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43)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43화(243/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43)
괴물은 있어야 (3)
깡― 깡― 깡―.
베니오는 자신의 가슴속 한 자루의 검을 벼리고 또 벼렸다. 계속해서 두드리고, 계속해서 날을 갈았다. 다른 검이었으면 진작에 부러지거나, 날을 세우다 못해 뭉툭하게 닳아 버렸을 테지만 베니오의 가슴 속에 자리한 한 자루의 검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우득.
그리고 베니오는 그 검으로 기어이 천마대제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차곡차곡, 제 몸을 깎아 먹는 시독을 몸속에 쌓아 그것을 물어뜯은 천마대제 놈의 목덜미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베니오의, 육항의 복수는 성공했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천마대제에게, 10년 동안 마교의 노예처럼, 개처럼 끌려다닌 한때의 신동, 태룡(怠龍) 육항이 유일하게 천마대제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셈이다.
그렇게 베니오는, 육항은 절대로 꺾이지 않는 검을 한 자루 자신의 속에 세웠다.
그리고 그것이 곧 베니오란, 육항이란 인간의 표상이다.
부러지지 않는 검, 꺾이지 않는 검, 무뎌지지 않는 검.
그래서 결국.
“이겨 내는 검.”
베니오는 손을 뻗어 검신을 쓰다듬었다. 검(劍)이다. 그러나 이 검은 그저 쥐고 휘두를 때만 쓰는 그런 일반적인 검이 아니었다.
“결국, 이루고 마는 검.”
베니오의 무공, 베니오의 마법, 베니오의 법술, 베니오의 정령.
그 모든 곳을 한 곳에 그러모아 꺾이지 않은 의지로 벼려내어 만들어 낸 검을 마주한 베니오는 부드럽게 웃었다.
자신이다.
이 검은 곧 베니오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검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베니오는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그 검을 손에 쥐었다.
“그게 나란 사람이로구나.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았던, 기어코 천마대제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나.”
반개했던 베니오의 두 눈이 감겼다. 그와 동시에 베니오의 머릿속으로 구양신공의 구결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베니오는 무아지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구양신공의 구절을 외웠고, 그에 따라 공력을 움직였다.
우두둑, 우두둑.
쩌적, 쩌저적!
몸속의 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고, 피부가 찢어지며 그 안에서 새로운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골탈태.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베니오의 머리 위로 희뿌연 안개가 어리더니 그것이 곧 세 송이의 꽃이 되며 피어났고, 향긋한 꽃내음이 퍼지는 듯한 착각과 동시에 베니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고오오오!
콰득, 콰드득!
쩌저적!
베니오를 중심으로 거대한 오러의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베니오를 폭풍이 감싸 안았다.
그 속에서 베니오의 몸은 연신 뿌득거리는 소리와 피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베니오에게서 마력과 신성력, 정령력이 동시에 일어났다.
화르륵!!
융합마법인 화염체의 불길이 베니오의 전신을 뒤덮었다. 가슴팍까지 오던 불길이 전신을 뒤덮었고, 불길의 끝자락이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백염.
그리고 그 백염을 베니오의 머리 위에서 피어난 헤일로가 덮었다.
세 개, 네 개, 다섯 개.
베니오 머리 위에 빛나는 헤일로의 수가 다섯 개로 늘어났고 베니오를 중심으로 샐리와 빌리가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주인! 주인!! 나, 나 힘이 넘쳐!]째재잭!
샐리와 빌리의 색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베니오가 깨달음을 얻으며 두 정령에게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경지가 상승한다는 건 곧 그 영혼 자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그 때문에 정령사와 영혼으로 계약한 두 정령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샐리의 꼬리가 세 개, 네 개로 늘어나더니 다섯 개까지 늘어났다. 오미호(五尾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빌리는 참새만 한 크기에서 비둘기만 한 크기까지 커졌는데, 머리 위로 상서로운 빛을 뿜어내는 깃털 두 개가 솟아났다.
그리고.
굳게 감겼던 베니오의 눈이 떠졌다.
맨 먼저 베니오가 놀란 건 주변이 어두워졌다는 것이었다.
하늘에 달과 별이 보였고, 어둠이 사방에 내려앉아 있었다.
‘분명 낮이었는데.’
용병왕과 결투를 벌이기로 하고 만난 건 해가 중천에 뜬 정오다. 그런데 밤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근.
“이건.”
베니오는 박동하는 심장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렸다. 베니오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무아지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심상을 이제는 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 한 자루 검이 있었다.
“자아(自我).”
자신.
이겨 내는 검.
베니오는 심상 안에 오롯이 서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심중에 스스로가 섰다는 것은 한 가지를 뜻한다.
“화경.”
초인의 경지라 불리는 화경. 그 절대의 경지에 자신이 도달했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나를 비로소 세웠다.”
오랑주 공왕이 아니었다면, 용병왕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그들의 검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도달하는 데 얼마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비로소 이 경지에 도달하고 나자 왜 그리 많은 이들이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비로소 깨닫고, 그것을 심중에 세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눈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베니오가 겪은 것처럼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벽을 넘는 순간.’
베니오는 어째서 무림이나, 이곳에서나 화경, 혹은 오러 마스터라 부르는 이들을 초인이라 부르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개벽이다.
베니오의 눈에는 그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이 시야가 화경이나 오러 마스터가 보는 세상이다.
찌릿.
그때 허리춤에서 찌릿거리는 느낌이 왔다. 폭풍검이다. 베니오는 폭풍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제 주인으로 인정해 주겠다?”
찌릿, 찌릿.
베니오를 감싸고 있던 폭풍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폭풍검은 이제 순한 양처럼 베니오의 뜻에 따랐다. 그러나 베니오는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이놈을 제대로 다루기는 무리군.’
폭풍검주.
그 전설 속 이름 없는 신을 추락시킨 원래의 폭풍검주는 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었던 것일까.
베니오는 화경에 도달한 지금의 수준으로도 폭풍검의 힘을 100% 끌어낼 수 있다. 자신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폭풍검의 전설은 진짜였다.
“꿩 대신 닭.”
화경에 오르고도 닭 취급을 받게 되다니. 폭풍검의 인정은 마음 깊이 베니오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베니오보다 더 나은 놈도 없으니 옜다, 네가 써라 하고 허락해 주는 것과 비슷했다.
실소가 흘러나오는 건 당연하다.
“거기, 대공자님. 정신 차렸으면 그만 나오시죠?”
베니오의 상념을 일깨우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었다. 용병왕이다. 베니오는 수염 자국이 덥수룩하게 올라온 용병왕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수염이 그렇게 빨리 자랍니까?”
“하아. 대공자님. 그걸 말이라고. 대공자님이 지금 며칠째 그 자리에 앉아 계신 줄 압니까?”
“며칠이요?”
베니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닷샙니다. 닷새.”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 * *
“주구우우우운! 헉?”
“주군?”
“주, 주군이신데. 뭔가 달라지신 것 같은.”
베니오가 저택에 돌아왔다는 소식에 루텐과 앰블란, 디아토가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는 달려왔다.
하지만 베니오를 보고 다들 흠칫거리며 놀랐는데, 그건 베니오가 환골탈태를 하면서 일어난 변화 때문이다.
피부는 웬만한 갓난아이보다 매끄럽고 윤기가 흘렀고, 머리는 비단결처럼 고왔으며 신체가 무공을 펼치는 데 이상적인 모습으로 재구성이 된 터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목구비는 비슷했지만, 그마저도 미묘하게 균형이 달라지면서 사람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으니 그 셋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니 경들! 그게 무슨! 우리 도련님은 원래 저리 훤칠하시고 잘생기셨는데요! 도련님!”
토니가 세 기사의 틈을 파고들면서 베니오를 환영했다. 베니오는 그런 기사들과 토니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호들갑들은. 핑귀스 시는요? 뭔 일 없죠?”
“안으로 드셔서 볼리토 선생께 이야기를 들으시지요, 주군.”
눈치 빠른 루텐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려다가 뒤를 보고 말했다.
“프로이드 경.”
“예, 주군.”
루텐과 앰블란, 디아토의 눈이 커졌다. 베니오의 호출에 용병왕이 서슴없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베니오는 용병왕을 프로이드 경이라고 불렀다. 경이란 호칭은 서임 받은 기사에게만 붙이는 호칭이다.
즉, 용병왕이 베니오의 기사가 되었다는 소리다.
“주군! 설마!”
“맞아.”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용병왕, 아니 프로이드 경은 약속대로 내 기사가 되어 주시기로 하셨지.”
“오, 오오오!”
“역시!”
프로이드, 용병왕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가슴팍을 탕 두드렸다.
“잘들 부탁하지.”
프로이드는 이미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서서 베니오 곁에서 무려 닷새 동안 호법을 섰다. 그런 그의 태도에 혹시나 하고 있던 베니오의 기사들은 설마가 역시가 되자 기뻐하며 용병왕과 악수를 했다.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때는 그렇게 꺼려지던 프로이드 경인데.”
“같은 편이 되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든든합니다.”
용병왕의 무서움을 몸소 겪었던 앰블란과 디아토의 반응이 더욱 극적이었다. 하지만 루텐은 용병왕이 아니라 베니오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프로이드 경이 주군의 기사가 되었다는 말은 사실입니까, 주군?”
루텐의 말에 앰블란과 디아토, 토니도 정신을 차리고는 베니오를 쳐다봤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베니오는 화령을 꺼내서는 그곳에 구양신공의 공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화아아악!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광명이 비추는 것처럼 오러 블레이드가 화령의 날을 따라 맹렬히 일어났다.
오러의 극한, 오러 블레이드를 본 기사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모든 기사의 꿈이 베니오의 손에서 넘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루텐이었다.
“감축드립니다, 주군!!!”
“역시 주군이십니다!”
“주구우우운!”
오러 마스터.
그 지고한 경지에 자신들의 주군이 올랐다는 것에 기사들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러자 토니가 옆에서 손뼉을 딱 치면서 말했다.
“그럼 도련님께서는 오러 마스터를 두 명이나 확보하신 셈이시네요!? 도련님에 프로이드 경까지요!”
베니오의 입가에 서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 *
베니오는 곧장 시장실로 향했다. 그곳에 볼리토 선생이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오가 들어오자 볼리토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손을 앞에 모으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축드리옵니다, 주군.”
“고맙습니다, 선생.”
“뒤에 계신 분이 그분이시군요. 저를 보고 싶어 하셨다는.”
용병왕의 모습에 볼리토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용병왕은 그런 볼리토를 보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제 같은 편이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예. 그래서 함께 뵙자고 말씀드린 겁니다.”
용병왕은 자신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는 볼리토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베니오가 자신의 자리에 앉자 볼리토가 베니오에게 그간에 일어난 일을 요약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군요.”
“예, 주군. 핑귀스 시의 발전도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사옵니다.”
“헬라 부인은요?”
“깅예르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간략하게 상황을 보고한 볼리토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용병왕을 쳐다봤다.
“프로이드 경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게요?”
“예.”
볼리토는 용병왕에게 말했다.
“수잔나 부인의 사주를 받고 주군을 해하기 위해 이곳에 오신 것, 맞으십니까?”
웃던 용병왕의 표정이 딱하고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