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4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40화(240/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40)
폭풍검주의 전설 (5)
“주군, 루텐 경은.”
“저 뒤에 있소.”
“루텐 경?”
“앰블란 경.”
앰블란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루텐을 바라봤다. 루텐은 그 시선을 느끼고는 멋쩍게 웃었다.
“내가 좀 남루하지요?”
“남루한 정도가 아니라….”
“흐흐흐. 경도 주군과 일주일만 같이 있어 보시오.”
베니오가 루텐을 힐끗 쳐다봤다. 루텐은 평소 깔끔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검댕이 묻어있는 것은 물론. 떡진 머리에는 풀잎이 묻어 있었고 갑옷은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휘어 있었다.
그게 전부 다 베니오의 혹독한 수련 덕분이다.
“그 덕에 얻은 것이 많지 않으십니까.”
“얻은 건 저보다는 주군 같습니다만.”
“에이. 꼭 주군과 그리 맞먹어야 속이 시원하시오?”
“끄응.”
베니오의 놀림에 루텐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특훈으로 인해 루텐은 오롯이 상급의 경지에 올랐다.
장미 기사단 중 상급에 오른 이는 그를 포함하여 딱 세 명이다. 그 외의 라이노, 노을, 벼락 기사단의 단장이 상급이니 루텐은 단장급의 실력에 도달한 것이다.
‘이스마일이나 마이어와 비교하면 그렇지만.’
케플러 가문의 기사 전력은 다른 삼대 공작가나 그에 준한다는 마이어 후작가에 비하면 약했다. 이스마일이나 마이어에서 기사단장이 되려면 최소 최상급 익스퍼트는 되어야만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케플러 공작령 내에 루텐과 견줄 수 있는 고수는 한 손에 꼽는다는 소리다.
“헤일리.”
“죄송해요, 주군.”
베니오가 뒤에서 소리 없이 따라오던 헤일리를 호출하자 그녀가 냉큼 무릎을 꿇었다. 베니오는 혀를 끌끌 차면서 헤일리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고작 상급이다. 그럼에도 넌 용병왕의 이목을 훌륭히 속인 것이다. 네가 그림자 중 으뜸이다, 헤일리.”
“주군.”
헤일리가 눈을 글썽였다. 혹시 호되게 혼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 모양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헤일리의 눈부신 성장과 재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용병왕.
무려 오러 마스터인 용병왕이 약 올라서 쫓아가다가 베니오를 만나 큰 실수를 범했을 만큼 그를 훌륭히 약 올렸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헤일리를 잡는 건 실패했으니, 고작 4개월 만에 묵운번천의 6성을 달성하고 상급에 오른 그녀가 묵운번천을 대성하면 어느 정도가 될지 기대가 될 지경이다.
‘도공보다 더 유명해질지도.’
도공은 사람이다. 하지만 헤일리는 밤의 일족이다. 묵운번천을 대성한 헤일리는 도공의 그 성취를 뛰어넘을 것이 자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베니오는 마스터조차도 속일 수 있는 완벽한 그림자를 얻게 되는 셈이다.
“이제 무공 수련과 함께 깅예르를 찾아가 그녀의 일을 돕거라.”
“일이라고 하시면.”
“정보.”
베니오가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제국의 모든 정보가 내 손에 들어오기를 원한단다.”
“예, 주군. 노력할게요.”
헤일리가 그 재능에 꽃을 피우고, 그물 출신인 버냉키와 세력을 규합하고 정보를 분류하는 능력이 탁월한 깅예르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미래다.
“어이쿠!!! 큐엔 이 녀석!”
파앗―!
[주인! 큐엔이다! 나 놀래!]그때 큐엔이 달려 나와 베니오의 다리에 폭 안겼다. 그 뒤에서 큐엔을 말리려던 페니와 새로운 남편인 기르단이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나와서는 허리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시장님.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이 녀석이 또.”
베니오는 큐엔의 머리를 슥 쓰다듬었다. 큐엔은 베니오를 보고 배시시 웃더니 화령에서 빠져나온 샐리를 보고는 함박웃음 지었다.
“와아아! 불똥이다!”
[난 불똥이가 아니야 꼬마야! 난 샐리라구!]샐리가 항변해도 베니오의 눈에만 보이고 귀에만 들릴 뿐, 큐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때 큐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똥이가 커졌어요, 시장님!”
“제법인데 큐엔? 그걸 알아채다니.”
[엣헴 엣헴. 나도 이제 어엿한 수호령이라구.]지난 일주일간 공간을 벼리고 폭풍검을 휘두르면서 익숙해진 건 정령 역시 마찬가지다. 빌리를 이용해 폭풍검의 폭풍을 다스리고, 샐리를 이용해 파괴력을 증폭하는 방법을 연구한 탓이다.
“바람이다!”
뽀르르!
작은 새 모양을 한 빌리도 튀어나와 날아다녔다. 큐엔이 샐리, 빌리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며 베니오가 빙긋 웃었다.
“걱정들 마시게. 그나저나 큐엔 동생은 언제쯤 볼 수 있지?”
페니와 기르단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발간 것이 터질 것만 같았다. 베니오가 하하, 웃으면서 시청을 향해 가는 동안 주변의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베니오에게 다가와 인사하고 선물을 건넸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시청 앞에서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던 필스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헌앙한 그의 모습에 베니오가 활짝 웃었다.
“이것 좀 들어 줘요.”
“예, 도련님.”
필스 집사와 하인들이 시민들의 선물을 건네받았다. 작은 과일부터 시작해 공들여 만든 티가 나는 손수건 등등. 베니오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려던 베니오가 멈춰 섰다. 필스 집사가 베니오의 어깨 너머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입니까? 손님입니까, 아니면 불청객입니까?”
용병왕 프로이드.
일행의 맨 뒤에서 풀 죽어서는 얌전히 따라오던 그가 필스 집사를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베니오는 빙긋 웃었다.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듣기는 했습니다.”
“앰블란 경과 디아토의 실력을 틈틈이 봐주었다고 하던데.”
필스 집사는 용병왕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련님께서 손님이라 하시면 들이고, 아니라면 내쫓겠습니다.”
프로이드가 필스 집사를 보고 받은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말했다.
“대공자. 부탁이 있어 핑귀스 시까지 왔습니다.”
용병왕의 태도가 많이 얌전해졌다. 베니오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보다 자신이 졌다는 것을 빠르게 납득하고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손님입니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베니오가 손님이라고 하자 필스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때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용병왕의 기척이 지척에서 느껴졌다.
“손님이라 하시었소?”
“싫습니까?”
“그 말 바꾸기 없기요.”
베니오에게 한 방 크게 먹었던 것이 어지간히도 신경 쓰인 모양이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반역도로 몰릴 뻔했기 때문이다.
치를 떠는 그에게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얌전히 있는다면.”
“끄응…. 마이어 후작도 나를 이렇게 대하지 못했거늘.”
얌전히 있으라니. 그건 용병왕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라 개구쟁이 꼬마나 말 안 듣는 애완견에게 할 말이었다.
하지만 용병왕은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한 가지만 먼저 묻겠소.”
“그러세요.”
“그 검. 폭풍검 스톰브링어요?”
용병왕의 두 눈이 이글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베니오는 그가 명검, 보검, 신검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에 피식 웃었다.
“맞아요.”
베니오도 용병왕에게 말을 높였다. 성벽 위에서는 용병왕의 자존심과 명성을 한 번에 짓밟아버렸지만 용병왕이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얼굴을 붉힐 필요 없으니 적당히 대우해 주는 것이 나았다.
“폭풍검을 다룰 수 있소?”
용병왕의 눈이 도전적으로 변했다. 베니오가 히죽 웃었다. 용병왕의 눈에 서린 탐욕을 본 것이다.
“글쎄. 그러는 용병왕, 당신은 다룰 수 있으시고?”
“검은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야 빛을 볼 수 있는 법이오!”
용병왕이 가슴을 쭉 폈다. 베니오보다는 자신이 폭풍검의 주인으로 걸맞다는 뜻이다.
“검이 주인을 선택한다는 걸 아실 텐데.”
“내 감이 말해 주고 있소. 아직 폭풍검은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폭풍검주의 전설 때문이다. 용병왕의 말이 꽤 정확했기에 베니오는 퍽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가 바람의 정령, 빌리와 계약을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못했다면 폭풍검의 폭풍에 오히려 베니오가 찢겨 나갔을 것이다.
신검과 마검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신검도 자격이 되지 않는 자가 쥐면 신검은 단칼에 자격이 없는 자를 죽인다. 마검만 사용자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용병왕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오러 마스터였으니까.
“폭풍검주가 오러 마스터였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그랬을 거요. 그러지 않았다면 이름 없는 신과 싸울 용기도 내지 못했을 터.”
“그 말. 오러 마스터가 아니면 용기 있는 자가 없다고 받아들여도 됩니까?”
“에이!!!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요. 용병왕인 내가!”
또 하마터면 베니오의 말에 말려들 뻔했다는 것을 눈치챈 용병왕이 억지를 부리며 베니오의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퍽 놀리는 맛이 있다고 생각한 베니오가 용병왕에게 말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결투를 신청하오, 대공자. 단, 목숨을 빼앗지 않는 결투를 말이오.”
“용병왕!!”
앰블란과 디아토가 나섰다. 루텐 역시 마찬가지다. 눈빛이 형형한 셋이 용병왕을 노려보았다.
“감히! 주군께 결투라니!”
“이기는 자가 폭풍검을 가집시다!”
용병왕은 세 기사의 흉흉한 기세를 무시했다. 베니오는 그런 용병왕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내 것인데? 내가 이긴다고 해서 그것은 보상이 되지 못하죠.”
“그럼 무엇을 원하시오!”
용병왕은 애가 달았다. 폭풍검은 용병왕이 지금껏 모아 온 그 모든 검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 한눈에 그것을 알아본 용병왕은 폭풍검을 가지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더 강한 검. 더 뛰어난 검.’
용병왕의 탐욕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그것을 느낀 베니오가 진하게 웃었다.
“내 수하가 되시오.”
“뭣?”
“지면 내 수하가 되란 말이오. 내 기사.”
앰블란과 디아토, 루텐까지 모두 놀랐다. 놀라지 않은 사람은 딱 하나, 필스 집사뿐이다. 필스 집사는 베니오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를 믿는다는 듯 미미한 미소만을 입가에 머금었다.
“크하하하하핫!!!”
잠시 얼이 빠졌던 용병왕이 대소를 터뜨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미소가 서렸다. 진정한 왕의 얼굴이었다.
“나를 이기겠다?”
“그대를 이긴다면 폭풍검의 진정한 주인이 나라는 뜻이겠지.”
웅웅웅웅!
폭풍검이 그 순간 몸을 떨었다. 베니오와 용병왕은 그것이 폭풍검의 시험이란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이기는 자에게 폭풍검주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애초에 나를 부르기 위해 폭풍검을 케플러 가문의 보고로부터 가지고 나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소?”
“그럼.”
“그때부터 나를 이길 수 있었다?”
“말해 무엇하오?”
용병왕의 두 눈이 번뜩였다. 동시에 가공할 만한 투기가 뭉클거리면서 흘러나왔다. 성벽에서 보인 모습은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용병왕의 기세가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받아들이겠소.”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뒤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벨토르가 고개를 툭 떨궜다.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용병은 자유로운 몸이다. 용병왕이 다른 이들을 구속하지 않았듯, 용병왕이 아니다 싶으면 떠나는 것을 용병왕은 막지 않았다.
그러나 용병왕은 매력적인 사내다. 용병재상이라 불릴 정도로 용병치고는 뛰어난 수완을 가진 벨토르가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떠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나, 용병왕 프로이드가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 베니오 케플러와의 결투에서 패배한다면 향후 그대의 기사가 되어 그대에게 충성을 바치겠소.”
“그럼 난 이 폭풍검을.”
베니오가 허리춤을 툭 쳐 보였다.
“그대에게 주지요. 내가 진다면 말이오.”
더 이상 말이 무엇이 필요할까. 베니오가 필스 집사에게 말했다.
“집사. 튀앙 산에 너른 공터를 알아봐 주세요. 내일 정오에, 그곳에서 용병왕과 결투를 벌이겠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을 모셔 주세요. 결투의 보증인으로.”
“예, 도련님.”
“고마워요, 집사.”
베니오가 싱긋 웃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믿어 주는 그가 고맙다는 뜻이다. 베니오가 용병왕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 정오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