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91)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91화(91/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91)
인재를 얻다 (1)
번쩍!
베니오는 그날 곧바로 황제의 배려로 비공선을 얻어 타고 인근 포털 게이트까지 신속하게 이동해 곧바로 주피터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이미 교류전이 끝난 뒤 모든 생도들이 아카데미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베니오는 주피터 아카데미로 들어가기 위해 메인 게이트 앞에 서서는 줄이 줄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베니오의 차례가 왔다.
척.
베니오는 명찰 패를 내밀었다. 생도임을 뜻하는 명찰 패를 베니오가 들이밀자 경비 기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명찰 패에 적힌 이름을 본 기사의 눈이 커졌다.
“베니오 케플러?”
“주피터 상급 생도 베니오, 복귀를 신고합니다.”
“자, 잠시….”
이 시기에 함부로 아카데미를 외출하는 생도는 없다. 그 때문에 기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본 것인데 베니오임을 확인하고 당황하는 것을 보면 베니오가 세운 공이 아카데미 내에 자자하게 퍼진 모양이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비 기사가 베니오를 향해 목례했다. 자신보다 훨씬 먼저 기사가 된 경비 기사가 생도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얼떨결에 마주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베니오는 안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뭐야, 왜 저래?”
베니오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황도의 소문은 발 없는 유니콘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말이다.
황도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때문에 비밀이 없다. 그것은 황제가 있는 알현실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황제가 베니오에게 한 말이 모두 다 황궁 바깥으로 흘러나왔다는 뜻이다.
더불어 비앙카 황녀의 일까지.
베니오가 황도 폴리스를 방문했고, 황제와 독대하며 황제와 그의 첫 번째 검, 철벽의 크리스토퍼 경으로부터 로열나이트 입단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이 이미 귀족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귀족가에 퍼진 소문이 기사들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순식간.
고작 열일곱의 나이에 철벽의 크리스토퍼 경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건 기사로서 경의를 표해 마땅한 일이었을 뿐이다.
베니오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
베니오는 가장 먼저 기숙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토니를 만났다.
“토니.”
“도련님!”
토니가 얼른 베니오의 손에 있는 짐을 받아들었다. 베니오는 자신을 반가워하는 토니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몇 달은 떨어져 있는 줄 알겠다.”
“도련니임.”
토니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토니는 베니오의 첫 번째 추종자이자 광신도다. 하루아침에 바뀐 베니오에게 검을 배우기 시작하며 그를 주군으로 모시기로 한 토니는 자신의 주군이 천재들이 모인 주피터 아카데미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역시 전 도련님밖에 없어요.”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말고, 가문에서 온 편지는 없어?”
“아, 그거요.”
토니가 그 말에 표정을 싹 바꾸고는 편지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케플러 가문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가문에서 직통으로 온 서신이라는 뜻이다.
촥!
베니오는 직인을 뜯었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은 대단히 심플했다.
[돌아와라.]다른 미사여구도 없이, 돌아오라는 짧은 한 문장. 베니오는 케플러 공작이 직접 써서 보낸 서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꾸깃.
그 서신을 꾸겨 휙 던진 베니오가 토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얼른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소리야. 너도 소식은 들었지?”
“예, 대공자께서 변을 당하셨다고….”
“누가 했는지는 들었어?”
누가 감히 케플러 가문의 대공자를 해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황제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러나 케플러 가문이 공식적으로 나섰다면 그 흉수를 짐작했다는 뜻이다.
냉철한 케플러 공작이 흉수도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 대공자의 사망을 발표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상귀스 왕국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상귀스?”
“네.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소문이 있어요.”
상귀스 왕국. 베니오는 그 이름을 다시 듣는 순간 대항전에서 부딪쳤던 레돈이라는 놈이 떠올랐다. 혈교의 기본공인 기혈공을 미묘하게 다른 식으로 바꿔서 사용하던 놈이다.
그러나 그 레돈이 쓴 기술이 혈교의 기혈공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우연의 일치로, 몇만 분, 몇십 만분의 일의 확률로 비슷한 기술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중원에서의 내공을 이곳에서 오러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두덱령의 생강시. 상귀스 왕국의 기혈공. 그리고 내가 복용한 태청단. 그게 과연 우연일까?’
하나면 우연이라고 치부하겠으나 벌써 베니오가 발견한 것만 세 개다.
하지만 그때 토니가 말한 놀라운 소문이 베니오의 머리를 쿵하고 때렸다.
“검공과 검공령이 상귀스 왕국과 손을 잡았다고 해요. 그 때문에 제국 동부가 발칵 뒤집혔어요.”
응접실에서 들었던 동부의 일카단이라는 영지의 영주. 그가 했던 말이 베니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누가 있어 대체 내 말을 믿냐는 말일세. 검공이 미쳤다는 걸, 그가 악마가 되었다는 걸 폐하께 고한다고 하여 과연 이 힘 없는 영주의 말을 믿으실 것이냐는 말일세.]“설마.”
“믿는 사람 반, 믿지 못하는 사람 반이에요. 하지만 동부 쪽에서 온 생도들이 동요하고 있는 건 확실한가 봐요.”
“그럼, 라드릿슈는?”
베니오가 토니에게 물었다. 하지만 하인인 토니가 생도의 행방에 대해서 알고 있을 리 없다. 베니오는 옷을 갈아입은 다음 기숙사실을 나서며 토니에게 말했다.
“토니, 돌아갈 채비를 해.”
“예, 도련님.”
가문에 돌아가야 한다. 베니오는 황명이 적힌 교지를 챙겨 들었다. 그러고는 기숙사실을 나와 연무장으로 향했다.
‘거기 있겠지.’
라드릿슈가 아카데미를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다. 복잡한 마음을 풀기 위해 라드릿슈가 할 수 있는 건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연무장으로 향하는 베니오를 옆에 지나가던 생도들이 보고 수군거렸다. 선망의 눈길과 경외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베니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을 경멸과 혐오의 눈빛으로 볼 때도 신경 쓰지 않았던 시선이다. 일희일비할 것도 아니고 고작 시선이 변한 것 정도로 들뜨기에는 베니오의 마음공부가 가볍지 않았다.
연무장에 도착한 베니오의 눈에 낯익은 얼굴들이 들어왔다.
“루멘, 세베루스.”
루멘과 세베루스.
베니오보다 먼저 대항전에서 돌아온 그 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한 소형 검술장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오.”
“돌아왔군.”
루멘과 세베루스가 베니오를 보고 반색했다. 하지만 순간 그 둘의 표정이 흐려졌다.
“그, 너희 가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베니오.”
“나 역시 마찬가지.”
라드릿슈가 걱정되어 거기 서 있었던 모양인데, 베니오를 보자 베니오의 가문에서 벌어진 일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베니오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 때문에 오늘 난 가문으로 간다.”
“오늘?”
“그럼 남은 일정은?”
베니오가 조기졸업을 한다는 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베니오는 황제의 직인이 찍힌 교지를 슥 꺼내 들었다.
“조기졸업.”
“뭐?”
“그런 게 있었나 아카데미에?”
루멘과 세베루스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조기졸업이라니. 그런 제도가 있다는 건 천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의 직인을 복사한 것이 아니라면 베니오가 교지로 장난할 필요는 없다. 그때 베니오가 둘에게 말했다.
“라드릿슈는?”
“안에.”
루멘의 표정이 흐려졌다. 라드릿슈가 마음에 제법 들었는지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베니오는 그런 둘에게 다그쳤다.
“안 들어가고 뭐 해.”
“들어갈 수 없다. 자신 외에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어.”
베니오가 자신의 명찰 패를 가져다 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베니오는 인상을 살짝 쓰고는 루멘에게 말했다.
“그래서 애를 혼자 놔뒀다고?”
고작 열두 살이다. 조숙한 면이 있어도 애는 애다. 그런 애가 받아들이기에 현재 검공령에서 시작된 소문은 가볍지 않았다.
지금 라드릿슈 곁에는 사람이 필요했다.
“기다려.”
베니오는 곧장 몸을 돌렸다. 저 닫힌 검술장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가 있었다. 마스터키. 검술장을 관리하는 교수가 가진 마스터키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서걱!
검술장의 마스터키를 내줄 수 없다는 교수의 테이블을 베니오가 화령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커다란 테이블이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베니오 생도!”
검술 학부 교수인 그의 이름도 베니오는 몰랐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베니오는 마스터키를 얻어 내는 것으로 복잡하게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십시오.”
“이런다고 해서 얻어갈 수 있을 줄 알았나? 잘한다 잘한다 하니 그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모양이군!”
우우우웅!
화륵!
그때 베니오의 화령에서 화기가 담긴 오러가 피어올랐다. 익스퍼트 초입이기에 불안한 오러였으나 오러 익스퍼트임을 증명하기는 충분했다.
멈칫.
그리고 교수는 그 유형화된 오러를 보고는 멈칫했다.
“이, 무슨….”
검술 학부 교수라고 해서 모두 다 익스퍼트에 도달한 건 아니다. 당장 베니오에게 많은 편의를 봐주었던 처트니 교수도 오러 유저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었다.
검술 학부 교수 중 절반이 익스퍼트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건 검술장을 관리하는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교수를 무력으로 겁박하려 하는 건가!”
그러나 교수는 교수. 그도 한 지역에서 명사로 취급받는 이였다. 고작 무력 하나에 위축될 위인이었다면 아카데미 교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니오가 가진 건 무력뿐만이 아니다.
“저, 폐하로부터 조기졸업이 가능하다는 교지를 받았습니다.”
“황제 폐하?”
베니오가 황제를 거론하자 교수가 움찔했다. 베니오는 교수를 압박했다.
“그러니까 전 이 아카데미의 졸업생이 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케플러.”
베니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교수를 직시했다.
“케플러 가문의 익스퍼트 기사. 그게 제 신분이 된단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그러다 제가.”
베니오가 교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공작이라도 되면 어쩌시려고요. 전 뒤끝이 아주 길어서 사소한 것도 끝까지 기억하곤 합니다만.”
대공자 크리토 케플러가 죽었다. 공작 위의 후계자의 향방은 진흙 속으로 빠진 셈이다. 그러니 베니오가 대공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전의 베니오라면 모를까 최근의 베니오는 그런 일이 벌어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다.
꿀꺽.
교수는 케플러 공작이 된 베니오가 이 일을 빌미 삼아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자 무력 앞에서도 떳떳하던 교수의 기가 슬그머니 한풀 꺾였다.
이제는 교수를 달래 줄 때다.
“라드릿슈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홀로 틀어박혀 있는데 선배가 되어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검공령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교수가 모를 리 없다. 검공 미하일은 모든 검을 쥔 이들의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교수의 얼굴이 그제야 풀렸다.
“그렇다면 그 이유라고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는가.”
“어차피 아니라고 하셨겠지요. 원칙과 규율에 엄격하신 분이시니까요. 그걸 아니 이리 무례하게 군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슬쩍 들어 교수를 보니 감정의 거의 다 풀린 얼굴이다. 백번 잘하다 한번 잘못하는 것보다 백번 잘못하다 한번 잘해 주는 것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여깄네. 쓰고 돌려주시게.”
“감사합니다, 교수님. 교수님의 호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전 뒤끝보다 호의를 더 오래 기억하는 편이라서요.”
“큼.”
베니오가 마스터키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검술장으로 돌아왔다. 베니오가 마스터키를 들고 오자 루멘과 세베루스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네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애가 더 중요하지.”
베니오는 검술장의 문을 열었다. 마스터키를 가져다 대자 문이 열렸다. 검술장의 문이 열리자 베니오의 눈에 검을 내려놓은 채 무릎을 끌어안고 홀로 앉아 있는 라드릿슈의 작은 등이 들어왔다.
“일단 나 혼자.”
“알았다.”
루멘과 세베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오와 라드릿슈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베니오가 그걸 계기로 변하면서 라드릿슈가 베니오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멘이다.
저벅저벅.
털썩.
베니오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라드릿슈의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왜 그리 궁상떨고 있냐?”
“…베니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