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46)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46화(246/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46)
공작대리 납시오 (1)
모인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갈턴 자작 역시 마찬가지다. 문을 깨부수고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베, 베니오 케플러.”
“베니오 케플러?”
베니오의 눈썹이 휘었다. 하지만 움직인 건 베니오가 아니었다.
촤앙―!!!
“주군. 명만 내려 주시지요.”
용병왕. 케플러 공작가의 기사 정복을 입은 그의 손에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다.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놀라움은 배가 됐다.
그리고 그런 용병왕의 얼굴을 알아본 이가 있었다.
“요, 용병왕!”
“프로이드?”
케플러 공작가는 상인 가문이다. 그렇기에 그에 속한 이들도 상재에 밝고 상단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용병왕의 인상착의는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 없다. 용병왕이 베니오를 위해 검을 뽑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그게 사실이라고?”
“아니, 어떻게 용병왕이.”
용병왕은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베니오가 쿡하고 웃었다.
“인기인이군요, 프로이드 경.”
베니오의 말에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베니오는 입을 조개처럼 딱 다문 이들의 사이를 걸어 가장 상석에 갈턴이 앉은 곳까지 걸어갔다.
“갈턴 자작님?”
“대공자.”
“예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이리 많은 분이 모이신 것을 보니 틀림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갈턴 자작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베니오가 카사케플러에 들어와 있었다니. 전혀 들은 바가 없는 사실이다.
계획대로라면 베니오는 이곳에서의 모의가 끝난 다음에 카사케플러에 입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베니오가 이 자리에 나타남으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건.”
“그저 친목을 위해서였을 뿐이다. 뭐, 그런 거짓은 늘어놓으시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아니란 건 한 명만 붙잡아 놓고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요.”
갈턴의 입에서 쓴맛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베니오가 짜 놓은 판이다. 거기에 걸려든 이상 칼자루는 베니오의 손에 들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 말이 없소이다.”
“갈턴 자작!”
“저, 저자가!!!”
갈턴 자작이 할 수 있는 건 묵비권 행사뿐이다. 여기서 더 무슨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그건 임기응변에 지날 수 없다.
자칫하면 가문 전체가 똥물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준비도 안 된 허술한 임기응변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입을 다무는 것이 더 능사다.
갈턴 자작에게는 수잔나 부인이라는 구명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이들이다.
“대공자!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 대공자!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대공자!”
살아날 구명줄이 명확한 이들은 팔신가 정도뿐이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은 케플러 공작이 기침 한 번만 해도 당장 모든 것을 잃고 내쫓길 수도 있는 이들뿐이다.
평민들에게나 그들의 귀족인 것이지 대귀족인 케플러 가문 앞에서 그들은 그저 바람이 불면 꺼지는 힘 없는 촛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베니오 앞에 앞다투어 달려왔다. 그것을 보는 갈턴 자작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베니오는 앞다투어 자신 앞에 달려오는 귀족들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거기는, 저와 볼일 없으시고요?”
베니오는 갈턴 자작과 다른 팔신가의 귀족들과 눈을 하나씩 맞췄다. 그런 베니오와 눈을 제대로 맞추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 괜히 칙칙한 곳에 있지 마시고. 제 저택으로 가시죠, 여러분들.”
베니오가 앞장섰다. 그러자 귀족들이 말 잘 듣는 개처럼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며 베니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병왕이 자리에 남은 이들을 눈에 담겠다는 듯 슥 둘러보고는 사라졌다. 그의 시선에 바짝 굳어 있었던 갈턴의 입에서 비로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베니오와 귀족들의 우르르 빠져나간 저택은 을씨년스러웠다. 그곳에 남은 갈턴 자작과 게쉥, 짐자크와 쉬베르 가문의 귀족들만 남았다.
털썩, 털썩.
그중 몇은 다리가 풀린 것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또 다른 몇은 아직 눈빛이 죽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갈턴 자작이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짐자크 가문의 가주인 글레이오가 갈턴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들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는 것을 모를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들 하시고요.”
갈턴은 냉정을 되찾았다. 아니, 적어도 겉으로는 그런 것처럼 보였다. 갈턴이 자신의 부름에 호응한 팔신가의 귀족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저 어린놈이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행동반경과 발언권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우리, 팔신갑니다. 당장 우리가 없이는 공작대리라고 해도 가문을 운영할 수 없어요.”
“그, 그럴까요?”
“수잔나 부인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이 모여서 작당한 것은 거의 반역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의다. 케플러 공작이 정식 경쟁을 통해 대공자로 임명한 베니오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갈턴은 틈을 노리는 것처럼 동요를 가라앉혔다.
“그럼 수잔나 부인만 믿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갈턴 자작?”
베니오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용병왕의 등장이 그들에게 머리가 뒤흔들리는 것 같은 거대한 충격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오러 마스터.
지금껏 수많은 황가와 왕가, 저명한 귀족가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 누구의 밑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용병왕이다.
용병왕을 수하로 들인다는 것은 곧 그에게 매료되어 그를 따르는 삼만이나 되는 광견 용병단을 얻게 된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용병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먹을 것, 입을 것, 녹봉을 지급하지 않아도 언제든 의뢰금만 있다면 소집할 수 있는 전투 병력을 수십만이나 운용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셈이다.
그것도, 무려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가.
아직 케플러 가문의 자금을 융통할 권한은 없다고 하나 베니오가 발모수와 밤의 귀족, 꽃의 귀부인으로 말 그대로 전 대륙에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베니오에게 제대로 걸렸다.
그러니 다시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손을 내밉시다.”
“예? 이제서요?”
“굴욕은 잠깐입니다. 영광은 영원할 것이고. 그러니 지금의 수치를 참읍시다.”
갈턴의 말에 팔신가 귀족들이 고개를 푹 떨궜다. 그러나 그의 말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파투냅시다. 배웅은 못 할 것 같으니 살펴들 가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갈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귀족들 앞에서 베니오에게 고개를 숙여야 된다고 말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냉정함이 아니라 당혹감과 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
“집사!!!”
무언가 결단을 내린 갈턴 자작이 급히 집사를 찾았다.
* * *
갈턴 자작의 저택은 무척이나 부산했다.
갑작스럽게 모인 모임이 파한 다음에도, 그리고 나서 대책 마련을 위해 남았던 팔신가 귀족들이 모두 떠난 다음에도 갈턴 자작의 저택은 부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인은 부산스럽게 무언가를 날랐고, 집사는 그사이를 다니며 무언가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그리고 갈턴 자작이 먼 여정을 떠나는 듯한 차림새로 저택에서 나왔다.
“준비는?”
“필요한 것들은 급히 챙기고 있으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어렵다는 말에 갈턴은 손을 들어 집사의 뺨을 날렸다.
짜악―!!
털썩!
갈턴은 쓰러진 집사의 머리통에 발을 올려 놓고는 으르렁거렸다.
“무조건 해내. 그거 못하면 네 모가지를 이곳에 걸어놓고 떠날 생각이니까.”
“주, 주인님.”
“하나도 빠지는 것이 있어서는 안 돼.”
갈턴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야반도주다. 그는 다른 귀족들에게 무슨 묘수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해 놨지만 사실은 그런 것 따위, 있을 리 없다.
애초에 자신이 준비한 판을 베니오가 깨부수고 들어온 순간, 그리고 그런 베니오 곁에 용병왕이 있는 것을 본 순간 갈턴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길 수 없다.
그간 베니오가, 공작대리가 될 것을 상정하여 준비한 모든 것들은 용병왕이란 존재가 있는 한 모두 소용이 없었다.
오러 마스터라는 비대칭 전력이 베니오의 손에 들어간 이상 갈턴 자작이 할 수 있는 건 명백하게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턴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팔신가를 제물로 바치고 자작령으로 도주할 생각이었다.
“그래. 제아무리 그놈이 대공자라고 해도 난 삼부인의 혈족이야. 공작 각하도 안 계신 지금 공작대리 따위가 날 건드릴 수는 없어. 그곳에서 근신하면서 다시 틈을 노리면 돼.”
갈턴은 미친놈처럼 혼자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택 내의 모든 것들을 그냥 끌어내다가 수레 위에 실었다. 그러자 수레만 백 대가 나왔다. 갑자기 한밤중에 백 대나 되는 수레를 준비하기 위해 든 비용만 수백 골드가 들었지만 갈턴은 기어코 준비를 끝마쳤다.
“북문의 경비대장은?”
“이야기를 끝마쳤습니다.”
“가자.”
갈턴은 미리 사람을 보내 북문의 경비대장, 금일의 당직을 서고 있는 라이노 기사단의 기사 하나를 매수했다.
그를 통해 수레 하나 분량의 재물을 뇌물로 주고 은밀히 카사케플러를 빠져나가기로 한 것이다.
갈턴은 어두운 밤거리를 조심히 가로질렀다. 그 뒤를 백 대가 넘는 수레가 따랐다. 중간중간 나는 소리에 닫힌 창이 열리며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갈턴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자작령에 가기만 하면 돼. 자작령에 가기만 하면.”
자작령에 도착하기만 하면 끝이다. 케플러 공작이 오지 않는 이상 공작대리의 권한으로는 초대 케플러 공작에게 인정받은 팔신가의 영지를 침범할 수 없었다.
다그닥, 다그닥.
덜컹, 덜컹.
마차에 탄 갈턴은 창밖으로 북문을 확인하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쩔렁거리는 주머니를 꺼내고는 마차 한 대를 따로 빼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나더니 북문이 크크긍,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밤중이기 때문에 문이 활짝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저 마차 한 대가 나갈 수 있을 만큼만 성문이 열렸다.
“하나씩, 천천히.”
“예, 주인님.”
갈턴은 맨 먼저 나가지 않았다. 혹여나 자신의 재산이 사라질까 감시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갈턴은 직접 저택에 두고 가는 것이 없나 확인할 정도로 재산을 챙기는 데 진심을 보였다.
다그닥.
덜커덩.
한 대씩, 수레가 성문 너머로 사라졌다. 다행히 성문 너머는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넘어간 집사가 기사에게 무사히 뇌물을 넘겼음을 확인한 갈턴은 마지막 수레를 넘기고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성문을 통과했다.
“후우. 집사. 수레를 확인해. 빠진 게 있….”
화악!!!!
철커덩!
갈턴이 몰래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갈턴의 코끝에 미미한 기름 냄새가 슥 스쳐 지나갔다.
여긴 불이 없어야 한다.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름 냄새가 난다는 것은.
“무, 무슨!!”
횃불이 확하고 켜지면서 사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한둘이 아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횃불이 사방에 수십 개가 넘게 넘실거렸다.
그리고 그 아래 자신이 내보낸 수레와 하인, 그리고 집사가 재갈이 묶인 채 손이 묶여서는 무릎이 꿇려져 있었다.
“너, 너희는 뭐야!!!”
처음 보는 군복에 갈턴이 말을 더듬으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그들 사이에서 기다란 창을 쥔 디아토가 나와서는 창대로 땅을 쿵하고 찍었다.
“오메가!!!!”
쿵!
디아토의 선창에 오메가 부대가 발로 땅을 찍었다. 그러자 옅은 진동이 갈턴의 발밑까지 번졌다. 디아토가 그런 갈턴을 보면서 창끝으로 그를 겨누었다.
“반역을 모의한 뒤 도주하려 한 죄인, 베오르 갈턴을 추포하라!!!”
쿵!!!
갈턴을 향해 오메가가 달려들어서는 그의 팔을 꺾고 오금을 걷어차 흙바닥에 내팽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