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5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54화(25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54)
항상 반 발 빠르게 (4)
전선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었다.
상귀스 왕국이 의외의 일격을 날려 오랑주 공왕과 아모리아 제국의 군단장을 전사케 하였고, 그 덕분에 검공령을 비롯한 동부의 국경선을 내어준 이후로 그런 형태의 공방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전선의 흉사를 들은 아모리아 황제는 진노하였고, 이에 10만 중 절반가량이 전사한 전선에 30만의 대군을 증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세 대의 비공선 중 한 대의 파견이 결정되었고 제국에 적을 두고 있는 마탑에서는 고위 마법사로 구성된 마법사단을 전장에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그 와중에 가장 바쁜 건 당연 케플러 공작이 있는 후방의 병참 본부다.
30만 대군은 한 번에 전선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갈래로 쪼개져서 집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대 편성에 따라 보급과 병참에 대한 계획이 달라져야만 한다.
그에 케플러 공작은 하루에 네 시간만 자는 강행군으로 매일 같이 보급 계획에 매달려야만 했다.
“후우. 피곤하군.”
달그락.
“원기를 회복하실 수 있는 약차입니다.”
“음.”
임플로 총관이 내어준 찻잔에 손가락을 건 케플러 공작은 조심스럽게 차를 마셨다. 약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맛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케플러 공작은 군말 없이 한 잔을 다 비웠다.
“많이 피로하십니까.”
“나만 그런 것이 아닐 테니.”
“곧 제국군 병참 참모가 합류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힘을 내시면 됩니다.”
케플러 공작이 언제까지 모든 것을 다 총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0만이란 대군이 합류하는 만큼 당연히 보급과 병참 전문가인 제국군의 참모가 곧 합류 예정이었다.
그들이 합류한다면 케플러 공작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래야지. 알렌은?”
“귀환 중입니다.”
“라이노와 벼락이 큰 공을 세웠다지.”
“알렌 경에 대한 기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스터 엘레강트라고요.”
케플러 공작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흡족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만큼 전선이 위험천만하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원래라면 케플러 공작을 호위해야 하는 그의 기사단이 급히 전선에 파견됐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렌은 최전선에서 자신이 마스터임을 모든 이들에게 증명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마스터의 등장에 상귀스 왕국의 병력은 큰 혼란에 빠졌고, 그 결과 승기를 잡아 적을 격퇴한 덕분에 퇴각하던 아군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노 기사단과 벼락 기사단 역시 알렌의 뒤를 따라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간 상인 가문의 기사라면서 무시당하던 케플러 가문의 기사들이 말 그대로 한풀이한 셈이다.
“전쟁이 끝나면 기사단 전력을 확충할 수 있겠군.”
“경하드리옵니다, 주군.”
“이 공은 내가 아니라 대공자에게 있겠지.”
케플러 공작의 말에 임플로 총관이 멈칫했다. 케플러 공작은 절반이 남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런 표정 할 필요 없네. 알렌이 그러더군. 자신만 아니라 파통이나 레반테도 베니오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하니.”
절반이 남은 약차를 한 번 후룩 들이킨 케플러 공작이 임플로 총관에게 말했다.
“베오르 갈턴과 수잔나는 어찌 되었지?”
“곧,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임플로 총관은 그리 말하며 공작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공작이 부재중인 이때 공작령에서 큼지막한 사건이 일어난 탓에 그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작의 눈빛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몰락하는가. 갈턴이.”
“괜찮으십니까, 주군?”
“무엇이?”
케플러 공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무엇 때문에 괜찮냐고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수잔나 마님께서….”
“아, 그거.”
수잔나 갈턴, 수잔나 삼부인은 미우나 고우나 이십 년이 가깝게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여인이다.
그런 수잔나 삼부인은 이번 재판으로 인해 더 이상 케플러 가문의 안주인으로 남지 못할 것이다.
“욕심이 많은 여인이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마는. 그게 마음에 들어서 그녀와의 혼인을 선택하였는데.”
케플러 공작과 수잔나 부인의 혼인은 정략적인 선택에 의해서다. 팔신가 내부에서도 파벌은 있었고 공작은 한 쪽을 편애하지 않기 위해 각 파벌 출신의 여인과 혼인을 올렸던 것이다.
그것이 조세핀 일부인과 수잔나 삼부인이다.
그리고 수잔나 삼부인을 케플러 공작이 선택한 건 그녀의 욕심 때문이다. 케플러 공작은 순종적이기만 한 여인을 아내감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 욕심으로 인해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욕심이 과했다.
“그 욕심 때문에 파멸한 셈이지. 그것을 알아야 했어. 선을 넘지 말아야 했네.”
베니오의 결단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지만 케플러 공작은 그에 대한 불만이 조금도 없었다.
베니오의 결단은 냉정했고, 도리에 어긋남이 없었으며 빨랐다.
“공작령을 다스릴 사람이라면 그 정도 과단성은 갖춰야 하는 법 아니겠나.”
케플러 공작은 만족했다. 베니오가 공작대리로 부임함과 동시에 공작성 내에 일으킨 거대한 폭풍은 베니오에 대해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있던 이들을 연달아 무릎 꿇렸다.
나이, 출신, 그간의 악명과 상관없이 베니오는 그 한 번으로 자신이 공작대리의 자격이 있음을 모두에게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라면 응당 그래야만 한다.
“공작성의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임플로 총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케플러 공작이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베니오의 과단성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이곳에서의 일만 집중하도록 하지.”
임플로 총관의 입에 미미하게 미소가 서렸다가 사라졌다. 케플러 공작은 그 미소를 못 본 척한 다음 그에게 말했다.
“황영에게 일러 부탁한 것을 받아 오게.”
“부탁한 것이라 하시면.”
“상귀스 왕국. 놈들의 보급선.”
케플러 공작의 눈이 반짝였다.
“국방대신인 마이어 후작이 전언을 보냈지. 알렌이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을 들은 모양이야. 별동대를 조직해서 상귀스 왕국의 후방을 교란하자고 하던데. 작계를 따로 짜서 보내 주기로 했지.”
전쟁의 한복판에 선 케플러 공작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을 토해 냈다.
“감히 제국의 영토에 들어선 놈들을 말려 죽일 차례야.”
* * *
공작성에서 열린 재판.
재판이 열리면 그날은 카사케플러 내의 시민들이 유일하게 공작성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공작령에서 열리는 모든 재판의 재판권은 영지의 주인인 귀족에게 주어지는데, 제국법상 무조건 재판은 공개된 장소에서 열리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내성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유일한 순간인 것이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이 재판은 시민들에게 있어 일종의 유희 거리이기도 했다. 이런 내성에서 열리는 재판의 피고인은 대부분 그들이 평상시에 눈도 함부로 마주칠 수 없는 귀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하늘 같은 귀족이 누추한 몰골이 되어 살려 달라고 영주에게 비는 모습은 그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그렇기에 많은 시민이 몰렸지만 소란이 일어나거나 하진 않았다.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라고 해도 이곳은 공작성이었고, 주변에는 물샐틈없이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와 정예병들이 형형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사람들이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벅, 저벅, 저벅
종소리는 이곳의 주인, 재판장이 곧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공작성의 재판장은 공작대리인 베니오다.
베니오는 재판장으로서 입어야 할 법복을 입은 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러고는 재판봉을 들어 땅땅 내려쳤다.
“재판을 시작한다.”
베니오의 목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죄인을 태운 수레가 들어오면서 내는 소리다.
덜커덩, 덜커덩!
맨 먼저 갈턴 자작의 저택에서 베니오에게 먼저 걸린 이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베니오는 그들의 죄를 읊는 검사의 말을 들은 뒤 턱을 괴었다.
“그래서, 피고인의 변론은?”
이들의 입장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변호사가 보이지 않았다. 베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변호사가 변호를 거부했거나, 아니면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나.’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관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모여 흥미진진한 눈으로 재판장의 죄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서로 죽고 죽이는 검투장이 아니다.
하지만 저들의 눈에는 희열이 서려 있었다. 귀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로 끌어내려진 것이 통쾌한 것이다.
‘단 한 명도 연민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구나.’
갈턴에게 협력했던 이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평판인지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판결을 내렸다.
“노동형에 처한다.”
“고, 공작대리님!!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끌어내라!”
노동형.
최악인 사형은 면했으나 노동형도 그에 준하는 중벌이다. 특히 태어나서 노동이란 것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을 귀족들에게는 사형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베니오는 그들의 가문은 살려 주었다.
“내가 지정하는 대리인에 의해 차기 가주를 결정하도록 한다.”
한쪽에 동석한 귀족 중 몇이 고개를 푹 떨궜다.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그들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 나온 귀족들도 대부분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노동형.
보석금도 없는 노동형은 사실상 귀족으로서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가문 또한 당분간은 베니오의 서슬 퍼런 눈빛에 바짝 엎드려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할 것이다.
그 사이에 그들이 경쟁자였던 가문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 것이고.
“다음.”
웬만한 피라미들이 걸러졌다. 그러자 이제 남은 건 굵직한 이들이 남았다.
팔신가.
그들 중 갈턴에게 협력하던 짐자크와 게쉥 가문, 그리고 쉬베르 가문의 유족이 등판했다.
팔신가 중 셋.
그곳의 가주가 끌려 나왔다. 베니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그들의 죄목에 대해 나열하는 것을 덤덤히 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짙은 회의감이 서렸다. 자신들이 살아날 수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니오는 그들을 향해 선고했다.
“글레이오 짐자크. 맥클란 게쉥. 그리고 안토니 쉬베르.”
짐자크 가문의 가주, 게쉥 가문의 가주, 마지막으로 쉬베르 가문의 적장자인 안토니가 퀭한 눈을 들어 베니오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눈물로 자신의 잘못을 호소했고, 선처를 구했다. 그러나 베니오는 냉정하게 손을 내저었다.
“사형.”
아, 아아아아아!
아아악!
재판장 내에 탄식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탄식과 비명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가차 없이 팔신가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베니오의 묵직한 기세가 재판장 내부의 동요를 가라앉혔기 때문이다.
오러 마스터의 기세다.
재판장 내부에서 그 어떠한 소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압도적인 기세를 흩뿌린 베니오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베오르 갈턴.
갈턴 자작인 그가 거지꼴이 되어 수레에 실려 끌려 나왔다. 그러고는 거칠게 수레에서 내려온 후 후들거리는 다리로 섰다.
베니오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상귀스에 대해서 폭로하라.’
갈턴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로 인해 갈턴 가문은 무사할 것이다. 그리고 볼리토 선생이 찾아와 그에게 마지아가 갈턴 가문의 가주가 되리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베니오는 갈턴에게 약속을 지키라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갈턴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베오르 갈턴은 이 자리에서 불충을 저지른 죄를 조금이라도 씻기 위하여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베오르 갈턴의 부르튼 입술 사이로 그의 독백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상귀스 왕국, 그리고 그들과 내통한 베오르 갈턴.
상귀스 왕국의 심계가 얼마나 깊고 음흉한지, 그리고 그들로 인해 갈턴이 무엇을 손에 쥘 수 있었는지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그 자리에서 폭로된 것이다.
베니오는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덜커덩, 덜커덩!
갈턴의 옆에 오늘 이 재판의 진정한 주인공, 카사케플러 내 잠입한 상귀스 왕국의 간자들이 재판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