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27)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27화(227/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27)
하이파이브 (2)
용병왕 프로이드.
그는 추산 백만이 넘는 모든 용병의 존경의 대상이자 용병계의 전설이다. 프로이드는 전무후무한 용병계의 오러 마스터로 지금껏 역사상 기사가 아닌 용병이 마스터에 오른 최초의 예가 된 것이다.
용병의 삶은 삭막하다.
그들은 제 목숨과 제 몸을 돈에 판 이들이다. 병사와 기사는 주인을 위해 일하지만 용병은 돈을 위해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궁벽하고 외진 곳의 젊은이들은 풍운을 꿈꾸며 용병계에 뛰어든다.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모두 용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용병은 기구한 사연이 있건, 비극적인 삶을 살아왔건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용병은 모두가 동등하다. 그들은 한 방울의 피를 골드와 바꾸기 위해 무기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세상의 풍파에 맞서는 이들이다.
그리고 용병왕은 그런 용병의 정점이다.
“용병왕을 핑귀스 시에 유치하시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루텐이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냐는 듯 베니오를 보며 말했다. 루텐의 얼굴은 황당했는데 용병왕 프로이드는 그 케플러 공작도 고용하는 데 실패한 콧대 높은 용병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용병왕은 그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신분이 불확실한 용병이지만 용병왕이 이룩한 경지는 일가를 이룬 제국, 왕국의 기사와 비교해도 앞선다.
그럼에도 삼대 공작가라 불리는 케플러 공작의 서신에도 용병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 그래야 더 많은 상단이 우리 핑귀스 시를 거쳐 갈 테니까요.”
용병왕이 기거하는 곳에는 거대한 용병 시장이 형성된다. 용병왕을 존경하고 흠모하는 이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바로 용병왕의 용병단이다.
광견 용병단.
그리 좋아 보이는 이름이 아님에도 용병 중에는 그곳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었다.
무려 삼만 명을 자랑하는 광견 용병단은 용병왕 프로이드의 뒤를 따라 전장을 휩쓰는 광풍이었다.
용병왕 프로이드는 세심한 지휘관이거나, 군략을 세우는 모사가 아니었다. 그는 철저히 선봉대장이나 돌격대장이었다.
그런 프로이드의 뒤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전쟁이 끝난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그의 뒤를 따라 전쟁을 전전한 용병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마치 프로이드의 주변에 있으면 실력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처럼 실력이 늘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용병은 프로이드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용병왕이 되었을 때 그들의 수는 삼만을 넘었다.
용병 삼만이면 웬만한 정규군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용병왕이 된 후 프로이드는 전장에 나서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강함에 매료된 광견 용병단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용병왕이 움직이면 삼만의 용병은 함께 움직였다. 용병 시장이 열린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삼만의 용병이 먹고살려면 싫든 좋든 임무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광견 용병단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안전을 최우선 하는 상단에게 광견 용병단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어떻게요?”
루텐은 볼리토 선생을 쳐다봤다. 베니오가 말했지만 이 계획은 볼리토의 머릿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볼리토의 계략이 모두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간단하죠. 돈입니다.”
“용병왕은 돈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용병왕이 돈에 움직였다면 케플러 가문이 고용에 실패했을 리 없다. 용병왕이 얼마를 요구했던 케플러 가문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루텐의 의문에 빙긋 웃었다.
“명예와 자존심을 걸면 됩니다.”
“예?”
“대륙 전체에 소문을 낼 겁니다. 나, 베니오 케플러가 용병을 상대로 승부를 보자구요. 나를 이기는 용병이 있다면 그와 그 용병단 전체를 기사로 임명하겠다고 소문을 낼 겁니다.”
“기, 기사 말씀이십니까?”
기사를 임명하는 권한은 귀족에게 있다. 베니오는 차기 공작이 될 예정이다. 그러니 베니오가 하는 말은 그냥 헛소리 따위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용병이 기사에게 가지는 열등감은 유명하니까요.”
용병 중에는 기사에게 열등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 같은 칼밥을 먹고 살아가지만 그 위상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용병에게 기사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신분으로도, 실력으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베니오는 그들의 열등감을 건드릴 생각이다.
“대신 내가 이긴다면, 용병단이 핑귀스 시를 10년 동안 거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용병왕이 아니더라도 용병단을 유치하실 생각이십니까?”
“광견 용병단만으로는 부족하니까요.”
베니오는 당연히 용병왕이 올 것이라 장담하고 있었다.
“묘안이십니다. 만약 용병왕이 실제로 그에 응한다면, 주군께서는 잃으실 것이 없으시겠군요.”
베니오가 용병왕을 이기면 용병왕과 광견 용병단의 거점은 핑귀스 시가 된다. 반대로 베니오가 진다면 용병왕과 광견 용병단은 기사가 된다.
주인 없는 기사는 없다. 불의의 사고로 주인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기사는 반드시 그 주군 되는 이가 서임을 해야 주어지는 작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누가 서임을 하겠는가.
베니오다.
용병왕과 광견 용병단이 베니오의 기사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베니오에게는 잃을 것이 없다. 단, 문제는 있었다.
“주군께서 일개 용병 따위에게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용병왕이 움직이겠습니까?”
용병단 수십이 모여도 용병왕 하나의 명성만 못하다. 베니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각하께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부탁이라 하시면?”
“용병왕. 그가 진귀한 아티팩트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지요?”
“서, 설마, 주군.”
베니오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께 직접 고하고 빌려 올 생각입니다. 폭풍을 부르는 검을.”
루텐과 앰블란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 * *
“용병왕을?”
“예. 그러니 빌려주십시오.”
“스톰브링어라, 진심이냐?”
“예, 각하.”
핑귀스가 시로 승격되고 새로이 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바로 일주일 전이다. 그런데 베니오가 눈앞에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다음 날 쉴 새 없이 말을 달려 카사케플러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케플러 공작은 불과 반년 만에 핑귀스 마을을 시로 승격시킨 자신의 아들을 보며 턱을 괴었다.
“네게 성과가 없었다면 헛소리 말고 물러가라 했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내어줄 것이라 확신한 모양이구나.”
케플러 가문은 대륙의 황금을 긁어모은 최고로 부유한 가문이다. 케플러 가문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케플러 공작도 그 규모가 가늠이 잘되지 않을 정도다.
가문의 전 재산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문의 모든 행정관이 일주일은 계산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케플러 가문의 재산은 단순히 금화만이 아니다.
금싸라기 땅을 보유한 부동산, 잠재력 있는 상단이나 장인에게 투자한 투자금의 지분, 다른 귀족에게 빌려주고 받은 그 영지의 채권, 심지어 황실의 채권도 케플러 가문의 재산에 포함된다.
그리고 예술품과 아티팩트도 재산에 포함된다. 예술품이라 하면 팔백 년 전 미술가부터, 최고의 작곡가가 아모리아 대제에게 헌정한 헌정곡과 천상의 화음을 낸다는 악기까지 수천 점에 이른다.
수천 점에 이르는 예술품은 카사케플러에 박물관을 지어 그곳을 통해 보관하고, 전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티팩트.
값비싼 아티팩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제국 황실의 상징인 비공정이 그런 경우다. 아티팩트 스스로가 역사와 전설을 품고 있는 것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다.
스톰브링어가 그중 하나다.
케플러 가문이 보유한 전설을 품고 있는 아티팩트는 수백 점이 넘는다. 그중에서 스톰브링어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검의 이름 그대로, 폭풍을 부르는 검이었으니까.
스톰브링어는 자연재해인 폭풍을 불러일으킨다. 재앙의 검인 것이다. 스톰브링어가 세간에 알려진 건 역사서를 통해서다. 오래된 기록에 의하면 광룡 스하에일과 데빌하트가 연합을 꾸린 것보다도 훨씬 더 이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날개 없는 신을 추락시킨 검이 바로 스톰브링어다.
스톰브링어는 재앙의 검이자 하늘을 나는 모든 것들의 천적이다.
스톰브링어가 재앙의 검인지는 역사서에 기록된 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전설을 모으는 건 돈 많은 케플러 가문의 부유함을 알릴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예. 굴욕감이 있으실 테니까요.”
“굴욕감이라.”
케플러 공작의 두 눈에 감정이 떠올랐다. 그건 분노였다. 케플러 가문의 이름이 용병왕 앞에서 내팽개쳐졌을 때 느꼈던 감정인 것이다.
케플러 공작은 용병왕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를 이용하려 합니다.”
“용병왕을 이용한다라. 그가 욕심을 낸다면 어찌하겠느냐.”
용병왕이 검에 욕심이 많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용병왕이 기사가 아님에도 오러 마스터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검에 새겨진 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용병왕이 보유한 명검은 이백 자루가 넘는다.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골드이니, 용병왕은 골드보다 검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 용병왕이 스톰브링어에 관심을 보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폭풍을 부르는 검이란 전설을 듣고 그가 움직이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용병왕이 욕심을 낼 수도 있다. 그가 욕심을 낸다면, 오러 마스터인 그가 욕심을 낸다면 베니오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작 18살인 제게, 그 검을 강탈한다면.”
용병왕이란 명예가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더더욱 용병왕을 길들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케플러 공작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는 베니오의 생각을 알았다는 듯 책상을 두드리는 검지가 더욱 빨라졌다.
“길들인다라.”
“그가 검의 마력에 취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베니오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스톰브링어는 함정이다. 베니오는 용병왕을 단순히 일회용으로 써먹을 생각이 아니었다.
스톰브링어는 용병왕을 끌어들일 함정이다.
검에 욕심이 많은 그가 스톰브링어에 탐욕을 드러내는 순간, 낚싯바늘이 용병왕을 낚아챌 것이다.
“어째서냐?”
“예?”
“용병왕. 핑귀스 시를 무역 거점으로 만들기 위함이겠지. 헌데 왜 용병왕에 욕심을 내는 것이냐.”
용병왕을 위한 함정을 만들었다는 건 베니오에게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상대는 그냥 용병이 아니라 오러 마스터인 용병왕이기 때문이다.
스톰브링어는 용병왕의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할 절묘한 패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용병왕을 움직일 방법은 더 있었다.
그러니 굳이 스톰브링어까지 동원해 가면서 용병왕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각하께서는 그러신 적 없으십니까?”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케플러 공작가라는 거대한 세력을 이끌어 나가실 때, 좋은 인재가 있다면 거리와 비용을 마다하고 등용하려 하신 적이.”
케플러 공작의 눈이 살짝 커졌다.
“용병왕 역시 그러한 것뿐입니다. 그 정도 되는 이가 주인이 없으니, 군침이 도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용병왕의 주인이 되겠다.
베니오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욕심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케플러 공작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그 정도면 남이 박장대소한 것만큼이나 큰 감정 변화였다.
“그럼?”
“손이 하나면 손뼉을 칠 수 없으니. 치는 시늉만 해 주시면 됩니다.”
“스톰브링어로?”
“예, 각하.”
베니오의 대답에 케플러 공작의 눈빛이 짙어졌다. 그리고 베니오는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그럼 내게 돌아오는 건?”
거래.
베니오가 케플러 공작을 대할 때 취했던 자세다. 공짜는 없는, 부자지간이라도 여느 부자지간과는 다르니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그런 자세.
베니오가 대답했다.
“밤의 귀족과 꽃의 귀부인을 루크룸 상단과 카리타스 상단을 통해 유통하겠습니다.”
취임사에서 베니오가 선보인 밤의 귀족과 꽃의 귀부인은 취임식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그곳에 엉덩이를 진득하니 붙이고 앉은 무료 홍보단에 의해 실시간으로 그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체력을 소비하기만 하는 여느 정력제와는 다르게 밤의 귀족은 적절한 수면 효과를 유도하여 오히려 개운함을 느끼게 해 주었고.
꽃의 귀부인은 부작용 하나 없이 주름을 개선하고 흉터를 낫게 해 주어 귀족 여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구매 문의가 쇄도했다.
그 모든 것을 버냉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거래하지.”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공작 각하.”
베니오와 케플러 공작의 입가에 비슷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