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73)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73화(273/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73)
네가 싸지른 똥 (3)
황제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가득 떠올라 있었다.
“그리 좋으세요?”
“험, 험. 아니니라.”
“제 눈에는 딱 보이는걸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 황녀의 짓궂은 표정에 아모리아 황제는 딴청을 피웠다. 그간 동부에서 일어난 여러 일로 인해 스트레스만 쌓여 가던 황제에게 전해진 오래간만의 속 시원한 낭보 때문이다.
“제가 사람 하나는 잘 봤죠?”
“끄응. 또 그 이야기냐….”
“제가 다른 나라로 시집가는 걸 원하세요?”
“그, 그건 아니다만.”
다른 이에게는 위엄의 대상은 황제이지만 막내딸 앞에서는 완전히 무장해제다. 비앙카 황녀가 토라진 표정을 짓자 황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서운해하지 말거라. 응?”
“그러면 그 사람한테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포상해 주세요.”
“포, 포상 말이냐?”
“네.”
비앙카 황녀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아모리아 황제는 묘한 질투심이 들었다. 자신밖에 모르고 아바마마, 아바마마 하던 황녀가 어느덧 다 커서 다른 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모리아 황제는 심통 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더 퍼 주라는 것인지. 이미 내 검을 그에게 주었거늘.”
철벽 경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앙카 황녀는 황제의 천적이다. 황제의 그 말이 황녀에게 통할 리 없다.
“철벽 경은 물건이 아니에요, 아바마마. 철벽 경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제국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신 거 아닌가요?”
“허, 허험. 목이 마르구나.”
황제가 딴청을 피우자 황녀가 빙긋 웃으며 찻주전자를 가져와 직접 차를 따랐다. 향긋한 차향이 피어오르자 황제가 장난기를 지웠다.
“이미 케플러의 그 아이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다른 이들의 질투와 시기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그는 이 제국의 동량이니까.”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를 직접 독대하고, 황제에게 치하를 받은 귀족은 많지 않다. 그런데 아직 작위도 없는 어린 귀족이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에 귀족 사회에서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가 능력이 뛰어나 성취한 것인데두요.”
“사람의 질투와 시기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단다, 얘야.”
“불공평해요.”
황녀는 볼을 부풀렸다. 그게 놀라울 정도로 깜찍했지만 황제는 가까스로 그 볼을 찌르고 싶은 것을 참아 냈다.
“원래 이 세상은 불공평한 법이란다.”
“저도 알아요. 저와, 시녀와 저 바깥의 아이가 살아가는 게 전부 다르니까요.”
“그렇지.”
황실은 예전부터 황족이 지극히 오만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 때문에 어려서부터 필수적으로 많은 교육을 받게끔 했다.
그럼에도 출생과 환경 자체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태도를 전부 막아 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막내 황녀는 총명했기에 교육을 이해했다.
“그래도 내리셔야 해요.”
“왜. 네 정인이라서?”
“정인은….”
황녀가 부끄러운지 볼을 슬그머니 붉혔다. 그것을 보니 황제는 또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체통을 지킨 그는 황녀가 마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어쨌든. 그 사람은 고작 동량 따위가 아니잖아요.”
“음?”
“케플러 가문이란 것을 걷어내고 한번 봐 보셔요, 아바마마.”
황녀는 황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건드렸다.
“폐하께서 미하일 경께 검공의 칭호를 내리시고, 기사도 아닌 그를 명예 귀족으로 임명하셨을 때.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는지.”
검공 미하일.
그는 귀족이 아니다. 그럼에도 황제는 그를 검공, 검의 공작으로 인정하고 명예 작위를 내렸다. 그리고 그가 동부에 자리 잡아 그를 따르는 이들이 모여 검공령이란 것이 만들어졌을 때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건 오러 마스터라는 검공을 제국에 앉혀 놓기 위함이었다.
“그렇구나. 짐이 미처 그걸 잊고 있었다.”
“아바마마는 인재를 사랑하시는 성군이시죠. 인재가 진심으로 제국에 충성을 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잖아요.”
용병왕도 마찬가지다. 타국에서는 그냥 우연히 오러 좀 익힌 용병이라고 애써 낮춰 보던 그에게 왕의 칭호를 직접 하사한 것이 바로 황제다.
그것 역시 오러 마스터인 용병왕을 제국에 주저앉히기 위함이었다.
“검공은 그로 인해 동부의 수호신이 되었어요.”
“그랬지.”
“비록 쓰러지셨지만 다시 건재하게 돌아오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검공을 말할 때 황제의 표정이 흐려졌지만 황녀는 단호했다.
“용병왕은 스스로 그 사람의 기사가 되겠다 선언하였어요.”
“결국 그 둘이 제국의 품으로 들어왔구나.”
“네. 그러니.”
황녀는 황제에게 애교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사람 역시도 아바마마께서 아끼는 인재라 생각해 주세요. 그 사람의 가문, 주변의 평판, 나이 같은 건 전부 제쳐 두시고.”
황제가 기특한 눈으로 황녀를 바라봤다. 마냥 어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녀는 어엿한 한 명의 황족이 되었다.
이런 황녀를 다른 놈팡이한테 내어줘야 한다니, 그걸 생각하니 주먹이 절로 쥐어졌지만 황제는 상념을 떨쳐 냈다.
“그 사람은 상귀스의 사흉이라는 이들 중 둘을 생포하였잖아요? 지금까지 잡아들인 간자와는 차원이 다른 주요 인물을 생포하였죠. 그것도 황도에서요.”
“오냐. 내 너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황제는 옆에 놓인 종을 들었다. 그리고 그 종을 흔들자 시종장인 도미니언 백작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인사대신과 신상국장을 들라 하라.”
인사성 아래 신상국이 있다. 그곳의 책임자 둘을 부르라는 건 베니오의 포상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황녀가 그런 황제를 보며 활짝 웃었다.
“아바마마가 최고셔요.”
눈에 보이는 아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팔불출 황제가 껄껄 웃었다.
* * *
베니오는 공작령으로 향했다.
공작령으로 향하는 길 내내 베니오를 향한 융숭한 대접이 이어졌다. 모든 영지의 영주들이 문을 활짝 열고 베니오를 위한 개선 의식을 펼쳤다.
그건 영웅을 맞이하는 환영식이었다.
황명으로 황도 폴리스로부터 공작령의 주도 카사케플러로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영지는 의무적으로 개선 행사를 벌이게끔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베니오의 이름은 일약 영웅이 되어 대륙 전체에 퍼져 나갔다.
그전까지는 알음알음,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진 소문이었다면 지금 베니오의 위상은 황실에서 직접 보증해 준 셈이다.
제국의 신성.
알칸트라의 영웅.
황제의 수호자.
베니오 케플러.
베니오란 이름 세 글자가 무시무시한 명성을 입은 채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이제 적어도 제국 내에서는 베니오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황제가 준비한 포상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핑귀스 시(市)를 성(城)으로 승격한다. 이곳을 독립자치령으로 선포한다. 핑귀스 성은 이 시간부로 제국법과 황률에 예속되지 않은 온전한 베니오 케플러만의 독립자치령임을 선언한다.]제국 내 독립자치령.
제국 역사상 한 번도 있던 적 없던 엄청난 포상이 주어진 것이다.
[핑귀스 성과 제국은 동등한 우호 동맹 관계를 형성한다. 제국과 핑귀스 성의 관세를 철폐하며 각종 상업 행위에 따른 부가세를 면제한다.]놀랍게도 황제는 일개 성에 불과한 핑귀스와 동등한 우호 동맹 관계를 선포했다. 이는 핑귀스 성을 제국과 같은 반열의 독립적인 영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핑귀스 성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국령, 그것도 케플러 공작령이나 바로 인근의 레길론 백작령을 지나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충격적인 일이다.
이제 핑귀스 독립자치령은 제국법에 국한되지 않으니, 그곳의 온전한 주인인 베니오는 자치령 안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황제 폐하의 관용 덕에, 오만이나 되는 알파 부대를 무사히 핑귀스 성의 영지군으로 편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베니오는 볼리토 선생이 보낸 서신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만이나 되는 용병을 고용한 것이 황영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으니까.”
정병 오만이면 일개 공작이 보유할 수 있는 사병의 제한을 훌쩍 넘어간다. 물론 다른 귀족들도 알게 모르게, 편법을 사용해 사병 제한을 넘어선 사병을 보유하고 있지만 베니오는 아직 귀족 작위도 없는 일개 시장이다.
그런데 황제의 이 조치 덕분에 베니오는 사병 제한을 넘어 독립적인 부대를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 셈이다.
베니오는 공작령에 들어섰다.
이미 베니오의 명성이 제국 황실의 이름으로 전 대륙에 공표되었기 때문에 공작성 초입부터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들어 환영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튀농 훈작의 생각이겠군.”
이는 튀농 훈작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 것이다. 볼리토 선생이 거시적인 시각으로 정도를 걸어가는 쪽이라면, 튀농 훈작은 볼리토 선생이 보지 못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며 꼼수나 권모술수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는 책사다.
베니오의 명성을 공작령 전체에 드높일 수 있는 이 기회를 그가 놓칠 리 없다.
와아아아아아!
베니오!
베니오 대공자!
베니오 케플러!
베니오가 나타나자 꽃잎이 하늘을 수놓았다. 형형색색의 꽃잎이 팔랑거리며 하늘에서 떨어졌고 사람들이 베니오의 이름을 연호하며 꽃잎을 뿌렸다.
그 위에서 베니오는 백마를 탄 채 꼿꼿이 허리를 편 채 자신의 기세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오러 마스터.
그러자 공작령의 주민들은 그런 베니오에게 더욱 열광했다. 자신이 평생 살아가야 하는 이 영지의 주인이 제국의 영웅이자 강력한 기사라면 그들이 살아가는 이 터전이 더욱 안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민들이 위정자에게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배를 곯지 않고.
안전하게 터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위정자가 무슨 정책을 펼치건 간에 이 두 가지만 지켜 준다면 그 위정자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성군이다.
베니오는 마련된 동선을 따라 공작성 전체를 천천히, 크게 돌며 자신을 위한 환영식의 모든 절차를 100% 수행한 뒤 내성으로 돌아왔다.
“도련님.”
“토니.”
베니오가 말에서 내리자 토니가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달려와 베니오의 어깨와 머리에 묻은 꽃잎을 털어 냈다.
“고생하셨습니다.”
“너도 고생 많았다.”
토니는 알칸트라에서 훌륭히 살아남았다. 베니오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역경을 뚫고 살아남았으니 그 경험은 토니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해 줄 것이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겠다.”
그 결과 토니는 오러 유저 최상급에서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베니오를 만날 때만 해도 그냥 하인이었던 토니가 벌써 익스퍼트 초급을 넘보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다 도련님 덕분입니다! 평생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자신을 향한 토니의 충성 맹세, 듣기에 과히 나쁘지 않다. 그리고 토니뿐만이 아니다.
루텐 경, 앰블란 경, 디아토까지 모두 한 뼘 더 성장했다. 베니오가 서쪽 마녀를 쓰러뜨리는 동안 혈교의 혈령대와 맞서 싸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베니오의 뒤로 용병왕과 철벽 경이 따랐다.
“이쪽은 철벽 경.”
용병왕은 다들 아니 패스하고, 철벽 경을 소개하자 베니오를 마중 나온 기사들의 턱이 툭하고 떨어졌다.
“오메가 부대의 지휘를 맡으실 거다.”
“잘 부탁하지.”
로열나이트의 첫 번째 검을 모르는 기사는 없다. 그가 베니오의 기사를 자처하는 모습에 기사들은 경악을 수습하고는 벅차오르는 얼굴로 웃었다.
거기에 5만이나 되는 용병을 지휘할 지휘관들도 있었다.
베니오가 공들여 준비한 것들이 하나하나 완성되는 느낌.
하지만 그게 완성되는 순간, 그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전운.
그것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베니오의 뜻을 아는 가신들은 조금씩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때 베니오가 버냉키를 불러냈다.
“예, 도련님.”
“18대로, 218번지.”
“예?”
“그곳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줘.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내 이름을 대고.”
베니오의 눈이 빛났다. 그건 베니오뿐만이 아니었다. 용병왕과 철벽 경도 서로 비슷한 눈을 한 채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상한 명령이지만 버냉키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물, 그리고 베니오의 수족일 뿐. 생각하는 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자다.
“예, 주군.”
스르륵.
버냉키가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