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4화(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4)
천재와 둔재 (4)
검공 미하일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올해 열일곱인 에스크로.
그리고 열두 살인 라드릿슈.
미테온의 영웅이기도 한 검공가는 대륙 기사들의 존경을 받는 무가였고, 굳이 모집하지 않아도 기사들이 제 발로 찾아와 검공가에 충성을 바치곤 하는 그런 가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라드릿슈가 주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겠다고 했을 때 제국 전체가 놀라서 떠들썩해졌다.
검공가는 제국 동부를 수호하는 무가다. 검공 미하일은 명예와 권력을 좇지 않았지만, 기사의 정점에 앉은 그를 선망한 이들이 모여 무가를 형성했고 그들은 동부를 수호했다.
애초에 미하일이 받은 검공이란 작위는 실리도 없고 받은 영지도 없는 그저 명예였지만 동부 불모지에 그를 선망하는 자들이 모여들면서 검공령이 만들어진 것이다.
첫째인 에스크로는 열 살부터 검을 쥐고 동부를 위협하는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며 성장했기에 굳이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았다.
둘째인 라드릿슈도 그런 길을 걸어가려 했지만 장남인 에스크로의 반대로 둘째인 라드릿슈만큼은 주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 라드릿슈는 입학할 때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라드릿슈는 그런 화제성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이니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입학식에 참석한 그에게 최악의 둔재라 불리며 열등감 덩어리였던 베니오가 삐뚤어진 질투심을 품고 접근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리석었다.’
라드릿슈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베니오가 무슨 말을 했더라도 자신은 참았어야만 했다. 어차피 그를 시기하고 질투한 것은 베니오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투를 신청한다, 건방진 애송아.]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상급 생도인 베니오의 결투 신청을 라드릿슈는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라드릿슈가 결투를 거절하면 그건 곧 검공 미하일의 명예에 누를 끼치게 되는 셈이었다.
[꼭 저와 결투를 하셔야겠습니까, 선배님?]베니오는 반드시 그래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라드릿슈는 하는 수 없이 결투를 받아들였고 일부러 라드릿슈는 적당히 베니오를 상대했다.
베니오 케플러.
최악의 둔재라 불리는 베니오를 상대하는 건 라드릿슈에게 있어 하품이 나올 만한 일이었지만 일부러 라드릿슈는 베니오의 사정을 봐주면서 적당히 검을 겨뤘다.
하지만 베니오가 라드릿슈의 어머니를 언급한 순간 라드릿슈는 이성을 잃었다.
[창녀의 자식. 검공이 아니었으면 사창가에서 버려졌을 놈.]라드릿슈는 미하일의 핏줄이 아니었다. 그건 장남인 에스크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하일은 가족이 없었으나 에스크로와 라드릿슈를 자신의 자식으로 거두어들였다.
어쨌거나 그 순간 라드릿슈는 이성을 잃었고 베니오의 도발에 넘어갔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라드릿슈는 검을 휘둘렀고, 그 목검이 베니오의 머리를 그대로 가격했다.
베니오는 머리에서 피를 뿌리며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그건 라드릿슈의 잘못이 아니라 베니오의 잘못이었다. 분명 베니오가 마지막 순간 라드릿슈의 검로에 머리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미하일의 차남인 라드릿슈라고 해도 고작 열두 살이다. 검술이 무르익지 않은 라드릿슈는 그걸 알면서도 도중에 검로를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라드릿슈에게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라드릿슈는 스스로를 탓했다.
‘내 수양이 더 깊었더라면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 검술이 뛰어났더라면 그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드릿슈는 자책했다.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 비교 대상이 장남인 에스크로나 아버지인 미하일이었기 때문에 라드릿슈는 더더욱 자책했다.
그런 기분을 풀기 위해 연무장이 닫히는 시간까지 검을 휘둘렀지만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라드릿슈는 손에 물집이 잡히는 고통에도 검을 휘두르기 위해 우물가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종을 만났고, 시종과 대화를 나누다 들은 사실에 분노했다.
베니오 케플러.
주피터 아카데미 내에서 최악의 악명을 가진 베니오가 라드릿슈에게 패배한 죄를 시종에게 물어 시종이 기절할 때까지 구타하고 있다는 것에 라드릿슈는 격분했다.
그건 생도답지 못한 행동이며 귀족답지 못한 행동이기도 하다.
기사는 약자를 지켜야 하는 존재다. 그런 기사를 양성하기 위해 검술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그곳의 상급 생도라는 자가 패배의 죄를 자신이 아니라 제 시종에게 묻고 있다니.
“여, 여깁니다.”
[도련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를, 제발 살려 주십쇼.]마침 안에서는 깨어난 것인지 토니가 베니오에게 애원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들은 라드릿슈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공자님, 다른 생도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셨다가는 퇴학을 당하실지도 모릅니다요.”
하지만 라드릿슈를 데려온 시종이 그를 말렸다. 학칙에는 생도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다른 생도의 방을 허락 없이 들어가는 건 퇴학감이었기 때문이다.
[히익, 히이이익!]퍽, 퍼버벅!
그러나 안에서 또다시 구타하는 소리가 나자 라드릿슈는 고민하지 않았다.
쾅!
라드릿슈가 그대로 목검으로 문의 손잡이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시종들이 뒤로 나자빠졌고 잠겨 있던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콰직!
라드릿슈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문을 넘었다. 그러고는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베니오를 불렀다.
“베니오 케플러!”
라드릿슈는 쿵쾅거리면서 산산조각이 난 문의 파편을 밟고 들어갔다. 하지만 라드릿슈는 찾고 있던 베니오가 눈에 들어오자 발바닥에 아교라도 바른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도, 도련님. 흐어어엉.”
시종으로 보이는 이가 손에 낭창거리는 나무의 끝을 잘게 잘라서 만든 듯한 것을 들고 있었고, 그것으로 내려친 것이 분명한 흔적이 몸에 적나라하게 남은 베니오가 가부좌를 튼 채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오의 상체에는 붉은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베니오가 시종을 때린 것이 아니라 시종이 베니오를 때린 모양새였다.
그런 베니오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는데 라드릿슈에게 호되게 당해서 부은 티가 역력하게 났지만, 지금은 마치 자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라드릿슈는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때, 베니오가 눈을 번쩍 뜨고는 고개를 들어 라드릿슈를 쳐다봤다.
“넌 뭐야?”
흠칫.
라드릿슈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 * *
‘몸속을 다스리고, 그다음에 내공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여러 일이 닥쳤을 때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전대미문의 이혼대법이란 것을 경험한 베니오는 그 와중에서도 참 무림인다운 생각을 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일단 이 베니오라는 한심한 놈의 형편없는 몸부터 정리를 해야만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은 수준이지. 독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치명적인 독은 아니고, 팔다리가 다 멀쩡하게 달려 있으니까.’
천마대제에 의해 단전이 폐해지고 근맥이 잘리고 나서도 십 년을 와신상담하여 끝끝내 그놈의 목에 이를 박아 넣었던 육항이다.
그러니 베니오 정도면 아주 바람직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최악의 둔재라고 불렸던 그 재능도 육항의 영혼이 들어온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구우우―!
독황신공의 구결을 외우자 몸 깊숙한 곳에서 느릿느릿 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놈의 나이가 열일곱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이 느린 수준이군.’
베니오의 기억 속에 있는, 베니오가 시비를 걸어 철저하게 개 털렸던 라드릿슈라는 놈은 열두 살임에도 불구하고 기의 수발이 베니오보다 훨씬 더 빠르고 뛰어났다.
그렇다는 건 이놈이 그냥 수련을 게을리했다는 소리였다.
거의 티끌만 한 수준의 기를 움직이는 데만 온몸의 진력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베니오는 멈추지 않고 몸속의 기를 운용했다. 그러자 막혀 있던 기맥이 찢어지는 느낌이 나며 찌릿거리는 통증이 몰려왔다.
‘좋구나.’
통증이 느껴졌지만 베니오는 오히려 웃었다. 이 통증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독황신공은 베니오의 몸속에 한 부분처럼 뿌리내린 독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독은 독황신공의 먹이.
티끌만큼밖에 없는 공력을 키워주는 데 이미 베니오가 복용한 독은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거기에 베니오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외공도 함께 해야지.’
그래서 베니오는 시종들 중 쟈비에와 커넥션이 있는 가장 수상쩍은 시종 중 하나인 토니를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간단했다.
“그걸로 날 쳐라.”
“예, 예?”
토니의 눈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귀족을 때리라니. 평민이 귀족을 때리면 그 삼족까지 멸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토니가 꺼리는 것을 보며 베니오는 히죽 웃었다.
“쟈비에와 손을 잡고 나를 능멸하는 것은 되는데, 내 말은 무섭지 않은 모양이야?”
“도, 도련님!”
토니는 그 자리에서 다리의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설마 베니오가 그걸 다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베니오는 기억을 더듬었다. 이 둔재 놈은 눈치도 둔해 몰랐지만, 시종들은 사실상 전부 다 쟈비에의 마수가 뻗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케플러 공작가에 끌려가 경을 치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베니오가 케플러 가문의 수치라고 해도 평민이 귀족을 능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토니의 모가지는 그대로 떨어진다.
그렇기에 토니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나뭇가지를 받아 들었다.
“있는 힘껏 때리거라.”
“도, 도련니임….”
“왜, 나에 대해 밀고는 해도 때리지는 못하겠어?”
평민이 귀족의 몸에 상처를 낸다는 것은 더 큰 중죄다. 베니오는 토니를 보며 슬쩍 당근을 제시했다.
“내 마음에 들도록 때리면 불문에 부치도록 하지.”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그러니 하란 말이다.”
베니오가 토니를 시켜 자신을 때리라고 하는 건 독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오래전부터 장복한 독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흡수하기 위해서는 육체에 고통을 가해 독성이 터져 나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독황신공의 기초 신공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은 체내에 어쩔 수 없이 독을 소량이나마 보유하고 있다. 모든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생성하는데, 그 식물을 먹은 인간의 몸에도 그 독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이다.
대개 그 독들은 인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데, 독황신공의 기초신공은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그 독성을 일깨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마 베니오는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좋다고 독이 날뛸 것이다. 그럼 그때 독황신공으로 먹어 치우면 된다.
“어서!”
“이익!”
토니는 베니오의 재촉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나뭇가지로 베니오의 몸을 때렸다.
쫘악!
그러자 쫘악 소리와 함께 붉은 실선이 새겨지면서 베니오가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아프다.’
아프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은 참을 수 있었다. 맞는 순간 독황신공의 구결을 읊자 잠들어 있던 독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부글부글.
‘큭.’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독들은 베니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효능이 있었다.
주륵….
베니오의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초신공이라고는 하지만 신공의 구결을 읊으면서 타인에게 맞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니오는 칼같이 날카롭게 집중력을 벼렸다.
“더!”
“이익!”
짝, 짝, 짝!
베니오의 몸에 상처가 늘어날수록 토니는 베니오에게 빌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런 토니를 거꾸로 계속 때리라고 협박했다.
그렇게 때리던 토니마저 지칠 즈음.
쿵!
콰앙!
베니오의 몸속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기숙사실의 문이 콰앙하고 터져 나갔다. 나이를 먹으면서 막히고, 독을 먹어 막혔던 기맥 중 십분지 일이 타통됐다. 오른팔이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그와 동시에 베니오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라드릿슈를 보면서 눈썹을 휘었다.
“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