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6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69화(6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69)
내 승리는 당연하다 (4)
이틀 뒤.
베니오는 평상시에 입은 생도복이 아니라 정복을 입었다. 평소 주피터의 생도복은 지극히 실용성에만 중점을 두었다.
검은색 하의와 하얀 셔츠, 그리고 생도를 뜻하는 색의 명찰만 달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 생도복은 신축성이 좋고 통풍이 좋았기에 아주 효용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복은 아니다.
정복은 말 그대로 특별한 자리에서만 입는 옷이다. 대개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외에 정복을 입은 일은 학교에 큰 행사가 있을 때다.
주피터 아카데미임을 알려야 할 자리에 입는 것이 바로 정복이다.
베니오는 목까지 올라오는 깃을 금속 장식을 이용해 고정한 뒤 스카프를 내리면서 팔목을 채웠다.
팔목의 금장 태양 단추가 쩔그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주피터의 상징은 태양,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만고불변의 태양이 주피터의 상징이었다.
그 때문에 정복에는 금장 태양 단추들이 달려 있었고 금박으로 된 태양 장식이 등판을 수놓았다.
“후우.”
베니오는 목을 조이는 것 같은 답답함에 손가락을 넣어 공간을 만든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건 머리로 알고 있었지만 몸이 힘드니 머리로 아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기도 힘들겠군.”
이걸 출발하기 전 토니에게 배워 오지 않았더라면 혼자서 못 입을 뻔했다. 베니오는 마지막으로 금색 견장과 휘장을 단 뒤 붉은 망토를 둘렀다.
드디어 정복을 다 입은 것이다.
툭툭.
마지막으로 정복 재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낸 후 베니오는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다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주피터의 생도들이 도열해 있었다.
저벅저벅.
시간에 맞춰 교수진들이 나왔다. 그들도 아카데미와는 다르게 정갈한 정복을 입고 있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 처트니 교수가 베니오를 쳐다봤다.
“베니오 생도.”
처트니 교수가 베니오에게 말하자 모두 베니오를 쳐다봤다. 어제 대련의 결과를 기억하는 생도들은 눈에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평상시 베니오를 보며 드러냈던 경멸이나 혐오 같은 감정들이 아니었다.
여기에 모인 생도들은 주피터에서도 최상위권 생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베니오가 삼대 일로 주피터, 크라구스, 아툴란의 수석과 차석을 꺾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베니오를 떠올리는 이들은 없었다.
베니오가 달라졌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받아들인 것이다.
“예, 교수님.”
베니오는 그런 시선을 담담히 받아 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베니오에게 있어 그리 신경을 기울일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규칙을 어겼다고 들었다.”
본래 규칙은 교류전 시작 전까지 각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실력을 겨루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베니오는 그 규칙을 어겼다.
“간단한 대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규칙을 어겼다면 어긴 것이겠지요.”
이틀 전의 일이다. 처트니 교수가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베니오가 담담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처트니 교수는 베니오에게 물었다.
“어땠나?”
“크라구스와 아툴란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베니오는 잠시 고민하더니 처트니 교수를 쳐다봤다. 처트니 교수가 왜 굳이 지금 이 순간에 자신에게 저 질문을 한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예의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솔직한 감상을 원하십니까.”
베니오는 처트니 교수에게 되레 반문했다. 처트니 교수는 영악한 이 생도가 자신의 질문의 의도를 간파했음을 눈치챘다.
“솔직함을 원한다.”
“그렇다면.”
베니오는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각자 긴장한 생도들을 슥 쳐다봤다. 제아무리 주피터 출신이라고 해도 그래 봤자 스무 살도 먹지 않은 애송이들이다.
그런 생도들이 아카데미의 명예를 짊어져야만 하니 다들 긴장도 하고 부담도 되는 것이다.
베니오는 그런 생도들의 눈빛을 마주하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가 한 손으로 대련해도 이길 수 있겠던데요?”
베니오의 말에 처트니 교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자 베니오가 고개를 돌리고는 생도들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다들 어깨 펴고 웃어. 그렇게 긴장했다가는 제 실력의 반밖에 발휘하지 못할걸? 왜, 돌아가서 베니오 케플러보다 못했다는 소리 듣고 싶으면 그대로 있던가.”
베니오의 말에 루멘이 가장 먼저 답했다.
“그럴 수는 없지! 둔재인 너보다 못하면 천재라 불린 내 인생을 부정하는 거잖아.”
“그래도 그렇지. 사람 듣고 있는데 둔재라고 하냐?”
“왜, 예전에는 그랬잖아.”
루멘이 낄낄 웃었다. 그러자 생도들의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베니오의 말이 그들의 긴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둔재, 천년 아카데미의 수치라 불리는 베니오보다 낮은 성적을 거둔다?
베니오의 진면목을 본 그들은 아니지만 그걸 모르는 가문이나 아카데미의 동급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
“맞아. 별것 아니었잖아.”
“그래. 우린 주피터인데.”
“이번에도 이겨야지.”
“한 번도 진 적이 없잖아.”
생도들이 웅성거리면서 긴장을 떨쳐내기 시작했다. 베니오는 그렇게 고개를 돌려 처트니 교수를 쳐다봤다. 그는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에 모두 긴장을 풀었군.’
처트니 교수가 베니오에게 바란 것은 바로 사기 진작이다. 그저 다른 아카데미가 쉬웠다고만 해 줘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도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바로 자기 자신을 이용해서 말이다.
말 한마디로 생도들을 이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타고나지 않은 다음에야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휘관의 소질도 있었던가.’
처트니 교수는 그런 베니오에게서 지휘관의 소질을 봤다. 지휘관은 스스로만 뛰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다.
못하는 이들까지 이끌어서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바로 전장의 지휘관이다. 그건 그냥 한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능한 지휘관은 천 명으로 만 명, 십만 명의 효율을 낸다. 반면 무능한 지휘관은 백만 명으로도 만 명, 천 명의 효율을 낸다.
유능한 지휘관은 말 한마디로 천 명, 만 명의 마음을 산다.
처트니 교수는 베니오에게서 그걸 느꼈다.
“주피터 아카데미!”
“우오오오오!”
사기가 바짝 올라간 생도들을 보며 처트니 교수는 베니오를 멍하니 바라봤다.
* * *
검술 학부 교류전.
물론 모든 아카데미에 검술 학부라 불리는 학과가 있는 건 아니다. 다들 조금씩 그 명칭이 달랐다.
필레우스와 주피터, 아툴란은 검술 학부, 크라구스에서는 전사 학부가 나왔다.
각 3명, 총 12명의 생도.
필레우스에서 준비한 성대한 열병식과 아카데미 교류전의 시작을 알리는 선포 후 가장 먼저 그 포문을 여는 것이 바로 검술 학부 교류전이다.
하루에 네 개 분야, 총 닷새간 스무 개 분야에서 교류전이 열린다. 그곳에 참가하는 생도만 예순 명.
그리고 마지막 엿새째 대항전이 이틀 동안 열린다.
개인 순위가 아닌 아카데미별로 순위를 내는 교류전의 꽃이 그날 열리는 일정으로 교류전은 끝난다.
와아아아아!
베니오는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환호성을 담담하게 받아 내며 연무장에 올랐다. 필레우스 아카데미에서 이 교류전을 위해 특별하게 만든 연무장으로, 주변에는 거의 이만 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관객석이 마련됐다.
그 때문에 사방에서 연무장 위를 볼 수 있었고 밖에서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서클의 마법사를 초빙해 안의 영상을 크게 볼 수 있는 마법도 펼쳐졌다.
축제.
아카데미 생도들에게야 각 아카데미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지만 그걸 보는 이들에게 이건 거대한 축제다.
필레우스로 속속 귀족들과 부유한 평민들이 모여들었고 그들로 인해 주변의 여관이나 호텔이 꽉 차면서 말 그대로 활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렇듯 막대한 경제적인 낙수효과가 생기기에 교류전은 한 아카데미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각 아카데미에서 돌아가면서 열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관객석은 만석이었다.
베니오 뒤로 루멘과 세베루스가 차례대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아론과 벡스, 세실이 차례대로 걸어 나왔고 그 뒤로 각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섰다.
검술 학부의 대련.
베니오는 자신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는 아론과 벡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덤벼 봐.]베니오가 그 둘을 향해 입을 뻐끔거렸다. 그 둘은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때 강렬한 눈빛이 바로 옆에서 느껴졌다.
세실이다.
휙.
세실은 베니오가 쳐다보자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런 세실을 보며 베니오가 웃는 순간, 베니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오오오!
‘큭?’
베니오는 무릎이 꺾일 뻔한 것을 간신히 버텼다. 베니오가 웃은 순간 베니오의 주변 공기가 그를 찌그러뜨리려는 것처럼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이건 베니오만을 노린 고도의 기예였다.
‘크윽!’
순간 베니오 주변의 모든 환경이 베니오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자연스럽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도 베니오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극마!’
그리고 베니오는 그것이 극마의 기세임을 알아챘다. 극마, 혹은 화경이라고도 부르는 이 경지는 무림을 찾아봐도 몇 되지 않는 이들만이 오른 지고의 경지다.
천마대제에 의해 10년간 노예처럼 끌려다니면서 베니오는 마교의 극마 고수들의 기세를 경험해 보았다.
딱 그때의 느낌이었다.
‘오러 마스터!’
오러 마스터의 기세가 베니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눈치챈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교수진 중에서도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
베니오만이 자신을 적대한 모든 것들에 홀로 싸우는 셈이다.
싸악―!
하지만 그때 베니오를 압박하던 기운이 사라졌다. 베니오는 이마가 흥건해진 것을 느꼈지만 고개를 들어 관객석을 쳐다봤다.
‘관객석 쪽이다.’
교수진 중에는 마스터가 없다. 그렇다는 건 관객석의 누군가가 베니오를 향해 기세를 드러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체 왜.
‘…설마.’
베니오는 세실을 쳐다봤다. 그러자 몰래 베니오를 노려보고 있었던 세실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 순간.
고오오오―!
‘큭!’
우우웅!
베니오는 급히 구양신공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확신했다. 베니오는 관객석,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귀빈석을 쳐다봤다.
그곳에, 베니오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사자.
베니오는 사자 한 마리가 그곳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랑주 공왕.
세실의 아버지이자 오랑주 공국의 지배자인 그가 베니오를 보며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팔불출이라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딸인 세실 때문이다. 세실이 베니오와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그는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마스터의 기세를 끌어올려 베니오를 압박한 셈이다.
‘하, 마스터라고?’
사람은 본래 찍어누르면 더 끓어오르는 법이다. 그리고 그건 베니오 역시 마찬가지다. 베니오는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고작 딸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찍어누른 공왕을 보자 열이 슬그머니 뻗치는 것이 느껴졌다.
‘두고 봅시다. 공왕.’
베니오가 공왕의 두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이를 뿌득 갈았다.
* * *
“호오.”
오랑주 공왕은 한 마리의 사자다. 그는 풍성한 갈기를 가진 수사자로 모든 백수의 왕이었다. 그 웅혼한 기세를 품은 오랑주 공왕의 한마디에 공기가 파르르 떨렸다.
공왕은 자신이 재밌는 놈을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죽지 않는군.’
감히 자신의 딸과 눈을 마주치고 웃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기세를 발출했다. 그러더니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한 짓임을 알아채고는 자신을 쳐다봤다.
분명 자신의 기세를 정통으로 받았음에도 다리가 풀리지도, 그렇다고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도전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공왕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저 녀석인가?”
“예, 전하.”
자니올로가 공왕의 질문에 공손히 대답했다. 그는 공왕이 관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는 역시 범상치 않은 아이라며 두 눈을 번뜩였다.
“재밌군. 검술 학부 교류전이 끝나면 한번 보고 싶군. 패배에 상심에 빠졌을 후배를 위로하는 것도 선배의 미덕이겠지.”
“예, 전하.”
공왕은 세실이 이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자니올로에게 그렇게 말한 뒤 공왕은 손에 든 와인잔을 베니오를 향해 들어 올려 보였다.
“그 황금충 중에서도 제법 눈이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