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7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79화(27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79)
딱 걸렸네 (4)
“후으으읍!”
철커덕!
푸화아악!
폭풍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자 거대한 바람의 와류가 베니오를 주변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베니오는 사력을 다하며 집중력을 쏟아부어 바람을 통제했다.
휘오오오!
서기가 어린 깃털 두 개를 가진 비둘기, 바람의 정령 빌리가 베니오의 구양신공을 넘겨받고 폭풍을 쓰다듬으며 그런 베니오를 도왔다.
그리고.
스아아악!
베니오가 폭풍검을 좌에서 우로 그었다. 그냥 평범한 수평 베기인 듯 보이나 베니오의 공력이 왕창 빠져나가며 폭풍검에 깃든 와류가 베니오의 의지대로 전방을 향해 부채꼴처럼 쏘아져 나갔다.
쿠과가가가각!
꽈르릉!
폭풍은 베니오가 바라는 대로 전방을 부채꼴처럼 휩쓸며 그 끝에 놓인 거대한 암석을 가루로 만들었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폭풍의 위력은 소 수백 마리가 쟁기질해 놓은 것처럼 땅거죽을 뒤집어 놓을 정도였다.
“후욱, 후욱.”
베니오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지만 전신에서 느껴지는 탈력감에 무릎을 짚었다. 하지만 베니오의 얼굴에 나쁘지 않다는 듯 작게 미소가 맺혔다.
“언제나 그렇지만.”
용병왕이 혀를 내두르며 베니오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베니오가 있는 곳은 공작성에서 한 시간 떨어진 유니온 숲이었는데, 공작가에서 연례 행사로 사냥 대회를 열던 곳이었다.
그런 숲의 일각이 조금 전의 폭풍으로 인해 완전히 소멸했다.
“말도 안 되는 위력입니다.”
“대신 한 번이죠. 준비 시간도 길고.”
“그래도 단발이지만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깁니다, 주군.”
용병왕은 베니오의 끈질김에 혀를 내둘렀다. 오러 마스터 정도 되는 기사가 전신의 오러를 쥐어짜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용병왕도 오러 마스터에 도달한 후 그런 경우는 거의 한 번도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 베니오는 그걸 매일같이 하고 있었다.
그 결과 베니오는 폭풍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 윈드소드라는 검법. 벌써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신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베니오가 폭풍을 다루기 시작한 건 윈드소드라는 검법 때문이다. 용병왕에게는 자신이 창안한 것이라 둘러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일검, 검접, 제왕검형, 타구타곤에 이은 다섯 번째, 풍검(風劍)은 중원의 신비 문파로 알려진 사신문(四神門)의 사대무공 중 한 갈래다.
사신문은 말 그대로 동서남북을 관장하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를 무공으로 재해석한 곳이다. 그들은 자연을 담아낼 수 있는 무공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기에 각기 수, 화, 풍, 지를 무공으로 해석하여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사신무(四神武)다.
자연을 무공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도문이나 불문의 도사, 불승이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여 그들이 무공에 출도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자연에 한없이 가까워지고자 하는 그들의 무공은 익히기 어려운 만큼, 제대로 익히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의 힘을 일부나마 흉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풍검을 베니오가 알고 있는 건 간단하다.
‘천마대제. 그 미친놈이 사신문을 쳐들어가서는 풍검을 탈취해 왔지.’
그러나 그 천마대제도 사신문의 사신무 전체를 상대하는 건 무리인 모양이었다. 어찌어찌 풍검의 비급은 탈취했으나 천마대제도 큰 내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래서 천마대제는 직접 사신문을 멸문시키는 방법을 포기하고 황실에서 지원받은 무림 금지 품목인 진천뢰 수백 발을 매설하여 사신문 문파 전체를 몰살시켜 버렸다.
제아무리 자연을 담아내고자 하는 사신무라고는 하나 한 방에 검강급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진천뢰 수백 발은 견뎌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풍검을 열화하여 천마대제가 만들어 낸 것이 천마풍신(天魔風神)이었고. 풍검의 구결을 해석하고 뜯어고쳐 천마신공에 맞게 고쳐 준 것이 바로 나고.’
천마의 천마풍신은 풍검이 담아내고자 했던 바람의 묘리를 담아낸 것으로 호신강기의 방어력과 검기의 공격력을 동시에 지닌 공방일체의 무공이다.
그러나 천마가 얻을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다.
풍검이 추구하고자 한 바람과 그에 대한 이해를 천마대제는 이해할 수도, 익힐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풍검이 추구한 건 자연과의 조화.’
그러나 천마가 추구한 건 자연에 대한 지배다. 천마는 바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을 가공하여 힘으로 찍어누르고, 지배하려고 했을 뿐.
그 덕분에 풍검의 모든 구결은 베니오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구결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익히는 것이 쉬운 건 아니다. 사신무에 입문하기 위한 전제조건 자체가 지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풍검을 익히기 위해서 필요한 건 바람에 대한 이해다.
기(氣)를 느낀다거나, 육체를 단련하는 여타의 무공과는 다르게 풍검을 익히기 위해서는 바람에 대한 이해라는 대단히 추상적인 개념이 필요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손쉽게 풍검에 입문했다.
“아마 빌리가 아니었다면 윈드소드를 익힐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검술에 그런 심오한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니. 전 도그파이트나 갈고닦겠습니다.”
빌리.
폭풍검을 다루기 위해 계약을 맺었던 바람의 정령 빌리 덕분에 베니오는 풍검에 입문할 조건을 그냥 프리패스했다.
바람의 정령은 가장 순수한 자연의 바람 그 자체.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베니오에게 바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풍검의 입문 조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풍검의 성취는 3성. 이제야 폭풍을 원하는 곳으로 쏘아 보내는 것 정도인가.’
풍검을 익힌 베니오는 폭풍검 자체를 휘둘러 폭풍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장부터 산들바람이 아닌 폭풍을 다루는 건 제아무리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베니오라도 무리다.
그 때문에 구양신공으로 차오른 공력을 매일같이 비워 내고, 또 비워 냈다.
성취가 미비한 풍검으로는 폭풍을 다루는 것 자체가 무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베니오의 풍검은 3성에 도달했고, 빌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폭풍의 진로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돌아오는 건 확실하다.
‘혈도가 질겨졌군. 매일같이 공력을 쏟아부은 탓인가.’
오러 마스터에 도달한 베니오의 신체는 환골탈태를 통해 무공을 펼쳐 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진화했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서 또다시 발전하고 성장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베니오는 그 강대한 오러를 매일 바닥이 드러나도록 써대고, 다시 회복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혈도가 질겨졌다.
혈도가 질겨졌다는 건 더 많이, 더 빠르게 공력을 끌어올려 뿜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0.1초, 혹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마스터끼리의 승부에선 승패가 결정되는 것만큼 성장은 곧 이득이다.
‘그리고 풍검.’
베니오는 풍검이 3성에 도달하자 풍검이란 것이 그저 검법(劍法)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베니오가 오러 마스터, 화경이라는 드높은 경지에 도달해 풍검을 익혔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변화다.
‘바람을 느끼고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풍검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람 그 자체가 검술이요, 곧 검이 되는 경지이다.
신검합일, 그것에서 더 나아간 자연합일.
3성에 도달하자 베니오는 자신이 검을 휘두를 때 일어나는 바람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비단 풍검을 다룰 때만이 아니다.
사일검.
검접.
제왕검형까지.
검을 다루는 모든 검예에서 바람에 간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번 대련하시죠.”
“예, 주군. 이번에는 안 봐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용병왕이 의욕적으로 나섰다. 베니오는 꾸준히 용병왕과 대련을 벌였는데 처음에 압도적으로 베니오가 패배하던 것이 최근에 들어와서는 3:7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검이 3성에 도달한 이후로는 5:5가 되었다.
‘바람의 묘리를 깨우친 것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베니오는 한 가지 더 시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빌리, 부탁한다.’
살랑.
베니오의 어깨에 앉은 빌리가 호응했다.
그리고 대련이 시작된 후.
쐐애애액!!!
베니오는 단 일 초에 용병왕의 목젖에 검을 가져다 댈 수 있었다. 용병왕이 자랑하는 도그파이트가 나오기도 전에 베니오에게 목젖을 내어준 것이다.
꿀꺽.
“주군.”
“이게 되네?”
베니오가 씨익 웃었다. 바람의 정령과 풍검. 이 두 가지를 합친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용병왕이 식은땀을 흘렸다.
검이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베니오가 자랑하는 쾌검이 무서운 속도를 자랑한다는 건 알지만 이전까지는 피하려고 하면 못 피할 것도 없었다.
검속이 빠른 것이지 베니오의 팔이나 어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피하면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풍검과 빌리를 섞으니 그렇군요.”
“바람이란 거.”
용병왕은 베니오가 바람, 바람 거리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람이 움직이면 크든 작든 바람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검의 경지가 어느 정도 도달하면 검을 휘둘러 생겨난 바람으로 상대를 상해하는 소드윈드, 검풍이란 것도 존재한다.
그건 바람이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바람을 제어하거나, 바람을 나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해 보시죠.”
“예, 주군.”
베니오는 같은 마스터와의 전투에서도 지금의 깨달음이 아주 중요해질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용병왕이 호승심으로 가득 찬 눈을 들어 뒤로 물러났고, 다시 대련이 시작됐다.
그리고.
“또 이겼군요.”
“졌습니다.”
용병왕은 또다시 졌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의 검격에 졌다. 하지만 용병왕의 눈은 잘게 떨렸다.
“지금, 조절하신 겁니까?”
“폭풍검은 힘들지만 이 정도는 가능하군요.”
“허어….”
용병왕은 혀를 내둘렀다. 베니오의 검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순간 급가속을 했다. 그건 마치 베니오의 화령이 단박에 30%쯤 길이가 늘어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주군의 검을 처음 상대해 본다면 뭘 할 새도 없이 당하겠군요. 그게 마스터라고 할지라도.”
이건 잡기나 사술이 아니다. 용병왕은 이 역시 베니오의 능력이란 걸 인정했다. 애초에 베니오는 검만 다루는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이 뛰어나다면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감각이라면.”
“초감각.”
용병왕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랍니다. 저 검이 어디로 날아올지를 초감각으로 파악한다면 아무리 검속이 빠르더라도 피할 수 있겠지요.”
“그건 예지가 아닙니까.”
“그건 아니랍니다. 검에 한해서만 그러니까요.”
베니오는 용병왕이 마치 잘 안다는 것처럼 말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예. 그리고 주군도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십니다.”
그러자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설마, 검공 그분이?”
“그 검등신 아재. 그 아재랑 싸워 보면 꼭 제 모든 것을 간파하고 싸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됩니다.”
용병왕이 씨익 웃었다.
“예측할 수 없는 주군과 모든 것을 간파하는 검등신 아재. 둘의 대련 결과가요.”
베니오는 화령을 납검했다. 이제는 양쪽 허리에 화령과 폭풍검 두 자루를 매달고 다니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그때 필스 집사가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지난번 보닌 숙부가 왔을 때처럼 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베니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요새 놀랄 일이 많은가 보오.”
“도련님.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황도에서 감찰국장과 감찰원들이 찾아왔습니다.”
“규율성 감찰국?”
베니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제국의 모든 귀족이 가장 꺼리는 규율성, 그 안에서도 감찰국이 찾아왔다는 소식 때문이다.
“설마.”
“예.”
필스 집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국의 반역자, 미하일을 우리 공작령에서 보호하고 숨겨 주었다는 신고에 대한 진상 파악을 위해서 찾아온 듯싶습니다.”
반역을 도왔다면 도운 이 역시도 반역이다.
귀족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건 역모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것을 관장하는 규율성에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지. 생각보다 늦었군.”
“도련님?”
“걱정 말게.”
필스 집사의 어깨를 베니오가 툭툭 두드렸다. 그가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신고, 나도 알고 있었네.”
베니오가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