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도채비 전설 (6)
카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조트를 휘둘렀다.
“앗!”
예상치 못한 타격에 굳어 버린 타마모는 뒤늦게 피하려다가 꼬리 하나를 더 잃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미친 듯이 소리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타마모는 곧장 달아나기 시작했다.
“또 도망가려고.”
“어이쿠!”
카엘이 쫓아가려 했지만, 뒤에서 두억시니의 비명이 들렸다.
타마모가 밀리는 걸 본, 단피몽두가 시간을 더 끌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전력을 발휘해 밀어붙인 거였다.
“타마모는 제가 쫓아갈게요.”
“조심해.”
카엘이 주춤하는 걸 보고, 소피아가 나섰다.
브로칸을 비롯한 나머지도 도와주기 위해 뒤를 따랐다.
마석의 냄새까지 맡는 브로칸까지 쫓아갔으니 어지간하면 놓치지 않으리라.
카엘은 곧바로 두억시니의 앞을 막아섰다.
단피몽두의 두루마리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검은 뱀이 아가리를 벌리며 두억시니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카엘은 기를 두른 아조트로 뱀을 잘라 냈다.
뱀은 그대로 먹물이 되어 흩어졌다.
그걸 본 단피몽두가 이를 갈며 위협했다.
“인간이 기연을 얻었다고 나대다가는 큰코다칠 줄 알아라!”
“그쪽이야말로 모두를 배신하고 얻은 힘으로 나대는 거 아닌가.”
“큭! 그 입 닥치지 못할까!”
카엘의 말에 정곡을 찔린 단피몽두는 분노하며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뱀이 수십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사방에서 카엘을 물어뜯으려 하는 게 아닌가?
카엘은 기를 그물처럼 펼쳐서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걸 본 단피몽두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갑자기 얻은 힘으로 어떻게 그런 기예를 펼칠 수 있는 거냐.”
“그동안 본 게 많거든.”
카엘은 대꾸하면서 바닥에 기를 터트려 단피몽두에게 덤볐다.
순식간에 이뤄진 돌격에 단피몽두는 펼치려는 두루마리로 아조트를 막았다.
아주 강력한 요력을 품었던 두루마리였지만, 종이 잘리듯 쉽게 잘려 나갔다.
단피몽두도 그것만으로 막을 생각이 없었던 듯, 두루마리를 진작에 내버려 두고 거리를 벌렸다.
직전에 타마모가 당한 걸 보고 경계한 거였다.
그사이 카엘은 두억시니를 살폈다.
싸우면서도 여기저기 참견하는 거 같길래 버틸 만한가 싶었는데,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엉망이었다.
들고 있던 몽둥이도 부서져 나뒹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네.’
카엘은 회복 포션을 두억시니에게 던졌다.
“이거 드시고 회복하세요.”
그러고는 다시 단피몽두가 두루마리에서 소환한 요귀를 베며, 단피몽두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단피몽두는 어디서 계속 꺼내는지 끊임없이 두루마리를 꺼내 요괴를 불러냈다.
카엘은 베어 내는 데 급급했다.
그러다 어떻게든 틈을 노려 공격하면 단피몽두도 허겁지겁 아조트를 피하기 바빴다.
그야말로 막상막하.
‘확실히 소드 마스터보다 강해진 거 같지만, 드래곤에는 못 미치나 보군.’
카엘은 자신의 힘을 실감하면서도 조금 아쉽기는 했다.
앞으로의 전투를 생각하면 더욱 강한 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잠깐 사이 카엘과 단피몽두는 몇 번이나 공격을 주고받았다.
한쪽이 지치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카엘은 회복 포션을 먹으면서 버틸 수 있었고, 단피몽두도 마석에서 힘을 끌어내면 됐다.
그 균형을 깬 건 두억시니였다.
아조트를 피해 거리를 벌리던 단피몽두의 뒤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머리를 몽둥이로 후려친 거였다.
“커억!”
단피몽두가 괴로워하는 사이, 두억시니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이 약 효과 좋다! 금방 기운이 넘치네.”
“다행이네요.”
“자, 어서 저 녀석 해치워 버리자고.”
“흥! 네 녀석이 도와준다고 해서 뭐 달라질 거 같으냐?”
단피몽두는 비웃으며 품속에서 두루마리 두 개를 꺼내 펼쳤다.
카엘과 두억시니는 거기에서 나오는 요괴를 힘을 합쳐 해치워 나갔다.
단피몽두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는 게 정말 둘이 힘을 합쳐서 쓰러트리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는 와중에 단피몽두의 모자가 올라가는 듯하더니, 흉측한 얼굴이 점점 드러나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어느새 뿔로 변한 마석이 점점 길어지더니 모자를 밀어 올린 거였다.
안 그래도 흉측한 모습이 마석의 기운 때문에 더욱 일그러졌다.
그걸 본 두억시니가 혀를 찼다.
“허어.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군.”
“저게 마석의 부작용인가.”
카엘은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때 귓가에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엘 님, 이번 공격은 저희가 막을 테니 반격하세요.”
모르타가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전한 거였다.
마침 단피몽두가 두루마리를 펼쳤다.
닭 머리를 한 용, 계룡이 튀어나와 카엘을 물어뜯으려 하는데, 그 앞을 소피아를 비롯해 나머지 일행이 나서서 막았다.
그 틈에 카엘은 단피몽두의 뒤를 잡았다.
단피몽두는 그것도 예상한 듯 뒤돌아 대처하려 했다.
“훗, 거기가 빈틈인 것 같으… 앗. 내 모자가?!”
뒤돌아보던 단피몽두는 자신의 모자가 어느새 올라가서 얼굴이 드러난 걸 깨닫고 당황했다.
“끝이다.”
카엘은 그 틈에 아조트를 휘둘러 단피몽두의 목을 벴다.
털썩.
단피몽두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뒤, 그 몸뚱어리도 천천히 앞으로 넘어졌다.
이마의 마석은 그 힘을 다해서인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쯧, 어리석은 녀석. 이 꼴이 되려고 헛된 힘을 탐냈더냐.”
두억시니는 혀를 차면서도 단피몽두의 모자를 찾아서 얼굴을 가려 줬다.
워낙 얼굴을 드러내는 걸 싫어했던 만큼, 최소한의 예우였다.
소피아가 카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타마모를 놓쳤습니다.”
“갑자기 사라졌는데 도저히 못 쫓겠어요.”
브로칸도 기가 죽었는지 꼬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아니야. 덕분에 살았다.”
“이제 꼬리도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함부로 설쳐 대지 못할 거예요. 다 잃으면 여우로 돌아가 처음부터 요력을 모아야 하거든요.”
고여가 설명했다.
“그럼, 꼬리를 회복할 때까지 한동안 조용히 지내겠네요.”
마석으로도 꼬리를 회복 못 한 거로 봐서는, 꼬리를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릴 게 분명했다.
못 잡은 건 아쉬웠지만, 여기서 더 방해만 못 해도 괜찮은 성과였다.
‘저쪽도 이대로 끝인가 보네.’
카엘은 하늘에서 흑룡과 싸우고 있는 라 키레아스를 올려다봤다.
단피몽두가 사라진 뒤에 흑룡이 꼬리 끝에서부터 천천히 먹물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정작 정신없이 흑룡을 물고 뜯던 라 키레아스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뭐야? 도망치는 거야?”
“저걸 소환한 요괴를 해치워서 사라지는 거요.”
“아, 그래? 근데 소환한 녀석보다 저게 더 강할 수가 있어?”
두억시니의 말에 라 키레아스가 납득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 해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흑룡이 있던 허공에서 커다란 마석이 떨어진 거였다.
마석은 지면에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것들처럼 재로 변해 사라졌다.
“저것도 강한 게 마석 탓이었군.”
라 키레아스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이제 금갑장군과 백포건호를 구해야지.”
브로칸의 물음에 대꾸한 두억시니는 단피몽두의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펼쳐 보니 전에 봤던 대로 금갑장군과 백포건호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빼내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카엘의 울음에 두억시니가 두루마리를 카엘에게 내밀었다.
“네가 베어 내면 될 거야. 봉인했던 자와 비슷한 힘으로 잘라 내야 하거든. 그보다 약하면 끄떡없고, 강하면 안에 갇힌 자들도 다치니까.”
한마디로 라 키레아스가 불태우기라도 하면 깡그리 불타 버릴 수도 있다는 거였다.
카엘은 라 키레아스가 안 나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두루마리를 벴다.
그러자 금갑장군과 백포건호가 두루마리에서 튀어나왔다.
“휴. 덕분에 살았네.”
“빈승은 평생 못 빠져나오는 줄 알았소.”
둘은 나오자마자 카엘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두루마리 속에 갇힌 채로도 그간 있었던 일을 다 듣고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단피몽두가 저럴 줄이야. 예상 밖이로군.”
“빈승도 놀랄 따름이오. 우리 중 제일 지혜로운 자였지 않소.”
“그걸 아는 귀인과 마족인가 하는 녀석들이 단피몽두를 노린 거겠지.”
두억시니의 말에 금갑장군과 백포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에게 두억시니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더 고민할 거 없지. 이분들을 도와 귀인과 괴물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하지 않겠나.”
“빈승도 동의하오. 전국의 호랑이들이 귀인, 괴물들과 싸울 거요.”
그 말에 고여가 감격해서 엎드려 절했다.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 나라 백성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겁니다.”
그러자 금갑장군과 백포건호가 일으키며 말했다.
“허허, 공주 이러시지 마시지요. 우리보다 우리 은인에게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빈승도 그리 생각하오. 감사를 표할 거면 여기 은인에게 하셔야죠.”
“아!”
그 말에 고여가 깨달음을 얻은 듯 자신을 쳐다보자 카엘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두 분 다 제가 구한 덕분에 나서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음?”
“빈승은 이해가 되지 않소.”
금갑장군과 백포건호가 의아해하자 카엘이 추가로 설명했다.
“사악한 자가 눈앞을 흐려서 문제였지, 두 분 다 호국하려는 마음이 크신 걸 다들 알고 있습니다.”
“아, 그거야 그렇지.”
“허허, 빈승을 그리 봐 주시니 고맙구려.”
카엘이 금칠해 준 덕분에 금갑장군과 백포건호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됐다.
실제로 조정을 욕하던 것도 고생해서 정신 차리라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였으니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니었다.
카엘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생각도 없었다.
지금은 코앞에 적들이 몰려오는 중이니까.
카엘이 요괴들에게 말했다.
“그럼 어서 나갑시다. 한시가 급합니다.”
* * *
‘이럴 수가. 어찌 이렇게 많단 말인가.’
사대장군인 욕수가 괴물을 베며 한탄했다.
도성을 나온 욕수는 최대한 병력을 끌어모아 자신이 지키던 성으로 향했다.
그런데 성이 함락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놀란 욕수가 진군 속도를 높여 달려가다, 도성으로 향하는 괴물 무리와 마주쳤다.
그 뒤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치워도 끝없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적의 병력이 많다고 보고받았지만, 그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문제는 사대장군인 욕수는 며칠 밤낮을 싸워도 괜찮았지만, 휘하의 무관들과 군졸들이 지쳐 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거였다.
‘이대로 가면 전멸하겠어. 후퇴해서 전력을 정비해야…….’
욕수가 그러면서 퇴로를 확인하려다가 눈을 부릅떴다.
괴물이 아닌, 귀인 무리가 퇴로에 잔뜩 모여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거였다.
킥킥거리며 비열한 웃음으로 지켜보는 게 분명 언제 지치나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저 정도 숫자가 덤비면 욕수는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지 몰라도, 부하들은 몰살당할 게 분명했다.
문득 카엘이라는 서방인이 왜 도채비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됐다.
‘이제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 땅을 지켜 내기 힘들게 됐구나.’
처음 이 땅을 밟은 서방인도 아는 것을 사대장군이라는 자가 이제야 깨닫다니.
자책이 드는 한편으로 도채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부닥치자 도리어 그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으흐흐흐흐흐흐. 그래, 이것들아! 내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하나라도 해치우고 가겠다!”
그러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그 기세를 감지했는지 귀인들도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때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검기가 귀인들을 덮치는 게 아닌가?
수십의 귀인은 꼼짝도 못 하고 말 그대로 일도양단이 되어 나뒹굴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놀란 욕수는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런 욕수 앞에 금방 떠올렸던 카엘이 나타나서 손을 내밀었다.
“욕수 님, 괜찮으세요? 저희가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저희?”
의문을 품고 카엘의 뒤를 보는데, 험상궂은 장정들이 방망이를 들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채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