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7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70화(270/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70)
살려면 뭘 못 하겠어 (5)
황제가 준비한 선물은 철벽 경이다.
오러 마스터.
제국의 첫 번째 검.
그가 베니오에게 검을 바친 것이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민 검을 쥐고, 그의 어깨와 머리를 두드렸다.
“일어나십시오. 철벽 경.”
“예, 주군.”
황제에서 베니오로 주군을 갈아탄 셈이지만 이건 일종의 파견이다. 철벽 경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린 그의 주군, 황제가 그에게 기회를 열어 준 셈이기 때문이다.
‘황제도 나를 첨병으로 쓸 생각이 있다는 뜻이군.’
베니오는 그런 황제의 결정에서 자신을 전선으로 보내겠다는 황제의 결심을 읽어 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손상된 긍지를 수복하고 싶은 철벽 경을 베니오에게 주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잘 끝나 다행입니다.”
월광 경이 다가와 웃으며 철벽 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철벽 경은 미안하다는 듯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폐하를 부탁하네.”
“부디 철벽 경이 웃으면서 돌아올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베니오는 두 기사가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생각할수록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 일어났다.
‘철벽 경. 용병왕. 그리고 나.’
아직 작위도 가지지 못한 베니오가 두 명이나 되는 오러 마스터를 거느리게 된 셈이다. 이로써 베니오까지 포함해 오러 마스터가 무려 셋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정도면 로열나이트와 비교해도 전력이 한 수 위가 되었군.’
단순히 오러 마스터의 숫자만 센다면 로열나이트보다 강해진 셈이다. 그렇다는 건 베니오의 기사 전력이 제국 전역의 그 어떠한 귀족가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주군.”
철벽 경이 베니오를 주군이라 불렀다.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베니오가 그를 쳐다보자 철벽 경이 베니오에게 물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오러 마스터인 철벽 경이 해야 할 일. 베니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사용처는 무궁무진하지만, 동시에 그가 최고급 전력이란 것을 고려하면 세심하게 그의 임무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리토 선생이나 튀농 훈작의 조언이 필수이니, 베니오는 그가 원래 가장 잘하던 일을 맡기기로 했다.
“당분간은 제 호위를 부탁드립니다.”
“주군께 호위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철벽 경이 쓰게 웃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진 상태의 철벽 경이라고는 하지만 베니오는 그를 이겼다.
자신보다 강자의 호위라니. 그것만큼 우스운 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철벽 경의 폼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저와 함께 다니시지요.”
“상귀스를 잡을 수 있는 몸 상태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철벽 경이 눈을 빛냈다.
“현재 프로이드 경을 통해 오만의 알파 부대, 그러니까 용병으로 구성된 부대를 조직하였습니다.”
“5만이나요?”
“예.”
베니오는 철벽 경을 보며 빙긋 웃었다.
“언제든 전쟁에 대비를 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상귀스 왕국과의 전쟁을 대비하시는 겁니까.”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상귀스라면.”
베니오는 확신했다. 혈교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정파와 사파가 손을 잡고 몇 번이나 중원무림에 야욕을 드러낸 혈교를 멸절시켰음에도 잡초처럼 그들은 기어코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 혈교가 여러 종족의 연합체인 데빌하트를 흡수했으니.
아모리아 제국에 이를 드러낸 상귀스가 허술하게 준비했다고 보는 건 무리다. 아마 아모리아 제국은 물론, 대륙의 여러 왕국과 공국의 간담을 서늘케 할 만한 기괴한 계략을 준비해 놨을 것이다.
‘하지만 난 혈마의 목만 노린다.’
혈마, 상귀스의 국왕일 그놈의 목만 노리면 된다. 베니오는 혈교의 모든 권력이 그에게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의 순간에 베니오와 함께 적군의 전선을 돌파할 첨병을 알파와 오메가란 이름으로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 용병왕과 철벽이라는 날개가 달린 셈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출발 신호만 떨어진다면 베니오는 한 대의 화살이 되어 혈마를 노리기 위한 준비가 끝난 셈이다.
“철벽 경께 알파 부대를 맡기겠습니다.”
“용병왕에게 맡기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용병이 무려 오만이다.
자유롭게 바람처럼 사는 용병을 오만이나 모은 것 자체가 기적이다. 거기에 큰 공을 한 것이 용병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용병계의 기둥인 용병왕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부대의 지휘를 철벽에게 맡긴다?
용병들이 반발할 만한 인사 조처다.
“용병왕은 오만이나 되는 대부대의 지휘를 할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용병이니….”
“오만이나 되는 병력을 주먹구구식으로 굴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S급 용병들에게 알파 부대의 중간 지휘관을 맡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용병왕은 최고의 용병이지만 그게 최고의 지휘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그에게는 수십 만의 용병이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이 있었지만, 지휘력은 그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철벽 경이 제격이다.
“철벽 경이시라면 제국군을 지휘해 본 경험도 있으시니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용병왕은 오메가 부대를 맡길 생각입니다.”
오메가 부대는 처음부터 베니오가 끌고 온 죄수 출신 병사들과 튀앙 산의 근질과 골격이 좋은 산적들을 추려 내어 만든 500명의 돌격대다.
그들의 선봉을 맡을 사람은 바로 용병왕이다.
“광견 용병대 중 S급과 A급을 추려 500인을 태울 생각이니까요.”
“확실히 저보다는 용병왕이라면 돌격대 임무에 적합하겠군요.”
철벽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능한 인물이다. 반면 용병왕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능한 인물이다. 철벽은 베니오가 지휘관을 왜 그리 편성했는지 그 이유를 곧바로 깨달았다.
오메가 돌격대가 적의 진열을 깨부수면, 5만의 알파 부대는 진열을 갖추고 전진하여 깨진 적의 진열을 파고들어 깨부수는 역할이다.
난전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지휘관의 능력이다. 게다가 용병이라면 난전의 스페셜리스트들.
“제가 해야 하는 건 진형과 진법을 용병들에게 숙달시키는 일이겠군요.”
“정확합니다. 아마 쉽지 않으실 겁니다.”
“언제는 제가 쉬운 일만 했겠습니까.”
철벽 경은 수년을 제국의 최고 존엄인 황제를 호위하는 자리에 있던 호위장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황제의 호위장이야말로 가장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직업이다.
아주 조금만, 아주 조그마한 빈틈과 방심만 생겨나도 그걸 찾아내어 파고드는 것이 황제를 향한 암살 시도다.
황제의 호위장의 비애란 1년 365일 내내 그것에 대비하여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단 한 번.
단 한 번의 방심과 빈틈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철벽의 어깨에 얹어져 있던 책임감의 무게는 범인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런 철벽에게 오만의 용병의 지휘?
제국 황제란 곧 2억에 다다르는 제국민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뜻이다. 그러니 그의 호위장은 곧 2억에 달하는 제국민의 운명을 지키는 자리라는 뜻이다.
오만이면 2억보다는 훨씬 낫다.
“아카데미 검술 학부 출신의 졸업생들을 초급 지휘관으로 대거 영입할 생각입니다.”
“훌륭하신 결정이십니다.”
철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성과 덕망, 그리고 실력을 모두 갖춘 철벽이라는 최고 지휘관의 존재는 이제 막 생도 티를 벗은 초급 지휘관들에게 있어 좋은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맡겨 주십시오, 주군. 상귀스 것들을 분쇄해 버릴 수 있는 최고의 부대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철벽이 상귀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다. 지휘관이 저리 적극적이라면 베니오에게는 땡큐다.
스르륵.
“누구냐.”
그때 인기척을 느낀 철벽의 전신에서 투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일어난 그림자가 휘청거렸다.
“내 사람입니다.”
“예, 주군.”
확실히 황제를 호위하던 호위장답게 이런 미비한 기척에도 대응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베니오의 말에 철벽의 기세가 흩어지자 휘청거리던 그림자가 본 모습을 드러냈다.
“주군.”
“헤일리.”
헤일리가 나타나자 철벽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헤일리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를 철벽도 느낀 것이리라.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니까.’
헤일리의 묵운번천은 대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헤일리의 괴물 같은 재능이 그녀가 물려받은 핏줄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에게만 일어난 기적인지는 모르지만 무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기함할 정도의 속도다.
천하제일대도, 도공의 경신법인 묵운번천은 수많은 경신법 중에서도 그 난이도가 최상에 속하는 경신법이다.
그 천마대제조차도 경신법으로는 도공을 잡을 수 없었으니, 천마신공도 경신법에서만큼은 묵운번천보다 한 수 아래라는 뜻이다.
헤일리는 그런 묵운번천을 태어나서 수련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최상급 익스퍼트.
묵운번천을 익힌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벌써 대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급보이옵니다. 지휘관 면접을 위해 상경한 아카데미 졸업생도 사이에 상귀스의 간자가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했어요.”
푸확!
철벽의 두 눈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귀스의 간자란 소리 때문이다. 그 모습에 헤일리가 긴장했지만 조금 전처럼 그 살기에 휘청거리는 일은 없었다.
스윽.
베니오가 살기를 모두 걷어 냈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어온 첩보지?”
“어몽어스에서 입수한 정보라 합니다.”
“호오. 간자라.”
베니오의 눈이 갸름해졌다.
* * *
어몽어스의 깅예르는 최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베니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어몽어스가 해야 하는 일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실시간으로 합류하는 용병들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용병왕을 보조하여 필요한 용병들을 찾아내는 일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깅예르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기별도 없이 그녀의 주인인 베니오 케플러, 황도와 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깅예르.”
“대공자님.”
깅예르는 고개를 숙였다. 베니오와 첫 만남은 과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베니오로 인해 그녀는 오랜 기간 그녀를 괴롭혀 온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이용만 하다가 토사구팽한 갈턴 자작과 베니오는 인성부터가 달랐다.
영원히 음지에 숨어 살 수밖에 없는 그 운명을 받아들였으나, 그 노고를 주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베니오는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주인이었다.
그렇기에 깅예르는 베니오를 진심으로 따르게 되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헤일리를 통해 전해 들었다. 상귀스의 간자가 잠입했다고.”
“예, 대공자님.”
베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귀스의 간자를 파악하고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냐?”
“상귀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판단하여 의심되는 자들을 간추려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발견된 것이다?”
베니오가 히죽 웃었다.
“내가 아는 상귀스와는 다르군.”
“예?”
“그들이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정상이거늘.”
깅예르의 눈이 커졌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놈들이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베니오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고 깅예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 * *
“세베루스. 너도?”
“크흠.”
“가문은 어쩌고? 마이어는?”
“저기.”
세베루스는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지오반니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곳에 루멘 마이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 잠깐만. 루멘도 지원한다고?”
“배울 것이 있다 하더군.”
“허얼….”
지오반니는 입을 턱 틀어막았다. 케플러 가문의 베니오, 그들과 동급생이었던 그가 지휘관을 뽑는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생도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케플러 가문이라면 돌아갈 곳이 있는 생도들을 제외한 나머지 생도에게는 가장 최상의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그들과 같은 나이에, 같은 동급생이었음에도 알칸트라의 영웅, 제국의 신성이라 불리게 된 베니오라면 더더욱.
“지오반니.”
“왜?”
“몇 명이나 온 것 같은가?”
그리고 그중에는 마이어 후작가의 후계자, 루멘과 세베루스처럼 베니오와 친하게 지냈던 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오반니가 황도 폴리스를 돌아다니면서 본 얼굴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최소 삼백. 최대 오백.”
“오백?”
“이전에 졸업한 선배들도 지원한 모양이니까.”
세베루스의 눈이 빛났다.
“밀릴 수 없지.”
각기 다른 풍운의 꿈을 꾼 젊은 청춘들로 인해 황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