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85)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85화(85/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85)
황명 (5)
황도 폴리스는 천년제국 아모리아 제국의 천년수도다. 천지의 황제 마테우스 아모리아가 국가의 터를 잡고 기반을 닦은 곳으로 유명한 황도 폴리스는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로도 유명했다.
“그런데 볼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네.”
베니오는 머리를 긁적였다. 폴리스에 사는 인구는 웬만한 대영지 대여섯 개를 합칠 정도로 많았는데 그만큼 많은 인원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폴리스의 크기는 공작령 세 개를 합친 것보다도 더 컸다.
원래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천지의 황제의 명성을 좇아 폴리스로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지금의 이 정도까지 커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군.”
베니오는 화려하게 꾸며진 응접실에 홀로 있었다. 선착장에 내린 후 곧바로 이곳으로 안내된 것인데 하마터면 발레리의 함정에 꼼짝없이 넘어갈 뻔한 것을 황궁에서 나온 시종 덕분에 간신히 숨통이 트인 것이다.
“내명대신께서 그리 행동력이 좋으실 줄이야.”
외통수도 그런 외통수가 없었다. 베니오는 어깨를 부르르 떤 다음 끝도 없이 펼쳐진 폴리스의 전경이 보이던 창에서 떨어져 고풍스러운 레드 벨벳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황제라.”
응접실까지 베니오를 안내한 시종은 황제가 부를 때까지 이곳에서 쉬고 있으라고 한 뒤 사라졌다.
“바쁘겠지.”
이 거대한 천년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이니 여러모로 바쁠 것이다. 대소신료들이 있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황제니만큼 그의 결정 하나하나가 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걸러서 올라온다고 해도 홀로 결정을 내릴 일이 워낙 많을 터이니 황제를 한번 알현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약 한 달 전부터 미리 황도에 사람을 올려보내 약속을 잡는 편이다.
그건 공작가이건, 남작가이건 모두 마찬가지였다.
반면 황제가 호출해서 불려 온 베니오는 당일 황제를 알현할 기회를 얻었으니 나름 특혜 아닌 특혜를 입은 셈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군.”
케플러 공작을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베니오의 영혼을 대신한 육항은 기억 속에 다른 부모님이 어엿하게 계셨기 때문이다.
비록 그 끝은 좋지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도 육항을 아껴 주시던 분들이다.
그러니 케플러 공작을 아버지라 부르는 게 어색할 수밖에.
어쨌거나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다. 특별 수련실에서 암브로시아를 섭취하자마자 곧바로 발레리 내명대신에게 끌려왔기 때문이다.
“아니지. 나오지도 않으셨으니 그냥 먼저 떠나신 건가.”
마지막으로 워프 게이트를 타기 전 오랑주 공왕과도 인사를 나눴지만 케플러 공작은 그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다.
오랑주 공왕이 나오고, 조정의 대신인 발레리가 떠나는데 케플러 공작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그가 그보다 먼저 떠났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소원한 사이였으니 놀랄 일은 아닌가.”
그래도 교류전으로 어느 정도 관계가 나아졌으리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베니오가 자신의 뜻대로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툭툭.
“난 최선을 다했다?”
베니오는 괜히 심장을 두드려 보이며 원래의 베니오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케플러 공작에 대한 것을 잊기 위해 일부러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토니는 잘 있으려나?”
아카데미를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수하가 되겠다며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 토니가 생각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베니오는 할 일이 없어져 심심해졌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지?”
벌써 응접실에 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이것저것 잡생각을 하는 것도 30분이지 한 시간이 지나자 슬슬 다과도 입에 물려서 할 것도 없어졌다.
그러나 함부로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황실기사 때문이다. 베니오는 황제 알현을 허가받은 것이지 황궁을 돌아다닐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황실기사와 드잡이질을 벌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황실기사의 실력이 궁금하긴 한데.’
황실을 수호하는 황실기사는 아무 기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의 최고 존엄인 황제와 그 황족들이 기거하는 황궁을 수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황실기사는 인성과 실력, 그리고 배경 세 가지에서 최고점을 받아야만 될 수 있는 영예로운 직함이었다.
실제로 황실기사 출신이라고 하면 모든 귀족가에서 스카우트 1순위였다. 어중이떠중이가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가장 중요한 실력도 황실기사라는 타이틀 하나로 모두 해결이 됐기 때문이다.
전원 익스퍼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던데, 베니오는 심심함에 그런 미친 생각까지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으려면 곱게 죽어야지.”
황실기사에게 검을 들이밀면 황제에 대한 반역이다. 베니오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해졌다.
“수련중독인가.”
마치 엉덩이에 가시가 달린 것만 같았다. 고작 한 시간 만에 좀이 쑤신다는 생각이 들자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예전 중원에서는 알아주는 화화공자이자 풍류공자인 육항은 한번 기루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해가 넘어가는지 뜨는지도 모르곤 했다.
그랬던 육항이 베니오가 되고 나니 이제는 시간이 남으면 수련을 하고 싶어 손발이 근질거릴 정도가 되다니.
[!%@!%!$!!!]그렇게 심심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던 베니오의 귀에 순간 어디선가 희미한 사람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찰나에 호기심이 돋은 베니오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우웅―!
공력까지 사용해 청력을 강화한 베니오는 피식 웃었다. 귀한 내공을 이런 데 쓸 정도로 자신이 심심하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층 전체에 응접실이 수십 개가 있었는데, 옆방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그곳에도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온 다른 사람이 더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귀에 공력을 집중하자 웅웅거리던 소리가 말끔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소리가 정확히 들렸다.
[난 아직도 잘 모르겠네.]가장 먼저 들린 건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말투 자체에 망설임이 묻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 뒤를 곧바로 다른 목소리가 치고 나왔다.
[영주님. 기운을 내셔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으신 분은 황제 폐하밖에 없으십니다.]날카로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다급함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영주라 부른 노인에 대한 걱정도 목소리에서 묻어 나왔다.
영주와 행정관.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과 그를 수행하는 행정관이 황제의 알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 평생을 일카단을 일구고 운영하며 하늘에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다고 자부했네. 오히려 폐하께 그 작은 영지마저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꾸지람을 들을까 두려운 것이네.] [꾸지람이라뇨, 영주님. 그런 생각 마십시오. 저를 비롯한 일카단의 영지민 모두가 영주님을 이리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까.]베니오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본래 영주란 자신이 하사받은 영지 안에서는 거의 왕과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다.
황제가 직접 통치하지 못하는 땅을 대리해서 통치한다고 보면 되기에 그곳의 모든 전권을 일임받은 이를 영주라 부른다.
그렇기에 영주는 공포스러운 존재고 위압적인 존재다.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쥔 영주를 두려워하고 경외할 수는 있으나 저 영주와 행정관처럼 아랫사람이 영주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영주가 자신의 영달에는 한 치의 관심도 없이 헌신을 다해 영지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누가 있어 대체 내 말을 믿냐는 말일세. 검공이 미쳤다는 걸, 그가 악마가 되었다는 걸 폐하께 고한다고 하여 과연 이 힘없는 영주의 말을 믿으실 것이냐는 말일세.] [영주님!]베니오는 귀를 떼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들은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공?”
방금 저 영주가 입에 담은 이름은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검호이자 가장 강한 검호인 검공이었다.
모든 부와 명예를 마다하고 기꺼이 불모지로 향해 그곳에서 지독한 자기 수련을 이어 나가고 있는 바로 그 검공.
실제로 공작이란 작위도, 검공령이란 영지도 없으나 그의 명성과 인덕을 흠모하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제국 동부의 불모지에 검공령이 탄생하여 지금까지 불모지를 차지한 몬스터로부터 제국을 막아 주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검공 미하일이다.
“검공이 악마가 되었다고?”
그런 검공이 악마가 되었다니.
만일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금세 제국 내에 퍼졌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공에 대한 소문이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주가 직접 황제에게 검공을 탄원하겠다고 폴리스로 상경한 것이니 터무니없는 것으로만은 치부할 수 없겠군.’
만일 검공이 영주의 말대로 악마가 되었다면 대체 어떻게 변한 것일까.
‘뒤늦게 부와 명예에 눈을 떴다는 말인가?’
황제부터 시작해 각국의 왕과 공왕들이 직접 찾아와 검공을 영입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거절했다.
더 높은 경지, 더 강한 검을 휘두르기 위해 그는 모두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는 홀로 동쪽으로 떠났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변했다니.
‘수상쩍군.’
그냥 옆방의 말만 듣고 그 말을 믿을 생각은 없지만 무언가 수상하긴 했다. 게다가 검공이라면 나름 베니오에게는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라드릿슈는 이 소식을 들었을까?’
검공의 차남, 라드릿슈.
피가 이어진 아들은 아니나 그럼에도 라드릿슈는 자신의 양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공경했다.
‘내가 겪은 라드릿슈라면 악마의 복심을 품은 검공을 그 정도로 존경했을 리 없다.’
영주의 말이 1푼이나마 진실을 담고 있다면 검공이 변한 것 자체가 수상쩍은 일이다. 그런데 그때 옆방에서 하는 이야기 중에는 베니오에게 낯익은 것도 있었다.
[케플러 공작가의 장남까지 그리 죽지 않았습니까. 그 일에는 검공의 책임도….] [쉬잇! 목소리가 너무 크네!]영주의 말에 그들이 목소리를 확 낮추면서 더 이상 옆 방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황궁이니만큼 벽에도 소음을 줄이는 마법이 걸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베니오의 눈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누가 죽었다고?”
케플러 공작가의 장남.
그러니까 베니오의 형이 죽었다는 소리다.
그 순간 베니오의 머릿속의 퍼즐이 모두 맞춰졌다.
“케플러 공작이 그렇게 서둘러 필레우스를 떠난 이유. 알았던 거야. 장남이 죽었다는 걸. 그런데 거기에.”
아찔한 충격이 머리를 흔들었다. 케플러 공작가의 장남이 죽었다는 건 제국이 시끌시끌해질 만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아직 그런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케플러 공작가에서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며 쉬쉬하고 있는 셈.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그 소문은 필연적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케플러 공작은 그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떠났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방금 들은 바에 의하면.
“검공이 관련되어 있다고?”
검공 미하일. 그가 케플러 공작가의 장남이자 베니오의 친형인 크리토 케플러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들의 말이 어디까지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런 주장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제국에 거대한 격랑을 몰고 올 것이다.
대륙 전체에 막대한 금력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케플러 공작가와 일인 군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최강의 검객인 검공 미하일.
크리토의 죽음에 검공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케플러 공작가에서 그냥 침묵할 리 없다.
거대한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달칵.
“주피터의 베니오 상급 생도. 알현실로 모시겠습니다.”
때마침 그때 문이 열리더니 베니오를 응접실로 안내했던 시종이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고 베니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집중하자.’
무엇을 들었든 간에 지금은 집중해야 한다. 응접실을 나선 베니오는 시종의 뒤를 따라 금장으로 된 장식이 각인된 붉은 카펫 위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