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9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94화(29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94)
천마강림 (4)
수천 년의 괴리.
베니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폭풍검주를 쳐다봤다. 베니오의 눈에 드리운 절망을 엿본 폭풍검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리 절망하지?”
“수천 년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게 뭐. 긴 시간임에는 분명하나 그렇다고 하여 크게 달라질 것은….”
“달라집니다. 그게 천마대제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겁니다.”
베니오는 천마대제란 인간을 제일 잘 안다. 천마대제의 무(武)에 대한 재능은 독보적이다. 만일 그가 마교가 아니라 정파 고수였다면 정파는 마교와 혈교가 준동하기도 전에 모두 날려 버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 달마와 장삼봉에 준하는 위업을 쌓고 무림인들이 추종하는 무선(武仙)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수천 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천마대제는 단 한시도 제자리에 머문 적이 없다. 천마대제는 항상 발전하고, 또 발전했다.
“천마대제의 무재는 하늘에 닿았습니다. 그런 천마대제에게 수천 년이란 세월이 주어졌다면, 어쩌면 그는….”
무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풍검주는 베니오를 보며 은은히 웃었다.
“과연 그럴까?”
폭풍검주가 손짓했다. 그러자 베니오는 멈춰진 세계가 거대한 힘에 의해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랐다.
여기서 만일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천마대제를 막을 방도가 없다. 폭풍검주의 힘이 깃든 폭풍검을 단 한 번 휘두를 수 있다고는 하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답을 알려 주십시오. 당신은, 당신은 신이 아닙니까.”
폭풍검주는 신이다.
과거에 인간이던 그는 필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불멸이 되었다. 신계에 든 폭풍검주에게서는 한낱 필멸이 정해진 인간 따위가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과 힘이 느껴졌다.
“신이지. 그리고 신은.”
폭풍검주가 베니오를 보며 지그시 웃었다.
“항상 인간에게 감당 가능할 정도만의 시련을 내리는 법이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겁니까? 이미 한 세계의 재앙이 되었던 천마대제를?”
중원무림과 아모리아 제국.
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마법과 정령, 신성력이란 이능의 힘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중원무림을 넘어설 수 있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천마대제만큼 베니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답을 알려 주십시오, 폭풍검주시여.”
“이미 너는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느냐.”
웅웅웅.
폭풍검이 울었다. 폭풍검주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울림이었다. 베니오는 울어대는 검의 검병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릅니다. 전 모릅니다.”
천마대제란 만고의 재앙이 도래한다는 것에 베니오는 이를 으득거리며 갈았다. 천마대제는 베니오의 원수지만 동시에 공포의 재앙이기도 하다.
같이 죽을 각오로 무려 십 년을 쓸개와 간을 씹으며 인내한 덕분에 겨우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과연 이번에도 그러한 기회가 있을까.
“안다. 그리고 네 검도 알고 있구나.”
“제 검…?”
“그래. 네 검에 한 맹세를 잊지 마라.”
그리고.
두웅―!!!
폭풍검주가 사라지고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자 세계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한 번 더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멈췄던 시간이 흐르며 검공과 프로이드 경의 검이 적을 가르고, 사방에서 혈강시와 혈야차가 폭발을 일으키며 뼛조각과 살점 조각을 흩뿌렸다.
“주군.”
“철벽 경.”
“저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철벽 경의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황제의 검으로 물러서는 것을 모르던 그다. 그런 그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재앙입니다.”
베니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를 뿌득하고 깨물었다.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시커먼 마기가 스멀거리며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웅웅웅!
마기에 반응하여 베니오의 단전에서 구양신공의 공력이 노도처럼 일어났다. 베니오가 놀랄 정도의 반응이다. 구양신공의 정순한 극양기는 마기의 천적이나 다름없기에, 마기를 느끼고 노도처럼 일어난 것이다.
그 구양신공이 베니오의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비록 불승은 아니기에 불심은 모른다. 경전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절을 한번 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구양신공의 구결이 흔들리는 베니오의 정신을 오롯이 다잡아 주었다.
‘천하공부 출소림.’
천하의 모든 무공은 소림으로부터 나온다.
베니오는 바쁘게 뛰던 심장이 차분하게 가라앉자 폭풍검주가 한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방법은 나에게 있다. 검에 한 맹세를 기억하라.’
화령과 폭풍검이 울어대고 있었다. 베니오는 양손으로 검병을 하나씩 쥐었다. 그 순간 베니오의 머릿속이 더욱 차분해졌다.
명경지수의 상태.
베니오는 검병을 쥐는 순간 혼란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베니오는 하나의 뜻을 세워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오러 마스터다.
‘나는, 이겨 내는 자.’
베니오가 걸어가는 길은 이겨 내는 자의 길이다. 앞을 가로막은 무수히 많은 역경과 고난을 뚫어 내며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길이야말로 베니오가 선택한 자신만의 검이요, 자신만의 길이다.
쩌저적―!
하늘에 난 균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남은 혈강시와 혈야차들이 모두 폭발했다. 남은 것은 딱 하나 도철뿐이다.
“애송이.”
“검공.”
“저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검공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그런 그의 목소리도 저 너머에선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저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상귀스 놈들이 말하던 문두스. 그 신을 말하는 것이더냐?”
“그리 불리기도 하고.”
베니오는 점점 더 커지는 균열을 보며 검병을 세게 움켜쥐었다.
“천마대제라고 불리며 이름 없는 신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름 없는 신!”
“폭풍검주?”
검공과 용병왕이 동시에 소리쳤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걸 네가 어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겨 내는 자.
베니오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그것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 자기최면과 구양신공의 열기가 베니오의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고 있었다.
‘답은 내게 있다. 신은 이겨 낼 수 있을 법한 시련만 내려 주는 법이다.’
폭풍검주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그러니 베니오는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쩌적, 쩌저저적―!
파창! 파지직!
꽈르릉―!
하늘의 균열이 벌어지자 사위가 어두워졌다. 태양이 떠올라 있음에도 하늘이 깨지면서 흘러나온 자욱한 마기 때문이다.
“제자님!”
“스승님.”
“홀리 라이트!”
번쩍!
아르마다가 베니오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뒤 하늘로 손을 뻗어 올렸다. 그러자 신성력 광구가 마기를 몰아내며 타올랐다.
번쩍! 번쩍! 번쩍!
그것을 본 살아남은 성직자들이 일제히 광구를 띄워 올렸다. 홀리 라이트 법술은 어려운 법술이 아니기에 삽시간에 수백 개에 달하는 광구가 마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지독한 마기입니다. 상귀스가 부르던 문두스, 그것이 설마 마왕이었을까요?”
아르마다는 소름 끼치는 마기에 전의를 불태웠다.
“아닙니다.”
베니오는 아르마다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단 한 번도 실체를 드러낸 적이 없던 마왕 따위가 아니다.
천 년 전, 용 한 마리와 마왕 추종자들이 벌인 혈겁은 실체도 없는 마왕을 부르기 위한 것이지만 저건 실체를 가진 이가 뿜어내는 마기다.
“어쩌면 마왕보다 더 지독할지도 모르겠군요.”
“마왕보다 더 지독하다니. 그럴 수가….”
“한 세계를 마기로 물들인 재앙이니까요.”
중원무림을 천마대제는 마기로 물들였다. 천마대제와 그를 추종하는 마교인들로 인해 정파와 사파인의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무림의 힘을 억누르고자 하는 황실의 묵인 하에 마교는 삽시간에 중원을 집어삼키고, 황실보다 더 큰 힘을 쌓았으며 천마대제는 그것으로 정파와 사파를 휩쓸었다.
“그런….”
베니오의 말이 거짓이라고 하고 싶어도 하늘을 가득 메운 마기는 거짓이 아니다. 베니오는 익숙한 마기에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리고.
파자자작!
하늘이 깨졌다.
100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늘 푸르렀던 하늘이 깨졌다.
정확히는 차원막이 깨진 것이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늘 보던 하늘이 깨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탄식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절망과 공포.
마기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천마대제가 뿜어내는 자욱한 마기에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천마신공.’
베니오는 불쾌하면서도 존재 자체를 찍어누르는 듯한 천마신공의 마기를 느끼고는 익숙함에 슬쩍 웃었다.
천마신공은 천마대제와 똑 닮은 무공이다.
그렇기에 베니오는 자신이 육항으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의, 십 년이나 복수를 준비해 겨우 독니를 박아 넣은 무력한 육항은 더 이상 없다. 베니오는 폭풍검의 검병을 움켜쥐었다.
‘온다.’
마기에 휘감긴 무언가가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람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
그건 마치 수천 년의 신화를 재현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름 없는 신과 폭풍검주.
그 신화의 시작.
“문두….”
서걱!
도철의 목이 툭하고 떨어졌다. 베니오는 놈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도철을 살려 둘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렇기에 도철은 문두스를 부르짖던 그 자세 그대로 목이 잘렸다.
푸화아악!
도철의 피가 대지를 물들였다. 하늘에서 천천히 낙하하던 나신의 천마대제가 몸을 쭈욱 폈다. 그러자 긴 머리카락이 마치 옷처럼 천마대제의 몸을 감싸 안았다.
번뜩!
마안이 번뜩였다. 마기에 저항하듯 사방에 수백 개의 광구가 떠올라 있던 것이 천마대제의 개안과 동시에 절반이 꺼졌다.
‘천마안.’
보는 이로 하여금 심적으로 위압을 느끼게 하는 천마안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실하게 신을 모시며 신성력을 닦았던 태양교의 성직자들은 천마안을 견디지 못했다.
“육하아아아앙―!!!!”
우르릉!
천마대제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베니오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어깨를 움찔하고 떨었다. 베니오는 그런 천마대제와 눈이 마주쳤다. 천마대제는 베니오의 검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
“도철. 그 아이의 것인가.”
천마대제의 한마디가 울려 퍼질 때마다 광구가 절반씩 픽픽 쓰러졌다. 천마대제는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자욱한 마기.
인간이 가질 수 있을 법한 양의 마기가 아니었다.
“그리 스러져 갈 것을. 쓸모없는 놈이로다.”
그의 부활을 위해 죽음을 위시한 도철에 대한 평가는 그 정도로 박했다. 그때 아르마다가 이를 깨물며 철퇴를 들었다.
“사악한 종자인가!”
“종자? 네놈은 내가 종자 따위로 보이는 모양이로다. 네놈의 그 쓸모없는 눈을.”
“끄억!”
아르마다의 눈에서 피가 튀었다. 천마대제의 공격을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르마다는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린 채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오호. 제법 할 수는 있는 놈이로고. 두 눈을 다 앗아 가려 하였거늘.”
천마대제의 한 손에 아르마다의 안구와 시신경이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에 태양교의 성직자들이 기함했다.
10인의 성호.
마스터 급의 강자, 아르마다.
태양심문관의 상장이자 태양교 무력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아르마다가 너무나도 쉽게 눈 하나를 잃은 탓이다.
현격한 실력의 차이.
광구 중 절반이 또다시 꺼졌다.
이제 남은 광구는 마기에 집어 삼켜질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흔들릴 따름이다. 그러나 그때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천마대제를 그대로 직격했다.
꽈앙―!
“쳐라!!!”
검공이었다.
검공의 오러 블레이드를 시작으로 용병왕과 철벽 경의 오러 블레이드가 차례대로 천마대제를 후려쳤다.
하지만 잠시 후.
스윽.
“검강이라.”
천마대제는 오러 블레이드에 직격당했음에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모습으로 슬쩍 미소를 지었다.
“용기는 가상하나 부족하다.”
천마대제의 눈이 번뜩였다. 그 순간 검공이 피를 토하면서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 공격이 또다시 검공을 후려친 것이다.
“크허억.”
울컥.
검공의 입에서 새빨간 선혈이 흘렀다. 내상이다. 그리고 그의 검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또다시 버텼군.”
천마대제는 자신의 손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분명 죽이기 위해 휘두른 것인데, 두 명이나 죽지 않았다.
“한 번이나 두 번이나 무엇이 크게 다를까.”
천마대제의 공포가 지상을 짓눌렀다. 아르마다는 눈을 잃었고 검공은 내상을 입었다. 용병왕과 철벽 경의 오러 블레이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한 줄기 미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느낀 천마대제의 눈이 커졌다.
“이건, 폭풍검!!!”
“많이 다르지.”
천마대제는 베니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르마다와 검공, 용병왕과 철벽 경이 베니오를 위해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베니오의 검에 폭풍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때와는 말이야.”
베니오가 천마대제를 보며 폭풍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폭풍검주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겠어. 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 말.”
“무어라?”
“네놈.”
베니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수천 년 동안 고작 쌓은 게 무지막지한 마기밖에 없는 것이냐? 생사경은, 자연경은?”
천마대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베니오의 한마디에 폐부를 찔렸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그런 천마대제를 보며 이죽거렸다.
“네놈. 수천 년 동안 현경의 벽을 넘지 못했구나. 그래, 그런 것이었어.”
저 멀리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