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4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45화(4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45)
전공을 세우다 (5)
성기사.
제국이 가장 강성한 국력을 보유한 국가라고는 하나 이 대륙에 제국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태양교는 전 대륙에 신전을 보유한 단일 세력으로는 가장 큰 곳이다.
모든 국가에 의해 불가침 지역으로 선포된 교국을 가지고 있으며 전 대륙에 퍼진 신관의 수만 30만 명이 넘는다.
그런 태양교의 성기사가 된다는 건 교국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교황이나 성녀의 수호기사단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성기사는 오로지 교황과 성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사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나 성기사가 될 수는 없었다.
태양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신성력을 발현해야 하며 검술 실력 또한 기사 수준은 되어야 갖출 수 있는 것이 바로 성기사였기 때문이다.
조건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성기사가 되기 위해 매년 교국으로 향하는 꿈 많은 젊은이들의 수는 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유는 단 하나.
오러보다 신성력을 발현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물론 성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리에도 정통하여 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하지만 기도를 통해 신실한 마음을 가져 신성력을 발현하게 되면 더 이상 생계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막대한 기부금과 신전의 치료술, 포션 제작 및 유통 등을 통해 교국은 대륙을 통틀어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런 성기사가 되지 않겠냐고 모든 교수가 있는 앞에서 베니오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신성한 불의 힘이 느껴지는 오러입니다. 응당 이는 태양신께서 보우하셨음이니 성기사가 되고도 남을 재능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듣기만 해도 절로 신실한 마음이 될 것 같은 태양심문관의 말이었지만 이단만 만나면 악마보다 더한 악귀가 되는 심문관의 악명 때문인지 별로 감흥이 없었다.
게다가 베니오를 공동전인으로 들인 라치오와 램블도어 학부장은 태양심문관이라고 해서 교단의 이름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성기사라니! 이 창창한 젊은이를 교국에 데려다가 가둬 놓겠다?”
“베니오 생도는 마법사요!”
베니오만 그 가운데서 눈을 데굴거리며 이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나기만을 고대할 따름이다. 이래서 재능이 뛰어나도 피곤하다고 베니오는 생각했다.
‘중원이 생각나는군.’
육항이 무신에 의해 천고의 기재라 칭송을 받자 무수히 많은 이들이 육항을 데려가기 위해 몰려들었다.
무당, 화산, 점창 등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대문파와 남궁, 황보 등 오대세가로 불리는 이들까지.
심지어 그들 중에는 자신의 딸과 혼약을 맺어 아예 두 가문이 합치자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육항만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었다. 자신은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배울 생각도, 이 어린 나이에 혼약을 맺을 생각도 없는데 괜히 어른들만 신이 나서 서로가 싸워댔기 때문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베니오는 지금 상황이 그때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전!”
베니오는 그 때문에 버럭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자신들만의 난장 토론에 몰두하여 뒷전으로 밀린 베니오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분이 오시더라도 그것 하나만 배울 생각이 없습니다.”
태양심문관을 보며 베니오는 눈을 또렷하게 뜬 채로 말했다. 라치오와 램블도어도 공동전인으로 사진을 삼도록 만든 것이 베니오다.
태양심문관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그러니 심문관께서도, 송구하지만 제게 두 스승님처럼 개의치 않고 제게 가르침을 나눠 주실 것이 아니시라면.”
베니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기사가 될 마음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베니오의 강단 있는 한마디에 교수들이 술렁였다. 태양심문관 앞에서 저렇게 단호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치오와 램블도어는 흐뭇하게 웃었다. 둘 다 팔불출 끼가 있는지 심문관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베니오의 당당함이 대견스러워 보인 것이다.
그러자 공은 심문관에게로 넘어왔다.
“성기사가 될 마음은 없으나, 신성력에 대해 가르침은 받고 싶다는 말씀이시오?”
그리고 심문관은 정확하게 베니오가 한 말의 요지를 짚어 냈다. 베니오는 그런 심문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씩 웃었다.
“제가 좀 욕심이 많아서.”
케플러의 성씨를 쓰는 자들은 다 욕심이 많다. 만금의 상인의 후손이니 당연했다. 문제는 베니오가 그럼에도 당당했고, 재능이 있었기에 그게 추해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심문관도 마찬가지인 것인지 흐릿하게 웃었다.
“흐음… 그전에.”
절그럭.
그때 심문관이 기다란 법복 안에서 주섬주섬 쇠사슬 끝에 섬뜩한 추가 달린 프레일을 꺼내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작은 방패를 들었다.
그가 무장을 마치자 법복에서 신성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며 두 무기에 신성력이 깃들었다.
이단을 벌하는 태양교의 칼인 태양심문관이 전투 준비를 마친 것이다.
심문관이 베니오를 보며 말했다.
“그 오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소만. 그래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소이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실력 좀 보자는 것이다.
그 말에 베니오가 고개를 돌려 라치오와 램블도어를 바라봤다. 공동전인이라고는 하지만 베니오의 스승은 그 둘이다.
“해 보고 싶습니다.”
“욕심이 이리도 많은 제자라니, 에잉….”
인비지블 소드라는 검법으로 최상급 익스퍼트에 도달한 라치오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심 많은 제자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그도 알았다.
베니오의 재능이 비단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어찌할 것이오, 램블도어 학부장.”
라치오가 램블도어를 쳐다봤다. 램블도어는 주름진 눈가로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이미 허락하신 것 같은데요.”
“오러와 마력에 이어 신성력까지. 너무 인기가 많은 제자를 두니 앞으로도 우리 둘이 피곤하겠습니다그려.”
베니오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의 승낙이었기 때문이다. 심문관이 단상에 도달해서는 단상 주변으로 선을 스윽 그었다.
“이 밖으로 날 밀어내거나.”
후웅!
마족이 뛰쳐나오더라도 일격에 머리통을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은 프레일이 절그럭거리자 소름이 오싹하고 돋았다.
“내 법복에 한 번이라도 닿는다면 법술의 가르침을 드리겠소. 나, 박살의 아르마다가 직접. 이건 태양신께서 굽어보시는 신성한 대련이오.”
“바, 박살의 아르마다?”
“10인의 성호?”
심문관이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교수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니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워낙 배움이 적어 지식이 적은 원래의 베니오이나 10인의 성호에 대해서는 기억이 딱 떠올랐기 때문이다.
태양교가 보유하고 있는 태양심문관의 수는 대략 100인.
태양교의 성기사나 신관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성력을 잘 다룰 수 있는 100인만이 태양심문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신성력과 마력, 그리고 오러를 동일 선상에서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심문관들은 오러로 따지면 최소한 중상급 이상의 성력을 가진 이들만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10인의 성호는 가장 강한 10명의 태양심문관을 뜻하는 것이며, 그들에게는 전부 다 이름에 호응하는 이명이 하나씩 주어졌다.
박살의 아르마다.
그 역시 10인의 성호 중 한 명인 셈이다.
10인의 성호는 최소가 상급 익스퍼트에서 최대 마스터에 이른 자들.
‘마스터?’
베니오의 입가가 슬쩍 벌어졌다. 이건 숫제 베니오에게 이득이 될 것밖에 없는 대련이다. 상대가 기사로 따지면 위대한 경지인 마스터에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10인의 성호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난 뒤, 새로운 것으로 채우면 된다.’
강자와의 싸움은 반드시 커다란 보상을 안겨 준다. 모든 것을 쏟아내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시도, 뇌공의 흔적도 발견된 곳이다. 나 말고도 넘어온 다른 이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피와 도검이 즐비한 무림이 아니지만 이곳도 그곳만큼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인간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때 봤던 아플 같은 놈들이 더 튀어나올 수도 있고, 두덱령으로 가는 길에 열 번도 넘게 조우했던 몬스터 같은 괴물들도 있었다.
‘더, 더 성장해야 한다.’
자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그런 자신에게 주어진 강자와의 대련은 천금과도 같은 기회다.
“좋은 눈이오.”
심문관은 호승심과 투지로 끓어오르는 베니오의 눈을 보면서 슬쩍 웃었다. 젊은 청년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저토록 열의를 불태우는 건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오시오. 선수를 양보해 드리지.”
심문관이 두 팔을 벌렸다. 그 순간 베니오가 둥그런 원탁을 박차고는 섬보를 극한까지 발휘하며 심문관에게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쇄도했다.
‘그 독특한 풋스텝이군.
라치오의 눈이 반짝였다. 발놀림은 검을 어떻게 휘두르냐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베니오는 라치오가 가르치기 전에 자신만의 발놀림을 가지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교육 과정에 아직 없는 것이고, 졸업 전에나 가르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베니오는 천재였다.
스스로의 길을 걷고 있기에 그런 베니오가 풋스텝마저 스스로 만들어 냈다고 라치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까앙―!
어쨌든 베니오의 검이 심문관을 노렸지만 눈부신 신성력이 베니오의 검을 막았다.
‘유형화하지도 않은 신성력으로 검을 막은 건가.’
베니오는 심문관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성력에 혀를 내둘렀다. 단순한 기운의 크기만으로 보자면 베니오는 이곳에서 눈을 뜬 이후 이 정도로 거대한 기운을 느낀 적이 없었다.
‘신의 힘이라 이건가. 램블도어 학부장님의 마력보다도 더 크다.’
램블도어 학부장의 마력은 대해 같았다. 그러나 신의 힘은 그것도 뛰어넘는 정도의 크기다. 구양신공이 뱃속을 뜨끈하게 만들며 베니오의 손에 깃들었다.
까가가가가강!
그 순간 마치 별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베니오의 검이 수십 차례 신성력 위에 작렬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르마다의 신성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놀랍소. 생도임에도 내 성력을 흔들리게 만들다니.”
제대로 된 형체도 갖추지 않고 그냥 성력을 뭉쳐서 베니오의 검격을 막아 낸 것이다. 성력이 제대로 된 형태를 갖췄을 때 더 강해지지만 베니오 정도면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니오는 그 성력을 뚫어 내고 있었다.
“역시.”
베니오의 검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오러 때문이다. 구양신공의 힘으로 발현된 희미한 오러는 아르마다의 성력을 갉아 먹었다.
“내 성력보다 순수한 태양의 힘이라니.”
그게 가능한 이유는 구양신공에 담긴 양기가 아르마다의 성력에 담긴 힘보다 정순하기 때문이다.
태양신의 가호가 담긴 성력보다 구양신공의 양기가 정순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10인의 성호의 신성력보다 베니오의 오러가 품은 성력이 더 정순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게 전부라면 내 가르침은 없소.”
베니오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마치 거대한 철벽을 상대로 싸우는 것만 같았다. 반탄력에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한 순간 베니오는 뒤로 물러선 채 숨을 들이마셨다.
“후욱, 후욱.”
그러면서 베니오는 머리를 굴렸다. 천고의 무재를 가진 베니오의 머릿속에 아르마다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길이 보였다.
그러나 그 길 모두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그린다.’
모든 그림이, 모든 선이 막혔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그려야 한다.
‘검.’
기본 검술로 그리는 검로가 아니라 새로운 검이 필요했다. 그러나 베니오는 이 구양신공에 딱 맞는 검을 아직 수련하지 않았다.
‘모든 검법이 맞는 것 같기도, 그러나 동시에 최선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검법에 담긴 묘리는 평생을 수련해도 다 알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 그렇기에 신중해야만 했다. 여러 가지 검법을 익힌다고 하여 구양신공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베니오도 지금 그것까지 욕심을 낼 생각은 없다.
지금 베니오에게 필요한 건 딱 한 번.
아르마다에게 닿을 수 있는 일 초식의 검이다.
‘가장 빠른 검.’
달칵.
베니오가 검집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고는 검을 옆으로 반쯤 눕혔다.
가장 빠른 검이라면, 일 초식뿐이라면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점창의 비기, 사일검법(射日劍法).
해를 쏘는 검.
점창의 마지막 검이라 불린 점창검성은 그 사일검법의 일 초식만을 극한으로 익혔다.
천마대제를 기습하여 죽이기 위해서.
사일검법의 전부이자 시작인 일 초식은 해를 쏘는 검이다. 해를 쏘기 위해서는 일 초식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며, 사람이 반응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극쾌의 찌르기다.
일격필살.
천마대제는 자신의 수신호위이자 극마의 고수였던 절천창괴의 희생으로 심장에서 겨우 한 치가 벗어난 채로 즉사를 면했다.
일격필살이 빗나간 점창검성은 그 뒤 천마대제의 쌍장에 머리가 깨져 죽었다.
그러나 그의 사일검은 천마대제도 피하지 못한 극쾌의 찌르기였다.
‘반지만 믿는다.’
섬보처럼 이걸 지금 이 몸으로 구현한다는 건 몸의 근골을 망가뜨리겠다는 소리다. 하지만 베니오는 쿨타임이 돌아온 반지를 믿기로 했다.
베니오의 머릿속에서 사일검법을 파훼하기 위해 보았던 사일검법의 구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구양신공이 사일검에 저절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해를 쏘는 검과 극양의 기운을 담은 신공.
베니오의 두 눈에 비친 아르마다가 자신이 쏘아서 떨어뜨려야 하는 태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