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3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39화(23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39)
폭풍검주의 전설 (4)
프로이드의 눈에 짙은 흥미가 서렸다. 그리고 그런 프로이드 앞에 손목을 틀어 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대공자시오?”
프로이드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냅다 그렇게 물었다. 대공자냐고. 그렇게 판단할 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씨익.
남자가 웃었다. 검 두 자루를 차고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 검은 검에 대해 꽤 잘 안다 자부하는 프로이드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명검이었다.
젊은 나이, 검 두 자루를 차고 다니고, 전력은 아니었다지만 자신의 전력을 너무나도 쉽게 흘려 낸 청년.
베니오가 프로이드를 보며 두 눈을 빛냈다.
‘강자다. 오랑주 공왕과 비견될 정도의 강자.’
지금껏 베니오가 본 기사 중 가장 강한 건 오랑주 공왕이었다. 황제의 첫 번째 검이라 불리는 철벽의 존슨 경도, 오랑주 공왕이 비하면 뒤처지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오랑주 공왕의 강함은 중원무림의 무슨 무슨 왕(王), 무슨 무슨 절(嵽), 무슨 무슨 마(魔)라 불리는 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 거대한 중원을 다 뒤져도 삼십 위 안에 드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눈앞의 용병왕이 오랑주 공왕과 비슷했다. 이 사실에 베니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종사.’
오랑주 공왕이나, 베니오가 본 오러 마스터, 그리고 중원의 거의 대다수의 화경에 들어선 무인들은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몇천 년 동안 전수되어 내려온 무공의 정수를 취한 이들이다.
물론 무공의 정수를 취하는 것도 보통의 오성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천재가 부던히 노력을 하였고, 그것이 수천 년간 축적되어 온 지식을 계승하면서 화경과 오러 마스터라는 전무후무한 초인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용병왕은 아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한 대종사다.’
용병은 그 누구에게도 검을 배우지 않는다. 그들이 배우는 건 실전이다. 살아남으면 강한 것이고, 죽으면 약한 것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살아남은 이들 중 최정점에 선 자가 바로 용병왕이다.
실전에서 체득한 것으로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경험이라는 살을 붙여 완성된 것이 용병왕이라는 무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용병왕이 개척한 그 길이, 수백, 수천 명이 기나긴 세월 동안 쌓아 놓은 지식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셈이니 어찌 보면 용병왕은 그 신분이 미천하지 않았더라면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그랜드 마스터, 현경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순간 베니오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랜드 마스터. 현경. 더 위의 경지에 도달한 위대한 무인을 보지 못하다니.’
천마대제.
중원을 피로 물들이고 베니오에게 있어선 불구지천의 대원수인 그가 바로 현경의 무인이었고, 천마대제는 천하적수가 없다는 현경에 올라 무림을 마교 천하로 통일했다.
어쩌면 눈앞의 용병왕이 그에 준하는 재능을 타고난 자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재능이 용병이라는 한계 때문에 빛을 전부 발하지 못했지만.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맞나 보오?”
“그쪽은 용병왕?”
“맞소. 프로이드라고 합니다.”
프로이드가 히죽하고 웃었다. 베니오는 그가 발산하는 투기에 살이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프로이드는 베니오를 보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베니오는 자신의 등 뒤에 몸을 숨긴 헤일리를 가렸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헤일리의 뒤를 덮치려던 용병왕을 발견하고 섬보를 전력으로 펼쳐 가까스로 용병왕의 검로를 빗겨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내 도시에서 내 사람을 공격하려 했겠다?”
“쥐새끼가 자꾸만 거슬려서. 몇 번이고 경고를 보냈으나 무시한 건 쥐새끼의 잘못이지. 주제를 모르는 쥐라면 잡는 것이 응당 옳은 법이고.”
프로이드가 앙증맞게 야옹하는 소리까지 냈다. 베니오는 작게 웃었다.
“본능이었다?”
“고양이가 쥐를 사냥하는 것과 같은 이치.”
“내 도시에서.”
“경고를 했다는데두.”
이 도시의 시장이며 동시에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인 베니오를 상대로도 프로이드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그때 디아토와 앰블란이 오메가 부대를 이끌고 나타나 성벽 주변을 포위했다.
“주군!”
“앰블란 경.”
으드득.
여기저기 얼굴이 시퍼렇게 부풀어 올라 있고, 붕대를 감고 있는 앰블란과 디아토의 모습은 가관이다. 붕대 사이로 혈흔까지 내비치는 것을 보니 프로이드가 소란을 벌인다는 소리에 급히 달려온 모양이다.
“용병왕!”
“앰블란 경. 일어났나?”
“주군 앞에서도 감히, 감히!!”
앰블란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베니오와 프로이드를 보면서 분노했다. 특히 성내 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기사로서 앰블란은 프로이드를 보며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였다.
마스터 급의 기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막을 사람은 같은 마스터 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베니오의 스승인 아르마다의 존재로 프로이드를 자제시킬 수는 있었으나 그것과 주군은 베니오 앞에서 프로이드가 투기를 드러내는 건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베니오가 손을 들어 그런 앰블란을 만류했다.
“괜찮습니다, 앰블란 경.”
“주군!”
“앰블란 경과 디아토가 많이 고생했다는 걸 알겠어요. 못난 저 때문에.”
“아, 아닙니다, 주군!!!”
앰블란과 디아토는 단순히 프로이드와 대련 경험을 쌓기 위해서 매일 같이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견뎌 낸 것이 아니다.
“용병왕은 야수 같은 자입니다, 주군.”
앰블란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그의 눈에 용병왕은 사람보다 짐승에 더 가까운 자다. 그것도 대단히 위험한 맹수다.
“피를 보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것을 터뜨릴 자입니다.”
용병왕은 피와 폭력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런 용병왕의 폭력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앰블란과 디아토는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졌다.
다른 이들보다는 그래도 오러를 다루는 자신들이 몸이 튼튼하니 용병왕에게 맞서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매일 같이 사선을 넘나든 것이다.
프로이드가 어울려 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앰블란과 디아토 입장에서는 아니다. 프로이드는 대련이란 것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용병 출신이다. 그렇기에 프로이드의 기준에서 대련이란 건 마스터가 아닌 자들에게는 사망의 위협이 난무하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내가?”
용병왕은 어깨를 으쓱했다. 앰블란의 말에 딱히 화가 난다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베니오는 부드럽게 웃었다.
“잘 알겠습니다, 앰블란 경.”
“저희가 곁에서 주군을 지키겠습니다.”
앰블란과 디아토가 베니오 뒤에 섰다.
“이거, 싸우려고 온 게 아닌데 참.”
프로이드가 만전의 태세를 취한 그들을 보면서 입으로는 곤란하다는 듯 말했지만 얼굴로는 싱글벙글 웃었다.
싸움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베니오는 그런 프로이드를 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 용병왕이 맞는 모양이군.”
“맞소. 내가 용병왕 프로이드요, 대공자.”
“프로이드.”
베니오의 두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베니오의 기세가 손바닥 뒤집듯 변하자 프로이드가 순간 움찔했다.
‘속도 뭔데?’
살기란 건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유형화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사람을 죽였거나, 그에 준하는 살심을 품지 않은 다음에야 쉬이 끌어올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베니오는 인자한 군주의 얼굴에서 한순간에 살기를 끌어올렸다.
“폐하로부터 알량한 인정을 받았다 하여 감히 역모를 꿈꾸는가!!!”
“…??????”
프로이드가 순간 삐끗했다. 베니오의 입에서 역모란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 배운 용병이라고 해도 역모란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프로이드다.
아모리아 황제에 대한 역모.
제아무리 프로이드가 오러 마스터라고 해도, 아니 오러 마스터의 할애비라고 해도 역모란 죄명 앞에서는 무사할 수 없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그게 아니라면!”
베니오가 손을 들어 성벽 아래를 가리켰다. 프로이드는 성벽 위에 있었기 때문에 아래 펼쳐진 핑귀스 시를 모두 조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얼굴들이 있었다.
병사나 용병들이 아니다.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핑귀스 시의 시민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프로이드가 멈칫하고 제자리에 섰다.
“어찌하여. 제국의 신민임을 자처해야 하는 용병왕이, 알량한 명성만을 믿고 폐하로부터 신성한 전권을 이양받은 제국의 귀족, 나 베니오 케플러의 도시에서 나를 대신하여 치안을 수호하는 기사를 무시했던 것이지?”
명분.
프로이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용병이라고는 하나 용병왕에까지 오른 프로이드는 결코 멍청하지 않다.
베니오가 운운하는 것이 명분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건 용병왕으로 오래 살아온 프로이드의 패착이다.
오만과 방만.
무려 아모리아 황제로부터 왕의 칭호를 하사받고, 자신을 따르는 수십만의 용병을 보며 강자의 권태에 빠진 사이 자신도 모르는 오만과 방만이 깃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 미친 새끼!’
더불어 눈앞의 베니오는 용병왕이라는 자신을 언제든 수틀리면 명분을 휘둘러 목을 잘라 버릴 미친놈이란 것도 깨달았다.
대다수의 귀족은 자신을 고까워하면서도 자신의 무력을 아쉬워하여 손을 내밀 생각만을 하지, 베니오처럼 역모를 운운하며 죽일까 말까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프로이드의 마음속에 방심을 불러일으켰다.
주르륵.
프로이드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베니오의 행동은 무려 용병왕으로 하여금 땀을 흘리게 만들었다.
제국 귀족이 손에 쥔 명분은 프로이드의 목을 쳐 낼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됐다.
일개 용병 따위가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가 다스리는 영지의 백성들을 핍박하고 있다는 명분이 생긴 셈이니, 베니오의 명분은 정확히 베니오가 바라는 대로 용병왕의 목숨을 쥐고 흔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게 아니오!”
“아닌가?”
“주군.”
베니오는 앰블란에게 물었다. 그리고 디아토를 쳐다봤다. 영지를 지키는 기사이자 베니오의 가신인 앰블란과 디아토의 몸에 피를 묻은 붕대가 둘러져 있었다.
“나는 내 기사에게 영지의 치안을 맡겼다. 그런데 누군가 내 기사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자는.”
베니오의 두 눈이 번뜩였다.
“감히 제국의 귀족이자 적법한 시장으로 핑귀스 시에 부임한 나, 베니오 케플러의 원활한 도시 경영에 해를 끼친 자다. 이는 곧 제국의 신하인 나를 건드린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오히려 앰블란이 당황했다. 프로이드가 괘씸하기는 했어도 반역까지 나올 정도로 일이 심각해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용병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이라면 그들의 왕을 지키기 위해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을 것이나 이건 반역이다. 반역에 연루되면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가족, 어쩌면 용병계 전체에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는 일이다.
“용병왕!!!!”
베니오가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이드는 베니오에게서 느껴지는 박력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대의 입으로 답하라. 그대는 제국의 신민인가, 아니면 반역자인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프로이드는 만만하게 봤던 대공자에게 완벽하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인정했다.
자신이 너무 오만했다는 것을 말이다.
용병.
쿵.
프로이드는 베니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내 머리를 조아리며 베니오 앞에 엎드렸다.
“당연히 제국의 신민입니다.”
프로이드가 무릎을 꿇자 용병들이 기겁했다. 아래서 지켜보고 있던 벨토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분노한다면 반역이었으니까.
베니오는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시민들은 경애하는 자신들이 시장이 돌아왔다는 말에, 그러나 그런 시장이 며칠간 시내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용병들의 왕과 대치한다는 말에 뛰어나왔던 이들의 베니오의 눈에 들어왔다.
베니오가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용병왕은 자신의 잘못을 고하고 뉘우쳤다. 그러니 더 이상은 용병의 방종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생업으로 돌아가 종사하라.”
와아아아!!!
벨토르는 시민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베니오와 그 뒤에 무릎을 꿇고 있는 프로이드를 보며 생각했다.
‘폭풍검주라고 하더니. 정말 폭풍을 몰고 다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