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7)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7화(27/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7)
쓸 만한 놈 (2)
중간에 쓸데없이 길을 막은 놈이 있긴 했지만 베니오는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마법 수련장.
검술 학부에 검술 수련장이 있어 생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마법 학부에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러나 듣기로는 내부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검과 마법에 차이가 있으니까.’
벌써 그 근처에 도착하자 안에서부터 마력이 느껴졌다. 베니오는 눈에 잡힐 것 같은 마력의 유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수련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 베니오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지나치는 이들 중 상당수가 베니오를 힐끗거리면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른 학분가?”
“나 알아, 베니오 케플러.”
“그 베니오?”
“어, 오러를 개화했다는 걔.”
베니오의 얼굴을 알아본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지만 개중에 베니오의 얼굴을 본 사람도 있었다.
최악의 둔재에서 일약 천재로 거듭난 베니오가 마법 학부 수련장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저것도 마법인가?’
갑자기 베니오를 보고 수군거리는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마력 파장을 발산했기 때문에 베니오는 그게 마법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주변에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수군수군.
웅성웅성.
그들은 베니오를 보면서 호기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호기심만 드러낼 뿐 다가오는 생도는 하나도 없었다. 검술 학부와 마법 학부의 관계 때문이다.
‘거슬리는군.’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동물원의 동물 쳐다보듯 수군거리는 마법 학부 생도들이 늘어나자 슬슬 베니오의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궁금하다면 다가와서 말을 걸어 보면 될 것을.
마치 근방 몇 미터 이내로 들어오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일정한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에 베니오는 인상을 썼다.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고 수군거리며 대놓고 들으라는 듯 말하는 주변의 이야기에 베니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려는 순간.
기다렸던 코코가 드디어 나타났다.
“베니오 생도!”
처음 볼 때부터 그렇듯 그녀는 여전히 단정한 차림이었다. 저런 단정한 차림새로 처음 본 베니오에게 대련을 신청할 정도로 터프한 그녀였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방금 왔습니다.”
베니오와 코코가 아는 척을 하자 주변에서 놀랐다는 듯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코코랑 베니오?”
“둘이 어떻게 알아?”
“사귀는 거야?”
“그건 아니겠지. 어색해 보이긴 하는데….”
“우우, 연애는 안 된다, 우우.”
이상한 소리들이 섞여 들렸지만 앞에 집중할 상대가 있으니 훨씬 나았다. 게다가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는 검술 학부에서부터 지겹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코의 표정이 달랐다.
“저, 베니오 생도. 미안해요.”
“예?”
“그, 제가 아직 성취가 부족해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싶어 스승님께 물어보았는데.”
오싹.
그 순간 베니오의 뒷골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베니오의 본능이 강렬하게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고수!’
베니오가 미끄러지듯 뒤로 쭉 물러섰다. 용천혈에 공력을 담아 제 몸을 뒤로 힘껏 밀어낸 것이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코코의 모습이 뒤로 쭉 밀려났지만, 그와 동시에 베니오의 소맷자락이 타닥하고 타들어 갔다.
지끈.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 작고 빠른 것이 베니오의 팔에 구멍을 뚫을 기세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종이 한 장 차이로 베니오의 소맷자락만 뚫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베니오는 화상을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압축하고 응축한 광선이었다.
‘마법.’
베니오는 그 마법이 스쳐 지나간 후에야 마력의 유동을 느꼈다. 그렇다는 건 베니오보다 월등한 고수가 베니오에게 조금 전의 광선을 날렸다는 뜻이다.
[검을 뽑거라, 죽고 싶지 않다면.]그 순간 베니오의 머릿속에 살기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음과 비슷하지만 마력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마법이었다.
까득.
베니오의 이가 갈렸다. 베니오는 아직 흉수의 위치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광선이 날아온 방향일 거라 짐작했지만 그쪽에서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렇다는 건 베니오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이거나, 벌써 그 자리를 이탈했다는 뜻이다.
우뚝.
베니오의 신형이 멈춰 섰다. 뒤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마력이 베니오의 머리 위에서 유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광선.’
베니오의 소맷자락을 태운 광선이다. 그런데 그 광선이 한 줄기가 아니라 십여 줄기가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탄지공과 비슷한 위력이다.’
손가락으로 공력을 튕겨 상대를 살상하는 탄지공은 그 내력이 최소 절정 이상은 되어야 쓸 수 있는 무공이다.
병장기라는 매개 없이 공력을 유형화하여 상대를 살상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절정 이상의 깨달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베니오로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그렇다면.’
베니오의 두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순간 베니오의 눈동자 속에서 불꽃이 일렁이다가 푸르스름한 안광에 뒤덮였다.
동시에 베니오의 단전에서 구양신공이 일어나며 하체로 향했다.
‘섬보(閃步).’
그 순간 베니오의 다리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연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육체로 상승 보법인 섬보를 펼치니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섬보.
중원에는 구파일방이나 마교 외에도 수많은 신비 문파가 존재했는데, 그중 섬문(閃門)이란 곳이 있었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손이나 발, 병장기를 휘두르는 방법이 아니라 보법에 모든 사활을 건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태어난 한 기재에 의해 완성된 것이 바로 섬보라는 보법이다.
이 섬보는 최대 열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걸음당 들어가는 내공이 두 배씩 늘어나지만 그 속도 역시 두 배씩 늘어난다.
이론상이지만 열 걸음을 전부 다 걸어 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 속도는 1,024배다.
내공 역시 1,024배나 많이 들어가지만 섬보를 정립한 섬문의 가주는 다섯 걸음만 걸을 수 있는 5성의 섬보만 가지고도 무림의 가장 강한 열 명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극쾌를 추구하는 보법.
아무리 현란한 묘리가 들어 있어도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쾌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탄생한 섬보가 천마대제의 손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했다.
섬문이 그에 의해 멸망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섬보를 4성까지 익힌 가주가 천마대제의 호위장이었던 검귀와 호각지세를 이뤘는데, 극마에 오른 검귀를 속도로만 호각지세를 이뤘다.
검귀가 검을 휘둘러도 그 어느 것도 섬문의 가주에게는 닿지 못했다. 섬문의 가주도 검귀를 쓰러뜨리진 못하지만 검귀도 섬문의 가주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그런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극쾌.
그러나 그 극쾌도 천마대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육항은 천마대제가 분석하라며 던져준 섬보의 비급서를 분석하면서 깨달았다.
섬문의 가주가 초절정에만 올랐더라도 천마대제는 섬문의 가주와 호각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섬문은 섬보 외에는 다른 무공들이 빈약하기 그지없었고 가주라고 해도 절정에도 이르지 못했기에 천마대제를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베니오는 섬보를 익히기로 했다.
이걸 지금 쓸 줄은 몰랐기에 외웠던 비급을 바탕으로 기초 정도만 익힌 것이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내공과 속도가 두 배씩 증폭하는 섬보는 폭발적인 구양신공과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했던 베니오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생각했다.
‘피할 수 있다.’
고위급의 마법인 것이 분명한 광선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그 순간 베니오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한 발을 내딛고.
후웅!
베니오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베니오는 구양신공이 하체를 헤집으면서 나는 끔찍한 고통을 버텼다.
다치고 깨진 뒤 회복하면서 혈맥과 육체는 질겨지고 성장한다. 그렇기에 구양신공을 이런 상황에서까지 아낄 필요는 없었다.
‘마법에서 살기가 느껴지진 않으니까.’
머릿속에 울려 퍼진 전음에는 살기가 느껴졌으나 정작 첫 번째 광선은 베니오의 팔을 노렸을 뿐 목숨을 노리진 않았다.
그렇다는 건 한 가지뿐이다.
‘날 시험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 시험에 응해 주면 된다. 베니오는 이를 악물고 한 발을 더 내디뎠다.
두 걸음.
찌지직.
다리에서 근육이 파열되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순간 베니오는 깨달았다. 자신이 광선의 범위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 구양신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슨!’
구양신공의 기운은 폭발적이고 거칠다. 몸속에 거대한 화산을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달마대사가 9년간의 면벽을 통해 어찌하여 이런 패도적인 신공을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나 구양신공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소림의 무공은 그 강맹함이 천하일절이었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바짝 긴장했다.
몸속에서 구양신공이 베니오의 의지와 관계없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후 베니오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베니오를 향해 날아왔던 화염 광선.
열기를 압축하고 또 압축해 놓은 강렬한 화기 덩어리인 화염 광선의 화기를 느낀 구양신공이 요동을 쳤던 것이다.
그건 마치 배고파하는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구양신공은 그냥 어린아이가 아니다. 구양신공은 어른이 잡더라도 그 손을 부러뜨려 버릴 수 있는 무지막지한 어린아이였다.
치이익!
요동치던 구양신공이 베니오의 손바닥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양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 양기가 하늘에서 창살처럼 내려 꽂히던 화염 광선 중 하나에 닿았다.
그리고 그대로 광선 하나를 흡수했다.
‘무슨!’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광선 하나가 구양신공의 양기에 의해 집어삼켜진 순간 베니오의 단전으로 강렬한 화기가 빨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순간 베니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녹여 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단전이 타 버릴 테니.’
강렬하기 짝이 없는 화기다. 화염 광선은 막대한 화기와 열기를 몇 번이나 압축해 놓은 것이었다. 그러니 그걸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단전이 타 버릴 것이다.
분명히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구양신공 안으로 녹아들고 있어.’
구양신공은 극양의 기운을 품은 그 결정체다. 그 구양신공이 단전 속의 화기를 품은 순간 놀랍게도 막대한 화기와 열기를 품은 마법이 구양신공으로 그대로 흡수됐다.
‘두 배?’
마법 하나를 삼켰다고 구양신공의 공력이 두 배로 늘어났다. 예상치 못한 기연에 베니오가 어안이 벙벙한 순간 베니오가 아까까지 서 있던 곳으로 화염 광선이 비 내리듯 내리 꽂혔다.
푸과가가각!
땅이 패이고 뜨거운 열기가 후끈하고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뒤늦게 그걸 알아챈 코코가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어딘가를 향해 소리쳤다.
“스승님!”
휘이이익!
그러자 부유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던 코코의 스승이 바닥에 착지해서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베니오의 팔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러고는 잡아먹을 것처럼 베니오를 보며 코코 셀린느의 스승, 마법 학부의 베아트리체 교수가 소리쳤다.
“너, 대체 뭐야!”
교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젊어 보이는 외모. 하지만 베니오는 그녀가 나타난 순간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랐던 생도 중 하나가 한 말을 귀신같이 캐치했다.
“호, 홍염의 광녀?”
홍염의 광녀.
다짜고짜 생도에게 살상 마법을 날린 것을 보면 광녀라는 말이 가히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베니오의 팔목을 붙잡고 소리를 질러대는 교수라니.
그 순간 베니오가 그녀의 손에 붙잡힌 손목을 번개처럼 빼서는 허리춤의 목검을 뽑아 들고는 그녀의 목을 겨눴다.
“워, 잠깐, 진정해.”
“베, 베니오 생도!”
설마 생도가 교수의 목에 목검을 겨눌 줄 몰랐던 주변의 구경꾼들 모두가 경악했다. 그건 코코도 마찬가지였지만 베니오는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댄 목검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그걸로 베아트리체를 밀어냈다.
쉬익!
그러고는 번개처럼 베아트리체의 목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마치 교수의 목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검에 담긴 강맹함에 코코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목검이 닿은 순간 베아트리체의 신형이 펑하고 터지면서 연기로 변했다.
휘익! 척!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허리춤에 목검을 다시 맨 베니오가 뒤로 돌아 허공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교수님.”
스르륵.
그러자 환영 마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베니오를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너, 쓸 만한 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