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2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22화(22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22)
발전 (2)
“여긴.”
“튀앙 산입니다. 이 산을 넘어가면 피어스 남작가가 있구요.”
“그, 그렇습니까?”
보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쉐 축제에서 선보인 발모수에 대한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동안 그 어떠한 연금술사나 약사도 정복하지 못한 탈모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귀족에게 있어 보이는 외관이란 명성과도 관계가 있는 일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귀족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숱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천 년 전, 숨겨진 비사(祕史) 속 잊힌 영웅인 약성의 비전 제조법을 베니오가 발견하게 되면서 발모수란 것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천 년 전 약성이란 영웅의 비밀을 담은 발모수.
그리고 그것이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탈모를 레길론 백작과 마이어 후작 부인이라는 부정할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깔끔하게 해결했다는 건 필연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너무….”
“보안이 허술한 것 같으십니까, 숙부님?”
보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모수의 제조 시설이라고 해서 은밀한 곳에 철저한 경비 병력을 세워놓고 철통같이 비밀을 지킬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베니오는 보닌을 수풀 내음이 향긋하게 나는 산으로 데려갔다.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연히 대공자께서도 깊이 생각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베니오가 싱긋 웃었다. 자기 듣기 좋으라고 그렇게 말은 했으나 보닌의 표정은 영 아니었다. 그때 베니오를 맞이하러 나온 이가 허리를 숙였다.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아욱실인가?”
“예, 대공자!”
베니오가 디아토를 힐끗 쳐다봤다. 디아토가 아욱실이라는 산적을 아우처럼 살뜰하게 챙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디아토를 호위 기사로 들이고, 아욱실에게 이 산채를 맡겼다.
디아토가 신뢰하는 아욱실이라면 발모수의 제조 시설을 잘 지켜 내리라 믿으며 중임을 맡긴 것이다.
아욱실은 디아토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베니오의 예상대로 방심하는 일 없이 이곳을 철저하게 경비했다.
더군다나 튀앙 산은 레드킹 산채 출신인 아욱실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튀앙 산의 지리를 눈감고도 훤히 꿰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는 산채였습니다.”
“산채요?”
“예.”
보닌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래는 산채였지만 지금은 발모수 제조 시설이 됐다. 기본적으로 경비대의 숙소라든지 외부의 습격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산채이기 때문에 그곳을 약간 개조하여 제조 시설로 삼은 것이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숙부님.”
“예, 대공자.”
보닌은 베니오의 뒤를 바짝 따랐다. 하지만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는 허름한 산채였다. 이런 곳에서 발모수가 만들어지고 있다니, 베니오가 데려오지 않았다면 보닌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발모수는 숙성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완성된 발모수를 숙성하고 있습니다.”
“꽤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군요.”
벌컥.
베니오는 최근에 만들어진 티가 나는 창고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안에서 알싸한 풀 내음이 풍겨 나왔다. 창고 안에는 사람 몸통만 한 오크통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것을, 저쪽에서 상품화할 생각입니다.”
창고는 다른 창고로 이어져 있었다. 이 창고에 비해 규모가 작은 창고 안에는 이미 작은 병에 소분된 발모수가 쭈욱 놓여 있었다.
“양이 상당하군요.”
희석 전인 발모수 원액이 열 병쯤 놓여 있었다. 병의 크기는 포션을 담는 병과 동일하다. 저 원액을 부으면 하루, 길게는 일주일 사이에 모근이 하나도 없는 이도 풍성한 머리숱을 가지게 된다.
레길론 백작이나 켄달 부인을 통해 이미 확인한 바다.
“튀앙 산으로 상단을 통해 싣고 온 물자를 내려놓겠습니다. 그런데 인력은 어떻게 구하실 예정이십니까? 보안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은데.”
베니오는 발모수를 철저히 고급화 전략을 통해 비싼 값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귀족들에게 팔 생각이었다.
어차피 귀족들은 머리털이 난다면 천금을 싸 들고 오겠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다. 물론 볼리토 선생이 베니오에게 조언해 준 것이었다.
“인력이라 하시면.”
“제조하는 데도, 포장하는 데도 전부 사람 손이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아.”
베니오가 빙긋 웃었다.
“제품화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피어스 남작령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쪽의 영애와 약간의 친분이 있는지라.”
“그럼 제조는요?”
보닌은 발모수의 제조법에 관심을 보였다. 아니, 그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대다수의 귀족들이 그 제조법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제조하는 데는 사람이 따로 필요 없다.
“제조하는 건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대, 대공자가요?”
“네.”
베니오는 상큼하게 웃었다.
“약성의 비전 제조법은 한 명으로도 대량의 약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천 년 전의 상황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천 년 전의 역사라는 것이 아주 좋은 변명이 된다. 하지만 애초에 발모수를 제조하는 건 이곳에서 잡초 취급을 받는 두 약초를 대량으로 달여 그것을 혼합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단순하기에 애당초 많은 공정이 필요 없다. 베니오 혼자서도 재료만 충분하다면 하루에 오크통 하나 분량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걸 희석해서 등급을 매겨 판매할 생각이니,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제조법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칠 수 있으면서도 재룟값이 거의 들지 않으니 이것보다 좋은 장사 물품은 없다.
“재료도 모두 준비해 놨으니 숙부님께서 원하시는 시간에 맞춰 물량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크리니스와 도나르.
발모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이 두 개의 약초면 된다. 물론 그 교환비가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잡초 취급을 받는 만큼 구하는 데도, 기르는 데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튀앙 산에 올라오는 길에 이미 도처에 크리니스와 도나르가 보였다. 씨앗을 가져와 사방에 뿌렸기 때문이다.
“기대하겠습니다.”
“예, 숙부님.”
* * *
보닌은 사흘 후 핑귀스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베니오는 약속한 대로 보닌에게 그가 필요한 수량을 정확하게 맞춰서 건네주었다.
그런데 케플러 상단의 상단주인 보닌이 핑귀스 마을에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역설적으로 더 많은 귀족가의 수행원이 몰렸다. 그들은 베니오와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만나 보기 위해 핑귀스 마을에 머물렀다.
그사이 깅예르는 그런 귀족가의 수행원이 숙박할 수 있는 여관을 차렸다. 보부상단인 벨로와 그와 절친하다는 작은 상단의 상단주, 오비완을 통해 자재를 수급하고 피어스 남작령에서 인부를 대거 수급했다.
여관에 사람들이 몰렸다.
애당초 500명밖에 되지 않은 작은 마을에 제대로 된 숙박 시설이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깅예르가 차린 여관은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유일한 여관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몰렸다.
그리고 그 여관을 통해 깅예르는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다들 주인으로 모시는 귀족 나리들이 닦달해서 쫓겨나듯이 온 것이기 때문에 두 명만 모여도 정보가 줄줄 흘러넘쳤다.
별것 아닌 사생활이라고 하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조각을 이루면 의외의 정보가 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한편 베니오가 귀환하면서 추진하는 사업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니오는 쉴 새 없이 인부를 수급했다. 핑귀스 마을을 확장하는 사업을 얼른 마무리 짓기 위해서 피어스 남작령을 통해 대규모 인부를 들인 것이다.
핑귀스 마을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 가장 인접한 영지인 피어스 남작령에서 넘어오는 인부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 갔다.
베니오는 인부의 임금을 통상적인 수준의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맞췄다. 그러면서 며칠 전 보닌이 왔을 때 케플러 상단의 지부를 핑귀스 마을에 세웠다.
케플러 상단주인 보닌과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인 베니오의 눈에 들기 위한 건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케플러 가문이 상업에 의해 세워진 가문이라는 건 전 세계의 상인들에게 전설적인 일이다.
그 때문에 모든 귀족가 중 케플러 가문은 상인을 가장 우대했다. 그리고 차기 공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베니오와 안면이라도 튼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기에 케플러 상단 주변으로 상인들이 하나씩 노점을 피거나 건물을 빌려 상점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부들이 그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원 핑귀스 마을의 주민이던 사람도, 멀리 피어스 남작령에서 온 인부도 상점을 지나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중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궁벽한 곳이기 때문에 베니오의 눈에 들기 위해 질 좋은 물건만을 들고 온 상인들의 가판에 눈을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핑귀스 마을이 촌장이 곧 베니오이기 때문에, 그 주민들에게 마진을 붙이지 않고 저렴하게 판매해야 베니오가 기뻐할 것이라고 상인들이 계산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에게 주민과 인부들이 돈을 썼다.
그러나 상인들도 거기서 머무를 곳이 필요하고 먹을 곳이 필요했다. 그러자 돈은 자연스레 다시 주민들에게로 되돌아갔다.
“가죽의 품질이 괜찮군. 내게 파시게.”
“식재료 좀 남은 게 있나?”
“오, 맛있네. 아예 가게를 내는 것이 어떠한가?”
상인들은 평생 농사만을 하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며 그들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핑귀스 마을의 주민이라고 해서 농사만 짓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핑귀스 마을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니오가 오면서 바뀌었고, 그러자 다른 곳에도 서서히 주민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웬 놈이냐!”
“감히 핑귀스 마을에서 소란이라니!”
“촌장님께 데려가라!”
설령 외부인 중에 분란을 일으킨 이가 나와도 걱정할 것 없었다. 앰블란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오메가 부대는 독기와 오기로 절절 끓어 넘쳤다.
동시에 오러를 다루는 두 명의 기사와 촌장은 심지어 상급 익스퍼트란 소문이 자자하게 도는 화제의 중심이다.
그런 강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상 병사들은 꿀릴 것이 없었다. 그 때문에 분란이 커지기 전에 늘 병사들이 출동해서 싸그리 체포하자 치안이 눈에 띄도록 좋아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태양교다!”
“태양교에서 신전을?”
태양교가 핑귀스 마을에 신전을 짓는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책임자로 베니오의 스승이자 10인의 성호 중 한 명인 아르마다가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귀족, 평민 가릴 것 없이 태양교의 명성에 아르마다를 한 번이라도 보고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핑귀스 마을에 오게 되고, 그곳에 케플러 상단 지부와 케플러 전장 지부가 있고, 가파르게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안 몇몇 귀족이 미래 가치를 보고 핑귀스 마을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핑귀스 마을이란 이름이 삽시간에 제국 북부에 퍼졌다.
그즈음에 케플러 상단이 발모수를 시작하자 베니오의 이름과 핑귀스 마을은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미래를 보는 눈이 밝은 몇몇 고위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의 투자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 능력은 있지만 출신이 한미한 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다양했다.
건축가, 예술가, 행정관, 기사, 용병 등등.
또한 숨어 살던 유민이나 자유민 중 베니오의 마을로 옮기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주신청서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4개월.
로쉐 축제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한 해가 지나고 삭풍이 부는 겨울이 지나간 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시점인 봄에 핑귀스는 마을이란 간판을 뗐다.
인구가 15,000으로 늘어나면서 케플러 가문으로부터 마을이 아닌 도시로의 승격을 허락받았기 때문이다.
핑귀스 시(市).
“우리 핑귀스는 시(市)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베니오는 시장이 되어 가진 첫 취임식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18살이 된 베니오는 그곳에서 참석한 이들을 향해 말했다.
“핑귀스 시(市)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이곳에서 약성의 비전 제조법에서 찾아낸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발모수는 만들어지는 족족 팔리고 있었다. 거기서 베니오는 취임식에서 새로운 약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제국이 주목하고 있으니 이 좋은 홍보의 장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밤의 귀족과 꽃의 귀부인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