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62)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62화(262/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62)
곳간이 클수록 쥐가 많은 법 (2)
제국공군 제3전단.
드레이크 킬러가 장대한 위용을 뽐내며 알칸트라 상공에 멈춰 섰다. 사실상 날개가 달린 새를 제외하고는 무언가가 난다는 것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베니오조차도 드레이크 킬러의 위용에 감탄했다.
“제국의 자랑스러운 드레이크 킬러입니다.”
드레이크 킬러.
용살선이라는 이명이 붙은 비공선이지만 실제로 드래곤을 격살한 건 아니다. 애초에 드래곤이란 존재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과 대륙 곳곳에서 발견하는 드래곤이 흔적이 있기에 그러한 신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만 했을 뿐이다.
물론 살아 있는 드래곤은 아니지만 죽은 드래곤이 나타난 적은 있었다.
데빌하트.
데빌하트의 한 축을 이뤘던 흑마법사들, 그중에서도 네크로맨시를 지향하여 죽음의 영원한 영생이라는 목적으로 연구를 하던 흑마법사가 본 드래곤을 소환한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드래곤은 아니다.
어디서 일부만 남은 드래곤 본을 공수하여 그곳에 여러 몬스터의 뼈를 이어 붙여 복원한 드래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드래곤은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여덟 용사의 합공에도 불구하고 본 드래곤은 그들과 대등하게 싸웠다. 물론 여덟 용사의 재능이 만개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들이 인류의 희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본 드래곤의 무시무시한 위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본 드래곤을 유지하기 위해 흑마법사는 산 사람 일 천명의 생명력을 뽑아내는 악독한 만행을 저질렀으나 흑마법사는 인간의 생명을 사용하는 것에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족속들이었다.
어쨌거나 그 반쪽짜리 본 드래곤을 결정적으로 격침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드레이크 킬러다.
드래곤이 드레이크로 격화된 이유는 간단하다.
본 드래곤이 반쪽짜리 본 드래곤이라는 이유 때문에, 승자에 의해 바뀐 역사가 되어 드레이크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드레이크 킬러, 용살선이 탄생했다.
용살선의 선미에는 본 드래곤의 두개골을 그대로 떼어다 붙인 선수상이 상징이었다. 적에게는 공포를, 아군에게는 안도를 안겨 주는 하늘이 사신이 천천히 고도를 낮췄다.
지잉!
물론 일정 이상으로 고도를 낮출 순 없었다. 알칸트라에는 애초에 비공선이 착륙할 정도로 고르고 넓은 평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공선 하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승강기가 내려왔다.
“저기 타시면 됩니다.”
위에서 도르래로 밧줄을 연결해 끌어당기면 올라가게 되어 있는 수동식 승강기다. 알칸트라처럼 비공선이 착지할 수 없는 환경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였다.
어썰트 대대장인 아르나우와 함께 베니오는 승강기에 올랐다. 베니오를 제외하고 한 명이 더 탔는데, 바로 용병왕이었다.
“루텐 경. 숙부님을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군. 케플러 상단 본부에서 인력을 보냈다고 하니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이동소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마시고.”
“예, 주군.”
몇 번이고 루텐에게 신신당부를 한 베니오가 승강기에 올랐다. 알파와 오메가의 배웅을 받으며 올라탄 드레이크 킬러의 내부는 다른 비공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베니오에게 어깨에 휘장을 단 이가 다가왔다. 제국 군복을 입은 남자였다. 그가 베니오를 향해 인사했다.
“제국의 큰 우환을 해결해 주신 영웅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 드레이크 킬러의 함장, 트로사르 자작입니다.”
제국공군 제3전단은 드레이크 킬러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왕국이나 공국에 없는 특수한 편성은 제국군에만 존재했다. 대륙 전체에 딱 세 대만 존재하는 비공선의 존재 때문이다.
제국공군은 3전단까지 있었는데 공군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제국의 병기가 적의 수중에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 라고 했지.’
아카데미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린 베니오가 함장에게 인사했다.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 케플러입니다.”
그는 용병왕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신분은 용병이나 용병왕은 모든 기사라면 보고 싶어 하는 우상이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베니오는 갑판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런 베니오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띄었다.
“어?”
“왜 그러십니까, 대공자.”
비공선은 겉에서 보기에는 유유히 상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부는 무척이나 바빴다. 수면 위의 백조가 우아해 보이지만 물속으로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수없이 많은 선원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곳에서 베니오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혹시, 리발도 팜 아닙니까?”
“아! 그러고 보니 대공자도 아카데미 출신이셨지요?”
토르사르 함장 역시 아카데미 출신이다. 베니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함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카데미에서 대공자님 같은 걸출한 인재가 나오다니. 아카데미의 명성을 드높이셨습니다.”
“그렇습니까?”
복잡하게 움직이는 선원들 사이에서 긴장한 채 바짝 군기가 들어 있는 리발도의 얼굴을 보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베니오가 그와 특별한 우정을 나눈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상이 베니오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선발전 64강.
베니오를 만나 지지 않겠다며 투지를 불태우던 리발도의 얼굴과 새카맣게 때가 탄 목검의 검 자루를 베니오는 잊지 않았다.
선발전 64강에서 그와 검을 나눈 베니오는 리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 그 뒤로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조기 졸업을 하면서 리발도와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보니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반가운 마음이 덜컥 들었다.
“인사라도 나누시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영웅을 위해서라면.”
함장은 베니오를 영웅이라 추켜세웠다. 물론 베니오가 보인 일이 미래를 예상하여 제국의 질서를 지키고 혼란을 안정시켰다는 점에서 영웅적이긴 하다.
상귀스의 저열한 계략을 막고 자칫 희생당했을 수많은 인명을 구했으니 영웅이라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걸 바로 눈앞에서 듣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체, 차렷!”
함장이 나타나자 상황실장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고성이 터져 나오며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던 선원들이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
“함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 성!”
함장은 비공선의 최고 상급자다. 그런 그가 나타나자 모든 선원이 바짝 긴장하는 건 당연하다. 함장이 경례를 받아 주고는 리발도를 불렀다.
“리발도 팜!”
“예! 함장님!”
“잠깐 이쪽으로.”
함장이 가장 신입을 부르자 리발도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러나 누구 명령이라고 거역하겠는가.
가까이 다가온 그가 함장 뒤에 서 있는 베니오를 보고는 아예 눈알이 빠질 것처럼 놀랐다.
“베니오 케플러?”
“리발도 생도.”
베니오가 피식 웃었다. 함장이 빙긋 웃으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베니오 대공자. 리발도 군을 안내역으로 붙여 드릴 테니 비공선을 한 번 구경하시지요.”
“감사합니다, 함장님.”
“그럼.”
함장의 업무는 공사다망하다. 그가 직접 베니오를 맞이해 주러 나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이 비공선을 지휘하는 함장은 그저 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전문인력이기 때문이다.
함장이 사라지자 리발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내가 긴장하게 만들었군. 미안해.”
“아니, 베니오 생도의 잘못은 아니지.”
아카데미 동기다. 그리고 둘 다 아직 귀족 작위가 없다. 그렇기에 리발도는 말을 편하게 했다.
“뒤에 계신 분은?”
“프로이드 경. 제 아카데미 동기입니다.”
“용병왕이다.”
용병왕이 대우해 주는 건 딱 주군인 베니오만이다. 그가 인정한 자신의 주인인 베니오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그는 용병왕이었다.
거물의 등장에 리발도가 바짝 긴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요, 용병왕.”
오러 마스터.
리발도는 아카데미 검술 학부 출신으로 검에 대한 뜻이 있었다. 그렇기에 가문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제국군에 지원을 한 모양이었다.
기사로 살 것이 아니라면 제국군에 투신하는 것이 아카데미 출신에게는 가장 좋은 일이다.
“기사가 될 줄 알았는데.”
“가문으로 돌아갔다면 그랬겠지.”
“졸업한 후 바로 이곳으로 온 건가?”
“조금 일찍. 일종의 실습이지. 공군에 든다는 건 모든 제국군에겐 꿈 같은 일이니까.”
아카데미 전형으로 리발도가 뽑힌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그가 검뿐만 아니라 공부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다.
공군 전형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단순히 검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된 일이군.”
“아마 지금쯤 졸업 준비 중이라 아카데미는 한창 바쁠 거다.”
졸업생이 된 베니오의 동기들이 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리발도처럼 일찍 자신의 길을 찾은 이들은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잦아 여기저기 자리가 많이 비었을 것이다.
“알칸트라, 들었어.”
“그래?”
“믿기지 않더군. 나와 검을 나누었던 내 동기가, 오러 마스터라니.”
그런 말을 하는 리발도는 진짜 사실을 베니오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카더라보다는 본인에게 직접 사실을 듣는 것이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검대를 툭 쳤다.
“보여 줄까?”
“아, 아니. 됐다.”
리발도의 눈에 경탄이 서렸다.
“결국 그리되었군.”
“그렇지.”
“나조차도 너를 괄시하였는데.”
“그럴 만하다고나 할까.”
원래의 베니오는 그래도 될 만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반면 베니오는 참 열심히 살아왔다.
“너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보기 좋다.”
“나중에 찾아가거늘 자리나 하나 다오.”
“그러지. 공군 경험이 있는 기사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귀족 가문 중에는 마이어 후작가나 가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리발도의 농담에 베니오도 농담으로 받아 주었다.
하지만 반은 진실이기도 하다. 리발도의 성품을 생각했을 때 그 정도면 믿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리발도의 안내를 받으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아카데미의 여러 이야기, 그가 새롭게 겪고 있는 공군의 이야기 등 여러 가지를 나눈 베니오는 금세 황도에 도착했다.
“빠르군.”
베니오는 혀를 내둘렀다. 빙지 글래시어까지 육로로 이동한다면 족히 두 달은 넘게 걸리는 거리다. 순간이동소만큼 빠르지는 않으나 비용 대비 효율성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비공선이 압도적으로 좋다.
“나중에 볼 때는 공작 각하라 불러야겠군.”
리발도가 불쑥 말하며 빙긋 웃었다. 둘 다 서로를 마음속에서 인정하고 있었기에 보낸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함장이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공을 세워.”
“그래야지. 곧 전장에 나갈 테니까.”
상귀스 왕국의 전진을 막기 위해 비공선이 투입된다는 소식은 베니오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곳에 리발도가 뽑힌 모양이다.
꾹.
두 남자는 단단한 악수를 한 뒤 리발도는 비공선에 남고, 베니오는 비공선에서 내렸다. 간만에 의외의 장소에서 동기를 만나 정신적인 피로가 풀린 베니오가 한결 밝아진 얼굴로 비공선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전에 스카이 로드를 타고 왔었던 것처럼.
선착장에 또 다른 낯익은 얼굴이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니오는 보자마자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숙였다.
“비앙카 황녀마마.”
“베니오 대공자.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앙카 황녀.
그녀가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베니오는 자신의 육감이 예리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오는 것을 느꼈다.
“어찌하여 마마께서.”
“혹시 싫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천 년을 살아온 서쪽 마녀를 앞에 두고도 이리 진땀을 흘린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모리아 황제의 총애를 받는 막내 황녀의 존재는 그 정도다.
“마차에 오르세요. 폐하께서 애타게 대공자를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그….”
“어서요.”
“예, 마마.”
당황 때문에 몸이 굳은 베니오가 뚝딱거리며 마차에 올랐고, 그런 베니오의 맞은편에 비앙카가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