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몬스터 토벌전 (1)
“아앗! 정말 아름다운 춤이군요.”
“하피여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 하늘을 나는 듯합니다.”
“이렇게 독특하고 고풍스러운 춤사위를 보게 될 줄이야. 눈이 정말 호강합니다.”
부끄러워하는 쿤과 민망해하는 카엘과 달리,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감탄했다.
확실히 찬찬히 보면 움직임이 가볍고 우아한 게 탄성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내 앞에서 나를 위해 추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지.’
한편 노아나, 데키마, 모르타. 엘프 세 자매도 드레스를 차려입고 연회 자리 한쪽 구석을 차지한 채 쿤의 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워.”
“정말, 바람의 정령이 춤을 추는 거 같아.”
“…….”
쿤의 춤을 보며 감탄하던 데키마와 모르타는 맏언니가 아무 말이 없는 걸 눈치챘다.
“…언니도 저러고 싶어?”
“아니, 아니. 내가 춤을 어떻게 춰?”
“데키마 언니가 말하는 건 춤이 아니라, 저 공주들처럼 카엘 님에게 구애하고 싶냐는 거지.”
모르타의 말에 노아나의 기다란 귀가 새빨개졌다.
“참, 애들이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뭐, 어때. 우리가 나이 일이십 먹은 애도 아닌데, 그런 말도 못 해?”
데키마가 답답했는지 평소와 달리 길게 말했다.
거기에 자극받은 모르타도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데키마 언니도 카엘 님을 좋아하지만,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거 알거든!”
“조, 조용히 해. 누가 듣겠다!”
노아나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드, 들으면 어때서. 언니가 저 공주들보다 못할 게 뭐 있어. 우리 엘프한테는 따로 왕이니 공주니 없지만, 언니 정도면 엘프를 대표해서 공주라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걸.”
“맞아. 게다가 언니는 엘프잖아. 인간들은 엘프면 다 아름답다고 하니까. 카엘 님도 언니 예쁘게 볼 거야.”
틀린 말이 아닌 게 당장에도 세 자매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힐끗힐끗 쳐다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노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도.”
“카엘 님이 다른 여자랑 맺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 않아?”
“가슴이 좀 아릴 때가 없진 않지만, 괜찮아. 어차피 지금 카엘 님이 누구랑 연을 맺든 가장 오래 기억할 사람은 나니까.”
수백 년을 사는 엘프만이 말할 수 있는 감성이었다.
“…멋져.”
“꺄! 역시 노아나 언니야!”
그를 증명하듯 두 동생은 노아나의 말에 감동한 얼굴이 됐다.
“기왕 연이 맺어지는 거면 나보다…….”
그렇게 운을 띄운 노아나는 애틋한 눈빛으로 티겔 공작의 부인, 마리아의 시중을 들고 있는 소피아를 바라봤다.
“…소피아 님과 맺어지면 좋으련만.”
“…아, 맞아.”
데키마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타도 아쉽다는 듯 얼굴로 말했다.
“사실 소피아 언니한테도 물어봤거든? 근데 도통 생각이 없대.”
“그래? 카엘 님을 좋아하는 거 같았는데, 아니었나?”
“그보다 신분 차이가 있고 카엘 님을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나? 그것 때문에 소드 마스터가 돼서도 시녀 일을 자처해서 하잖아.”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말에 데키마가 화를 내며 몸을 떨었다.
그걸 본 노아나가 어서 달랬다.
“데, 데키마. 진정해. 흥분하지 마!”
“…흐,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소피아 님이 신분 차이로 꿀릴 게 뭐 있어? 이제 소드 마스터도 되셨겠다. 여기를 떠나 어디를 가도 최소한 기사 작위와 영지를 받을 텐데.”
“그건 그래. 안 그래도 카엘 님은 종종 시녀 일은 그만두는 게 어떠냐고 권하는데도 괜찮다고 계속하신다니까.”
“그러고 보니 맞다. 사실 드워프 쪽에서도 이 기회에 카엘 님과 혼인을 고려한다고 했어.”
“…정말?!”
“라이칸스로프 쪽도 그랬어요.”
“…그랬구나. 근데 왜? 둘 다 데려온 신붓감이 안 보이지?”
“드워프 쪽에서는 새로운 걸 개발하고 룬 문자를 연구해서 쓸모를 보여야 한다고 했어. 드워프의 매력을 인간이 잘 모른다나.”
“…아. 라이칸스로프 쪽은?”
그쪽은 인간형으로 변신도 할 수 있으니까,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기에 물어본 거였다.
“응, 아예 암컷 한 마리를 뽑았었대요. 그걸 알게 된 브로칸 님이 난리를 피워서 없던 일이 됐지만요.”
“브로칸 님이?”
의외였다.
항상 카엘 님과 함께 지내는 브로칸 님이라면, 자신의 부족이 카엘 님과 더 가까워지는 걸 기꺼워할 텐데?
“응! 그럴 거면 차라리 자기가 카엘 님한테 시집가겠다나?”
“그, 그랬구나.”
그러는 사이 쿤의 춤이 끝났다.
마지막 동작 후 잠깐 움직임을 멈춘 쿤의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작게 벌린 입으로는 숨을 조용히 몰아쉬었다.
최선을 다한 듯한 그 모습은 정말 멋지긴 했다.
사람들도 손뼉 치며 환호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카엘에게 쏠리는 게 아닌가?
분명 쿤의 춤에 대한 답례로 어떤 춤을 출지 기대하는 거였다.
‘고, 곤란한데.’
원래라면 귀족이라면 교양을 익힌다며 간단한 춤은 어렸을 때부터 배운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아파서 누워만 있었던 카엘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 문외한.
회귀 후에도 몇 번 연회에 참석하긴 했으나 춤을 춘 적은 없었다.
그때였다.
카엘 대신에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이가 나타났다.
“저기 좀 봐. 저 미녀는 누구지?”
“미녀? 여기에 미녀가 한둘… 헉! 정말 누구야?”
“아파기 공주님 못지않은 절세미인이잖아.”
“어떤 의미로는 더 매력적이야. 지금 가슴이 좀 답답한 게 한눈에 반한 거 같거든.”
‘가슴이 답답한 건 사랑에 빠져서가 아닌 거 같은데…….’
카엘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드래곤 라 키아레스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감하게 가슴 위와 허벅지를 드러내고, 등까지 파인 화려한 드레스는 매력적이긴 했으나, 사람들이 가슴을 답답해하는 건 그녀가 드래곤 피어를 은연중에 발산해서였다.
평소 인간 형태로 돌아다닐 때는 드래곤 피어를 최대한 감추지만, 이번에는 매력을 과시하고 뽐내려다 보니 자연스레 묻어나온 거였다.
이 상황을 파악한 티겔 공작은 슬그머니 오러를 일으켰다.
그제야 자신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파악한 라 키레아스가 멋쩍어했다.
“아, 미안해. 미안.”
“어? 가슴이 답답하던 게 가셨어.”
“나도 이제 좀 편해졌네.”
“오늘 매력적인 분들을 많이 보다 보니 정신이 없었나 봐.”
대부분은 현재 상황을 인지조차 못 하고 멋대로 오해했다.
한편 드래곤 피어를 거두고서도 압도적 존재감을 발하는 라 키라에스는 카엘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 어때?”
“…아름다우십니다.”
“뭐야? 왜 그렇게 얼떨떨한 얼굴이야.”
“이런 자리에 관심 있으실 줄은 몰랐거든요.”
“아. 이런 재미난 자리는 빠질 수 없지.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인데.”
“…저는 재미는 없습니다만.”
“재미없어? 그럼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볼까?”
“아니, 잠깐…….”
라 키레아스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 카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아파기 공주부터, 쿤, 델라 공주를 차례로 돌아보며 말했다.
“나 알지? 다들 내 허락 없이 카엘 건드릴 생각 하지 마.”
교묘하게 드래곤의 피어를 불어넣은 선언.
보통 사람들은 못 듣지만, 오러 사용자쯤 되면 들렸다.
거기다 당사자들은 귀에 벼락이 내려친 듯, 라 키레아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내내 울렸다.
“윽.”
그 위협에 아파기 공주가 흠칫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 옆의 시녀가 부축했다.
시녀는 분노했는지 겁도 없이 라 키레아스를 노려봤다.
쿤과 델라는 쓰러지진 않았지만, 안색이 창백해졌다. 뱀 앞의 생쥐처럼 굳어 버린 거였다.
그 모습이 마음이 드는지 라 키레아스가 의기양양했을 때였다.
“그거야 카엘 님의 의중이 중요한 거죠.”
쿤이 말했다.
전신을 옭아매는 공포를 극복하고 드래곤이 주는 압력에서 벗어난 거였다.
‘용기 내서 카엘 님 앞에서 춤도 췄는데, 여기서 굴복할까 보냐!’
“맞아요! 겁준다고 물러날 줄 알아요?”
델라까지 쏘아붙였다.
델라도 저 여인의 본모습이 드래곤인 건 알지만, 자신도 엄연히 해룡 제피슈의 후예.
다른 드래곤 앞에서 주눅이 들면 선조를 볼 면목이 안 섰다.
게다가.
‘이런 위협은 예상 못 했는데! 너무너무 재밌어!’
이 상황을 아주 완벽히 즐기고 있었다.
“이것들이, 제정신이 아닌가?”
두 공주가 당당하게 맞서자 라 키레아스는 당황했다.
마냥 불쾌하지는 않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래, 이렇게 덤벼드는 녀석이 있어야지 재밌지.’
이것도 어디까지나 라 키레아스보다 약한 녀석들이 만용을 부릴 때 느끼는 재미였다.
그때였다.
아파기 공주가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똑바로 서서 말하는 게 아닌가?
“티겔 공작님, 저기 회색산맥에 아직 괴물이 많이 남아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소만?”
“저와 저희 무관들이 경험도 쌓을 겸, 괴물 토벌에 나설까 하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정말 뜬금없는 소리였다.
티겔도 그 요청에 우려를 표했다.
“공주까지 말입니까? 위험하지 않겠소?”
“우리나라의 왕족은 호신을 위해 검술을 배우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작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아파기 공주는 빙긋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무슨 불상사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허, 참.”
난감해하는데, 쿤도 끼어들었다.
“저도 함께 토벌에 나가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 동족을 괴롭힌 것들이 있다는데 이 기회에 복수해야죠!”
“저, 저도요!”
힘찬 목소리에 놀랐지만, 델라도 무사히 끼어들었다.
‘다들 왜들 이러는 건지 모르겠군.’
카엘이 티겔을 돌아보니, 티겔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보통은 부드럽게 거절하지만, 공주들이 모두 하겠다고 나오는데 마냥 거절하기만도 어려웠다.
‘이걸 반대할 만한 건 라 키레아스 정도인가?’
어쩌면 금방처럼 또 깽판을 놓을지도 몰랐다.
카엘이 기대하며 돌아보자마자 라 키레아스가 입을 열었다.
“뭐야? 그러면 토벌 실력으로 누가 나은 신부인지 겨루려고 하는 거야?”
‘어, 그런 거였나? 기껏해야 기 싸움인 줄 알았는데.’
워낙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미처 생각지도 못한 거였다.
그런데 공주들의 표정을 보니 라 키레아스의 짐작이 맞는 모양이었다.
라 키레아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내가 심판이 되어 주지. 이기는 쪽은 내가 허락하마.”
깽판 치기는커녕 오히려 재밌다고 이 상황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이제 피하지는 못하겠네.’
카엘이 한숨을 내쉬는 걸 본, 티겔도 마지못해 허락했다.
“알겠소. 다만, 준비하는 데 시일이 좀 필요하니 그동안은 편히 연회를 즐겨 주시길 바라오.”
공주와 함께 온 사절단들을 환영하는 자리가, 어느새 몬스터 토벌 대회로 바뀌어 버린 거였다.
카엘은 기가 찼다.
‘저 무시무시한 회색산맥의 몬스터를 막아 내는 데 급급했는데, 이제 누가 몬스터를 잘 잡나 겨루기를 하게 됐다니.’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오크들이 침공해 올 때나 이렇게 도움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걸 다 무사히 이겨 냈으니 이런 일도 겪을 수 있는 거였다.
클리페우스성의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될지도 모르는 드래곤 둥지의 몬스터를 손쉽게 퇴치할 기회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며칠 뒤.
회색산맥으로 총 4개 조가 출발했다.
첫 번째 타모라조는 타모라국의 공주, 아파기와 시녀, 경호를 맡은 무관들까지.
두 번째 하피조는 하피 왕국의 쿤 공주와 하피들이.
세 번째 심해조는 메르 8세의 딸, 델라 공주와 그를 지키기 위해 따라 나온 수호병 그리고 어인족들.
네 번째 조는 앞의 3개 조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카엘이 이끄는 지원조였다.
그리고 이 막강한 전력은 그야말로 회색산맥에 몬스터의 지옥을 만들어 냈다.
‘확실히 남의 손을 빌려 싸우니까 편하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