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Lazy Martial Arts Genius RAW novel - chapter (99)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99화(99/300)
공작가의 게으른 무공천재 (99)
초라하기 그지없는 (4)
볼리토는 틀림없이 자신이 자리를 비웠다면 또다시 불러다가 브레스 같은 호통을 내지를 채플 훈작을 떠올리면서도 연병장으로 향했다.
기사 연병장.
케플러 공작가 내에서 가장 큰 연병장에서 대련이 열린다는 말에 볼리토는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누구 의도일까.”
볼리토에게는 이 대련의 목적이 훤히 눈에 보이는 듯했다. 대공자가 죽은 이상 공작가는 차남인 베니오와 삼남인 마지오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차남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베니오의 몸에 흐르는 피의 절반은 반역 혐의로 멸문한 유페르 가문의 피였고 베니오의 악명으로 인해 베니오를 지지하는 가문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마지아는 어떠한가.
대공자가 사망하며 그쪽의 세력이 힘을 잃은 지금, 수잔나 삼부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주의자인 갈턴 자작은 같은 배를 타던 쉬베르 자작이 베니오 공자 독살 사건으로 인해 몰락하면서 알토란 같은 이권 사업들을 쏙쏙 빼돌려 자신의 세를 불렸다.
그 때문에 갈턴 자작가가 팔신가 중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고 있는 상태.
그런 갈턴 자작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바로 삼공자 마지아 케플러다.
그런 상황에서 열린 베니오의 대련이다. 상대는 바로 삼공자 마지아의 수행 마법사인 4서클 매지션 클리앙이었다.
열일곱 검술 학부 출신인 베니오와 4서클 매지션 클리앙의 대련.
누가 더 유리한지는 옆을 지나가는 세 살배기 아이에게 물어봐도 알 것이다. 볼리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망신을 주려는 모양이네.”
클리앙. 그는 아마 갈턴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애초에 마지아의 수행 마법사가 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갈턴 자작이 이공자 베니오의 첫 등장부터 엉망으로 만들어 아예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다.
“사면이 적이시네요, 이공자.”
볼리토는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베니오를 향해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과 같은 처지였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재치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신분과 출신의 벽에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는 자신이나, 돌아오자마자 냉정히 후계 경쟁의 일환으로 자격의 무대에 오르는 어린 이공자나.
웅성웅성.
볼리토는 연병장에 모인 관객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갈턴 자작이 아예 작정이라도 한 듯 저택의 고용인들을 대거 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런 소문은 아랫사람들에서부터 퍼져야 더 뜨겁고 멀리,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본 눈과 떠들 입이 많을수록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볼리토의 눈에 연병장 가운데에 선 베니오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그런 베니오를 안타깝다는 듯 관찰하던 볼리토가 불현듯 고개를 갸웃했다. 열일곱. 아카데미의 상급 생도라고 하지만 고작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 사방에서 자신의 패배를 바라고 있는 조롱 어린 이들의 눈빛에도 베니오가 조금도 떨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마.”
그 순간 볼리토의 입가에 재밌겠다는 듯한 미소가 서렸다. 동시에 볼리토의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불리한 형국이다.
그런데, 저 어린 이공자는, 볼리토의 예상이 맞다면.
“설마, 갈턴 자작이 짠 판이 아니라 자신의 데뷔 무대로 삼을 생각인 거야?”
반짝.
볼리토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 * *
기사 연병장.
케플러 공작가는 황금과 상업으로 유명한 가문이다. 그리고 그 막대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강력한 무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케플러 공작가는 가장 잘하는 걸 무기로 삼았다.
황금.
케플러 공작가는 주피터 아카데미의 검술 학부 출신의 상위 졸업생들을 싹 쓸어 가는 곳으로 유명했다.
막대한 황금.
그것도 한번 맛 들이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황금의 유혹으로 재능 있는 어린 기사 지망생들을 쓸어 모은 뒤 역시 돈으로 고용한 명사급의 기사들을 초빙하여 기사단을 꾸렸다.
케플러 공작가는 비단 기사단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어차피 고귀한 기사들을 상단이나 상행에 동행시킬 수는 없었기에 케플러 공작가는 막대한 황금으로 아예 용병단을 쇼핑하듯 장바구니에 하나둘씩 넣어 버린 뒤 싹 사들였다.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용병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도 케플러 공작가의 통 큰 쇼핑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제값보다 훨씬 더 많이 쳐주는 고용주를 만나는 건 오히려 그들에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플러 공작가는 휘하에 기사단만 여덟 개로 무려 팔백이나 되는 기사를 보유하고 있었고 용병단은 무려 삼십 개에 달했다.
그렇게 보유하게 된 기사의 수가 팔백이나 되었으나 각지를 수비하기 위해 카사케플러를 떠난 기사를 제외해도 상시 삼백 이상의 기사가 카사케플러에 주둔한다.
이 기사 연병장은 삼백, 아니 팔백 명의 기사가 모두 한번에 수련을 해도 될 정도의 규모로 지어 놓았기 때문에 그 크기가 방대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베니오가 섰다.
[이 공자 베니오? 그 망나니?] [그래. 주피터 검술 학부!] [검이나 제대로 쥘 수 있대?] [무슨 소리야. 교류전에서 크게 활약했다던데.] [에이, 헛소문 아니야? 검에 대한 재능은 1도 없어 보이는데.]주변의 웅성거림이 베니오의 귀에 빠지지 않고 날아와 꽂혔다. 익스퍼트의 청력은 저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쿡, 쿡.
그러자 베니오의 심장 어름이 쿡쿡거리며 아파 오기 시작했다. 원래의 베니오가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 같은 것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베니오는 멀쩡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엄살 피우지 마, 인마!’
툭툭.
베니오는 자신의 심장께를 손으로 두드렸다.
‘난 말야. 이것보다 더 심한 취급도 많이 당해 봤어.’
10년 간의 노예 생활. 여강육가의 귀한 손으로 태어나 남에게 욕 한번 제대로 들어 본 적 없던 육항은 천마대제에게 붙잡혀 10년 동안 개처럼 끌려다니며 들을 말, 못 들을 말을 전부 다 들어 보았다.
부모를 욕하고 조상을 욕하고, 죽어 나간 형제와 가솔들을 들먹이는 것까지.
그러나 육항은 무너지지 않았다. 육항은 그 분노를 땔감으로 삼아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았고, 기어코 천마대제의 목을 자신의 육체 중 유일하게 멀쩡한 튼튼한 이로 물어뜯었다.
그러니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이 정도쯤이야.
쿡, 쿡, 쿡.
‘아, 새끼. 그만 좀 하라니까.’
베니오는 계속해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에 결국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애새끼 달래는 것도 힘드네.’
쿡쿡쿡!
‘윽, 알았어!’
자신을 욕한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심장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심해졌다.
‘너도 봤으니 잘 알겠지. 이제 시작이야. 그러니까 잘 보고 있어. 저 얼굴들, 지금 저 표정들 똑똑히 기억하란 말이야.’
베니오는 일부러 원래의 베니오에게 보라는 듯 그를 향해 조롱 어리거나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돌아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얼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금의 수군거림이 베니오에 대한 찬사로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어.’
쿡…. 쿡….
베니오의 말이 통한 것인지 심장의 통증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새끼, 라고 작게 중얼거린 베니오는 마나석이 박힌 지팡이를 패기 좋게 들고나온 클리앙을 쳐다봤다.
“준비되셨습니까, 공자님?”
“준비까지야. 그래서, 마법사의 대련은 어떻게 하자고요?”
몸을 부딪치고 검을 맞대는 기사들의 대련 방식이야 익숙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대련 방식은 문외한이다.
아카데미에서는 생도들 간에 마법을 각자에게 겨누는 대련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목검이나 가검보다 마법이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카데미 교류전의 마법 학부 선발전도 자신이 자신 있는 마법을 선보이고 독창적인 마법을 선보이는 것에서 끝났을까.
그런 베니오에게 클리앙이 마법 대련을 신청했다는 것의 의도는 뻔했다.
4서클 매지션이나 되어서는 생도 수준인 베니오를 철저하게 짓밟아 베니오의 귀환식을 철저하게 망쳐 놓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저 마법사의 의지가 아니겠지.’
클리앙 뒤에, 베니오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그 누군가가 사주를 한 것일 터다. 베니오는 히죽 웃었다.
‘그걸 깨부수는 것만큼 이놈의 한을 풀어 주는 것도 없겠네.’
원래의 베니오. 베니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베니오를 생각하며 팔목과 발목을 풀었다.
그리고 그때 공증인이 되어 주기로 한 아르마다가 연병장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찡긋.
그런 베니오와 눈이 마주친 그가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베니오는 그런 아르마다를 보고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 경건해 보이던 태양심문관인 박살의 아르마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길 좋아하는 관심종자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유는, 그의 말을 따르자면 ‘극적인 등장’을 위한 하나의 연출이라고 했다.
그런 아르마다의 관종 끼가 베니오의 목적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베니오는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파앗―!
아르마다가 후드를 벗는 순간 그가 성력을 일으키며 자신의 머리 위에 찬란한 별 무리를 만들어 냈다. 그의 머리 위로 이글거리는 태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일곱 개의 빛의 고리가 존재감을 뿜어냈다.
7 헤일로.
태양교에서도 딱 100인 밖에 없다는 태양심문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10인의 성호임을 증명하는 일곱 개의 헤일로가 빛을 뿌리는 순간 관중석에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박살의 아르마다!”
“10인의 성호다!”
“태양심문관!”
베니오는 그 순간 아르마다의 콧구멍이 살짝 커지는 것을 보았다. 기뻐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마다가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태양신께서 보우하사, 이 대련에는 한 치의 거짓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임을 이 박살의 아르마다가 공증하오니!”
아르마다가 뒤로 훌쩍 물러서며 외쳤다.
“대련을 시작하시오!”
와아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거물의 등장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중 대부분은 마지아를 응원하는 환호성이었다.
“으아아악! 베니오 도련니이이이임!”
“주구우우우운!”
관중석에서 베니오를 응원하는 사람은 단 두 명. 토니와 크리스뿐이었다. 그런 베니오를 향해 클리앙이 지팡이를 통해 마나를 끌어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베니오 공자님, 램블도어 님께서 무엇을 사사 받으셨는지 보여 주시겠습니까?”
화륵!
클리앙의 지팡이 끝에 화염구가 맺혔다. 그런 클리앙과 베니오 사이에는 족히 50m가 넘는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굳이 기사 연병장을 대련 장소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기사인 베니오를 경계하여 클리앙은 자신이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큰 연병장을 고른 것이다.
3서클 파이어볼.
클리앙이 지팡이를 들어 베니오를 겨눴다.
“얌전히 항복하신다면 그냥 작게 그을리는 선에서 마법을 취소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클리앙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4서클 매지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니오는 피식 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글쎄, 마법사 클리앙.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클리앙은 화염 계열의 마법을 주로 쓰는 마법사다. 그리고 베니오는 그런 클리앙이라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대련을 승낙한 것이다.
“꼭 관짝을 봐야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 계신 법이지요. 그럼 조심하시길.”
클리앙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사람 머리통만 한 화염구가 이글거리는 열기를 품고는 베니오를 향해 날아들었다.
목표를 설정해 둔 이상 한 번 발현된 마법은 피하더라도 반드시 그 상대를 쫓아가 맞춘다. 그렇기에 클리앙은 이 한 번으로 베니오가 불에 탄 생쥐처럼 될 것이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다다닥!
화르륵!
클리앙의 눈이 커졌다. 베니오가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화염구를 향해 검을 치켜들고는 오히려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클리앙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클리앙은 다급히 마법을 캔슬하려 했지만 클리앙이 마법을 해제하는 속도보다 베니오가 화염구를 향해 달려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
“안 돼!”
클리앙은 베니오를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케플러 공작가의 신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베니오를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고자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죽다니.
그 순간 클리앙의 모든 인생은 끝이 난다.
그리고.
콰앙―!
화염구가 베니오에게 직격했다. 그러자 화염구가 크게 폭발하면서 거세게 일어난 화염과 폭발이 베니오를 감싸 안았다. 그걸 본 클리앙이 머리를 감싸고 와락 주저앉았다.
“아, 안 돼. 내 미래가, 내 인생이….”
휘오오오―!
하지만 그 폭발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딘가로 흡수하는 것처럼 빨려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폭발을 헤치고 어깨와 팔이 이글거리는 화염체에 뒤덮인 베니오가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며 클리앙을 향해 말했다.
“이게 답니까, 마법사 클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