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6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64화(26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64)
곳간이 클수록 쥐가 많은 법 (4)
“폐하.”
“음? 짐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아모리아 황제는 싸늘하게 굳은 베니오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했다. 베니오가 황제에게 말했다.
“철벽 경께서 언제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존슨? 얼마 안 되었지. 태양교에서 주교급 인력을 보내 준 덕분에 말이야. 왜 그런가?”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베니오가 황제의 앞을 가로막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뒷골의 솜털이 쭈뼛거리며 서기 시작했다. 로열나이트의 첫 번째 검인 그는 회복하자마자 본래의 임무를 위해 몸이 성치 않음에도 호위 역을 자처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마기. 그리고 혈기.’
베니오는 존슨 경의 몸에서 흐르는 혈기와 마기를 느꼈다. 이걸 태양교의 신관이 느끼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철벽 경.”
“베니오 대공자.”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주 좋소.”
에반 크뤄르, 그에게 당해 병상에서 요양한다고 알려져 있던 그다. 창백한 안색과 충혈된 눈은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었지만 완강한 존슨의 뜻을 누구도 말리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뻔했다.
“철벽 경.”
“대공자. 지금 무슨 짓이지?”
존슨의 목소리가 변했다. 아모리아 황제를 베니오가 몸으로 가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황제가 격의 없이 파격적으로 베니오를 맞이했기에 움직이지 않았지만 베니오는 선을 넘고 있었다.
만약 철벽 경이 정상이었다면 말이다.
“베니오 케플러.”
“폐하.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베니오는 존슨 경을 가리켰다.
“철벽 경의 두 눈에 가득한 사특한 기운이 폐하께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옵니까?”
“그만하라, 베니오 케플러!”
“폐하의 안위에 관한 일입니다. 나아가 제국의 안위와 관련한 일입니다.”
베니오가 손을 뻗었다.
콰직!!!
베니오는 알현실에 들어오기 전에 폭풍검과 화령을 풀어 로열나이트에게 건네주었다. 황제 앞에서 검을 패용하는 건 로열나이트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폭풍검과 화령이 알현실의 문을 뚫고 베니오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폐하!”
쾅!!
로열나이트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로열나이트 전원이 중무장을 한 채 알현실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폐하. 만일 제 추측이 잘못된 것이라면.”
베니오는 황제의 앞으로 나서며 그에게 말했다.
“소신의 목을 베시옵소서. 기꺼이 죽겠나이다.”
촤앙―!!!
베니오가 폭풍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폭풍검으로부터 난폭한 기운이 베니오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우우웅―!!!
폭풍검의 기운에 맞서 단전에서 구양신공이 거칠게 울면서 깨어났다. 베니오는 밭은 숨을 훅하고 내쉬었다.
‘몸이 정상이 아니다.’
폭풍검을 사용한 뒤 간신히 기운을 차린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았다. 물론 구양신공의 공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절대적인 시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남은 공력은 2갑자.’
4갑자가 넘던 공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갑자가 적은 양은 아니나 폭풍검을 견뎌 내기에는 부족한 양임에 틀림없다.
촤자자장!
“베니오 대공자!”
“검을 집어넣으시오!”
로열나이트의 긴장이 폭발 직전까지 치솟았다. 베니오가 오러 마스터란 것을 그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덜덜덜.
베니오의 오른팔이 잘게 떨렸다. 폭풍검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력을 소모하게 만드는데, 몸이 성치 않기 때문에 금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그것을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황제의 결단을 기다렸다.
“그 말 지킬 수 있겠는가?”
“예, 폐하.”
“그대의 무례로 그대가 세운 공을 갈음하겠다. 그리해도 말인가?”
“예. 폐하.”
베니오의 눈이 강하게 빛을 발했다. 애초에 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상귀스의 야욕을 막고 제국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나섰을 따름이다.
돈은 넘치도록 있다. 명예 역시 마찬가지다. 베니오는 애당초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모리아 황제는 베니오의 굳은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뜻대로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후우웅!!
황제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 베니오의 폭풍검이 바람을 휘감으며 존슨 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철벽 경의 검이 새파란 빛을 뿜어내며 오러 블레이드를 품었다.
쿠과과과광!!!
거대한 충격이 알현실 내부를 휩쓸었다, 마스터가 아니라면 제대로 견뎌 낼 수 없는 충격이다. 하지만 황제는 멀쩡했다.
“두안?”
“폐하는 제가 지켜드리겠나이다.”
로열나이트의 두 번째 검, 돌진의 두안 덱스터가 충격을 흩어 낸 것이다.
그사이 베니오는 폭풍검을 허리로 되돌린 뒤 화령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베니오가 화령을 들어 올린 순간 화령이 시야에서 스슥하고 사라졌다.
푸화아악!
사일검이 일으킨 바람이 알현실을 할퀴었다. 그러면서 먼지가 밀려났기에 황제는 베니오와 존슨의 격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파바바방!
카칵, 카가가각!
베니오의 화령은 붉은 비처럼 존슨 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존슨 경은 폭풍검에 직격당했지만 옷이 상한 것을 빼고 전체적으로 멀쩡했는데, 베니오가 전력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벽 경의 검은 이가 다 나갔다. 거센 바람이 철벽 경의 검을 집어삼킨 탓이다.
그러나 그 상태로 철벽 경은 차분하게 쏟아지는 빛살을 모조리 막거나 튕겨 냈다. 공격일변도인 베니오와 방어일변도인 존슨 경은 마치 가위바위보를 하듯 치열하게 꼬리 잡기처럼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부딪쳤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쾅! 쾅! 쾅!
오러 블레이드를 입힌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할 때마다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두안을 필두로 한 로열나이트가 이중, 삼중의 벽을 세워 황제를 보호하는 동안 황제는 베니오를 가만히 응시했다.
“폐하.”
“조슈아도 왔군.”
이런 소란이 일어났는데 황제를 지키는 세 자루의 검이 모두 뛰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황제가 피식 웃고는 조슈아에게 말했다.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가 왜 저리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의문이군.”
베니오가 왜 자신의 목을 걸면서 존슨에게 검을 겨눈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조슈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명하신다면 끼어들어 말리겠나이다.”
“공을 무례로 갈음한다 하였다.”
“베니오 케플러가 말입니까?”
조슈아의 눈이 커졌다. 이번에 베니오가 세운 공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제국 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귀스의 준동을 눈치채고, 알칸트라의 죄수가 제국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상귀스의 간자를 모두 처단하였으니 베니오가 세운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한다고 하였다.
“말리기 힘들겠군요.”
“그보다 궁금하더군.”
황제는 베니오와 철벽 경이 대등하고 부딪치고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알칸트라를 보고 있던 아이다. 그것이 단순히 잘 얻어걸린 운이었는지, 아니면 저 아이의 능력인지 보고자 한다.”
황제가 그리하겠다고 하면 따르는 것이 기사의 도리다.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뒤로 주룩 밀려나 한쪽 무릎을 꿇으며 휘청거렸다.
“쿨럭.”
베니오였다.
크리스토퍼 존슨은 철벽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방어의 달인이다. 반면 몸이 성치 않은 베니오는 단기간에 결전을 보기 위해 무리를 하느라 내상을 입은 것이다.
“베니오 케플러. 무도한 네 죄를 로열나이트의 첫 번째 검인 내가 묻겠다.”
장기전으로 가면 존슨의 우세다. 베니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를 하려 했지만 제국에서 손꼽히는 오러 마스터의 실력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베니오의 상태가 온전하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써는 무리였다.
하지만 베니오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스윽 닦아 냈다.
“철벽 경. 병상에서 일어나신 후 이상한 증상을 겪고 계시지 않습니까. 불현듯 머리가 아프다는지, 귀가 먹먹해지면서 잘 들리지 않는다든지. 혹은 눈앞이 컴컴해진다든지.”
한참 검을 나눠 놓고 그에게 증상을 묻는 베니오의 모습은 기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벽 경은 그런 베니오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시간을 벌려는 것인가. 아니면 말로서 이 자리를 모면하고자 함인가.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 어린 나이에 검으로 전공을 세웠다 하여 오만해졌는가.”
“아마 잠도 깊이 주무시지 못할 겁니다. 꿈속에서는 붉은 눈을 한 악귀가 쫓아오는 꿈을 꾸실 것이고 검을 휘두르려고 해도 문득문득 그 붉은 눈을 한 악귀의 환상이 보이는 탓에 손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갈 것이고.”
베니오는 철벽 경을 직시했다.
“환청은요? 혹여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하진 않으십니까? 그게 설령 폐하라고 할지라도.”
“베니오 케플러!!”
쿵!
철벽 경이 발을 강하게 굴렀다. 알현실 바닥이 쩌적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그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감히, 폐하의 검인 내가 그런 불충한 생각을 하리라 생각하는 것인가!”
“그래서, 아니십니까?”
베니오는 계속해서 철벽 경을 추구했다. 그런 베니오의 태도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알현실 안에는 많았다.
로열나이트.
죽더라도 황제를 위해서라면 웃으면서 죽겠다 맹세한 황실을 수호하는 방패이자 지켜 내는 검인 그들이 베니오를 보며 조용히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베니오는 철벽 경을 모욕하고 있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모욕하지 마라!”
“허면 왜.”
그들이 그러건 말건 베니오는 모든 신경을 철벽 경에게 집중했다. 그러면서 베니오는 기감을 넓게 퍼뜨려 무언가를 찾았다.
“철벽 경에게서 혈기가 느껴지는지요. 상귀스의 에반 크뤄르, 그자와 동류의 힘이 말입니다.”
탓―!!!
상귀스란 말에 황제의 표정이 변했다. 그 순간 베니오는 바닥을 박차며 알현실의 천장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화령을 휘둘러 그대로 알현실의 천장을 베었다.
서걱!!!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베니오는 베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곳에서 가슴이 쩍 벌어진 시체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떨어졌는데, 손에 기다란 피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혈술사,’
베니오는 설마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죽은 이의 손에 들린 혈적(血笛)을 보고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야차대법을 펼쳐 혈야차를 만들고, 그것을 조종하는 것이 광혈령이라 한다면 혈적은 강시를 조종하는 방법이다.
“끄, 끄아아아악!!!”
혈술사가 죽자 강시화(化) 술법을 받았던 철벽 경이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움켜쥐고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황제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가 놀랐다. 베니오는 가슴이 쩍 갈라져 죽은 혈술사의 손에 들린 혈적을 빼앗았다.
“어서 철벽 경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지 않고 뭐 하시는 겁니까.”
베니오는 나지막이 로열나이트를 다그쳤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로열나이트가 존슨 경을 둘러업고는 알현실 밖으로 나갔다.
황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베니오에게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예. 이것이옵니다.”
베니오는 혈적을 내밀었다. 나무로 만든 피리인데, 그것을 오랫동안 피에 푹 적셔 놓은 것처럼 께름칙하게 생긴 피리였다.
“두덱령의 마인, 기억하시옵니까?”
“기억한다.”
베니오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두덱령의 비극 때문이다. 그곳에서 천 년 만에 마인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상귀스가 발호하였다.
“마인을 조종하는 주술구이옵니다.”
“이것이?”
“예. 본래 마인이란 산 사람을 제물로, 그리고 그것이 강한 사람일수록 위험한 법이지요.”
황제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하지만 그것이 노기로 바뀌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검을 살아 있는 마인으로 바꿔치기하려 했단 말인가. 상귀스의 간자들이 이 황궁까지 숨어들어서! 그리하여 짐의 목숨까지?”
“예, 폐하.”
베니오의 말에 로열나이트 전원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베니오는 그 자리에서 아모리아 황제에게 말했다.
“본래 곳간이 클수록 쥐가 더 많은 법이옵니다. 이 기회에 성역을 두시지 마시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조사하시옵소서. 상귀스는 짐작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음험하고 위험한 자들이옵니다, 폐하.”
베니오는 고개를 숙였다.
에반 크뤄르에게 일격을 맞고 중상을 입은 철벽 경을 치료한 건 황실 어의와 교단의 주교, 그리고 여러 마법사다.
그리고 오러 마스터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괴인이 알현실 천장에 은신까지 하고 있었다.
황실, 황영, 로열나이트, 마탑, 교단.
이 모든 것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말을 황제는 용케 알아들었다. 아모리아 황제의 두 눈에 용암과도 같은 분노가 들끓었다.
“그럼 소신은…. 쿨럭.”
그때 베니오의 입에서 선혈이 튀어나왔다. 내상이 도진 것이다. 그것을 본 황제가 로열나이트에게 명했다.
“로열나이트는 당장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를 내 침실로 데려가 눕히고 황실 어의를 불러오라!!!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