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97)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97화(97/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97)
초라하기 그지없는 (2)
마지아의 마차는 화려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베니오의 누추한 모습이 오히려 더 대비됐다. 로브를 뒤집어쓴 채로 어제도 노숙한지라 로브가 먼지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마차 안에는 당연히 마지아만 있지 않았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그려진 마법사 로브를 걸친 남자가 마차에 올라타는 베니오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고 숙였다.
“플람마 마탑의 클리앙이라고 합니다. 마지아 도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베니오 공자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혀에 기름칠한 것처럼 말이 청산유수처럼 나오는 마법사를 보며 베니오는 역시 마주 인사했다.
“베니오 케플러입니다.”
플람마 마탑.
마법사들의 고향이자 성지인 마탑은 총 여섯 개가 있었다. 불, 물, 바람, 흙의 사원소와 뇌전을 더해 다섯 마탑이 세워졌고 베룸가에 의해 모든 마법을 다루는 우니오가 세워졌다.
마법사는 진리를 탐구하는 자다.
마법사의 진리는 자연에 있고, 그로 인해 자연의 사원소를 다루는 마법이 발달하였기에 인간 역시 자신에게 특화된 속성 친화력이 존재했다.
플람마 마탑은 그중에서 화 속성에 익숙한 마법사들이 가는 곳으로 여섯 마탑 중 가장 소속 마법사가 많아 그 세가 가장 컸다.
동생인 마지아가 플람마 마탑에 간 것도 그가 불에 대한 친화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원소에 상관없이 마법을 다루는 건 베룸가 정도라고 했나.’
마법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틀림없는 베룸가는 모든 속성의 마법을 자유롭게 다뤘다. 그러나 아예 다른 베룸가와 그들이 세운 우니오 마탑을 제외하고는 마법사 클리앙처럼 자신이 장기로 삼는 속성이 하나씩 있었다.
‘나 역시 화염체니까.’
구양신공 때문일 공산이 컸지만 베니오도 불과 관련된 마법을 다뤘다. 베니오가 클리앙을 관찰하는 사이 클리앙도 베니오를 관찰했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베니오는 클리앙이 그냥 단순히 플람마 마탑에서 나온 마법사가 아니라 아예 마지아를 지원하는 가문 중 한 곳과 연이 닿은 마법사란 것을 알아챘다.
“형님! 오랜만이에요!”
그런 마차 안에서 해맑은 건 마지아뿐이다. 마지아는 오랜만에 본 베니오가 반갑다는 듯 두 눈을 초롱거렸다.
‘친했나?’
살갑게 구는 마지아를 보며 순간 베니오가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의 기억 서랍장이 열리며 마지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전혀 아니었다.
‘삼부인.’
베니오의 어머니는 모종의 누명을 쓰고 유페르 가문 전체가 몰락하면서 베니오는 홀로 자라야만 했다.
크리토나 마지아가 든든한 외가의 존재를 등에 업고 가문 내에 입지를 구축한 것과는 다르게 베니오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니오는 좋은 먹잇감이나 마찬가지였다.
삼부인 수잔나는 정말 지독히도 베니오를 괴롭혔다.
그녀에게 있어 베니오는 이 치열한 케플러 공작가에서 유일한 화풀이 대상이었다. 아무 곳도 기댈 곳이 없던 베니오는 크리토나 마지아에게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간단했다.
어미의 따뜻한 품을 원하는 베니오를 신경 써 주는 척만 하면 됐다. 그리고 결정적일 때 베니오만 빼놓으면 울상을 짓는 그 얼굴을 보며 수잔나는 통쾌해했다.
세 번째 부인으로 두 명이나 부인이 있는 남자와 결혼한 수잔나 갈턴은 그런 식으로 두 번째 부인의 소생인 베니오에게 화풀이를 하고 괴롭혔다.
어린아이의 여린 마음을 짓밟은 것이다.
‘하, 잘도 참아 왔구나.’
베니오는 어릴 적 많이도 울었다. 어미의 가문이 누명을 쓰고 졸지에 어미를 잃은 아이가 된 베니오를 케플러 공작은 전혀 돌아봐 주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자라 온 베니오는 결국 최악의 둔재, 케플러의 수치라는 오명을 얻었고 옆에 집사인 줄 알고 있던 암살자에 의해 독까지 먹으며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기구한 운명에 베니오는 속으로 혀를 쯧하고 찼다.
‘불쌍한 놈.’
점점 베니오에 대해서 알게 될수록 베니오는 원래의 베니오에 대해 안쓰러움을 품게 됐다. 사실 어릴 적 베니오의 곁에서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형제들과 비교하지 않았더라면, 독을 먹이지 않았다면 베니오가 그런 오명을 뒤집어쓸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툭툭.
‘네 소원은 반드시 이 두 손으로 이뤄 주마.’
그렇게 심장 어름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린 베니오에게 마지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얼굴을 더 바짝 들이밀었다.
“형님?”
“아, 미안. 어제 노숙을 해서 좀 멍하네.”
다행인 점이라면 삼부인과 그 측근들은 몰라도 마지아는 베니오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나이대의 천진난만함이 마지아에게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들은 그래도 아직 물들이지 않은 건가.’
그러나 이내 마지아도 곧 물들 것이다. 가주가 되기 위해 냉혹한 후계 경쟁에 뛰어든다는 건 저 천진난만함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 그러셨어요? 조금 눈을 붙이시겠어요? 마차가 크지는 않아도 조금 눈 붙이시기에는 충분하실 거예요.”
“아니, 괜찮다.”
베니오의 가벼운 거절에 마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11살에 불과한 나이이나 예의 바르고 기품이 있는 것이 예절 교육은 엄격하게 가르친 모양이다.
“그런데 형님.”
그런데 그때 마지아가 베니오를 보는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왜 형님에게서 친숙한 향기가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향기?”
“예, 향기요.”
마지아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혹시 마법을 익히셨어요?”
베니오가 그렇다고 대답하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마지아가 베니오를 쳐다봤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이 베니오는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저 초롱초롱한 눈빛에 경계와 적개심이 서리면 무언가 슬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죠? 제 말이 맞죠? 사실 제 감이 틀린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형님에게만 알려드리는 사실인데 사실 전 마나의 향이 느껴져요.”
마지아가 배시시 웃었다. 베니오는 그런 마지아의 말에 작게 놀라움을 삼켰다. 마지아의 마법에 대한 재능이 특출나다고 하여 플람마 마탑에서 모시고 갔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인 모양이다.
마나의 향을 맡는다는 건 웬만한 마나 친화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백 년에 한 번쯤 난다는 친화력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삼부인을 비롯한 케플러 공작가의 탄탄한 지원까지 받쳐진다면 마지아는 어렵지 않게 20년 이내에 제국 최고의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후계 경쟁에서 마지아가 이긴다면 말이지.’
후계 경쟁에서 진다면 진 자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향후 가주가 되고 난 후에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이를 남겨 둘 승리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케플러 공작 역시 마찬가지도 그 전대, 그 전전대의 공작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 앞에는 핏줄의 정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베니오는 그 답답함을 느끼며 마지아를 향해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사실 형님에 대한 소문이 저희 마탑까지 돌았거든요!”
마지아의 말에 베니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 마탑까지 퍼졌을 줄이야. 아카데미 교류전 등에서 보인 모습이 그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다들 안 믿었거든요! 사람이 어쩜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요? 하지만 전 믿었어요. 형님이시니까요!”
어린 마지아는 재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대해서 아직 모를 나이다. 그러니 자신의 형인 베니오가 마탑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해진 것이 그저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형님은 검을 쓰시지 않아요?”
마지아가 그때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듯 베니오에게 말했다. 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마법도 쓰지. 좋은 스승님을 만났거든.”
“램블도어 베룸 님이요?”
아마 마탑에까지 소문이 난 것은 아무래도 베룸이란 이름 때문인 것 같았다. 베니오가 무려 베룸가의 7서클 마법사인 램블도어 학부장의 전인이 되었다는 소문 때문이다.
마지아가 킁하고 콧김을 내쉬었다.
“그, 그분은 어떤 분이세요? 베룸가는 보기가 힘들잖아요. 그 베룸가라니, 분명 대단하시겠죠?”
마지아는 종달새가 지저귀듯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그 발랄함은 주변을 물들이는 것 같았다. 함께 마차에 탄 아르마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마지아를 수행하는 수행 마법사, 클리앙이 불쑥 끼어들었다.
“외람되지만 저도 공자님께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마지아가 아, 하고 클리앙에게 기회를 내주었다.
“클리앙도 형님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지?”
“예.”
클리앙이 도전적인 눈빛으로 베니오를 쳐다봤다. 베니오가 마차에 타는 순간부터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던 클리앙이다.
그가 끼어든 건 마지아가 베니오를 점점 더 우러러보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굳이 마지아가 신나서 떠드는 와중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잡치는군.’
베니오는 마지아가 만든 분위기를 클리앙이 깨는 것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클리앙이 베니오에게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직접 램블도어 님께 사사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만.”
“그렇다면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제게요?”
베니오는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클리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마지아가 옆에서 박수를 짝짝 쳤다.
“와! 그 자존심 센 클리앙이 형님한테 그런 부탁을 하다니. 클리앙도 형님이 대단하다는 걸 느낀 거구나?”
“예, 도련님.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로서 램블도어 님의 가르침을 받으신 베니오 공자님에게 한 수 지도를 받고 싶습니다.”
클리앙은 입에 침 한번 바르지 않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베니오는 그런 클리앙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몇 서클이십니까?”
“4서클 매지션입니다.”
“전 수련생에 불과한 수준인데요.”
클리앙이 바라는 바가 뻔히 읽혔다. 그렇기 때문에 베니오는 일단 밑밥을 깔았다. 수련생이라 함은 2서클 이하의 마법사라는 뜻이다.
‘서클은 없지만.’
베니오는 마법사를 가르는 기준은 서클이 없다. 구양신공이 마나의 역할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베니오가 거절하자 클리앙이 애가 단 듯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며 베니오에게 말했다.
“마법사의 교류는 서클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낮은 서클이라도 해도 배울 것이 없는 건 아니지요. 더군다나 램블도어 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혹시… 램블도어 님의 이름에 먹칠을 할까 두려우신 겁니까?”
되지도 않는 도발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넘어가는 척을 해 주기로 했다.
“그럴 리가요. 좋습니다. 교류에 의의가 있다면 그리하지요. 아르마다 님. 클리앙 마법사와의 대련에 아르마다 님께서 공증인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베니오가 간단한 도발에 넘어오자 클리앙이 씩 웃었다. 거기에 베니오가 알아서 무려 10인의 성호 중 하나인 아르마다까지 끌어들여 일을 크게 만들자 하마터면 고맙다고 베니오의 손을 덥석 잡을 법했다.
마지아를 수행하는 마법사인 클리앙은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임을 깨달았다.
케플러 공작가에서 자신이 데뷔할 수 있는 화려한 데뷔전이자 삼부인의 뜻을 이뤄 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마지아나 삼부인에게 중히 쓰일 터이기에 클리앙에게는 손해가 아니었다.
“그러지요. 허허허.”
아르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베니오의 말을 승낙하는 순간 클리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클리앙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내 귀환을 화려하게 알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기회네.’
베니오 역시 클리앙을 짓밟고 올라설 상대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각기 다른 생각을 품은 베니오와 클리앙이 빙글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 뒤.
히히히잉!
말이 우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가 완전히 멈춰 서자 토니와 마지아의 하인이 마차의 문을 열었다.
“두 공자님들, 가문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베니오와 마지아를 마중하기 위해 나온 임플로 총관이 눈가에 인자한 웃음을 매단 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