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9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95화(29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95)
천마강림 (5)
신계는 그 누구도 죽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누구도 새로 태어나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이란 없다. 생명이란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신격을 얻은 이들만이 새롭게 입장하는 것이 유일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마대제의 존재는 신계에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다.
신이란 그 신격이 크던, 작던 세상에 하나의 이적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위업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
하지만 세계의 의지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의지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한 사고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신계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신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천마대제는 인간이나 신격에 반쯤 발을 담근 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신격에 입성한 이에 의해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운명이나, 세계의 우연으로 인해 신계에 입성하게 되었고 그리 천마대제는 신격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천마대제는 놀라운 과업을 이뤄 냈다.
신격의 영락.
천마대제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를 자신의 사도로 끌어들이려고 한 어떤 영세한 신격을, 필멸자의 몸으로 신격을 영락케 한 것이다.
그건 신계에 일대의 파란을 일으켰다.
신격이 영락했다는 건 그 신격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적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격이 손상을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몇 번 비슷한 일이 일어난 뒤에 신들은 깨달았다.
천마대제는 길들일 수 없는 필멸자라는 것을.
반쯤 불멸자에 발을 들이고 있는 천마대제가 나중에 신계에 입성할 것을 대비해 자신의 신격을 보존코자 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천마대제를 놓고 기묘한 대치 구도가 확립된 것이다.
그러나 천마대제는 신들의 관심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천마대제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날 이런 곳으로 보낸 육항이란 놈을 잡아 죽이는 것이다.]천마대제에게 네 목적이 무엇이냐 묻고 쇠락한 신격은 그런 답을 듣고 영락했다. 그 사실이 신계에 퍼지자 자신의 신격을 잃고 싶지 않은 신들은 천마대제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천마대제를 무릎 꿇릴 수 있는 강대한 신격들은 천마대제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흘렀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천마대제는 절망했다.
신계는 죽음이 없는 곳.
그러나 동시에 신계에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도 없다. 그것이 무슨 뜻이냐면.
“왜, 왜 어째서 다음 경지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냐.”
신계에는 변화가 없다. 신계에는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도, 죽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신계에 입성할 때를 기준으로 그대로 그 상태에 머무른다.
안주하는 곳.
위업을 쌓아 신계에 든 신격 중 몇이 그리 자조하는 것은 신계에 들어 신이 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몇만 년이 지나도 입성할 때를 기준으로 멈춰 서기 때문이다.
현경의 극, 생사경의 초입.
그곳이 천마대제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머문 곳이다.
이미 이룬 현경이란 위업은 그 극한까지 발전할 수 있었으나 그다음의, 새로운 단계인 생사경으로 나아가는 건 허락되지 않은 일이다.
천마대제가 얻은 건 헤아릴 수 없는 양의 마기와 탈마의 극한에 도달한 것뿐.
불과 몇십 년 만에 아무것도 없던 빈손에서 탈마란 지고의 경지까지 오른 천하제일인인 천마대제가 수천 년 동안 이룬 것이라고는 초라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천마대제는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벽을.
그렇게 깼는데. 그래서 돌아왔는데.
콰우우우우!!!
거대한 폭풍이 천마대제를 덮쳤다. 그건 악몽을 다시 보는 것과 같았다. 육항에 의해 대업을 이루기 일보 직전, 시독을 품은 이에 목 줄기가 짓이겨진 직후를 다시 겪는 것과 같았다.
그 당시 새로운 세상에서 눈을 뜬 천마대제는 탈마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음에도 충격에 잠시간 정신을 놓았다.
이성이 사라진 채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
그렇기에 신계로 막 입성하려던 폭풍검주에게 일격을 당한 뒤 신계로 떨어졌다.
천마대제를 폭풍이 집어삼켰다.
콰우우우우!
우드득, 우드득!
휘오오오!
거대한 폭풍이 강림했다. 그 폭풍은 베니오의 검 끝에서 마치 최고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땅을 할퀴고, 하늘을 할퀴었으며 그 중심에 선 천마대제를 할퀴는 폭풍이다.
“주군!”
“폭풍검주이시다.”
베니오의 가신, 그리고 검공은 그런 베니오를 보면서 격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르마다는 그런 베니오를 보며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뭉클거리는 신성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태양신께서 보내신 사자시다.”
“태양신이시여. 세상을 아우르소서.”
지금, 이 순간, 경악스러울 정도의 마기를 뿜어대는 문두스, 천마대제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베니오라는 것을 깨달은 태양교의 성직자들이 베니오를 헬리오스가 보낸 사자라 부르며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파아앗―!
신성력이 베니오의 몸으로 깃들기 시작했다. 베니오는 전신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힘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샐리! 빌리!”
[주인!]뽀로로!
베니오는 폭풍검의 끝으로 풍검을 펼쳐 냈다. 기이한 감각이었다. 베니오는 마치 저 거대한 폭풍을 자신의 수족처럼 다룰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신화를 써 내려간 폭풍검주의 힘.
일회성이라고는 하나 중원무림에서 용(龍)이라 불렸을 정도의 무재를 가진 베니오는 폭풍검주의 힘을 해석하고 흡수하고 있었다.
“화염과 바람을.”
[맡겨 줘!]뽀르르!
베니오가 무서운 건 그가 무공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니오는 말 그대로 이겨 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자. 베니오는 우직하고 정직하게 검 하나에만 매달리는 외골수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베니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거대한 바람.
그 안에 수호령이 쏘아 낸 가장 정순한 화염과 바람의 정령의 바람이 깃들었다. 정령의 바람은 거대한 폭풍에 촛불처럼 꺼질 수도 있는 정순한 화염을 지켜 냈고, 그것을 폭풍에 깃들게 하였다.
“후으읍!”
화르륵!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샐리의 화염 너머 베니오의 화염체가 타올랐다. 끝자락이 백염으로 물든 화염을 베니오는 있는 힘껏 검에 불어넣었다.
‘검이란 곧 손의 연장선일지니.’
베니오는 폭풍검을 자신의 일부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폭풍검이 일으킨 폭풍 역시 베니오의 일부여야 한다. 베니오의 백염과 샐리의 화염이 스멀거리며 폭풍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쩍―!!
베니오는 마지막 힘, 신성력까지 모든 것을 쥐어짜 냈다. 사방에서 모여든 성직자들의 기도와 베니오가 품고 있던 신성력이 찬란하게 불타올랐다.
화아아악!
화르륵!
신성력은 불꽃과 궁합이 좋다. 신성력은 모든 삿된 것을 정화하는 힘. 정화 그 자체의 기운을 품은 화염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니오를 중심으로 거대한 성화(聖火)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화는 이내 화염 폭풍과 하나가 되어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오른 거대한 기둥이 되었다.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태양이 닿았다.
콰아아아―!
베니오는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베니오가 일으킨 거대한 성화 폭풍의 끝에 태양이 닿는 순간, 이 세상을 쪼갤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성화 폭풍을 따라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은 성화 폭풍을 지나 베니오를 매개체로 삼아 이 세상에 현현하였다.
“헬리오스시여!!!”
“태양신이시여!”
“기적이 일어났도다!”
“우리를 굽어살피실지니!”
그 모습에 피를 흘리는 성직자들도, 상귀스의 테러에 개미 떼처럼 흩어져 도망치던 이들이 일제히 멈춰 선 뒤 어깨를 떨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기적.
태양신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음에 그들은 하늘을 향해 하던 것을 멈추고 태양신을 경배하여 기도를 올렸다.
으득
베니오의 입에서 이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피가 그의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폭풍검주의 힘에 태양신의 힘까지.
두 신이 천마대제를 지워 버리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방에서 이런 테러를 저지른 분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두 신의 힘이 내리꽂히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압력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쏟아내자.’
작금의 베니오가 품을 수 없는 힘이다. 일회성 힘이란 그러한 것이다. 베니오는 전력을 다해 구양신공으로 자신의 몸에 깃든 힘을 끌어내어 성화 폭풍에 더했다.
콰우우우!
콰드드득!
하지만 그 와중에 베니오가 얻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바람은 모든 것을 휘감을 수 있는 자연의 힘. 베니오는 폭풍을 휘두르며 풍검에 대한 성취가 깊어졌다. 그리고 폭풍에 모든 것을 쥐어짜 내어 담으며 베니오는 점점 자신만의 길을 뚫어 나가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수련했더라면 한평생이 걸렸을 법한 일.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단기간에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역시 기연이다. 베니오는 자신의 가장 강대한 적이자 원수를 상대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드드드득!
피아를 가리지 않고 사방을 휩쓸던 폭풍이 어느 순간부터 파괴 범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베니오가 오롯이 힘을 천마대제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고오오오!
물론 천마대제의 반항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거대한 마기가 노도처럼 일어나며 성화 폭풍과 먹고 먹히는 싸움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천 년간 쌓아 올린 마기.
폭풍검주와 태양신, 그리고 베니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건 힘.
이 두 힘의 충돌은 세계 전체에 영향을 주었고 세계 전체가 아파하면서 삐걱대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 세상에 무한한 것이란 없다.
휘청.
먼저 휘청인 건 마기다.
“이럴 수, 이럴 수는 없다!”
자욱한 마기를 끌어 올리며 천마대제는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의 입가는 피로 흥건했지만 천마대제의 독기는 쉬이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천 년간 쌓아 올린 힘이라고 해도 그건 혼자 쌓아 올린 힘에 불과하다. 두 신의 힘을 얻고, 수천 명,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태양교 신도의 힘을 받은 베니오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손은 여러 손을 이기지 못한다.
천마대제는 그 점을 간과했다.
“크아아아악!”
콰아아아아!!
마기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덩치를 부풀렸다. 하지만 성화 폭풍은 그 덩치를 야금야금 불살랐다. 베니오는 본능적으로 지금이 기회임을 깨닫고는 마기를 불살랐다.
급히 키운 덩치는 힘을 잃은 순간 급속도로 쪼그라든다. 그리고 그 순간이 절호의 기회임을 베니오는 알고 있었다.
콰지직!
성화 폭풍은 마기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기가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베니오는 기합인지 비명일지 모르는 괴성을 내지르며 폭풍을 움직였다. 그리고 성화 폭풍이 그대로 마기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콰아아아!!!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성화의 기둥.
그것만이 오롯이 남았지만 그 역시 머지않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성화 폭풍이 흩어지면서 마치 태양신의 은총을 사방에 뿌리듯 가루처럼 변해 사방으로 흩날렸다. 눈이 닿는 모든 곳에 신성력 파편이 날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태양신의 은총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털썩.
베니오가 무릎을 꿇으며 간신히 검을 짚어 땅을 지탱하려 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에 있던 폭풍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
“주군!!!”
“괜찮으십니까!”
폭풍검이 사라졌다. 베니오가 앞으로 고꾸라지자 놀란 기사들이 새처럼 날아와 베니오를 부축했다. 베니오는 사라진 폭풍검의 허전함에 손만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랬나. 신의 힘을 담기엔. 녀석도 주인에게로 돌아간 것인가.’
폭풍검주의 힘을 오롯이 담는다. 그건 제아무리 폭풍검이라고 해도 무리다. 폭풍검주는 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딱 한 번.
그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건 이러한 의미였다.
“주군! 이기셨습니다! 승리하셨습니다!”
용병왕이 기뻐하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대한 성화 폭풍에 가려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기에 베니오만 알고 있었다.
“아니요.”
베니오가 나지막이 말했다.
“제 검은 천마대제를 베지 못하였습니다.”
“예? 주군! 그게 무슨….”
하지만 베니오에게서는 더 이상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든 힘을 소진한 베니오가 그대로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