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3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35화(3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35)
남자의 질투는 추하다 (5)
타닥, 탁.
불쏘시개로 장작을 뒤지자 불똥이 타닥 튀어 오르면서 새롭게 넣은 마른 나뭇가지에 불이 옮겨붙었다.
장작불의 불씨를 적절히 조절하는 베니오의 모습은 그런 게 대단히 익숙해 보였다. 노숙이란 건 지겹게 해 본 베니오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크르르.
그때 또다시 주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위에 달이 뜨고 어둠이 내려앉았기에 모닥불 주변이 유독 밝았지만 그럼에도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쯤 되자 베니오도 눈치를 챘다.
“무언가 이놈들을 유인하는 그런 게 묻어 있나?”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자주 습격을 받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베니오는 검을 반쯤 뽑아 놓고는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화르륵! 펑!
검 대신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마법을 굴려 그 마법을 손가락으로 튕겨 냈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 맺힌 엄지손가락만 한 화염 구슬이 어둠 속으로 날아가더니 펑하고 터졌다.
“역시, 탄지공이랑 비슷해.”
깨개갱!
화염 구슬이 날아가는 궤적이 어둠 속에 빨간 실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그게 폭발하자 어둠이 불꽃에 잡아먹히면서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의 늑대가 펄쩍 뛰었다.
다이어 울프.
크아앙!
불에 데서는 펄쩍 뛴 다이어 울프 대신 다른 놈의 샛노란 눈이 어둠 속에 탁하고 떠올랐다. 하지만 베니오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채 다시금 손가락 끝에 화염 구슬을 뭉쳤다.
램블도어 학부장.
그는 베니오에게 다른 마법사들 같은 수련이나 연구를 바라지 않았다. 마법과 검이라는 하나를 걷기에도 힘든 두 길을 개척해 나가는 베니오를 위해 램블도어는 속성으로 마법을 가르쳤다.
그것도 화염 계열의 마법만.
‘확실히, 그 정도 수준의 경지에 도달한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인가.’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장기로 삼는 속성이 하나, 그리고 많아야 두 개 정도였다. 친화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램블도어는 희귀하게도 속성 세 개에 능한 마법사였다.
그 때문인지 램블도어는 베니오가 마법을 구현해 내는 방식을 보고서는 그 자리에서 마법을 개량해서 알려 주었다.
심장이 아닌 단전에서 끌어올린 극양의 공력으로 펼치는 마법.
베니오가 마력 유동을 이해하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은 램블도어는 직접 자신이 시범을 보여 줌으로써 베니오의 이해를 도왔다.
애초에 베니오는 구양신공 때문에 화염 속성에만 친화력이 특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른 속성의 마법을 펼쳐도 거기에 불꽃이 피어올랐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베니오는 이런 상황에서 아주 쓸 만한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검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어야 하기 때문에 캐스팅이 빠르고 안정적이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탄지공과 비슷한 파이어 피스톨이었다.
1서클의 마법.
대신 마력을 응축시켜 화염 구슬만 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 주요 골자였는데 베니오는 램블도어가 펼치는 것을 보고는 그걸 한 번 만에 따라 하는 기염을 토했다.
키이잉!
어쨌거나 그 순간 베니오의 손가락 끝에 또다시 화염 구슬이 맺혔다. 그리고는 화염 구슬이 샛노란 안광을 발하는 다이어 울프들의 머리통에 적중했다.
파앗!
캐개갱!
파이어 피스톨은 다이어 울프를 한 방에 죽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1서클의 단순한 수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 울프들을 두렵게 만들 정도로는 충분했다.
후다닥!
다이어 울프들이 매캐한 타는 냄새를 남긴 채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베니오는 공력을 가라앉혔다.
‘살아남지 못하겠군.’
안 그래도 몬스터가 즐비하다는 두덱 영지 주변이었다. 그런데 탄내를 풀풀 풍기며 돌아다니는 다이어 울프들은 아마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경계심이 많고 똑똑한 놈이라고 했는데, 그 정도로 무언가가 몬스터를 유인한다는 뜻이었나.’
무리 생활을 하는 몬스터로 일반 늑대보다 더 강하고 똑똑한 몬스터였다. 그러나 불을 무서워해 많은 몬스터들이 불 주변으로는 접근하지 않지만 놈은 접근했다.
그렇다는 건 불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베니오에게 있다는 증거다.
‘향?’
베니오가 소지한 물품 중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애초에 입은 옷을 제외한 전부가 용병 길드에서 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향이었다.
‘추종향 같은 그런 종류?’
베니오는 오감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그중 후각을 강화해서 콧구멍을 크게 벌리고는 벌름거렸다.
그 순간 베니오의 코가 베니오가 메고 온 가방 쪽으로 휙하고 돌아갔다.
“이건가.”
쌉싸래하면서도 묘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가방 안에서 풍기고 있었다. 베니오는 가방 안에 든 물건을 하나씩 꺼내다가 강화한 후각에 탁하고 걸려드는 물건을 꺼냈다.
여분의 옷.
아카데미에서 나올 때 며칠 걸리는 일정이기에 토니가 여벌의 옷이라면서 싸준 옷이었다. 그 옷에서 후각에 탁하고 걸리는 냄새가 났다.
“으, 으음….”
그때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던 앰블란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신을 잃었던 그가 한밤중이 돼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베니오가 그에게 말하자 앰블란이 두 눈을 끔벅거렸다.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윽….”
가슴팍이 단검에 베였으니 통증이 없을 리 없다. 그것도 저주가 걸린 단검이다. 그 때문에 앰블란은 위험한 수준까지 피를 흘리고는 혼절했다.
아마 베니오가 없었더라면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베니오 생도?”
“예.”
“면목이 없군.”
앰블란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생명의 은인이 바로 베니오였다. 갑작스러운 습격자에 앰블란은 일격을 맞고 전투 불능이 됐지만 베니오는 오히려 습격자를 물리쳤다.
그때 베니오가 보인 모습은 앰블란이 그를 생도라고만 생각해 무시했던 것을 사과해야 될 정도의 모습이었다.
“누워 계십시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피는 멈췄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는군요.”
“저주요. 출혈의 저주가 걸린 단검.”
“이것 말씀하시는 겁니까?”
베니오는 암살자가 흘리고 간 단검을 꺼내 들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단검이다. 하지만 검날이 불길하게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출혈의 저주가 걸린 단검 맞소.”
“출혈의 저주라….”
확실히 앰블란이 쏟아 낸 혈액의 양은 일반적인 검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오러로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기사가 그 정도 검상이 붙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나마 베니오의 점혈이 아니었다면 피가 흐르는 걸 멈추지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신관을 찾아가야 하겠군. 크윽….”
앰블란은 일어나려다가 팔에 힘이 풀려 다시 드러누웠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상처가 치료되지 않아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스윽.
베니오는 단검을 품속에 챙겼다. 두덱에 가서 알아보면 단검 주인의 행방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쪼르륵.
베니오는 데워 놓은 물을 물수건에 적셨다. 그러고는 그걸 앰블란에게 내밀었다.
“입에 좀 물고 계십시오. 수분을 많이 보충하셔야 할 겁니다. 피를 많이 흘리셨으니까요.”
“고맙소.”
앰블란은 상체조차도 들고 있기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컵에 따라 줘도 마시기 힘들었다. 앰블란은 물수건을 입에 넣고는 쭉 빨았다.
“후우.”
바짝 마른 입안에 수분이 도니 정신이 드는 듯했다. 가슴팍에서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은 여전했지만 정신이 또렷하니 훨씬 나았다.
“베니오 생도.”
“예, 앰블란 경.”
“왜 나에게 묻지 않으시오?”
베니오는 앰블란을 쳐다봤다. 앰블란은 후회와 수치가 뒤섞인 듯한 눈으로 베니오를 보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건 그가 숨어서 베니오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베니오가 묻지 않는 것이었다.
“경을 곤란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앰블란은 자신에게 적의가 없었다. 그런 그를 곤란하게 해 봤자 베니오에게 이로울 것은 없었다.
그런 베니오의 대인배적인 풍모에 앰블란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찌도 도련님과 이리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같은 나이에, 같은 생도이니 앰블란은 베니오와 테포르가 비교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백작위를 계승할 테포르이지만 배포의 크기 자체가 베니오와 테포르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 느껴졌다.
“말씀드리겠소.”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은인에게 숨기는 것도 도의는 아니라 생각하오.”
기사의 명예, 주군에 대한 충성도 중요하지만 베니오는 존중받아 마땅한 한 명의 검사이자 자신의 은인이다.
그 때문에 앰블란은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따르기로 했다.
“테포르 도련님이 베니오 생도를 미행하라 하시더군. 그러다 위험에 처하면 구해 주라고 하시더이다.”
“위험이요?”
“그렇소.”
몬스터가 시도 때도 없이, 거의 열 번이 넘게 습격해 오던 것. 베니오는 자신의 옷에서 나던 그 향을 누가 묻혀 놓은 것인지 깨달았다.
“그래선가.”
“짚이시는 것이 있소?”
베니오는 앰블란을 쳐다봤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렇다는 건 테포르가 그런 것을 앰블란에게 숨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에게 아직 백작위도 승계 못한 테포르가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런 건 숨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사를 기만하는 일이다.
앰블란은 엄밀히 말해 테포르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솜누스 백작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 충성을 이용해 앰블란을 기만한다는 건 테포르의 중대한 실수다.
“이 옷.”
베니오는 그런 테포르를 배려해야 할 조금의 이유도 찾지 못했기에 사실을 말했다.
“여기서 이상한 향이 나더군요.”
“향?”
앰블란의 눈이 살짝 켜졌다. 그가 베니오의 손에 든 여벌의 옷을 가져가더니 오러를 이용해 후각을 강화했다.
그러고는 앰블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런… 어떻게, 도련님께서 이러실 수가.”
베니오가 한 방법으로 그도 유인향의 존재를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앰블란은 깨달았다. 테포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기사의 맹세를 한 자신의 맹약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백작에 대한 충성을 악용한 월권행위다.
“미안하오, 베니오 생도.”
그 전에 그는 베니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게요?”
“솜누스 백작가의 기사로서, 테포르 도련님께서 하신 일 때문에 생도가 위험에 빠질 뻔했으니까.”
앰블란에게 미행을 명한 건 베니오의 목숨을 위협할 생각까지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앰블란은 테포르가 베니오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를 기사로 들이고 싶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케플러의 충성을 받은 솜누스가 되고 싶다면서.
아마 이것도 그 일환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그가 위험할 때 구하라고 한 것도 빚을 지게 하기 위함인가.’
그래도 이건 아니다. 테포르는 두 가지의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베니오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
베니오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소한 중급 몬스터는 되어야 한다. 이미 베니오는 오러를 개화한 순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고, 심지어 하급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그 기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성장했다.
가히 천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재능.
그러니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안목이 첫 번째 실수다.
그리도 두 번째.
‘기사의 명예를 너무 쉽게 보셨구나.’
모든 기사가 자신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명예를 아는 기사라면 이런 행동을 용납할 리 없다.
그는 이 일로 테포르에게 아주 크게 실망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베니오가 흔쾌하고 대범하게 자신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앰블란은 더욱더 그를 테포르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내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소.”
“아직 두덱에 도착하지도 못했습니다.”
화르륵.
베니오는 유인향이 묻은 옷을 불태웠다. 이제 몬스터의 습격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하루가 늦었고 환자까지 생겼으니 돌아가는 시간은 더욱 늦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단결석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도에게 의뢰하겠소.”
앰블란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베니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앰블란은 파리한 얼굴로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나를 두덱 영지까지 호위해 주시오. 기사 앰블란의 의뢰를 완수했다면 용병 길드에서도 공적을 꽤 잘 쳐줄 것이오.”
기사와 귀족과 관련된 의뢰는 용병 길드의 인정을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앰블란은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베니오에게 도움을 주려 한 것이다.
“그게 있으면 아카데미 결석에 대한 사유도 될까요?”
“물론이오.”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결석도 인정된다. 무단결석이라고 해도 부상자, 그것도 기사를 호위했다는 건 아카데미에서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의뢰 받아들이겠습니다.”
앰블란이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