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5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50화(250/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50)
공작대리 납시오 (5)
툭, 툭.
바닥에 튀어나온 돌멩이를 괜히 앞꿈치로 툭툭 건드리고 있던 보초가 고개를 퍼뜩 치켜들었다. 인기척이 느껴진 탓이다.
보초는 얼른 문 앞에 붙었다. 문의 두께는 나무에 철판을 덧대어 만들었기 때문에 웬만한 마법에도 뚫리지 않는 강도를 자랑한다.
고작 문에 이 정도 공을 들인 건 이곳이 그만큼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문에서 똑똑 소리가 들리자 보초는 문만 빼꼼 내밀 수 있는 구멍을 열어 바깥을 확인했다.
“데우스.”
“문두스.”
암어를 확인한 보초는 문에 걸린 잠금장치에 목에 걸린 금속 패를 가져가 댔다. 그러자 문이 키잉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잠금쇠가 덜컥하고 풀렸다.
만약 침입자가 있어 설령 이 문을 강제로 뚫는다고 하더라도, 마법적인 처리가 된 문은 그 즉시 폭발을 일으키고 통로를 무너뜨려 안에 있는 이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 주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보초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지부장은?”
“안에 계십니다. 뒤에는….”
“쓸 만한 계집이다.”
슬쩍 봐도 미색이 뛰어난 계집이다. 보초의 눈빛이 음흉해지면서 클클 거리며 웃었다.
“지부장께서 좋아하시겠군요.”
지부장에게 기이한 성적 취향이 있다는 걸 모르는 조직원은 없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여자를 데려온 터라 보초는 별다르게 의심하지 않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 순간.
푸슉!
“끄르륵.”
보초의 눈이 커졌다. 목이 뜨끔하다 느꼈는데, 손으로 가져다 대니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초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가래 끓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털썩.
추욱.
보초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빠르게 꺼졌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버냉키가 스윽하고 나온 다음 헤일리에게 고갯짓을 했다.
끄덕.
버냉키와 헤일리 사이에 육성을 통한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헤일리가 세뇌당한 괴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뒤, 버냉키는 바깥으로 나와 품속에서 풀피리같이 생긴 것을 꺼내 들고는 불렀다.
“푸흡.”
한참을 불던 버냉키는 호흡이 달려 부는 것을 멈췄다. 힘겹게 분 것 같은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버냉키는 개의치 않았다.
특정 주파수로 울려 퍼지게 만든 풀피리다. 때문에 이는 그 주파수에 단련이 되어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었다.
파바박!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가 사방에서 솟구쳤다.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는 그림자 수십 개가 벽과 지붕 위에 서서 버냉키를 쳐다보고 있는 광경은 소름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버냉키.”
“시누스 대장님.”
그물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신호를 듣고 현장에 도착한 시누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버냉키는 케플러 공작에 의해 그물에서 나와 베니오의 밑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버냉키가 이곳에 있다는 건 베니오 대공자가 보냈다는 뜻이다.
“상귀스입니다.”
“상귀스?”
“베오르 갈턴이 손을 잡은 정체불명의 조직, 상귀스였습니다. 옥사에 베오르 갈턴을 만나러 온 자를 대공자님의 명령으로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시누스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얼마 전부터 날파리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영지를 드나드는 것에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그물이다.
하지만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아 언제든 벼르고 있었지만 크리토 공자의 사망으로 전운이 맴돌고 공작이 전선에 나서면서 그물의 수가 줄어들어 감시만 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그 꼬리를 잡았다.
“네가 대공자께 말씀을 드렸나?”
“아닙니다. 대공자께서는 아마 오래전부터 상귀스의 준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계셨던 듯합니다.”
“…대단한 분이셨군.”
상귀스란 존재가 부상하기 전부터 베니오가 상귀스를 견제했다는 버냉키의 말에 시누스는 자신이 베니오에 대해 알아도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베니오 대공자는 겉으로 망나니인 척 굴면서 그물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자신의 힘을 갈고 닦고 있었던 것이라고 오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입!”
“참, 시누스 대장. 만일 안에 들어가시거든, 대공자의 가신이 있을 겁니다.”
“가신? 그 여인을 말하는 건가?”
역시 시누스다. 헤일리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버냉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고했다.
“눈을 마주치지 마십시오.”
“눈?”
“아마 아시게 되실 겁니다.”
버냉키는 그렇게 말한 뒤 베니오에게 보고한다며 사라졌다. 시누스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의 말을 그물에게 알린 후 내부로 진입했다.
“필요한 인원은 열. 그 외는 사살하라.”
사살 명령이다.
공작령 내부에 들어온 쥐새끼를 처리하는 건 그물의 몫이다. 그간 제 몫을 하지 못한 그물이 그 한을 풀 듯 내부에 있는 이들을 청소하듯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툭, 투둑.
푸화아악!
끄르극!
케헥!
아지트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억눌린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물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고 그들의 전진에는 거침이 없었다.
서걱!
시누스는 잠긴 문을 그대로 썰었다. 마법이 걸린 곡도가 문을 그대로 베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림자처럼 돌입하려던 시누스가 멈칫했다.
“무슨….”
한 여인을 중심에 두고 상귀스의 간자로 보이는 이들이 눈이 풀린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인기척을 느낀 여인, 헤일리가 고개를 돌려 시누스와 눈을 마주쳤다.
서걱!
푸슉!
시누스는 순간 자신의 팔을 검으로 베었다. 그러자 화끈한 통증과 함께 시누스는 제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시누스는 자신이 정신을 잃을 뻔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수준급으로 웬만한 고문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받는 것이 그물이다.
그리고 그 그물의 수장인 시누스는 한 번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윽.
그때 헤일리가 반투명한 복면을 끌어 올려 눈까지 가렸다. 그러자 영롱한 루비를 박아 놓은 것처럼 빛나던 헤일리의 눈이 가려졌다.
그 순간 시누스는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그물인가요?”
“그…렇소. 당신은.”
“헤일리. 베니오 대공자님의 가신이랍니다. 이자들의 제압은 끝났으니 포박하여 데려가시면 될 거예요.”
“….”
공작령에 잠입한 간자 중 그물의 눈을 피해 다닐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이들이라면 최상위권이다. 분명 가진 바 한 수가 범상치 않을 것이지만, 그런 이들이 눈이 풀린 채 짐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홀려도 단단히 홀린 듯한 모습.
시누스는 자신도 당할 뻔했다는 것에 저들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알았소.”
“그럼.”
스르륵.
헤일리는 시누스의 눈앞에서 그림자 속으로 녹아내리듯 허물어져 내렸다. 그러더니 이내 아예 기척 자체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듣도 보도 못한 기예다.
시누스는 용병왕뿐만 아니라 헤일리 같은 이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베니오라는 소실에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과연, 주군께서 선택하신 후계자라는 건가.”
시누스는 그물이 정신이 나간 이들을 줄줄이 묶어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 * *
“주군.”
몬스테리아로부터 30km 떨어진 곳. 그리고 전장이 벌어지고 있는 상귀스 왕국과의 국경선으로부터 25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병참기지를 총괄하는 것은 케플러 공작이다.
장남의 미심쩍은 사망의 주범으로 상귀스 왕국을 점찍고, 그에 대한 징벌을 선포한 케플러 공작은 제국군과 오랑주 공국이 참전하면서 후방으로 빠졌다.
케플러 공작의 진가는 전선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보급을 담당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제국, 아니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한 상단을 수십 개를 운영하며 조율하는 케플러 공작에게는 오히려 이 전장에서 약 10만 병력의 보급을 관리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쉬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제국군은 유례없는 원활한 보급 속에 전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전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검공의 병세는 나아지질 않는군.”
“10인의 성호 중 하나인 치유의 콘딜로가 곁을 지키고 있으나 차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공령의 사기가 말이 아니겠군. 거기에 검공령을 놔두고 전선을 물리기까지 했으니.”
제국과 공국이 힘을 합쳤지만 상귀스 왕국은 오히려 전선을 제국 쪽으로 밀었다. 그 때문에 전선은 검공령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검공령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불모지인 몬스테리아에서 상귀스 왕국이 이런 저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결국 제국이 승리하게 될 겁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차이가 나니까. 하지만.”
상귀스 왕국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왕국에 고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국의 입장에서는 치욕이다.
“영지는?”
“여기 있습니다.”
임플로 총관이 그물을 통해 올라온 보고서를 공작에게 내밀었다. 케플러 공작은 보고서를 쭉 읽은 뒤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하고 있군.”
“예상한 것 그 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군.”
케플러 공작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오랫동안 그를 보필해 온 임플로는 느낄 수 있었다. 케플러 공작은 지금 기꺼워하고 있었다.
“갈턴 가문의 준동을 훌륭하게 막아 냄으로써 실정을 완전히 손에 잡으셨습니다. 베니오 대공자가 말입니다.”
“나도 보았네.”
“그리고 상귀스 왕국의 간자의 본거지를 급습하여 사상자 하나 없이 그들을 소탕, 격멸하였다고도 합니다.”
“그러하다지.”
케플러 공작은 칭찬에 인색하다. 듣는 사람이 없을 때는 좀 해도 되련만, 공작은 애써 중립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담백하게 평했다.
어쨌거나 베니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예상외의 모습을 보이며 케플러 공작으로 하여금 공작대리라는 과감한 수를 두게 만들었으니 어느 정도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가 상대해야 하는 건 노회한 팔신가의 귀족들이니, 어느 정도 고생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팔신가를 벌벌 떨게 만들며 완벽하게 공작대리로서 실권을 손에 쥐었다.
그러면서 반역 혐의로 베오르 갈턴과 수잔나 부인을 구금하여 갈턴 가문의 세를 위축시켰고 적국의 간자까지 일시에 소탕하는 혁혁한 성과까지 올린 것이다.
고작 18살.
그 정도 나이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거늘 베니오는 해냈다.
“용병왕까지 기사로 두셨다고 합니다.”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아이였으니. 스톰브링어를 가져갔을 때 그러리라 생각은 했지. 하지만 확실히 놀랍기는 하군. 용병왕이라니.”
용병왕을 기사로 들였다는 소식에는 케플러 공작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케플러 공작가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무력이었는데, 베니오는 공작에 오르기도 전에 그 부분을 해결한 셈이 됐다.
“이제 전쟁만 끝내면 되겠군.”
“제국군이 추가로 파병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폐하께서도 빨리 끝내고 싶으신 게야. 괜히 주변에서 제국의 힘을 의심하기 전에 말이지.”
제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로 했다. 괜히 찔끔거리며 간만 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제국은 최강대국이다. 그렇기에 압도적으로 적을 찍어눌러 주변에 제국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힘을 증명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의심받고 도전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국제정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흙투성이가 된 파발이 들어와서는 케플러 공작 앞에 부복했다.
“공작 각하!”
“무슨 일이냐?”
“패전이옵니다.”
“패전?!”
케플러 공작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파발이 숨을 헐떡이면서 소리쳤다.
“오랑주 공왕이 전선에서 전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상귀스 왕국의 대대적인 공세로 제국군의 전선이 붕괴, 후퇴 중에 있다고 합니다.”
“무슨! 어찌 하루 만에 그럴 수 있다는 말이냐! 군단장은. 어찌 되었고?”
어제만 해도 멀쩡하던 전선이다. 그런데 오러 마스터인 오랑주 공왕이 전사하고, 상귀스 왕국에게 전선이 아예 붕괴하여 패주하고 있단다.
“전사하였습니다.”
“허, 허어.”
대패.
믿을 수 없는 패전 소식에 케플러 공작은 이마를 짚었다. 하지만 공작의 눈이 변했다. 보급과 병참은 비단 승리하고 있을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패주할 때 최대한 많은 병사를 살리기 위해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보급과 병참이다.
“예비군을 편성한다. 준비된 예비군을 열 개로 나누어….”
전선에서 부는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