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38)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38화(238/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38)
폭풍검주의 전설 (3)
푸드득!
전서구가 루텐의 손에서 날아갔다. 루텐은 전서구의 발목에서 풀어 낸 서신을 펼친 뒤 빙긋 웃으며 그것을 베니오에게 가져갔다.
“주군.”
“볼리토 선생입니까?”
“예. 꽤나 곤란하신 모양입니다.”
베니오는 키득거리며 작게 접은 서신을 펼쳤다. 벌써 일주일째다. 일주일째 볼리토 선생은 안부를 묻는 척하며 얼른 돌아오라는 저의가 포함된 서신을 계속해서 보내오고 있었다.
티는 나지 않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도 볼리토 선생의 난감함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베니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용병왕. 참 물건이긴 하군요. 그 볼리토 선생을 이리 곤란케 할 수 있다니요.”
“그 표정을 봐야 하는데. 돌아가면 앰블란 경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루텐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볼리토 선생의 지략은 베니오를 감탄하게 할 정도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볼리토 선생이 베니오에게는 장자방이나 제갈공명 부럽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략이면 지략, 군략이면 군략, 거기에 내정이면 내정.
베니오가 핑귀스 시의 시장인 건 맞지만 볼리토 선생이 없었다면 행정 전체가 멈추어 설 테니, 핑귀스 시의 심장이 바로 볼리토 선생이었다.
“그래도 스승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용병왕의 망종이 조금은 줄어들 겁니다.”
“그렇겠지요. 아무리 용병왕이라고 해도 태양교를 무시할 순 없으니 말입니다.”
“아닐걸요?”
베니오는 쿡하고 웃었다. 루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설마. 주군께서는 용병왕이 아르마다 님을 귀찮게 할 거란 말씀이십니까?”
“볼리토 선생이 보낸 편지 내용을 떠올려 보세요, 경.”
용병왕은 마치 자신이 시위하고 있다는 듯 아예 그와 용병재상이 숙소를 시청 바로 옆으로 옮겼다.
근데 거기가 하필이면 핑귀스의 정보조직, 어몽어스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용병왕의 예리한 기감은 깅예르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깅예르가 잡혔다.
하필이면 용병왕에게 잡혔다는 사실에 깅예르는 살길을 포기했다. 하지만 용병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깅예르를 놓아주었고, 이 소식은 볼리토의 귀에도 들어갔다.
[주군. 아무래도 용병왕, 그자가 저를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이미 디아토를 통해 용병왕이 자신에 언급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볼리토다. 적이 되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사람으로 자신을 첫 번째로 꼽았다던가.
그 때문에 볼리토는 시청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용병왕이 일견 막무가내식으로 나가는 것 같아도 실은 넘지 않는 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시청을 찾아가는 건 그 선을 넘는 것이다.
어차피 볼리토는 퇴근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예 시청에 눌러앉았다. 그러자 기사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루텐 경. 긴장하셔야겠습니다.”
“예?”
“오러 마스터와의 대련은 엄청난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그 때문에 앰블란과 디아토가 매일 같이 용병왕에게 대련을 빙자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가끔 토니도 거기에 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회복 못 할 상처를 입은 기사는 없었다.
“집사님도 계시고, 스승님도 계시니까 그 얼마나 좋은 배움의 장입니까?”
루텐이 핼쑥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때 같았다면 부러워하겠으나, 지금은 저도 그에 못지않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베니오가 피식 웃었다. 루텐은 상급에 올라섰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해 실질적인 전력은 중상급에 머물고 있었다.
기사라는 것이 허울은 좋아 보여도, 대부분은 귀족 옆에서 분위기나 잡으며 서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실질적으로는 실전 경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오러 유저 시절에 얼마나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 놓느냐가 차후의 성장세를 가늠한다고 할 정도였던 것이다.
루텐이나 베니오의 기사는 그런 점에서 실전을 다른 동급의 기사들에 비해 많이 겪었다 할 수 있지만 베니오가 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도산검림의 무림에서 살다 온 베니오다.
그곳은 절정이건, 초절정이건, 화경이건 수시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이변이 일어난다.
절정이 초절정이나 화경을 꺾던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변.
그건 전체적인 싸움 횟수가 이곳의 기사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칼을 쥐고 시비를 거는 곳. 그곳이 바로 무림이다.
그러니 더 많은 고수가 탄생할 수밖에.
‘그에 비하면 여긴 평온하지.’
용병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신분제도는 중원의 그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 무림과 관의 상호불가침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실전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국경선에 배치된 제국군 소속의 기사를 제외한 일반 귀족가의 기사는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아프리콧의 성취도 많이 높아지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주군이 넘지 못할 벽이란 것도 확실히 깨달았구요.”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겁니다.”
루텐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아프리콧은 베니오가 오러에 걸맞도록 개량한 무공이다. 토니, 앰블란에 이어 루텐에게 어울릴 법한 무공으로 개량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검객의 성지이자 모든 검객은 검을 풀어야 하는 해검지(解劍池)가 있는 유일한 문파.
화산파!
그곳의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은 화산에 흐드러지게 피는 매화를 형상화하여 만든 검법으로, 매화검이 경지에 이르면 매화향이 흐르는 검향지경에 도달하게 된다.
그 매화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바로 아프리콧 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프리콧 검술. 루텐은 베니오가 펼친 매화검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검이란 것 자체가 그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기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루텐은 아프리콧을 밤낮없이 익혔다.
“휴가가 될 줄 알았는데.”
“휴가를 원하셨습니까?”
“들리셨습니까?”
태연스레 머리를 긁적이는 루텐의 모습에 베니오가 피식 웃었다. 지난 일주일간 루텐은 베니오에 의해 낮이건 밤이건, 심지어는 먹거나 자는 중에도 수시로 바닥을 굴러야 했다.
베니오가 미리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검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상시 검을 놓지 않는 훈련을 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긴 했지만, 기사로서 나름 험난한 방식으로 수련을 해 왔다 생각한 루텐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일주일의 시간도 베니오는 허투루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역시도 엄살이다.
아프리콧을 배운 루텐은 하루에 한 시간 잠자는 것도 아까워하면서 검을 익히는 데 몰두했다. 오죽하면 저러다 몸이 상할까 베니오가 기습하여 수혈을 누른 적도 있을 정도였다.
“이제 주군께는 검조차도 들이밀지 못하겠습니다.”
“좋은 거지요. 루텐 경이 그 정도라면 저를 지키시는 데도 조금 마음을 놓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 될 말이지요.”
베니오는 그런 루텐을 상대로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수련을 했다. 그러면서 적절히 마법과 법술, 정령술을 함께 수련하며 가진 기량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일주일이라지만, 충실한 일주일이었다.’
루텐에게도 언제든 자신을 기습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깊어졌다. 베니오가 자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진 것은 덤이다.
무엇보다 그 안에 자신이 가진 것을 되돌아보고, 그것들을 십 할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실전에 녹여 내려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량이 상승한 건 당연한 결과다.
“이제 쉽시다.”
“정말이십니까, 주군?”
“네. 쉬기도 해야죠. 당기기만 하면 끊어지지 않습니까.”
베니오 입에서 쉬자는 말이 나오자 루텐이 반색했다. 베니오는 그간 야지로만 돌았다. 그러면서 풍찬노숙을 일주일이나 한 건 당연한 노릇이다.
매일 기습을 당하는 루텐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하지만 그런 수련을 하기 위해서 인적이 드문 곳에 가야 한다는 베니오의 말에 동조했기에 속만 끓이고 있던 참이다.
“드디어!!!”
“따뜻한 물로 목욕도 하고, 배부르게 먹기도 하고. 그럽시다.”
“기다렸습니다, 주군!”
루텐이 싱글벙글 웃었다. 베니오는 그런 루텐을 보며 히죽 웃었다.
“시로 돌아갑시다.”
“예. 예???”
루텐이 배신당한 표정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한 말과 다르지 않으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아니었다.
“어디서 쉰다고는 안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근방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도 하고, 고기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핑귀스 시밖에 없잖습니까.”
“주군!”
“하하핫. 돌아갑시다. 돌아가요, 루텐 경.”
“휴, 휴가는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말에 훌쩍 뛰어오른 베니오의 뒤를 따라 묶어 놓은 말의 고삐를 풀며 루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 * *
“엇, 형님. 웬일로 여기 계십니까?”
“그냥. 기다리고 있는데.”
“누굴요?”
“도련님.”
프로이드는 강아지풀을 씹으며 성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한량 같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벨토르는 이마를 짚었다.
“시청은 이제 안 가시는 겁니까?”
“볼리토라는 샌님은 안 나오고. 어제 앰블란과 디아토는 동시에 상대했거든. 오늘은 못 일어날걸?”
“그래서 여기 계세요?”
“응. 아직도 못 잡은 게 있어서.”
프로이드가 재밌다는 듯 씩 웃었다. 그에게 핑귀스 시는 거대한 놀이터였다. 어떻게 된 곳이 파도, 파도 계속해서 흥미로운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케플러 가문이라 그런가, 아니면 대공자란 도련님이 대단한 건가?”
오러가 없지만 오러를 가진 기사에 필적하는 재밌는 기사에, 올곧지만 꺾이지 않는 투지를 가진 기사, 그리고 수준급의 잠행술과 미행술을 익힌 정보원까지.
자신에게 목줄을 채운 샌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르마다 님께는 안 찾아가십니까?”
“박살은 재미없어.”
싸움광인 프로이드지만 박살의 아르마다는 그도 몸서리를 쳤다. 태양심문관답지 않게 호전적인 게 마음에 들어 한 번 붙었는데, 도저히 싸움 방식이 맞지 않았다.
“내 도그파이트도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태양심문관은 그 이상이야. 너, 팔이나 다리 부러지고도 웃으면서 달려드는 사람 본 적 있어? 난 있다?”
신성력이 무서운 이유는 그래서다. 신의 힘으로 상처를 입건 말건 곧바로 치유하면서 달려들기 때문에 도망 다니느라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어 그 이후로는 신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양이나 잡으련다.”
“고양이요?”
“응. 있어. 고양이가.”
그러던 중 시청 쪽에서 재밌는 걸 하나 또 발견했다. 고양이였다. 하지만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마스터인 프로이드의 기감을 속일 정도로 은밀한 고양이였다.
그 이후로 고양이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한 번도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 마스터인 그를 속일 정도로 그 고양이는 비범했기 때문이다.
벨토르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쭈그려 앉아 있던 프로이드가 벌떡 일어났다.
“저깄다.”
“어디요?”
“저어기.”
프로이드가 손가락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을 가리켰다. 벨토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프로이드가 씹던 강아지풀을 퉤 하고 내고는 발을 굴렀다.
“나 간다.”
“혀, 형님!”
벨토르가 뒤늦게 불렀지만 프로이드는 이미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근처에서 그를 감시하던 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벨토르의 눈에 들어왔다.
“하아. 형님. 제발 사고만 치지 마십쇼.”
벨토르는 비단 프로이드가 아니더라도 바빴다. 광견 용병단의 용병재상인 그가 용병왕과 함께 이곳에 왔다는 소식에 핑귀스 시로 그들에게 의뢰를 넣고자 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병왕의 존재로 인해 불과 일주일 만에 핑귀스 시에 찾아오는 상단의 수만 50% 이상이 늘었다. 벨토르는 쓰게 웃었다.
“이거,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대공자가 챙겨 가는 거 아니야?”
이런 그림을 짠 사람의 얼굴이 벨토르는 가장 궁금했다. 볼리토라고 하는 카사케플러 출신의 행정관이라던데,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워낙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프로이드가 사라진 방향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