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84)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84화(84/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84)
황명 (4)
휘오오오오―!
세찬 바람이 베니오의 옆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갑판 위에 선 베니오는 순수하게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는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거대한 물체가 이 정도의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인가.”
베니오의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구름뿐이었다. 베니오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정확히는 베니오가 타고 있는 거대한 비공선이 세차게 바람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베니오는 이 비공선 자체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느꼈다.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할 배가 하늘을 날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복잡한 공정과 거대한 동력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모리아 제국이 자랑하는 스카이 로드라.”
스카이 로드(Sky Lord).
하늘의 군주.
유일하게 전 대륙에서 아모리아 제국만 세 대의 비공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공선의 양산이 불가능한 이유는 비공선에 쓰이는 부유석이라는 재료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테우스 아모리아.
여덟 용사 중 한 명인 그가 천지(天地)의 황제라 불렸던 것은 바로 세 대의 비공선 때문이었다.
아모리아 제국에서 비공선을 건조한 이유는 바로 광룡 스하에일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광룡 스하에일은 늘 자신을 호위하는 가디언들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그들 중에는 지독하게도 용사와 인류를 위협했던 드레이크 군단과 다크 엘프 라이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프가 광룡의 힘을 받아들여 타락한 다크 엘프는 하늘을 나는 드레이크를 타고 인류의 보급선을 불태우고 후방을 기습하는 등 그들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는데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세 대의 비공선이었다.
스카이 로드, 드레이크 킬러, 휴먼 스카이.
그렇게 만들어진 세 대의 비공선은 드레이크와 다크 엘프 라이더를 패퇴시켰고 후방과 보급선이 안정된 용사와 인류가 광룡 스하에일과 마왕 추종자들인 데빌하트를 몰아붙여 승기를 쥔 것이다.
“이 거대한 동체가 무려 천 년이 되었다는 것도 놀라워.”
중원에서는 하늘을 난다는 개념이 없었다.
무공을 모르는 무지한 일반인들이 무림인들을 보며 하늘을 난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공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뿐이다.
탈마라는 지고한 경지에 이른 천마대제도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허공답보나 능공허도 같은 상승 기예로 하늘을 나는 것처럼 노닐 수는 있었지만 비행은 불가능했다.
“이 거대한 동체의 동력원인 부유석을 케플러 가문에서 구해 왔다는 건가.”
천 년이 지났음에도 어제 만든 것처럼 허공을 가르는 비행선의 동력원인 부유석을 공수한 것이 바로 케플러 가문이다.
그리고 케플러 가문이 이 부유석을 어디서 얻은 지는 철저하게 비밀리에 숨겨져 있었다.
‘가주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정보겠지.’
천 년 전 세 대의 비공선이 건조된 이후 단 한 척의 비공선도 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 대의 비공선은 아모리아 제국의 상징이자 하늘과 땅을 다스린다는 천지의 황제의 상징으로 남아 철저히 아모리아 황실에서만 운용했다.
그런데 그걸 베니오가 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황명이라니.”
베니오가 교류전 1위 포상으로 받은 암브로시아를 섭취하여 녹여 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반나절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짧았지.’
억겁의 세월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고작 반나절이 흘렀을 줄이야. 어쨌거나 그리고 난 뒤 베니오는 세실과 대련을 펼쳤다.
‘그게 대련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대련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세실은 베니오의 일 초식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 조절이 안 됐으니까.’
암브로시아를 막 복용하여 익스퍼트에 도달한 베니오는 현실 감각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건 실전에 가까운 대련이었는데 그때 마침 세실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얻은 심득을 소화하기 위해 제왕검형을 펼친 것뿐인데.
힘 조절에 실패한 베니오의 제왕검형에 세실은 일격에 뻗어 버렸다. 그것을 목격한 지오반니가 베니오를 보며 익스퍼트라고 소리칠 뻔한 것을 가까스로 막고는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지오반니를 협박하는 데 또다시 시간이 들었다.
‘마스터가 그렇게 놀라는 건 또 처음 봤지.’
베니오는 흐뭇하게 웃었다. 기절한 세실을 그대로 놔둘 수 없어 세실을 업고 기숙사로 가다가 공왕을 만났다.
기절한 세실을 보고 놀란 공왕은 베니오를 보고는 뒤로 넘어갈 것처럼 대경했다.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그가 그렇게 감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놀란 것이다.
설마 오랑주 공왕은 베니오가 암브로시아를 한 줌의 소실도 없이 그렇게 싹싹 긁어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조언해 주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익스퍼트에 도달할 줄은 몰랐으리라.
‘구양신공과 암브로시아는 최적의 궁합이었으니까.’
구양신공이 공력, 그러니까 오러를 모으는 효율은 중원무림의 무공들과 비교를 해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그와 비슷한 효율이라면 구양신공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구음진경이나, 천마대제의 천마신공, 혹은 화산의 자하신공 정도.
물론 흡성대법 같은 마공도 있었으나 마공은 제외다.
게다가 암브로시아는 구양신공과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했다. 암브로시아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연금술사의 연금술을 통해 탄생한 영약으로 기운의 균형이 완벽했던 것이다.
완벽한 균형을 가진 영약과 미친 효율을 자랑하는 구양신공.
여기에 암브로시아와 유사한 넥타르를 섭취한 오랑주 공왕의 조언까지.
이 세 가지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형성하여 베니오를 익스퍼트의 경지로 올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좋은 건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다음 날, 베니오는 일어나자마자 별관으로 쳐들어온 발레리 내명대신 때문에 눈곱도 떼지 못한 채로 바닥에 엎드려야만 했으니까.
“황명이다! 케플러 가문의 차남, 베니오 케플러는 황명을 받으라!”
황명이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뛰쳐나온 모든 생도들이 무릎을 꿇었다. 주피터의 생도들은 전부 다 아모리아 제국의 신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베니오 역시 마찬가지다.
베니오는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득 채웠다.
‘황명? 대체 왜?’
발레리 내명대신이 황실 전용 마법 처리가 된 교지를 들었다.
“황도로 와라. 얼굴 좀 보자.”
“예?”
베니오는 무엄하게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황명이라며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외치더니 전혀 그것과는 별개의 내용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발레리는 씩 웃으며 교지를 둘둘 말았다.
“요약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황제 폐하의 교지를 그렇게 마음대로 요약하셔도 되는 겁니까?”
베니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교지에 그렇게 적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발레리의 독단이다.
“그러니까. 교지에 적힌 내용만 전달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베니오 생도, 이 내명대신의 처사에 불만이라도 있는 겐가.”
발레리의 말에 베니오는 깨갱하고 고개를 숙였다. 까라면 까야지, 일개 생도인 주제에 말이다. 베니오는 교지가 접혔으니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저를 왜 폐하께서 보자시는 겁니까. 설마 지난번 내명대신께서 말씀하신….”
황녀.
발레리는 오랑주 공왕이 베니오를 세실과 연결 지어 주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그때 베니오는 분명히 대답했다.
“알고 있네. 당돌하게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지.”
“음.”
“걱정 마시게. 이번에 생도를 부르시는 건 두덱령의 사건을 치하하고자 하심이니. 그 어린 나이에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으니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발레리는 웃는 낯으로 그리 말했지만 베니오는 그녀에게서 구린 냄새를 맡았다.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는 듯한 그런 냄새.
“언제 가면 됩니까?”
“지금 바로.”
“예?”
“아카데미 측에는 이미 말해 놓았네. 본녀와 함께 황도로 가면 되네.”
그러고는 그대로 잡혀 왔다. 속전속결로 발레리가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을 보며 베니오는 더욱 확신했다.
그녀가 말한 건 너머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파라라락!
구름을 헤치며 비공선이 허공을 날았다. 텔레포트 마법진도 있는데 굳이 비공선으로 황도인 폴리스로 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황도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황족만 쓸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었다.
여러 보안상의 이유로 인해 폴리스는 반드시 육로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비공선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파라라락!
그리고 마침내.
구름 너머로 폴리스의 거대한 위용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륙의 최강대국인 아모리아 제국.
황도인 폴리스, 외국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황금의 도시라 불리는 폴리스가 구름 아래로 햇빛에 광채를 발하는 듯한 모습으로 베니오의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폴리스.”
베니오를 태운 비공선이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각종 마법진을 설치하여 온도 유지는 물론 흔들림까지 보정한 스카이 로드는 마치 구름을 타는 것처럼 승선감이 최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의 선착장에서 스카이 로드를 인도하는 마법이 펼쳐졌다. 제국에 딱 세 척뿐인 비공선은 비공선 별로 선착장을 마련해 두었는데 아예 비공선을 따로 관리하는 행정부서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스으으윽.
고도가 낮아지고 정비창으로 보이는 곳에 스카이 로드가 안착했다. 그러자 안에서 발레리가 나오더니 베니오를 향해 손짓했다.
“구경은 잘한 모양이군. 한시도 선실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니.”
발레리가 다 안다는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베니오가 선실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발레리 때문이었다.
자꾸만 틈이 날 때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막내 황녀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바람에 자리가 적잖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조카 팔불출이어서 그런다는데, 내명대신에게 감히 일개 생도인 베니오가 뭐라고 하겠는가.
‘피하는 게 상책이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던가. 더러우니까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레리는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발레리의 조카 자랑을 피하고자 했던 베니오의 눈물겨운 사투는 선착장에 내린 순간부터 아예 좌초됐다.
“고모님!”
선착장에 유독 사람이 많다 했는데 그곳에서 누군가 발레리를 반갑게 부르며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베니오는 자신의 코끝을 스쳐 지나간 장미 향을 느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에이, 설마.’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하지만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발레리의 시선을 느낀 베니오는 깨달았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발레리가 철저하게 준비한 함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설마 황도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베니오는 한 방 맞은 표정을 지었다.
선착장에 사람이 많은 이유.
지금 발레리의 품에 꼭 안긴 저 소녀를 수행하는 수행원이었다. 유모로 보이는 이부터 시작해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기사, 그리고 소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시녀와 시종들 수십 명을 거느릴 수 있는 이는 한 명뿐이다.
“우리 예쁜 공주. 고모를 기다렸구나?”
“그럼요, 고모님. 아카데미 교류전을 다녀오신다고 해서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저도 꼭 보러 가고 싶었는데 고모님만 다녀오시다니. 너무해요.”
“미안하구나, 비앙카. 황명을 받아 다녀온 것이니 이 고모를 용서해 주지 않으련?”
비앙카와 발레리 사이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나 베니오는 저 꿀이 얼마나 단지 찍어 먹어 보고 싶지 않았다.
‘된통 당했구나. 외통수다.’
그러나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발레리는 베니오가 벗어나지 못할 완벽한 함정을 만들었다.
그때 발레리가 몰랐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이런, 내 베니오 생도를 계속해서 세워 놓았군. 미안하네. 내 손님 때문에.”
베니오는 쓰게 웃었다. 발레리의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황녀 비앙카 아모리아.
황제의 금지옥엽이자 올해 17살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게 귀하디귀하게 자란 황녀가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로 베니오와 눈이 마주쳤다.
“아닙니다, 내명대신. 황녀께 인사드립니다. 케플러 가문의 차남, 베니오 케플러라 합니다.”
“더불어 이번 아카데미 대항전의 최고 수훈자니라.”
발레리의 말에 비앙카의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차올랐다. 그와 비례해 베니오가 내쉬는 내면의 한숨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