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8)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8화(8/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8)
달라진 둔재 (3)
수호단 삼총사 세베루스, 아케르, 호노르는 루멘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루멘을 선망하는 검술 학부의 생도들이었다.
비록 루멘과 같은 나이에 같은 학년이지만 그 셋은 나중에 졸업 후 루멘을 모시는 기사가 되기로 맹세를 했을 정도로 루멘에 대한 셋의 지지는 열렬했다.
그런 삼총사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루멘은?”
“또 그놈 만나러 갔다.”
“그 빌어먹을 놈?”
“그래, 우리 검술 학부의 수치, 베니오 케플러.”
그들은 그들이 주군으로 모실 루멘이 하찮은 베니오 따위를 만나러 매일 저녁 연무장에 나간다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루멘은 최연소 오러 유저에 오를 천재 기사였기에 베니오 따위가 루멘의 시간을 뺏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놈이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연무장에 매일 가는 거지?”
“루멘뿐만이 아니야. 라드릿슈도 매일 아침마다 연무장에 그놈과 간다고 하더군.”
“목검에 머리를 잘못 맞았나, 수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던 놈이.”
베니오는 엄밀히 말하면 현재 요양 중이었다. 라드릿슈와의 대련 중 목검에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검술 학부 의원에게 최소 20일간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뭐 하는지는 루멘이 말을 안 해 주지?”
“응. 약속이라고 하더군.”
“약속은 무슨! 그 버러지 같은 놈이 루멘의 약점을 잡은 게 틀림없어. 루멘이 다른 생도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놈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면서!”
루멘이 아침 시간에 베니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일은 검술 학부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최악의 둔재라 불리는 베니오가 며칠 사이에 검술 학부의 가장 뜨거운 두 명과 얽힌 일이기 때문에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했지만, 루멘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안 되겠어.”
그러자 세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결연한 다짐을 한 세베루스는 호노르와 아케르에게 말했다.
“그놈에게 대련을 신청하겠어. 그리고 대련에서 이기면 루멘의 시간을 빼앗는 일을 그만하라고 요구할 거다.”
“그거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놈이 거절한다면?”
베니오를 검술 학부의 생도들이 거의 혐오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명예를 모른다는 것에 있었다.
검술 학부 생도들에게 있어 대련은 그들의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그간의 배움을 실전과 비슷한 환경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명예로운 행위였다.
하지만 베니오는 열두 살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열 번도 되지 않는 대련만 해 왔다.
그것도 철저히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싸워 왔던 것이다.
만약 자신이 질 것 같다고 생각이 되면?
베니오는 대련 신청을 그냥 싹 거절하고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그건 베니오의 추문과도 이어졌다.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가 될 검술 학부의 생도에게 대련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 명예를 저버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베니오는 매번 핑계를 대기는 했다.
그런 대련 신청을 받을 때마다 어디가 아프다, 어디가 안 좋다, 아니면 목검이 부러졌다까지.
그러면서 수련장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열등감만 불태우는 베니오를 검술 학부 생도들이 혐오감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절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그러니까 어떻게?”
“이것.”
세베루스가 품 안에 있던 초대권을 꺼냈다. 그 초대권을 본 호노르와 아케르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세베루스! 너 미쳤어?”
“아니, 난 안 미쳤어. 이건 루멘을 위한 내 충심이다. 그런 버러지 따위가 루멘의 시간을 빼앗게 놔둘 수는 없어!”
* * *
“후우우우….”
모락모락.
베니오의 전신에서 뿌연 수증기 같은 것이 스멀거리면서 올라왔다. 그리고 목검을 떨어뜨린 베니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프다.’
전신에서 찌릿거리는 고통이 올라왔다. 하지만 베니오는 오히려 변태처럼 웃었다. 전신에서 통증과 함께 철신공이 계속해서 전신 요혈을 자극하며 근골을 바꿔 놓고 있었고, 독황신공이 자극으로 깨어난 독을 흡수하며 내공을 야금야금 늘려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베니오는 꾸준히 강해지고 있었다.
분명히.
“또 웃는군.”
“왜, 변태 같아?”
“맞으면서 웃는 사람을 우린 그렇게 부르곤 하지.”
루멘이 씨익 웃으며 목검을 늘어뜨렸다. 지금은 루멘에게 매질을 당하는 시간이었다. 라드릿슈에게는 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지만 루멘에게는 30분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30분 만에 라드릿슈의 한 시간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니 베니오에게는 이득이다.
‘이놈에게서도 두 시간 버티는 게 목표기도 하고.’
그런 루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얕게 맺혀 있었다. 첫날에는 땀방울조차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변화가 생기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검은 루멘의 장기가 아니다. 루멘의 장기는 창이다. 창공가는 창을 다루는 무가였으니 말이다.
“창으로 할 생각은 없나?”
때문에 베니오는 슬쩍 루멘에게 물어봤다. 그런 베니오의 질문에는 한 개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자 루멘이 피식 웃었다. 베니오의 저의를 눈치챈 것이다.
“가문의 창술을 네 앞에서 써라?”
“본다고 배울 수 있는 건가?”
루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문의 창술에 대한 자부심이 루멘의 얼굴에서 보였다. 하지만 루멘이 씩 웃으며 말했다.
“바뀐 너라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나?”
루멘은 베니오가 바뀌었다고 확신했다. 비단 베니오가 루멘에게 한 방 먹였기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루멘은 사람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베니오의 변화를 확실히 느꼈다.
아닌 척을 하는 베니오를 보던 루멘이 그에게 말했다.
“하나 부탁할 게 있다.”
“네가? 나에게?”
주피터 아카데미의 아이돌인 루멘이 자신에게 부탁이 있다? 베니오는 피식하고 웃었다. 들어 보기는 할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정식으로 대련하자.”
“나와?”
“그래.”
베니오는 그가 제정신인가 싶은 표정으로 루멘을 쳐다봤다. 루멘과 베니오 사이의 실력 차이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신입생인 라드릿슈에게도 처참하게 진 베니오이기 때문이다.
“해 봤자 얻을 것도 없을 텐데.”
하지만 베니오는 루멘이 보지 못하게 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그때의 베니오와 지금의 베니오는 다르다. 루멘이 아카데미에서 천재라 불린다면 베니오, 아니, 육항은 무림에서 천재라 불렸다.
천재와 천재.
아니, 천재와 둔재의 껍데기를 쓴 천재가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거짓말. 내 눈은 못 속이지.”
루멘은 그렇게 말하면서 매질을 하던 목검을 들고는 일어섰다. 그러고는 소형 연무장 가운데 가서 섰다.
“맞을 때 눈을 한 번도 안 감더군, 보름 내내 말이지. 그렇다는 건….”
쉭!
루멘이 목검을 들어 올려 베니오에게 겨눴다.
“눈이 좋다는 뜻이야. 그리고 여러 번 맞아 봤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러지 않은 사람은 목검에 맞는 순간 고통 때문에 눈을 감거든.”
루멘은 과연 천재였다. 그는 상대도 안 되는 베니오를 관찰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게 꽤나 날카로웠기 때문에 베니오는 속으로 감탄했다.
‘제법이야.’
“그간 네가 수련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인 거지. 수련장에 나오지 않은 것도, 네가 숨기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것이고. 그렇지?”
하지만 베니오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왔을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베니오는 그저 웃기만 했다.
“무엇을 위해 숨기는지는 모르지만 넌 너에게 쏟아지는 추문과 악명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버텨 온 거겠지. 그래서 묻고 싶었다.”
루멘은 목검을 슬슬 허공에서 휘저었다.
“하지만 우린 기사를 지망하는 생도들이지. 그렇기에 말보다는 이걸로.”
툭툭.
루멘은 목검을 두드렸다. 루멘이 베니오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베니오는 픽 웃었다. 그런 루멘의 말이 퍽 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으로 묻는다.’
어린 친구가 벌써부터 낭만을 알다니. 속은 아저씨나 다름없는 베니오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어린 친구에게 마음이 뜨거워지다니. 하긴, 그런 낭만 없이 살아오기는 했지.’
육항의 삶에 낭만은 없었다. 그는 어릴 때는 철부지였고 천마대제에 의해 가문이 멸문당하고 난 뒤에는 처절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의 앞에서 낭만을 논하는 어린 친구, 루멘이 나타났다.
자신의 비밀이 꽤나 궁금한 셈.
“어때?”
루멘이 일어난 베니오를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베니오는 뜨거워지는 가슴의 열기를 가라앉혔다. 몸은 열일곱이지만 속은 열일곱이 아니다.
이 부잣집 천재에게 지금 비밀을 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몸이 달게 만들어야지.’
원하는 것을 한 번에 얻게 만들어 주면 버릇이 없어진다. 베니오는 그래도 조금 더 세상을 경험해 본 인생 선배로서 때로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로 했다.
‘순진하기도 하고.’
저 천재는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으로만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마치 베니오를 실력을 숨기기 위해 기꺼이 구정물을 뒤집어쓴 뭐 그런 사람 정도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베니오는 그냥 쓰레기였다.
그러니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목검 잡아.”
루멘이 베니오에게 목검을 겨누었다. 베니오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 말은 무엇이든지 끝까지 들어 봐야 하는 법이다.
“싫은데?”
베니오가 루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히죽 웃었다.
* * *
“아니, 왜! 한번 해 보겠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안 한다니까.”
루멘은 생각보다 끈질긴 남자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는 베니오에게 확인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베니오는 넘어가지 않았다.
수군수군.
루멘이 베니오를 졸졸 쫓아가면서 무언가를 해 달라며 매달리는 모습에 생도들의 오해가 한 뼘쯤 더 깊어졌다.
‘뭐, 내 문제는 아니지.’
하지만 그건 베니오의 문제는 아니었다. 최악의 둔재인 베니오와 어울리는 천재 루멘의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 끝났으니 발 닦고 잠이나 자라.”
“아, 진짜 좀!”
“안 한다니까.”
베니오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마치 그 모습이 똥개를 내쫓는 모습이라 루멘은 더 이상 매달리지 못하고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
“질 걸 뭐 하러 해.”
“그럴까?”
대련이 무서워 피하겠다는 베니오였지만 루멘은 베니오가 자신을 조금도 겁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피차간에 어설픈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연무장에 학생증을 찍고 나갔다.
“한번 다시 생각해 봐! 시간은 많으니까!”
두 시간을 버틸 때까지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과연 그럴까?’
그저 귀찮다는 듯 손만 휘저은 베니오는 기숙사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마법등 아래서 홀로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었고 베니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베니오 케플러.”
“날 아나?”
“….”
베니오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 삼총사의 세베루스가 베니오를 보고는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베니오가 비꼬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여전하군.”
“뭐라는 거야?”
그때 무언가 베니오의 얼굴로 날아왔다. 세베루스가 손에 있던 것을 던진 것이었다. 그대로 그것이 베니오의 얼굴에 직격하려는 순간 날아오던 것이 허공에서 무언가에 부딪쳐 바닥에 툭 떨어졌다.
장갑이었다.
“….”
어느새 베니오는 목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들어 올린 목검에 세베루스가 던진 장갑이 부딪쳐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장갑이 대련을 할 때 쓰는 사슬이 들어간 장갑이었다. 저게 무방비로 얼굴에 맞았다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도 있을 만한 무게였다.
“이 새끼가….”
그런 걸 던져 놓고 뻔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베루스를 보며 베니오가 노성을 토해 내려는 찰나 세베루스가 먼저 말했다.
“네게 정식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
“그래. 진 자가 이긴 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결투다. 일시는 바로 내일. 검술장에서다.”
세베루스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눈에는 적개심과 증오가 가득했다.
“이런 썩….”
“그럼 내일 보지. 준비 단단히 하고 나와라. 포션도 많이 준비해 놓고.”
세베루스는 제 할 말만을 하고는 휙하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베니오는 한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개나 소나 지랄하는 게 이 등신 같은 놈이 쌓아 온 업보라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고.”
토니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베니오는 땅에 떨어진 장갑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나도 사람이잖아. 열불은 풀고 살아야지. 이게 다 마음의 병이 되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넌 잘못 걸렸다, 세베루슨지 뭔지 하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