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3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31화(23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31)
잊힌 여인 (1)
베니오가 돌아가기로 한 날.
베니오는 카사케플러에 올 때마다 그랬듯 아침 조찬에 의복을 정갈히 하고 나갔다. 케플러 공작이 없어도 조세핀 부인과 수잔나 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부인은 베니오를 조금도 반기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베니오를 무시했지만 그래도 베니오는 꿋꿋이 조찬에 나갔다.
‘싫어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더 하고 싶던데.’
루멘의 어머니인 켄달 부인과 어찌나 비교가 되는지. 도저히 한 집안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냉기가 홀 안에 흘렀다.
베니오가 오면 늘 시녀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정도로 베니오를 본 조세핀 부인과 수잔나 부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드르륵.
베니오는 두 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베니오의 인사말은 공허한 혼잣말이 되어 흩어졌다. 두 부인은 베니오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녀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접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고소한 버터 냄새를 풍기는 갓 구운 빵과 잼, 우유는 물론이고 계란과 고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두 부인은 빵과 우유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대신 차와 과일, 샐러드만 손짓해 가져오게 한 다음 기품 있게 포크로 과일을 쿡 찍었다.
쪼르륵.
시녀가 두 부인의 찻잔에 작은 병을 가져와 그 액체를 따랐다. 그러자 향긋한 꽃향이 확하고 홀 안에 퍼졌다. 베니오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빙긋 웃었다.
“꽃의 귀부인이군요.”
“….”
두 부인은 베니오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사실 죽도록 미운 베니오가 만든 것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부인도 여인이다. 그러니 주변에서 효과가 확실하다는 꽃의 귀부인을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프리미엄 라인으로 선물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
대답이 없음에도 베니오는 혼자 떠들었다. 사실 두 부인이 대답하건 말건 상관없었다. 꽃의 귀부인을 쓴다는 것 자체가 두 부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베니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에게도 하나씩 보내 주마. 여인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 법이니.”
반짝반짝.
시녀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였다. 시녀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꽃의 귀부인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던 것이다.
단지 가격이 그들의 봉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그림의 떡이었을 뿐인데, 대공자가 보내 주겠다고 하니 감격할 수밖에 없다.
“밤의 귀족도 보내 드리오리까? 늦둥이 동생이 생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탁.
조세핀 부인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 입장에서는 그녀의 아들인 크리토가 누려야 할 것을 천한 역도의 핏줄인 베니오가 누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찻잔은 깨끗이 비어 있었다.
베니오에 대한 분노는 분노고, 꽃의 귀부인은 놓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부끄러워하시긴.”
베니오가 히죽 웃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진 베니오는 입맛도 좋아진 것인지 접시에 계란과 고기를 수북이 쌓아 올렸다.
우적우적.
쩝쩝쩝.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며 먹는 베니오에게서 귀족의 품위 따위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수잔나 부인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쩝쩝거리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우아하게 찻잔을 리필할 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 베니오는 히죽 웃었다.
‘어디까지 버티시나 볼까.’
베니오는 음식을 쓸어 담았다. 아침부터 격렬한 수련을 마친 베니오의 식사량은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성인 열 명이 먹고도 남을 분량을 아침부터 해치울 수 있었다.
‘공간 장악에 대한 수련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더 잡아먹는 모양이야. 입에 짝짝 달라붙네.’
삼대 공작가는 재료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쓰는지, 모든 음식이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아마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당장 박차고 일어나고 싶음에도 모종의 이유 때문에 참느라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수잔나 부인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베니오의 식사는 준비한 음식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설마 하며 보던 시녀장은 베니오가 준비한 모든 아침 식사를 해치우자 난리가 나서 더 준비하려고 했지만, 베니오가 말렸다.
“과식하는 건 좋지 않아. 이 정도에서 멈추지.”
케플러 공작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공작도 없겠다, 자신에게 볼일이 있어 보이는 수잔나 부인만이 있었다.
그래서 베니오는 거침없이 굴었다. 물론 베니오가 과식을 하지 않기 위해 그만두겠다는 말에 시녀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지만 말이다.
끄윽―.
베니오는 트림까지 했다. 다른 이가 봤다면 꼴불견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태도다. 그러나 수잔나 부인은 품위 없는 베니오의 모습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어머니,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수잔나 부인은 찻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녀가 미처 숨기지 못한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짜증, 분노, 증오, 혐오 등등.
찰나의 순간에 휘몰아치던 감정은 사라졌다. 베니오의 눈에 띄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어머님이시니까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니, 내 편하게 말하지요.”
대공자가 된 베니오다. 그렇기에 수잔나 부인도 이놈, 저놈 할 수는 없다. 수잔나 부인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오늘, 핑귀스로 출발하지요?”
“예.”
“그럼.”
수잔나 부인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갈턴 자작령을 지나갈 테니, 가는 길에 갈턴홈을 들러 대공자의 할머님께 서신과 약재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할머님이요?”
할머님.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베니오와 피 한 방울 안 섞인 할머니, 즉 갈턴 자작과 수잔나 부인의 친모를 뜻하는 것이다.
수잔나 부인을 어머님이라 하였으니 그녀의 친모라면 베니오에게 할머니가 맡기는 하다.
베니오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약재라니. 혹여 어디 불편하신 겁니까?”
“단순한 노환일 뿐입니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우애 좋은 가족이라면 부탁하지 못할 것도 아니니까.
아랫사람을 이용해 서신과 약재만 덜렁 보내는 것보다. 어쨌거나 가족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전해야 하는 것이 전혀 우애가 깊지도, 원수처럼 여기던 가족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뭐.”
“부탁합니다, 대공자.”
“아들입니다. 편히 생각해 주십시오, 어머님.”
베니오가 웃었다. 그러자 수잔나 부인도 웃었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꽤나 사이좋은 모자지간이었다.
“그럼 어머님. 사람을 보내 서신과 약재를 보내 주십시오. 가는 길에 꼭,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출발 준비로 챙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닐 텐데. 내가 시간을 잡아먹었군요.”
“아닙니다, 어머님.”
“참, 다시 언제 오시지요?”
수잔나 부인이 베니오에게 물었다.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각하께서 사람을 보내 알려 주시겠다 하셨습니다. 공작성을 오래 비워 두실 수 없으니 말입니다.”
공작대리.
케플러 공작이 출정했으니 공작성이 비어 있는 셈이다. 그러기 위해 케플러 공작은 베니오를 공작대리로 추대했다.
가신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케플러 공작은 그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곧, 베니오가 공작대리로 카사케플러에 돌아와 업무를 볼 예정이었다.
“그래요.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베니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홀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홀에 홀로 남은 수잔나 부인의 표정이 돌변했다.
북풍한설이 부는 것보다 더 차가워 보이는 표정이 된 것이다.
“저 어머님이란 소리를 듣는 것도 역겨워서 못 견디겠군. 귀를 씻어야겠어.”
***
광견 용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아모리아 제국의 마이어 후작가에 뿌리내린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광견 용병단이 움직였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용병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
백만 용병.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실제 용병의 수보다 더 많이 부풀렸다고 해도 실제 그에 준하는 즉시 전력감 수십만을 갖춘 용병계의 슈퍼스타인 용병왕에 대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용병왕의 다음 목적지는 삼대 공작가 중 하나다!]용병왕의 목적지가 삼대 공작가 중 하나라는 소식이 광견 용병단의 소식과 함께 퍼졌다. 그러자 호사가들은 제각기 의견을 내놓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스마일 공작가에서 용병왕에게 공작 위를 제안했다고 했다더라.] [베룸 공작가가 마검사를 키워 냈는데, 용병왕에게 도전장을 던졌다더라.] [케플러 공작가에서 용병왕에게 10억 골드짜리 계약을 제안했다고 하더라.]용병왕은 더 이상 자신에게 들어오는 의뢰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그런 정보는 잘못된 것이다.
용병왕을 움직이게 할 정도의 금액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용병왕의 비싼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각국의 황실과 왕실을 빼면 삼대 공작가 정도가 유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뜬소문은 절반 정도는 용병왕의 행보에 대해 맞췄다.
“재밌는 집안이야.”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벨토르. 인상 좀 풀어. 그러다가 주름 생긴다구.”
목적지는 정해졌다. 용병은 군인이 아니다. 광견 용병단은 용병왕의 무력에 흠모하여 결집한 용병의 군체일 뿐, 용병왕이 직접 삼만이나 되는 용병을 이끌진 않는다.
그 때문에 나아가는 삼만 용병은 대단히 자유분방했다. 용병왕도 그중 한 명의 용병일 뿐이어서, 직접 용병왕이 손수 거둬들인 백 명의 용병들과 함께 너른 들판을 향해 말을 몰았다.
“폭풍검주. 그 소문이 돌던데, 진짜일까?”
“진짜라고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형님이 움직이실 리도 없으니.”
벨토르는 용병왕의 동생이다. 용병왕의 동생답게 S급의 용병이지만, 실제로는 꾀주머니 역할과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용병왕이 사고를 치면 그걸 수습해 주는 역할을 주로 맡은 것이다.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용병재상이라 불렀다. 프로이드가 용병왕이니, 용병왕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벨토르는 재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지.”
프로이드가 실실 웃었다. 폭풍검, 그 이름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검사는 없다. 그런데 그 검이 케플러 공작가에서, 그것도 대공자의 손에 들렸다니 검에 환장하는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용돈 벌이도 하라잖아.”
“형님. 케플러 공작가의 대공잡니다. 그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알아. 귀에 딱지가 앉겠다. 넌 이 우형을 너무 애 취급하는구나.”
전적이 있으니 그러는 것이다.
“어미란 자가 제 배가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라고는 하나 어쨌든 자식을 불구로 만들어 달라 의뢰를 보내다니.”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즐거워 보이십니다, 형님.”
“대공자가 18살이란다. 그런데 상급 익스퍼트라고 하지 않던? 거기에 폭풍검까지!”
18살에 상급 익스퍼트에 올랐다는 것만 해도 대륙이 뒤집어질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폭풍검의 주인이기까지 하다. 마치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 같지 않은가.
“폭풍검주의 재림이라고 해도 믿겠어.”
“그래서 손이 근질근질거리시는 거구요?”
“폭풍검주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는 거지.”
“그러다 불구 만드시면 케플러 공작가가 난리가 날 겁니다.”
프로이드는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형님.”
“알았어. 어휴. 살살 할게.”
벨토르는 불안했다. 프로이드는 저렇게 말하고 제 말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보다 더 젊을 때는 혈기 때문에 주체하지 못하고 매일 같이 사고를 치고 다녔다.
오러 마스터에 오른 후 나이도 먹고 하면서 조금 얌전해졌고, 명검을 모으는 취미가 생겨 더 이상 활발하게 의뢰를 받지 않게 된 것이 이 정도다.
하지만 오랜만에 폭풍검주로 소문이 난 어린 대공자를 만나러 가는 프로이드의 표정이 너무나도 밝은 것 같아 걱정된다는 말을 하면 과연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신나 하겠지.’
벨토르의 한숨이 커졌다. 왠지 모르게 북쪽 귀퉁이의 작은 도시로 가는 발걸음이 마냥 무거웠다. 자신이 할 일이 태산처럼 눈앞에 쌓여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피가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구나. 좀 달려야겠다. 이럇!!!”
히히히힝!
이미 신난 용병왕이 말과 인마일체가 되어 달려 나가는 것을 보며 벨토르의 한숨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