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296)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296화(296/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296)
지긋지긋한 악연의 종지부 (1)
베니오는 눈을 떴다.
오랫동안 감고 있었던 것처럼 눈덩이가 뻐근하고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그래도 눈을 떴다.
“대체 얼마나 내가…. 끄응.”
베니오는 머리를 짚었다. 그러다 문득 베니오는 자신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무리?”
오색찬란한 빛무리. 그 빛무리들이 강을 이루듯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이뤄 베니오의 발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베니오는 자신이 땅을 딛고 있는 것도 아니고, 둥둥 부유하고 있는 상태란 것을 깨달은 후 자신도 모르게 허둥거렸는데, 그것과는 관계없이 빛무리는 도도히 흘렀다.
“이건….”
“하늘 너머를 본 적이 있나?”
베니오만 있는 줄 알았던 공간인데 그곳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란 베니오가 뒤를 바라보자 그곳에 폭풍검주가 씩 웃고 있었다.
“왜, 놀랐어?”
“폭풍검주….”
“나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 느껴지는군. 역시 한번 겪어 봐야 하는 법이야. 그렇지?”
폭풍검주는 익살스러웠지만 베니오는 그의 익살에 웃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직접 그의 힘을 일회성이나마 직접 다뤄 보았던 베니오는 그를 태연히 대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내 질문에 답은?”
“하늘 너머 말입니까?”
“그래. 너희가 보는 푸른 하늘 너머,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하늘 위에 무엇이 있다?
베니오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사실이다.
“그게 지금 네가 보고 있는 풍경이다.”
“푸른 하늘 너머에 이리 깜깜한 세상이….”
“네가 눈으로 보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도도히 흐르고 있는 오색찬란한 빛무리. 자신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이 광경이 하늘 너머에 펼쳐져 있다는 것에 베니오는 입을 헤 벌렸다.
“사실 네게 아직 허락된 사실은 아니나.”“그럼….”
“잠시나마 나와, 태양신의 힘을 몸에 담았으니 진실의 편린을 허락받은 것뿐이다.”
두 신의 힘.
베니오는 자신의 몸을 터뜨릴 것 같은 그 압력을 떠올렸다. 만약 베니오가 그 힘을 온전히 쏟아내지 못했다면 베니오는 오히려 그 힘을 견뎌 내지 못하고 폭사했을 것이다.
“죽을 뻔했습니다.”“안 죽을 것을 알았다.”
“어째서 그리 확신을.”
“구양신공.”
베니오의 입이 합죽이처럼 다물어졌다. 폭풍검주는 신이다. 그리고 그는 구양신공에 대해 꽤 해박하게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왜. 놀랐나?”
“알고 계셨습니까?”
“신계는 좁아.”
베니오는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차원이란 것, 완전히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폭풍검주는 마치 그 신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거기까지.”
파지직!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폭풍검주의 손끝이 약간이나마 새카맣게 타들어 갔기 때문이다.
“후, 후. 아 뜨거라.”
“이것이….”“네게 허락된 것 이상을 갈구하려 든다면 이리되는 것이다.”
베니오는 할 말이 없어졌다. 무려 신인 폭풍검주의 손끝을 태운 힘이다. 만약 폭풍검주가 대신하여 막아 주지 않았더라면 베니오는.
“기껏 살았는데 새카맣게 타 죽으면 그만큼 개죽음이 없지.”“역시….”
“흐흐. 궁금하진 않고?”
베니오는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폭풍검주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이유. 그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 신의 힘을 품었다고는 하나 자신에게 왜 이런 진실이 허락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 불쌍한 놈에게 알려 달라는 뜻에서 너에게 허락된 기회이지.”
“불쌍한 놈이라면.”
“천마대제.”
천마대제가 불쌍하다? 베니오는 그에 동의할 수 없었다. 천마대제는 중원을 피로 물들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곳에까지 자신의 병균 같은 그 강자존 사상을 전파하여 무수히 많은 분란과 죽음을 만들어 냈다.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군.”
“솔직히는 그렇습니다.”
“불쌍하지. 그 잘난 놈이 수천 년간 닿지 못했던 그 너머의 경지가 애초에 그놈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허상이었으니까.”
베니오의 눈이 커졌다.
“예?”
“오만한 놈이었다. 오만의 신이란 것이 있다면 천마대제 그놈이 했겠지. 그놈은 신계에 들어와 높은 벽을 마주하고도 자신이 그들을 넘을 수 있다 확신한 놈이었으니까.”
기이할 정도의 자기 확신. 그것이 천마대제에겐 있었다. 그건 천마대제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중원무림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천마대제를 막아서지 못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천마대제를 곤욕케 할 수는 있어도 그를 이길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천마대제는 늘 남들보다 우월했다. 그것이 천마대제로 하여금 높은 자기 확신의 벽을 쌓게 만든 것이다. 신계에 올라서도, 신을 마주하고서도 꺾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굳건한 자기 확신의 벽이.
“그러나 어떻더냐?”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했지. 기형적인 방법으로 힘을 키우기는 했으나 너 정도라면 알 터. 덩치만 불린 힘은 결코 의지를 담은 힘을 이겨 내지 못한다는 것을.”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대제의 마기는 하늘을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했다. 힘의 총량으로만 따지면 베니오가 받은 폭풍검주의 힘과 태양신의 신성력을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력이 차이를 벌린 셈이다.
현경인 천마대제와, 그것을 넘어 위업을 쌓아 신이 된 이들의 힘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네 눈에 보이는 저것이 별의 강이라면 어떻겠느냐?”
“저, 저 모든 것이 말입니까?”
“그래. 저마저도 극히 일부일 뿐이지. 신인 나조차도 저것에 비하면 한낱 먼지처럼 느껴지는 법이거늘.”
별.
저 수많은 것이 별이라는 건 곧 베니오가 산 중원무림이나 제국도 저 흐름 안에서는 티끌만 한 먼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폭풍검주의 힘과 태양신의 신성력을 품어 본 탓에 저 도도하고 거대한 흐름에서 느껴지는 무수히 많은 별의 기운.
오러 마스터니, 그랜드 마스터니, 그 위의 무엇이니.
설령 그것이 신이라도.
저 거대한 별의 흐름, 그 너머의 거대한 의지에 비교하자면 부질없는,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
베니오는 자신의 의식이 확장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은 지극히 찰나에 불과하며 순간에 불과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의 의지를 느낀 것만으로 베니오의 눈은 개안했으며, 아득히 높아 보이던 벽이 단숨에 낮아지며 뛰어넘은 것이다.
구양신공의 구결이, 달마의 그 현기를 담은 구결이 녹아들 듯 흐름과 함께 베니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베니오는 달마가 남긴 구양신공의 구결이 일종의 하나의 의지임을 깨달았다.
벽을 넘지 못한 이들에게 자신의 심득을 전해 주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 바로 구결이다. 경지에 오르게 되면 더 이상 구결은 필요치 않게 된다. 무언가를 깨달아서 그 경지에 오른 것이기에.
하나의 세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거대한 흐름을 본 베니오는 달마의 구양신공과는 다른 자신만의 신공의 깨달음으로 한 발을 나아간 셈이다.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고, 다시 분리되며 다시 재정립됐다.
무(武), 오러, 정령력, 신성력,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쳤다가 분리되기를 반복하며, 다시 하나로 조립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재정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것이 쪼개지고 다시 재정립되는 과정.
그건 그냥 베니오가 운이 좋아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베니오가 쌓아 올린 모든 경험과 업이 그 안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베니오가 다뤄 본 폭풍검주의 바람, 그리고 태양신의 신성력이 단단한 그릇이 되었고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겼다.
사일검, 검접, 제왕검형, 타구타곤, 검풍, 섬보, 인비지블 소드, 5서클, 다섯 개의 헤일로, 샐리와 빌리.
그 모든 것이 수백, 수천, 수만 조각으로 갈라진 뒤 다시 그릇 안에 모였다. 그리고 그 형태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에 끝에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이내 익숙한 모양으로 변했다.
육항.
베니오는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모습에 눈썹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올리자 육항 역시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렸다.
“너는.”
[나다.]“나는.”
[너이고.]그 순간 육항의 손이 베니오의 손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육항이 베니오의 안으로 스며들었다.
완벽한 합일(合一).
영과 육, 그리고 베니오의 모든 것을 담은 기(氣)까지.
정(精), 기(氣), 신(身)이 하나가 된 순간 베니오의 발아래로 흐르던 도도한 별의 흐름의 한 귀퉁이가 쩌적하고 갈라졌다.
“어떠냐.”
폭풍검주는 검은 세상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폭풍검주는 전혀 당황한 내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이고, 느껴집니다.”
“그것이 마스터의 다음, 그랜드 마스터다.”
현경.
베니오는 천마대제와 같은 경지에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베니오는 신기하다는 듯 폭풍검주를 보며 말했다.
“신기합니다.”
“무엇이?”
“천마대제는, 고작 현경에 불과한데 어찌하여 그리 자신했던 것일까요.”
“바로 그것이다.”
베니오는 현경에 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능감을 느끼지 않았다. 더 큰 세상, 더 큰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마대제는 자신이 그 끝에 도달한 것처럼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더 높은 곳에 오를수록 그보다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폭풍검주는 손뼉을 짝하고 쳤다.
“자기 확신과 오만함이 천마대제를 그곳까지 이끌었으나 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그것이 그 불쌍한 놈의 한계뿐. 변화가 없는 신계라 하여, 수천 년간 시간을 낭비했다 하여 천마대제는 다른 것을 탓하고 있을 테지만 제 자신의 한계란 건 생각도 못 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것을 알려 주기를 원하심입니까?”
“그래. 모른다면 알려 주어야지. 그게 신일지니.”
베니오는 고약한 신이라고 생각했다. 신벌을 내리는 방식이, 천마대제를 나락으로 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신은 견뎌 낼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내린다.”
폭풍검주는 베니오의 속을 꿰뚫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베니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건 비단 베니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천마대제.
베니오에게 천마대제가 그러한 시련이듯 천마대제에게도 베니오가 그만한 시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백중지세가 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가라. 지켜보겠으니.”
쩌저적.
쨍강!
베니오는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이 어딘가에 누워 있음을 깨달았다.
“여긴.”
막사다.
베니오는 천으로 된 막사의 천장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마치 조금 전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폭풍검주와의 담화는 꿈이 아니었다.
베니오는 눈을 뜨는 순간 알아챘다.
세상에 흐른 공기, 눈에 보이는 것, 그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그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세상에 자신이 발을 디뎠다는 것을 말이다.
현경, 그랜드 마스터.
베니오가 생각하는 순간 막사의 천막이 드드득하고 뜯겨 나가며 신선한 공기가 바깥으로부터 새어 들어왔다.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않았으나 베니오의 의지는 물리력을 갖고 천막의 지붕을 그대로 뜯어냈다.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디아토가 베니오를 보고 떨리는 눈으로 소리쳤다.
“주구우우우운!!”
“디아토.”
“뭐? 애송이가?”
“주군!!”
디아토의 뒤를 이어 검공과 철벽 경이 차례대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이내 베니오가 일어났다는 소문이 전체로 퍼지자 사방에서 베니오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제국의 영웅에게 찬사를!
태양신의 사도에게 영광을!
베니오 케플러!!!
와아아악!
그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우르르거리며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베니오는 자신에게 몰려들어 얼싸안고 방방 뛰는 가신들을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해 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