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5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59화(5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59)
선발전 (4)
검술 학부 선발전.
아카데미의 가장 큰 행사라고도 할 수 있는 선발전이 열리는 날.
검술 학부는 지금껏 본 적 없었던 인파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애당초 관람석은 관객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통로까지 사람들이 들어와 앉았다.
유례없는 호황.
검술 학부가 아카데미의 세 기둥 중 한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껏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도는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 연도에만 지난 천년 아카데미의 역사상 나온 적이 없었던 두 명의 천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졸업하기 전에 오러를 개화한 유일한 두 명의 생도.
창공의 마이어라 불리며 아모리아 제국의 군부의 기둥인 마이어 후작가의 루멘 마이어.
케플러 공작가의 베니오 케플러.
그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각 학부에서 모여든 생도들과 교수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외부에서도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낸 터라 검술 학부가 유례없이 가득 찬 것이다.
그러나 루멘과 베니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역시 어려서부터 천재라 불렸다지?”
“그럼, 마이어 후작가인데. 기대가 되는군.”
“최연소 용기사가 되는 거 아닌가?”
루멘 마이어는 원래부터 명성이 드높았다. 게다가 마이어 후작과 그의 용기사단 역시 창공을 누비는 가장 강력한 기사단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루멘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베니오 케플러? 그 케플러?”
“최악의 둔재라고 하던데.”
“케플러 공작가에서 돈을 쏟아부은 모양이군.”
“제대로 오러나 뽑아낼 수 있으려나?”
그러나 베니오에게 쏟아지는 건 의심과 불신이었다. 중간중간 베니오가 라치오와 램블도어, 아르마다라는 세 명의 스승을 모시게 되었고 두덱 자작령의 비사를 해결한 장본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대부분 코웃음을 쳤다.
“자네, 아직도 케플러의 소문을 믿는가?”
“그럼, 모든 제국인들에게 돈을 뿌려서라도 여론을 조작할지 모르는데.”
“케플러 공작가라면 가능하지.”
“게다가 어떻게 몇 달 만에 둔재 중의 둔재가 천재가 된단 말인가?”
케플러 공작가.
만금의 케플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특히나 귀족일수록 그런 경향은 심했다. 케플러 공작가 앞에서는 입을 다물 테지만 뒤돌아서면 귀족들은 케플러 공작가를 씹어댔다.
황금충.
귀족의 명예보다 돈을 중시하는 가문.
품위도 없고 교양도 없는 가문.
그들은 베니오에 대한 소문 상당수가 케플러 공작가에 의해 조작된 여론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 그저 그들은 그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이다.
귀족 중 케플러 공작가의 황금에 의해 당하지 않거나 손해를 보지 않은 이들이 드물었다. 케플러 공작가는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었고 돈이 된다면 세간의 시선을 얼마든지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돈으로 무마했다.
오죽하면 몇몇 불손한 귀족들은 이러다가 케플러 공작가가 황제의 자리까지 황금으로 살려고 들지 모른다면서 케플러 공작가가 없는 곳에서 규탄하기까지 했다.
그런 다양한 이들이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소문의 주인공들을 지켜보기 위해 사람을 보낸 탓에 검술 학부 선발전은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러분의 안목과 운을 시험하세요! 당신의 생도에게 배팅을!”
지오반니는 마법을 통해 찍어 낸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이 정도 인기에 상업 학부가 손을 놓고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상업 학부에서는 돈을 버는 상행위라면 그게 범죄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지오반니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움직여 아카데미 행정부를 통해 승률 도박을 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루멘이요? 루멘의 배당은….”
지오반니는 베니오에게 얼마 전 전 재산을 탈탈 털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손해를 만회하고 말겠다는 듯 열의에 불타올랐다.
그렇게 수많은 생도와 외부인들이 지오반니를 통해 돈을 걸었다. 정신없이 기록하고 돈을 받아 챙기던 지오반니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넌 토니?”
“안녕하세요, 생도님.”
베니오의 몸종인 토니가 묵직한 주머니를 들고 배팅장에 나타났다. 지오반니는 토니가 들고 있는 주머니에서 진한 골드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베니오도 배팅을 하려는 거구나?”
“예, 제가 대신 하러 왔습니다. 여기.”
토니는 묵직한 주머니를 지오반니에게 건넸다. 지오반니는 그곳에 든 골드 중 상당수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잠시 눈물을 머금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돈도 자신의 돈으로 만들면 된다.
어차피 지오반니는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오는 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지오반니에게 토니가 해맑게 말했다.
“베니오 도련님께 모두 걸겠습니다요.”
“전부?”
“예.”
지오반니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오가 들고 올 정도의 돈이면 설령 베니오가 배당을 다 받아 간다고 해도 남는 게 있었다.
“그래, 500골드 정도 되지?”
베니오에게 있을 전 재산은 그 정도다. 지오반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토니는 해맑은 얼굴로 지오반니의 예상을 부쉈다.
“열어 보십쇼, 나리.”
“열어 봐?”
지오반니는 순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는 늘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는 것을 한발 뒤늦게 떠올린 탓이다.
스르륵.
지오반니는 주머니를 묶고 있던 줄을 풀렀다. 그러고는 그 안을 열어 보고는 그대로 굳었다.
“도련님께서 이르시기를, 약 일만 골드 정도의 값어치가 나가는 보석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토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떴다. 그 때문에 지오반니는 토니를 붙잡지 못했다.
“안 돼! 물러! 무르라고!”
한발 뒤늦게 지오반니가 소리쳤지만 그 자리에 토니는 없었다. 지오반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쥔 채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난 망했다, 망했어.”
* * *
“그러셨습니다요.”
“그래?”
베니오는 킥킥거렸다. 토니도 꽤 재밌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귀족을 놀려 보다니, 언제 그런 경험을 해 보겠는가.
그런 베니오를 옆에서 보던 세베루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자를 제대로 만났군.’
지오반니가 베니오라는 강적을 만난 것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지난번 전 재산을 탈탈 털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빚을 지게 생겼다.
“그럼 전 나가서 대기하겠습니다.”
“그래, 관람석에 올라가 구경하고 있어.”
“예, 도련님.”
토니가 나갔다. 베니오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베니오는 조금도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다.
“베니오.”
“왜?”
“넌 긴장도 되지 않는 모양이군.”
“긴장?”
그들은 선발전 대기실에 있었다. 원래라면 예선을 거쳐야 하지만 베니오는 예선도 거치지 않았다.
오러.
검술 학부 교수들이 그걸 보증하고 나선 이상 예선을 거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64강부터 시작하는 선발전 대기실에서 예선을 거치지 않은 건 딱 두 명뿐이었다.
루멘과 베니오.
모두 다 승리하겠다는 일념으로 조용한 대기실 안에서 제일 여유로운 건 베니오였다. 그 때문에 세베루스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도는 이야기를 모를 리 없을 텐데.”
“뭐, 우리 가문에서 돈 써서 내 소문을 부풀렸다는 거?”
“알고 있군.”
세베루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베니오가 그 소문을 들으면 길길이 날뛸 줄 알았다. 자신 같으면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노력을 가문의 수작질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이들의 무례에 대해 누구라도 분노를 터뜨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긴장하면 뭐가 달라지지?”
“뭐?”
“애당초 그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우리 가문이랑 나에 대해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잖아.”
케플러 가문은 권력이 있을지언정 명예는 없었다. 그러나 그걸 부끄러워하는 케플러 가문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황금으로 지어 올린 가문이다.
케플러 가문의 시조는 황금으로 여덟 용사의 일좌를 차지했다. 그렇게 세워진 가문에서 명예 대신 황금을 좇는 것이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가문 내에서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을 위해 보여 주면 되지.”
“무엇을 말인가.”
“명예와 품위가 없는 케플러 가문의 이 베니오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경박스럽게 모두를 이기고 헛소문을 깨부수는 것을.”
“….”
베니오는 피식 웃으며 세베루스를 쳐다봤다.
“너도 내 제물이 되지 않도록 바라야 할 거야.”
베니오의 도발에 세베루스가 눈을 빛냈다. 세베루스도 오늘 선발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준비했다.
“쉽지 않을 걸세.”
“그러길 바라지.”
* * *
“64강의 마지막 순서! 베니오 상급 생도, 리발도 상급 생도. 위로!”
검술 학부 교수인 처트니 경의 호명과 함께 베니오가 드디어 첫 경기에 나섰다. 베니오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관람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소문의 주인공 중 하나인 베니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작가에서 반쯤 내놓은 자식이라던데.”
“황금충답게 자식이라도 쓸모없으면 내치는 모양이더군.”
“어디 한번 볼까? 루멘 마이어의 반만 해 줘도 좋겠군.”
관람석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대부분은 불신과 의심이 섞인 수군거림이었다. 그들은 반신반의했다.
베니오에 대한 소문이 그 정도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재란 갑자기 등장하는 법이라지만 지난 5년간 아카데미 최악의 둔재로 소문이 난 베니오 케플러가 어떻게 갑자기 천재가 된단 말인가.
그리고 그 가문이 하필이면 명예와 품위가 없는 케플러 가문이었다.
모두의 불신을 담담히 받으며 베니오는 연무대 위에 섰다.
그런 베니오 앞에는 베니오와 동급생인 리발도가 섰다.
“베니오 케플러.”
리발도는 베니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가 진 수많은 생도 중 한 명이다. 그가 검병을 굳게 쥐며 말했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리발도의 눈은 맑았다. 베니오에 대한 추한 질투심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베니오를 하찮게 여겼던 생도 중 하나였으나 베니오에게 지고 나서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베니오가 매일 보인 처절한 투쟁을 보면서 두 번은 지지 않기 위해 단련하고 수련했다.
“다들 그런 소리를 하더군. 하지만 한 명도 날 다시 이기지 못했지.”
베니오는 빙긋 웃으며 리발도의 검을 바라봤다. 그의 손이 닿는 검병이 새카맣게 때가 타 있었다. 쉬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증명해라.”
리발도는 그 말을 하며 관람석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 못마땅한 기색이 서렸다가 사라졌다. 그곳에서 불신 어린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이들을 쳐다본 것이다.
“저따위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증명하란 말이다.”
“흐흐흐.”
베니오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렸다.
“날 걱정해 주는 건가?”
“걱정이 아니다. 일단 날 이기고 그러라는 뜻이다. 이길 수 있다면.”
리발도가 썩 마음에 들었다. 베니오는 씩 웃으며 목검을 들어 리발도를 겨누었다.
“그러지. 그럼.”
베니오는 힘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 리발도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가진 바 모든 힘을 다해, 숨기는 것 없이 정면에서 부딪쳐 주는 것.
그것이 저 우직한 길을 걸어갈 기사 지망생을 위해, 자신의 편을 들며 화를 내어 준 동급생을 향해 베니오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의 태도일 것이다.
콰직!
쿵!
베니오의 일검에 리발도의 목검이 부러져 나가며 리발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 중 베니오의 일검을 제대로 본 이들은 손에 꼽혔다.
베니오보다 경지가 높은 교수들이나 몇몇 관람객들.
“사일검이라 한다.”
베니오의 일 초식, 해를 꿰뚫는 찌르기가 리발도의 목검과 의식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베니오는 검을 허리춤에 꽂고는 처트니 경을 바라봤다.
“승자는! 베니오 상급 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