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몬스터 대침공 (1)
“아하아아아암!”
첨탑에 기대앉아 있던 레인저 조장 옥스가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백인대장 네먼이 핀잔을 줬다.
“지금 하품하고 있을 때야? 똑바로 경계 서야지.”
“뭐 어때서 그래? 어차피 한동안 몬스터들은 이 근처에 얼씬도 안 할 텐데.”
그 말대로 예년과 달리 대규모로 공격해 온 걸 막아 냈고, 몬스터들끼리 내전까지 벌인 마당이다.
대부분 올해는 더는 쳐들어오지 않을 거로 전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먼은 물러서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금 병력의 절반이 성 밖에 나가 있잖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네네.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무슨 징조라도 있으면 레인저들이 미리 알려 줄…….”
옥스는 말을 하다 말고 미간을 모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회색산맥에 붉은 연기와 초록색 연기가 동시에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오크가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규모로 움직이니 주의하라는 신호였다.
게다가 귀환하지 않고 저렇게 긴급하게 신호를 보낸다는 건 오크들이 곧 장벽을 공격하러 올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다.
“엇. 정말 쳐들어오는 건가?”
“그거 봐, 방심하면 안 된다니까. 당장 보고하고 올게.”
“자, 잠깐만 기다려 봐.”
“왜? 헛!”
첨탑을 내려가려던 네먼은 옥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연기 신호가 어느덧 회색산맥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어서였다.
마치 회색산맥의 전부가 공격해 온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그걸 본 네먼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서 보고드리러 가야겠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레인저들이 보낸 신호대로 대규모의 오크가 쳐들어왔다.
“어찌나 오크들이 많은지 오크들의 규모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빼곡하게 서 있어요. 대체 어디서 저 많은 오크가 나온 걸까요?”
부하의 보고에 긴급회의에 참석한 막시마가 혀를 내둘렀다.
“흠.”
티겔도 놀란 눈으로 오크들을 바라봤다.
‘오크들이 숨겨 둔 병력이 있다고 짐작은 했는데 저 정도일 줄이야.’
놀라운 건 저 많은 오크 중 대부분의 병력이 백인대장급인 오크 워리어라는 거였다.
갑자기 새까맣게 몰려 있던 오크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 끝에서부터 다른 오크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오크가 나타났다.
오크 로드였다.
‘설마 했는데. 오크 로드까지 나타나다니 정말 끝장을 보자는 거구나.’
티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보는데, 오크 로드가 창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오늘! 우리를 가두고 있던 저 장벽을 뚫고 나간다! 가로막는 인간들은 모조리 죽일 것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장벽까지 울리고, 이어서 오크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 사기충천한 모습에 장벽 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거 뭐라도 한마디 해야겠군.’
티겔이 나서려고 할 때, 장벽 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저 머리통을 도끼로 쪼개야 헛소리를 안 하지! 어떤 오크도 이 장벽을 넘지 못한다!”
“오옷!”
“당연히 그래야지!”
드워프 칼스벅의 말에 드워프들이 도끼를 들고 맞장구쳤다.
“우리도 거들겠어요. 이 성을 반드시 지켜 낼 거예요.”
“지킬 거야…….”
그 말을 받아 엘프 노아나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엘프들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잊으면 안 되네. 은혜를 갚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아우우우우우!”
라이칸스로프 촌장의 말에 다른 라이칸스로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게 울었다.
든든한 아군들의 외침에 장벽 위에 있던 레인저와 병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광경을 보던 티겔은 카엘을 떠올렸다.
늘 병마에 시달려 항상 노심초사 걱정되던 막내아들.
그런 막내아들이 갑자기 건강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기적 같은 일의 연속이었지.’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막내아들은 걱정이 되는지 수시로 몬스터들의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티겔은 너무 과한 걱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막내아들은 뜻을 꺾지 않았다.
자신의 시녀인 소피아의 재능을 알아보고 소드 마스터로 육성하려 했고, 다른 여성들도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고 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곳을 떠나 왕국과 제국까지 여행을 가더니 평소 하나 보기 힘든 엘프와 드워프, 라이칸스로프까지 부족 단위로 데려와 정착시켰다.
‘덕분에 지금 훨씬 여유가 생겼지.’
카엘이 거대 거미를 퇴치하러 자리를 비웠고, 브란이 성내 병력의 절반을 이끌고 지원하러 간 상황이나 새로이 이주한 종족들이 그걸 보충하고도 남았다.
막내아들을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물론, 오크 로드가 정말 대단한 준비를 해 와 불리할지언정 끝까지 장벽을 지켜 낼 작정이었다.
그게 왕국의 방패인 클리페우스 성주의 의무니까.
티겔은 자신의 검을 높게 들고 소리쳤다.
“오늘도 예전처럼 오크들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핏덩이가 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레인저와 병사들이 큰 함성으로 호응했다.
* * *
전투의 시작은 뜻밖에도 오크가 아니라 놀들이었다.
오크의 진영 뒤로 놀들이 나타나더니, 오크들을 가로질러 장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한 거였다.
하지만 동맹은커녕 최소한의 협력 관계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오크들이 지나가는 놀을 장난삼아 툭툭 치고 조롱하는 게 부하나 노예 취급 하는 듯했다.
그걸 본 티겔이 혀를 찼다.
‘놀과 오크의 내전에서 오크가 승리했다고는 들었지만, 놀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울 줄이야.’
컹! 컹!
그런 와중에도 놀들은 미친 듯이 장벽을 향해 달려올 정도로 전의만은 높았다.
티겔은 알 수 없지만, 장벽을 뚫고 클리페우스성을 무너트린다면 놀들을 풀어 준다고 오크 로드가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전과 같이 인간들을 지치게 하는 용도로 쓰려고 한 거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컹! 컹!
놀들도 더는 뒤가 없었다.
이대로 회색산맥에서 오크들의 노예로 살 바에는 전력을 다해 장벽을 무너트려야 했다.
하지만.
클리페우스성의 장벽은 여느 때보다 튼튼하고 저항이 컸다.
“이것들아, 이거나 먹어라!”
쾅! 쾅!
드워프들이 철포를 발사했다.
거기에 맞은 놀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놀한테는 이게 더 효과적이지.”
잠시 후.
놀 머리 위로 불화살이 쏟아졌다.
하늘을 빈틈없이 뒤덮는 화살의 비에 미친 듯이 달려들던 놀들마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지금껏 클리페우스성을 수없이 공격해 왔음에도 이 정도 숫자의 화살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이 불을 붙인 다연장 쇠뇌를 작동한 거였다.
“크어엉! 크엉!”
“크어어엉!”
장벽 앞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불화살에 맞은 놀들이 괴로워하면서 지면을 뒹굴었기 때문이었다.
드워프들이 특별히 조합한 기름을 묻힌 화살이라 불이 쉽게 꺼지지도 않았다.
먼저 달려가던 수백의 놀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당연히 뒤따라가던 놀들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일부는 멈추기까지 했다.
그걸 본 오크 로드가 놀 치프들의 목에 걸어 둔 쇠줄을 잡아당기며 호통쳤다.
“왜 다들 멈췄어? 어서 다시 공격하라고 명령해라!”
“하지만 저걸 어떻게 뚫고…….”
“명령하랬지, 누가 말대답하라고 했나!”
퍽!
대꾸하던 놀 치프의 머리통이 깨졌다.
그걸 보고 겁먹은 나머지 놀 치프들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 오크에 패배하고 오크 로드를 가까이 보면서 알게 됐지만, 저놈의 오크 로드는 심심찮으면 주위 부하를 박살 내 버렸다.
“화살은 언젠가 떨어지기 마련이니 계속 공격하라고 해!”
한마디로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놀더러 희생하라는 소리였다.
철컥! 철컥!
오크 로드가 갑자기 놀 치프들의 목에 걸린 자물쇠를 풀었다.
“……?!”
“너희가 직접 가서 공격을 이끌어라. 만약 공격을 멈추면 너희들부터 죽여 주마!”
그렇게 풀려난 놀 치프들에게는 오크 워리어가 감시역으로 붙었다.
놀 치프들은 별수 없이 이를 악물고 놀들을 독려했다.
그 덕분에 놀들은 드워프 병기의 엄청난 화력을 뚫고 어떻게든 장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난관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놀들이 장벽에 오르기 위해 긴 봉을 대고 올라오려고 하자, 드워프들이 설치한 기계장치가 장벽 위를 오가면서 치워 버렸다.
놀들이 겨우 돌팔매질로 장치를 부숴 틈을 만들었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엘프들이 나서서 정령술을 썼다.
정령들은 봉을 흔들고 넘어트리고 해서 놀들을 방해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장벽 아래에 놀의 사체가 잔뜩 쌓였다.
놀 치프는 그 광경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장벽 위를 간간이 올라가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얼씬하기도 어려워진 거였다.
심지어 온 부족원이 다 동원되어 예전보다 몇 배나 많은 숫자로 공격하는데도 이런 상황이었다.
‘이랬다가는 모두 몰살당하겠어.’
몇몇 놀 치프는 자신을 감시하는 오크 워리어의 눈치를 보며 부하들과 눈을 맞췄다.
잠시 후.
“오크 로드! 놀들이 도망칩니다!”
오크 워리어의 보고대로 전장 곳곳에서 놀들이 이탈하고 있었다.
“저런 겁쟁이들이! 쫓아가서 잡아 올까요?”
“아니 됐다. 화살받이로 충분히 써먹었으니까.”
오크 로드의 말처럼 날아오는 포탄이나 화살이 처음보다 훨씬 뜸했다.
장비가 고장난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전투에 포탄이나 화살이 모자란 거였다.
그걸 본 오크 워리어가 감탄하면서 도끼를 자신의 가슴팍에 갖다 댔다.
“역시 오크 로드이십니다! 그럼 이제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한다!”
오크 로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오크들이 함성을 지르며 장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놀들처럼 피해를 입지 않고 훨씬 여유롭게 장벽에 도착한 오크들은 사다리를 걸치고 장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전투 경험이 많은 오크 워리어들은 날듯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를 맞이하는 건 오크라면 이를 가는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적이 올라오기를 이빨을 갈며 기다리고 있던 라이칸스로프들이란 게 문제였지만!
“오! 잘 왔다! 오크 머리통 쪼개는 손맛을 못 보는 줄 알았네!”
“어이, 혼자서 독차지할 셈이야? 내 몫도 남 겨달라고!”
“먹을 거 앞으로 잔뜩 올라오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드워프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고.
“더러운 오크들을 이곳에 넘어오게 할 순 없죠.”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내죠. 정령들도 힘을 보태 주겠대요.”
“…카엘 님을 위해서 싸울 거야.”
엘프들도 정령과 함께 오크들을 퇴치하기 위해 나섰다.
“언제 올라오나 했다. 다들 힘내서 우리의 힘을 증명하자!”
“우리의 새로운 마을을 지키는 거야.”
“이번에 잘하면 카엘 님이 브로칸에게 줬던 월도 갑옷을 선물로 주시겠지.”
라이칸스로프들도 군침을 다시며 오크들에게 덤볐다.
새롭게 한 식구가 된 세 종족은 각자 열심히 오크들을 해치웠다.
전투 경험이 많아 준비된 전사 대우를 받는 오크 워리어도 제대로 중장비를 갖춘 드워프와 정령술을 사용하는 엘프 그리고 본모습을 드러내고 마음껏 싸울 수 있는 라이칸스로프를 당해 낼 순 없었다.
덕분에 클리페우스성의 레인저와 병사들도 용기백배해 전투해 나갈 수 있었다.
오크 워리어의 목덜미를 물어뜯던 라이칸스로프 스캇이 문득 아쉬워했다.
“내 활약을 카엘 님이 보셔야 할 텐데. 그러면 수고했다고 월도 갑옷을 주시지 않을까?”
“가당찮은 소리, 카엘 님이 계시면 우리보다 더 활약했을 테니까 우리가 묻히지.”
“그건 그렇네.”
다른 라이칸스로프 티스롤의 말에 스캇이 금방 수긍했다.
“그나저나 카엘 님은 언제쯤 오실까?”
“듣기로는 거대 거미를 퇴치하셨다니 돌아오고 계시지 않을까?”
“역시 거대 거미 따위 카엘 님한테 상대가 안 되겠지. 그나저나 오크는 대체 얼마나 있는 거야?”
대화를 주고받던 스캇은 문득 회색산맥 쪽을 바라봤다가 오크가 더 나오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 * *
그 시각 카엘은 일행과 함께 빠르게 귀환하는 중이었다.
이미 지원부대를 이끄는 큰형 브란을 제쳤고, 앞으로 이삼 일이면 도착하고도 남았다.
그래도 걱정되는지 모르타가 물었다.
“클리페우스성은 무사하겠죠?”
“괜찮을 거야.”
현재 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몬스터 대침공 때를 생각해 봐도 지금 클리페우스성의 전력이면 이전처럼 허무하게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비를 충분히 한 거였다.
특히 드워프나 엘프, 라이칸스로프를 수십 명씩 클리페우스성으로 오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회귀 직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조력자를 모아도 기껏해야 인연이 닿는 몇 명만 데려올 수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위험 요인은 오크 로드 정도지.’
흔히 소드 마스터는 불리한 전장을 뒤집을 전략 병기 취급을 받는다.
오크 로드는 회귀 전 그 소드 마스터를 티겔 공작을 쉽게 꺾을 정도의 강자.
당시 티겔이 부인을 잃고 식음을 전폐해서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허무하게 패배한 건 그만큼 오크 로드가 강해서였다.
‘평소 아버지도 오크 로드를 상대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고 하셨지.’
문제는 지금 클리페우스성에도 강자는 많지만, 오크 로드를 상대할 만한 전력은 조금 부족하다는 거였다.
아버지 티겔 공작 혼자서 어떻게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를 꺾으려면 소드 마스터 셋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카엘도 소드 마스터 셋을 확보하려고 한 거였다.
카엘은 클리페우스성 방향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부디 무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