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4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44화(24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44)
괴물은 있어야 (4)
휙, 휙, 휙!
루텐과 앰블란, 디아토의 고개가 차례대로 프로이드에게로 향했다. 볼리토가 그런 프로이드를 보면서 씩 웃었다. 볼리토가 이렇듯 직접적으로 물어 올 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프로이드는 굳은 얼굴 근육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한 방 먹었다.
슥.
프로이드가 새로운 주군이 된 베니오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그러나 베니오는 딱히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베니오는 입가에 미미한 웃음을 매달고 있었다.
‘과연, 이런 건가.’
계모가 무려 용병왕을 보내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베니오는 놀라지 않았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예상보다 케플러 가문 내에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암수가 치밀하게 오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새롭게 누군가의 기사라는 어색한 자리에 올랐는데, 그곳이 하필이면 삼대 공작가이며 치열한 후계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니.
그게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프로이드 경. 볼리토 선생의 말이 사실입니까?”
기사 중 대표로 가장 선임인 루텐이 프로이드에게 물었다. 프로이드는 표정을 바꾸고는 태연히 볼을 긁적였다.
“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예?”
“비록 지금은 주군에게 패배하여 주군의 기사가 되었다고는 하나.”
프로이드의 눈이 살짝 호선을 그렸다.
“저의 뿌리가 용병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터. 용병의 제1 원칙은 의뢰인에 대해 밝히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다른 답변이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다. 프로이드의 답변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단 말입니까!”
루텐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앰블란은 분노했다.
“아무리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라도 그렇지! 어미 되는 자가. 어찌하여 아들을, 그것도 가문의 후계자를!”
앰블란의 노호성이 실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열을 내는 건 세 기사뿐이었다.
베니오도, 볼리토도, 프로이드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주군. 주군은 화도 나지 않으십니까?”
앰블란이 태연하기만 한 베니오에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베니오는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예, 주군. 어찌 그리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듣고 계실 수 있으십니까?”
“음. 앰블란 경.”
베니오는 열을 내는 자신의 가신과 눈을 한 번씩 마주치고는 말했다.
“그런 분이신 줄 모르셨습니까?”
“…예?”
“귀족가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는 걸 모르셨냐 하는 말입니다.”
후계 구도를 놓고 벌이는 골육상쟁.
이건 비단 케플러 가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모든 귀족가와 왕가, 황가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그런 피바람이 불어 나라 전체가 휘청인 국가가 한둘이 아니지 않던가.
‘사람의 욕망은 다 비슷한 법이니까. 중원 역시 마찬가지고.’
어차피 놀랄 이유가 없다. 수잔나 부인과 갈턴 자작이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도 그들이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예상한 일입니다.”
“아, 알고 계셨단 말씀이십니까? 볼리토 선생!”
앰블란이 볼리토를 쳐다봤다. 볼리토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찌하여! 용병왕과 그 용병단을 핑귀스 시에 들이신 것입니까? 혹여 주군께서 잘못되기라도 하셨다면!!”
주군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사다웠다. 볼리토에게 따지는 앰블란에게서는 만약 베니오가 잘못되었더라면 볼리토 너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살벌한 기세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기 때문에 베니오가 나서야만 했다.
“나를 위해서였습니다, 앰블란 경.”
“주군?”
“이 폭풍검을 제가 그냥 가져왔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프로이드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폭풍검. 확실히 프로이드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움직였던 건 폭풍검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였다.
명검, 보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 몹쓸 버릇이 도졌기 때문이다.
“그럼 어째서 이리 위험한….”
“용병왕을 얻고, 이 소모전만 이뤄지는 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지요.”
“허, 허허헛.”
프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베니오와 볼리토의 얼굴을 보자 애초에 저들은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폭풍검을 이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손바닥 위에 있었어. 그랬던 것이었군.’
프로이드는 자신이 베니오외 볼리토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체스판의 말이었다는 것에 감탄했다.
“조, 종지부라니요!”
“무려 용병왕 아닙니까. 오러 마스터인 용병왕. 그런 용병왕을 내 기사로 만들 수 있다면 수잔나 부인이나 갈턴 자작이 제 앞에서 감히 고개라도 들 수 있을까요?”
베니오는 단언했다. 용병왕을 얻는 것. 그것이 곧 이 지루한 후계자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합당한 추론이다.
오러 마스터.
황제의 친위대인 로열나이트에 셋, 그리고 아모리아 제국의 일선 장군 둘.
제국 최고의 기사 가문이라는 마이어 후작가에도 고작 하나가 있는 것이 바로 오러 마스터다. 하나라도 있기만 해도 거의 사병 일천, 일만을 보유하는 것과 맞먹는 걸어 다니는 인간 병기가 바로 오러 마스터인 것이다.
무력의 불균형.
갈턴 자작과 수잔나 부인이 케플러 가문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베니오의 몇십 배를 넘어간다.
아무리 베니오가 로쉐 축제 등을 통해 이름을 날렸고, 발모수를 개발하여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해도 수십 년간 그들이 쌓아 올린 아성을 단숨에 따라잡는 건 무리다.
세력이란 건 한순간에 딱 결집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기에 베니오가 단기간에 아무리 많은 것을 보여 주었어도 세월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오러 마스터의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 그들이 쌓아 올린 세월은 무용지물이 된다.
압도적인 무력이 가져오는 불균형 앞에서는 아무리 갈턴 자작과 수잔나 부인이 쌓아 온 것이 금자탑이라고 해도 오러 마스터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랜다.
“이쪽에도 괴물이 있어야죠. 세월을 무로 되돌려야 하니까.”
“험, 험 괴물이라니요, 주군.”
멋쩍은 듯 프로이드가 헛기침을 했지만 베니오의 말대로다.
베니오와 적이 되는 순간 오러 마스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베니오의 편을 들지 않은 갈턴 자작의 세력에게 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 만약 주군께서 용병왕에게 패배하셨더라면.”
“폭풍검을 주고, 제가 잠시 고용하려고 했습니다.”
“포, 폭풍검을 의뢰비로 주실 생각이셨다는 뜻이옵니까?”
루텐이 두 눈을 부릅떴다. 프로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베니오의 배포와 볼리토의 번뜩임에 연신 감탄했다.
“확실히. 주군께서 폭풍검을 의뢰비로 내미셨다면 저는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영구적이진 않으나 일시적으로 오러 마스터를 고용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지지부진한 다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쪽으로 일이 풀렸네요. 아무래도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려나 봅니다.”
베니오의 말에 볼리토가 빙긋 웃었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뜻이다. 프로이드가 이마를 긁적였다.
“제가 체스말이었다니. 본래라면 이런 판을 짠 이를 찾아 반드시 죽였겠으나.”
볼리토가 흠칫했다. 프로이드는 농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프로이드가 볼리토를 보면서 싱긋 웃고 있었다.
“결과가 좋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주군.”
프로이드의 태도 변화는 본받을 만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왕 소리를 들으며 모든 용병의 정점으로 군림했던 프로이드가,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하고 주군, 주군 거리는 것을 보니 감정이 묘했기 때문이다.
“자. 앞으로 차차 이런 식의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면 여기 계신 분들과는 반드시 공유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베니오가 친히 기사들을 달래니, 위험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던 이들도 진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분위기가 일단락되자 볼리토가 슬쩍 나섰다.
“주군. 주군께 공작 각하의 이름으로 서신 한 통이 도착하였습니다.”
“서신?”
“공식 명령장이옵니다.”
베니오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볼리토를 쳐다봤다. 그러자 볼리토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 각하께서 주군을 공작 대리로 임명하신다는 명령장이옵니다.”
케플러 가문의 공작 대리.
왕국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한 가문의 권력이 일정 기간 온전히 베니오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소리다.
베니오가 탕하고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내려쳤다.
“이제 시작이군요.”
“그렇사옵니다, 주군.”
베니오와 볼리토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볼리토가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이 순간부터가 중요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서 주군의 대업을 위해 필히 완수하셔야 하는 임무를 지금부터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형님! 이제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
용병재상, 벨토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오른 용병들 수십이 벨토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벨토르는 어깨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후우.”
꿀꺽꿀꺽.
벨토르는 한 번에 자신의 얼굴만 한 잔에 담긴 미지근한 맥주를 쭉 마셨다. 여관 하나의 주점을 전부 차지한 그들은 벌써 맥주를 커다란 오크 통으로 열 통째 비우고 있었다.
다들 답답하기 때문이다.
탕!
“나도 모르지.”
“형님도 모르시는 게 있으시군요.”
벨토르는 입가를 슥 닦으며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더냐?”
“그럼요. 형님이 계셨기 때문에 우리 대장님이 용병왕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렇긴 하지.”
용병왕 프로이드의 신화는 용병재상인 그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다. 사람을 다독이고 보살필 줄 아는 그가 안살림을 돌봤기 때문에 프로이드가 마음껏 제 재주를 뽐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벨토르가 없었다면 단순하고 싸우기 좋아하는 프로이드는 꽤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프로이드가 용병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아니지.’
그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오르게 될 용병왕의 자리, 조금 더 빠르게 올랐을 뿐이다. 무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용병왕의 자리에 프로이드 외에 어울리는 용병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용병왕이, 그들의 대장이, 벨토르의 형이, 기사가 되었다.
그 충격적인 소식에 용병들은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끼익.
“어후. 홀애비 냄새. 어이. 동생아. 왜 칙칙하게 남자랑 술을 먹고 있나?”
그때 펍의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벨토르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그곳에 멀끔한 기사 제복을 입은 프로이드가 벨토르를 보면서 씩 웃고 있었다.
“형님!”
“대장!”
우르르!
벨토르는 물론, 자신들의 대장을 본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프로이드는 몰려드는 이들을 보면서 기겁했다.
“으악! 저리 가! 깨끗하게 씻고 오니까 알겠다. 너희, 쉰내 난다!”
“으헝헝헝. 대장!”
“대장이 우리 버리고 가는 줄 알았소!”
“으허헝!”
남정네들이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프로이드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그러자 프로이드가 히죽 웃었다.
“버리긴 누가, 누굴?”
“대장님이요. 기사가 되셨으니 우리를 보기나 하실까.”
“그래서 말인데.”
프로이드가 벨토르를 비롯한 용병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너희, 일 하나 할 생각 없냐?”
“일이요?”
“정확히는 여기 시장님이 주시는 일이지. 내 주군이.”
용병왕이 누군가를 서슴없이 주군으로 부른다는 것에 용병들이 입을 쩍 벌렸다. 용병왕이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치 빠른 벨토르는 깨달았다.
“설마 형님. 정말 지신 겁니까? 져 주신 것이 아니라?”
벨토르의 말에 프로이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져 주는 걸 본 적 있어?”
“그럼. 베니오 대공자는 오러 마스터인 것입니까?”
벨토르의 말에 용병 중 누군가가 크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건 역사가 뒤바뀌는 일이다. 그걸 증언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용병왕이라면 더더욱.
“그 괴물 같은 주군이 나와 결투 중에 오러 마스터에 오르더라. 폭풍검의 인정도 받았고.”
“오러 마스터, 폭풍검주?”
“우오오오! 전설 속 주인공이잖아?”
프로이드가 웅성거리는 용병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충격에 빠졌던 벨토르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프로이드에게 물었다.
“저희에게 무슨 일을 시키실 생각이십니까?”
“간단해.”
프로이드가 벨토르에게 말했다.
“지금 너희가 들은 거. 그거 소문 좀 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