 포션이었다. 그리고 그 가격은 사악했다.
신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포션 사업이었고, 그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제국의 빈민들을 구호하는 데 쓰였다. 그렇기 때문에 포션의 가격은 살 사람들만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쌌다.
저 중급 포션 하나가 4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를 호가했다. 그러나 베니오는 조금의 아까움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
자신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는 사람 하나의 가치는 한 개의 성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베니오는 토니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자상과 출혈이 심했나. 포션 덕분에 위험한 고비는 넘겼군.’
쟈비에는 토니를 죽이지 않았다. 토니에게 더 알아낼 것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상태가 위중하기는 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
베니오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포션 값은 치르도록 하지.”
“예.”
당연한 말이다. 베니오는 토니를 살리려고 했으나 크리스에게 토니는 남이다. 베니오는 그런 크리스에게 말했다.
“가격은 정보로 갈음하면 되겠지.”
“정보 말씀이십니까?”
“그래, 정보.”
크리스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는 베니오가 왜 하인으로 보이는 토니를 구하려고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인이 왜 피투성이로 물류창고 안에 갇혀 있었는지도.
“케플러 가문 내부의 후계 파벌의 싸움이다.”
“예?”
“내 집사인 쟈비에는 훈련된 암살자였고, 나는 그 자에 의해 중독되어 있었다. 그걸 최근에 알게 되었고 쟈비에는 변화한 내 모습에 의구심을 품고 토니를 고문했고.”
“자, 잠깐만. 잠깐만 멈춰 주십시오, 도련님.”
크리스는 손을 휘저었지만 베니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쟈비에에게 명령을 내린 자는 쉬베르 가문. 내 가문인 케플러 가문의 가신 가문이자 친 마지아 파벌 소속이기도 하지.”
“안 들은 걸로….”
베니오가 크리스를 보면서 씩 웃었다. 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가 말해 준 건 분명 중요한 정보가 맞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듣지 말아야 할 정보도 있었다.
예를 들면 베니오를 오랫동안 중독시키고 집사로 위장한 암살자를 보냈던 것이 쉬베르 가문이란 것 같은 것들.
“주니오르 가문. 대표적인 중립파 가문이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제 쉬베르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도련님….”
크리스 주니오르는 원망에 찬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유도하였음을 눈치챈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발목에 족쇄가 차였다.
“내 편에 서라는 게 아니야.”
베니오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이번 일로 주니오르 가문이 짭짤하게 뭐 좀 챙기면,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이지. 그러니 이것도 거래가 아닌가?”
“….”
쉬베르가 케플러의 차남인 베니오에게 직접적으로 독을 먹이고 암살자로 훈련받은 이를 집사로 위장해 붙여 놨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이걸 주니오르가 파고든다면 쉬베르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하고, 주니오르는 그것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가주님께서 모르실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케플러 공작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케플러 공작은 가문 내에서, 자신의 울타리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아시겠지. 그런데 각하께서 그런 일에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 건가? 주니오르 가문이 음지로 가야 했던 것도 방관하셨던 분인데.”
크리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일종의 비사였다. 그리고 주니오르 가문에게 있어서는 수치이자 반드시 복수해야 하는 가문의 숨겨진 역사이기도 했다.
“지금 절 흥분하게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 나도 너와 같다고 말하는 거다.”
베니오가 크리스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 역시, 내 몸에는 유페르 가문의 피가 반은 흐르고 있으니까.”
크리스의 두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