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36)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36화(236/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36)
폭풍검주의 전설 (1)
갈턴 자작은 사흘째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못하고 극도로 초조한 상태가 되어 건드리면 톡하고 터질 것처럼 예민한 상태였다.
반역.
케플러 가문에 반역한 이의 말로는 정해진 바나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갈턴 자작이 몰락한 쉬베르 가문의 이권과 토비아 가문의 구리 광산의 지분을 얻어 그 성세가 커졌다고는 해도 케플러 가문에 비하면 보름달 앞에 반딧불 격이다.
갈턴 가문의 모든 것은 애당초 케플러 가문이라는 후광이 없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갈턴 자작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것들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그때 튀농 훈작이 들어왔다.
“튀농! 어찌 되었는가!”
“집사가 고용한 살수는 문댄스 출신의 살수였습니다.”
“문댄스?”
“페라라 공국에 그 거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갈턴 자작의 미간 사이 주름이 약간 펴졌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라면 모를까 해외를 추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내성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시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베니오 케플러가 직접 돌보고 있어 사람을 심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여 이상한 기색은 없다고 하던가?”
갈턴 자작의 눈에 초조함이 드러났다. 튀농 훈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군, 혹시 제게 숨기시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수, 숨겨? 내가 뭘?”
놀라는 것을 보니 더 의심이 간다. 하지만 튀농은 갈턴 자작을 몰아붙이는 것보다 고개를 숙이며 절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게 숨기는 것이 있으셔서는 안 됩니다. 제가 알고 있어야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주군.”
“내가 자네에게 숨기는 것이 무엇이 있다고! 없네! 없어!”
갈턴 자작은 격렬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극렬한 부정은 곧 시인이다. 튀농은 갈턴 자작이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를 주군으로 모셨다. 신하 된 자로서 주군이 숨기고자 하는 걸 강제로 캐낼 방법은 없었다.
‘큰일이군.’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튀농 훈작은 계략을 만들고 지략을 풀어야 하는 책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손에 쥐어야 하고 만약의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군의 속옷 색깔까지 모르는 것이 없어야 했다.
그런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다.
“그 외에는 특이 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정말 없다는 건가?”
“핑귀스 시에서 박살의 아르마다와 베니오의 사병이 자작성에 도착한 것 외에는 없사옵니다.”
“아르마다.”
튀농은 갈턴 자작을 보며 미미하게 얼굴을 굳혔다.
‘주군께서는 아르마다를 두려워하신다. 그렇다는 건 조각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마기가 깃든 물건을 귀족이 사들여 사용했다고 해서 태양교가 무조건 이단으로 몰아붙여 즉결심판을 내리는 건 아니다.
마기는 삿된 기운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기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비단 마기는 마왕이나 그를 추종하는 흑마법사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낼 수 있는 부정적이고 음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이 한곳에 모여 농축되면 그것이 곧 마기가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많이 죽은 전쟁터에서는 마기가 흔히 발견되곤 한다.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태양교에서는 판단했다.
마왕이나 마족과 계약을 하여 사용하는 마기는 태양교의 징벌의 대상이 되지만, 자연 상태의 마기는 그저 인간이 숨 쉬는 공기와 같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특성 중 하나이니 사용하는 데 있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태양교에서 인증한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흑마법사들이 있었다.
태양교에서 주기적으로 그들을 방문하여 검사하긴 하지만, 태양교는 그들을 박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흑마법사들의 연구실은 대부분 공동묘지나 역사적으로 대학살, 혹은 대전쟁에 일어난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곳을 통해 은밀히 저주 인형을 구할 수 있다.
저주 인형은 귀족가의 여인들이 애용하는 물건이다. 저주 인형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약간의 불행이나 건강 악화 정도의 효과를 내는 마기를 주술적인 힘으로 가둔 인형이다.
저주 인형의 종류는 조각상, 장식품, 인형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튀농 훈작은 자신의 주군인 갈턴 자작이 헬라 대모님의 이지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사용한 것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저주 인형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아르마다를 부른다는 소리에 튀농 훈작이 긴장했던 건, 마기가 깃든 저주 조각상 때문이 아니라 헬라 대모님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군께서는 조각상 그 자체를 걱정하시는 것 같지 않은가.’
그 조각상을 구해 온 것은 자신이 아니라 갈턴 자작이다. 그는 튀농 훈작이 모르는 루트를 통해 자주 조각상을 매입했고, 그것을 헬라 부인의 골방에 놓았다.
튀농 훈작은 목덜미가 땅겨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때 창문을 누군가 똑똑 두드렸다.
전서응이다.
전서구는 단거리지만 전서응은 멀리까지 보낼 수 있기에 먼 거리에서 교신할 때 주로 이용하는 새다.
그런데 전서응이 직접 튀농 훈작이 있는 곳으로 왔다는 건 그만큼 급한 시일을 다투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서신을 읽은 튀농 훈작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주, 주군.”
“왜. 자작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오라. 글쎄 베니오 케플러가.”
튀농 훈작의 머리가 헝클어졌다.
“자작성을 떠났다고 합니다.”
“떠났다고? 그냥?”
“예. 그리 적혀 있습니다.”
갈턴 자작이 황망한 표정으로 튀농 훈작을 쳐다봤다.
* * *
“제자님.”
“예, 스승님.”
“이리 떠나도 되는 겁니까?”
아르마다가 걸린다는 표정으로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웅장한 자작성이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베니오는 그런 스승을 보며 빙긋 웃었다.
“아쉬우십니까?”
“뻔히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 그냥 가야 한다니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스승님. 이대로 돌아간다고 하여 끝이 아니니 말입니다.”
아르마다가 갸웃했다.
“이미 떠나지 않았소?”
“맞습니다, 스승님. 하지만 떠났다 하여 끝이 난 건 아니란 말씀입니다.”
“흐음….”
아르마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제자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할머님은 완치되신 겁니까?”
“내 비록 태양신관이 아니라 치료술은 그들에 비해 못하다지만, 그 정도 상처를 치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오.”
헬라 부인은 깨끗하게 완치됐다. 아르마다 덕분이다. 베니오의 힐로는 완벽하게 치료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가 온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는.”
그때 부대원 중 경미하게 발목을 삐끗한 병사가 나와 그를 치료하겠다며 아르마다가 멀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루텐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루텐 경.”
“주군. 다 들었사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베니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루텐이 흐흐거리며 웃었다.
“볼리토 선생이 주군께 건의드리지 않았습니까. 맞지요?”
“그래서요?”
“에이! 갈턴 자작을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 속된 말로 똥줄을 타게 만드시려는 것이 아니십니까.”
루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베니오와 볼리토 선생 사이에 오가던 일을 자신이 알아챘다는 것이 적잖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루텐은 모사꾼 재질을 타고났다.
아마 제 일신의 번영을 위해 야망을 갖고 들어갔던 장미 기사단처럼, 눈치가 빠르고 머리 회전이 빨라 그런 모양이었다.
“돌아가는 즉시 루텐 경을 볼리토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여야겠소.”
“엑, 주군.”
“루텐 경의 그 정도 지모라면 제대로 군략을 배우는 것이 좋지 않겠소?”
“주구우우운.”
베니오의 말에 루텐이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루텐은 공부에는 쥐약이었다. 그가 글을 읽고 쓰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 년이 넘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균 6개월 걸릴 것을 1년이 걸릴 정도로 책상 앞에 앉는 게 그에겐 쥐약이었다.
“맞다는 말이오.”
루텐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았다. 베니오는 한 사흘은 자작성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 걸리는 족족 모두 베어 버릴 것처럼 흉흉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작성의 기사들을 상대로 대련이라는 명목하에 무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일부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정말 갈턴 가문을 결딴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언제 그렇냐는 듯, 도착한 오메가 부대를 데리고 자작성을 표홀하게 떠났다.
‘계산이 복잡해지겠지. 튀농이라는 모사꾼이 있다면 더더욱.’
지식의 저주라고 해야 할까. 아는 것이 많으면 괜히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도 걱정이 되는 법이다. 게다가 베니오의 이번 결정은 튀농 훈작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을 것이다.
베니오와 갈턴 가문의 관계를 고려하면, 베니오가 이번 일을 빌미로 삼아 갈턴 가문을 압박하고 수잔나 부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칼을 갈고 덤벼들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약점이 보이면 물어뜯는 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베니오는 그 자연의 섭리를 역행한 셈이다.
“참. 용병왕 프로이드는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
용병왕 프로이드.
그가 삼만이나 되는 광견 용병단과 움직이는 소문은 전 대륙에 파다하게 퍼졌다. 아무리 산개해서 전 대륙에서 모여드는 중이라고 해도 삼만이나 되는 수는 숨긴다고 하여 숨겨질 만한 덩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이끄는 것이 용병왕 프로이드다.
제국에서도 채 열도 없는 오러 마스터 중 한 명.
그가 움직이는 길에 모든 눈길이 쏠려 있기에, 거의 실시간으로 용병왕 프로이드에 대한 정보가 퍼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핑귀스 시.
베니오가 자신의 검대에 걸린 폭풍검을 힐끗 쳐다본 뒤 루텐에게 물었다.
“레길론 백작가를 지나쳤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루, 이틀 사이에 도착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손님맞이는?”
“볼리토 선생의 주도로 아주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주군.”
무려 삼만이나 되는 용병이다. 삼만이라면 핑귀스 시의 전체 인구보다도 두 배나 더 많은 인구다.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될 여러 가지 이익이나 방문객을 생각해 보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걸 볼리토 선생이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섭섭함이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아마 용병왕도 섭섭해하진 않을 겁니다, 주군.”
“그렇다면.”
베니오가 장난스레 웃었다.
“난 열심히 도망 다니면 되오?”
용병왕을 애가 닳게 만드는 것.
볼리토 선생이 베니오에게 요구한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루텐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주군.”
* * *
“이곳이 핑귀스 시인가?”
“예, 형님.”
벨토르가 핑귀스 시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 작은 마을이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도시로 승격됐다고 하여 기대감을 품고 있기는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케플러’의 대공자가 후계자 수업을 위해 맡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케플러 가문이라도 해도 인구 500에 불과한 작은 마을을 도시로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도시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도시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핑귀스 시는 제법 탄탄한 도시 같은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석조 성벽은 탄탄해 보였고 그곳을 지키는 병사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어가자. 따뜻한 물에 씻고 싶다.”
“예. 형님.”
용병왕 프로이드가 드디어 핑귀스 시에 입성했다는 소문은 빠르게 핑귀스 시 전체에 퍼졌다. 시 중앙에 위치한 고급여관에 짐을 푼 프로이드와 일백의 친위대가 주점에 모였다.
주점도 함께 운영하는 그곳의 규모는 이런 외지에서 볼 수 있는 곳치고는 컸다. 주점의 규모만 3층으로 한 번에 족히 삼백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토르.”
“예, 형님.”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는 어디에 있다고?”
아직 짐도 제대로 풀지 않았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베니오의 소재를 묻는 프로이드를 보며 벨토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쓰게 웃었다.
“이틀 전 봉신 가문인 갈턴 자작령에 있었으니. 형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이미 시청에 있을 겁니다.”
“그래? 그럼 한 잔만 하고 얼른 가자고.”
“형님.”
“씁. 잘 알고 있어. 우형이 똑똑히 기억해 뒀다니까. 사지는 멀쩡히 붙여 놓을 것, 아냐?”
프로이드가 이를 드러내며 킬킬거리고 웃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에 벨토르의 주름이 깊어졌다. 꼭 무언가 사고를 치기 전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기사가 주점에 나타났다. 기사가 나타나자 주점이 조용해졌다. 핑귀스 시는 출신에 따른 차별이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사란 존재는 일반 평민들에게 어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호오.”
프로이드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좁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