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9화(2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9)
쓸 만한 놈 (4)
라치오 학부장의 전신에서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베아트리체 교수의 연구실 문을 박살 낸 라치오 학부장은 거침없이 걸어와 베아트리체 교수의 손을 떼어 냈다.
“학부장님?”
베니오는 갑자기 여기서 왜 그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베아트리체 교수와 코코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그냥 일반 교수가 아니라 무려 검술 학부의 학부장인 라치오 프레드릭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법사와 기사의 사이가 나쁘다고 해도 검술 학부장인 라치오의 명성은 일개 교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베아트리체 교수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라치오 학부장님!”
“무슨 짓이긴요. 그러는 교수야말로 내 제자에게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읏!”
그렇게 나온다면 베아트리체가 더 할 말이 없었다. 라치오 학부장의 제자가 된 베니오에게 마법을 배우겠냐고 물은 건 어쨌든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할 마법사의 공간을 제아무리 학부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부수고 들어오는 건 문제가 있었다.
“마법사의 연구실을 부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연구실이란 기사에게 있어 그가 익히고 있는 가문의 비전 검술과 같은 의미다. 그 공간을 다른 이들이 본다는 건 기사가 비전 검술을 연마하는 걸 다른 이들이 지켜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자 반대로 라치오 학부장이 할 말이 없어졌다.
“그, 그러면 애초에 내 제자를 데려가지 않았으면 되는 일이 아니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내게 마법을 배우러 온 건 학부장님의 제자입니다! 제가 데려온 것이 아니라!”
“마, 마법?”
라치오 학부장이 베니오를 쳐다봤다. 갑자기 학부장과 교수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베니오는 어깨를 움찔했다.
“그게 참말이냐? 마법이라니, 기사인 네가 왜! 나약한 마법사들의 마력은 기사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진 않을 테고!”
라치오 학부장도 결국 기사긴 기사였다. 그가 하는 말에 자연스럽게 마법사에 대한 비하가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곳에 그걸 듣고 있는 마법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나약한 마법사의 마력이라니! 그러는 무식한 기사들의 오러는 자칫 잘못하면 기사 스스로를 폐인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니었나요? 그 위험한 걸 저 아이에게 익히라고 강요를 하시다니!”
마법사의 마력이 나약하다는 건 마법사가 뭘 하든 마력이 없다면 그냥 일반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기사는 육체적인 수련을 반드시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력이 없이도 일정 이상의 경지에 다다른 기사는 강했다.
반면 마법사들은 기사들이 오러를 잘못 다뤄 폭주를 일으켜 폐인이 되는 것을 보고 무식한 기사들이라 그랬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베니오는, 오러로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천재라구욧!”
베아트리체가 라치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맞섰다. 베니오의 찬란한 재능을 보고 나니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허! 베아트리체 교수!”
“막말로, 검술 학부가 베니오에게 해 준 게 뭐가 있어요? 안 그래, 베니오?”
베니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누구 편을 들라는 말인가. 베니오는 마법을 본 후 검도, 마법도 그 어떠한 것도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재능 있는 아이를 지금 이때까지 제대로 못 본 검술 학부 교수들의 눈은 옹이구멍이나 마찬가지죠. 저는 그런 곳에 훌륭한 대마법사가 될 베니오를 보낼 수 없어요!”
“오, 옹이구멍? 베아트리체 교수! 지금 검술 학부를 모욕하는 겁니까!”
라치오 학부장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오러 익스퍼트의 극에 도달한 라치오 학부장이다. 그러자 그의 감정에 동조해 오러가 뭉클거리면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틀린 말을 했다면 반박해 보시죠! 못 하니까 이러시는 거죠?”
베아트리체도 지지 않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과 오러가 충돌하면서 번쩍거리는 스파크를 튀겼고 연구실 안이 드드득 소리를 내면서 무너질 것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베니오는 기겁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하지만 연구실에 뭐가 하도 많아서 물러날 자리도 없었다.
고작 3서클, 그리고 이제 막 오러를 개화한 제자들이 있는 곳에서 마력과 오러를 뿜어내는 학부장과 교수라니.
코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두 강자의 기 싸움의 여파가 그녀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베니오는 코코의 앞을 가로막으며 구양신공을 끌어올렸다.
“하, 하아….”
“베이트리체 교수님, 원래 저러십니까?”
“좀, 성격이 급하시기는 해요. 오늘은 좀 과하군요. 고마워요, 베니오 생도.”
“아직 고맙다고 하기는 이릅니다.”
베니오는 끄응하는 소리를 냈다.
쿠구구구!
천장까지 닿은 베아트리체 교수의 책장에서 마법 서적이 툭하고 떨어졌다. 둘 사이의 신경전은 단연 라치오 학부장의 우세였으나 그 여파로 인해 연구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라치오 학부장은 초절정, 베아트리체 교수는 절정 정도인가?’
무림 전체를 뒤져 봐도 초절정 고수는 백을 넘지 않고 절정 고수도 대문파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걸 생각하면 둘은 베니오와 코코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고수다.
‘저런 식으로 오러와 마력을 운용한다는 건가.’
베니오는 그 사이에서 그들이 압력을 견뎌 내며 라치오 학부장과 베아트리체 교수의 오러와 마력 운용을 눈여겨보았다.
꽤나 신기한 기분이었다.
남의 몸속에서 요동치는 오러와 마력의 길을 볼 수 있다는 건, 다시 말해 그들의 오러와 마력을 따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각 문파에 심법이 따로 있었던 것처럼, 이곳도 학파와 가문에 따라 마력과 오러의 운용이 바뀌는구나. 폐쇄적이겠군.’
무림에는 방파와 문파, 세가가 있었다면 이곳에는 학파와 가문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폐쇄적으로 자기네 학파와 가문의 공부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건 중원이나 이곳이나 다르지 않았다.
‘따라 할 수 있겠다.’
무신이 천고에 없는 재능을 가진 아이라 칭찬했던 베니오다. 베니오는 라치오 학부장과 베아트리체 교수의 오러와 마력의 특질을 이해했다.
아마 구양신공의 공력만 충분하다면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절대로 밝혀서는 안 되는 비밀이겠군.’
그냥 보는 것만으로 남의 비기를 훔칠 수 있다?
그게 알려진다면 베니오는 곧바로 자신의 비밀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에 의해 바로 다음 날 차디찬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그러니 이건 무조건 숨겨야 한다. 베니오는 그걸 머릿속으로 상기했다. 그런데 그때 베니오의 속이 크게 뒤틀렸다.
‘윽?’
구양신공의 공력으로 두 고수의 기파를 버텨 내고 있었지만 그게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정말 한번 붙을 요량인지 점점 더 그 기운의 크기가 커져 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로 기세를 뿜어내 물러나게 하려고 했던 게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자존심 싸움이 됐다고나 할까.
‘주, 죽겠네.’
이러다 내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무슨 검을 맞부딪친 것도 아니고 기파만으로도 이런 꼴이라니, 아직 갈 길이 구만리였다.
“사과하시오! 남의 제자를 탐낸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오!”
“내 연구실을 부순 것을 사과하세요! 학부장님이라도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는 없는 법이에요!”
둘 다 자기가 할 말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을 말만 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베아트리체 교수의 얼굴에 땀이 뻘뻘 흘렀다. 반면 라치오 학부장의 이마에는 땀이 거의 맺히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누구의 우위인지 명확하게 판가름이 나고 있었으나 베아트리체 교수의 성깔도 대단해 절대로 지려고 하지 않았다.
진짜 큰일이 나겠다 싶은 순간.
“그만들 하시오.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스윽.
베니오를 짓누르던 기파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베니오가 놀라서는 고개를 들자 다 깨진 연구실 창문 밖에 누군가 둥실거리며 떠 있었다.
‘시, 신선?’
허연 수염을 배까지 길러 얼굴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새카만 눈동자밖에 없고 뾰족한 고깔모자와 로브를 쓴 노인이 다 부서진 창문을 밀어 아예 창틀에서 빼 버리고는 그곳으로 들어왔다.
“에잉, 쯔쯔쯔. 요란하게도 하셨네.”
“래, 램블도어 학부장님.”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라치오와 베아트리체의 기 싸움을 손짓 한 번으로 가라앉힌 존재, 마법 학부의 학부장인 램블도어가 나타난 것이다.
“라치오 학부장님. 베아트리체 교수는 마법 학부 교수진 중에서 최연소지만 실력 있는 마법사입니다. 그만 놀리세요.”
휙!
베아트리체 교수가 라치오 학부장을 쳐다봤다. 그게 사실이냐는 표정이었다. 라치오 학부장은 불퉁한 표정을 지은 채 팔짱을 꼈다.
“나도 압니다. 그래도 교수니까 다치면 학생들 가르치는 데 지장이 있을까 봐 비슷하게 맞춰 주고 있던 거였어요. 거 실력이 아예 없지는 않더군요. 그러니 내 제자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가.”
베아트리체는 라치오 학부장이 자신에게 사정을 봐주고 있었다는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밀렸기 때문이다.
“됐고, 언제 나오시나 했네.”
거기에 라치오 학부장은 램블도어 학부장이 나타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학부장님, 그 제가….”
베아트리체는 홍염의 광녀라 불릴 정도로 마이 웨이가 강한 인물이었지만 마법 학부에서 딱 한 명, 학부장인 램블도어 앞에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램블도어 베룸.
제국을 지탱하는 삼대 공작가 중 하나이자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은둔의 베룸이라고도 불리는 베룸 공작가 출신의 7서클 위자드인 그가 마법 학부의 학부장이었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에게 베룸이란 이름은 절대적인 신이나 마찬가지다.
여덟 용사의 후손이자 혜룡가라도 불리는 베룸 공작가의 시조인 캐롤 베룸은 최초의 마법사라고도 불렸으며 마법의 기초를 닦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베룸이란 이름 앞에 가지는 경외심은 당연했다.
“오면서 다 들었습니다. 저 생도 때문이라고요.”
베니오는 신선처럼 생긴 램블도어 학부장이 다가오자 표정을 고쳤다. 신선이 아닌가 싶었지만 말하는 것을 보니 신선이 아니란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대해 같구나.’
그런 램블도어 학부장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대해처럼 드넓었다. 같은 경지라 해도 마법사의 마력이 기사의 오러보다 많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다.
라치오 학부장의 오러는 대해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
베니오의 심상에 기사와 마법사의 개념이 산과 바다로 그려졌다. 라치오의 오러는 단단하고 드높았고, 램블도어의 마력은 부드럽고 넓게 퍼져 있었다.
“베아트리체 교수님.”
“예, 학부장님.”
“이 생도가 오러로 마법을 썼다구요?”
“예.”
램블도어가 라치오를 쳐다봤다. 알고 있었냐는 뜻이었다. 라치오 학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러로 마법이라.’
오러와 마력은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기운이다. 그렇기에 마법과 오러는 치환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베니오는 그게 된다는 뜻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린 교수가 눈이 뒤집힐 만도 하지.’
라치오도 베니오의 재능에 홀딱 빠져 수련장 앞에서 베니오가 나오기까지 사흘을 서서 보냈다. 그러니 어린 교수도 눈이 있으니 베니오에게 빠지는 게 죄는 아니다.
단지 자신의 제자를 노린 것이 죄일 뿐이다.
“무리가 안 된다면, 한 번 보여 주세요.”
램블도어는 부드럽지만 듣는 사람이 거절할 수 없게끔 베니오에게 말했다. 베니오는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빛냈다.
‘기왕이면 학부장이면 더 좋지.’
코코보다는 베아트리체가, 베아트리체보다는 램블도어 학부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화르륵!
베니오가 기억하고 있는 마력의 유동에 따라 구양신공의 공력을 움직이자 베니오의 손에서 화염이 솟아올랐다.
“호오!”
“허어!”
램블도어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라치오는 놀란 눈빛을 내보였다. 전자는 오러로 펼쳐진 마법에 대한 호기심이고 라치오는 마법을 사용하는 기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라치오 학부장님.”
그리고 램블도어가 고개를 돌려 라치오를 불렀다. 라치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안 됩니다.”
“총장님께 정식으로 건의하겠습니다.”
“램블도어 학부장님!”
애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고 했던가. 베니오는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자신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모습에 씩 웃었다.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니오가 유치하게 말다툼하는 두 학부장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면 두 분 다 제 스승님이 되어 주시면 해결되는 일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