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부작용 (3)
“네 상대는 내가 해 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두억시니는 소의 얼굴에 거대한 거미 몸을 가진 우귀 앞에 섰다.
범상치 않은 상대임을 직감한 두억시니는 요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본모습을 본 우귀가 비웃었다.
-그 꼴로 날 이길 생각이냐.
그럴 만도 한 게 여인임에도 다른 도채비만큼 커다란 체격이었던 두억시니가 왜소한 소녀가 되어 있어서였다.
사실 두억시니에게는 오래전 기억이 별로 없었다.
별거 없는 인생이라 그랬을 수도.
기억하기 싫은 인생이라 그랬는지도.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그나마 기억하는 건 어느 양반집의 계집종으로 천대받고 살았다는 거였다.
특히 왜소한 체격에 힘이 없어 농사일도 시원찮았을 뿐만 아니라, 애도 못 낳을 거라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어쩌다 죽었는지 어느새 도채비가 되어 있었다.
그건 기뻤다.
도채비끼리는 지위 고하도 없으니 누구의 종으로 살진 않게 됐으니까.
오히려 재밌는 가족이 많이 생긴 건 정말 좋았다.
딱 하나 불만인 건 도채비가 되어서도 왜소한 체격은 그대로라는 거였다.
요력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어도 딱히 체격이 커지지 않았다.
그저 요력으로 본모습을 숨길 수 있을 뿐.
강해진 요력 덕분에 도채비들이 우두머리 역할을 해 달라고 말해서 귀찮기만 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년설삼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극지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만년설삼을 잘 길러 먹으면 원하는 약효가 난다고 했다.
대부분의 도채비나 요괴는 강한 요력을 원하지만, 두억시니만은 달랐다.
‘이걸 먹어서 체격을 키워야지.’
그런 바람으로 애지중지 만년설삼을 키웠다.
누가 훔쳐 가는 걸 막기 위해 씨름 좋아하는 김 서방에게 지키도록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구미호가 만년설삼을 홀라당 훔쳐 갔다는 게 아닌가?
너무 열받고 분통 터졌지만, 구미호를 찾는 건 너무 어려웠고 아직 되다 만 어린 만년설삼을 구하기가 더 쉬웠다.
산에 사는 백포건호에게 한 이틀 징징거리면 구해다 줬으니까.
어차피 키우던 것도 채 천 년도 안 됐으니, 영원을 사는 도채비에게는 그리 큰 차이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 서방인이 나타났다.
카엘이라는 서방인은 다른 건 둘째 치고, 거대화하는 약을 만들어 쓰는 게 아닌가?
그걸 보는 순간 옳다구나 싶었다.
두억시니는 카엘에게 만년설삼을 훔쳐 간 구미호를 용서해 줄 테니 카엘에게 거대화하는 물약을 달라고 했다.
만년설삼이 효력 있기까지 최소 수천 년.
아무리 죽지 않는 도채비라고 해도 무언가를 수천 년 동안 애지중지 기른다는 건 보통 수고롭고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당장 약을 만들어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새로 백포건호에게 받은 만년설삼을 주겠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손에 있단 말이지.’
카엘은 거대화 포션을 먹는 이에 맞춰서 성분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다니면서 기다리는데, 일단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약한 성분으로 시험 삼아 만든 약을 준 거였다.
도채비가 약 먹고 무슨 부작용이 날까 싶었지만.
어쨌든 자신을 위해 조심해 준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기에 상관없었다.
그리고 지금이 딱 시험하기 좋아 보였다.
‘그럼, 어디 한번 먹어 볼까?’
꿀꺽.
“오옷! 이야, 기운이 넘치는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몰아치더니 점점 시야가 멀어졌다.
점점 키가 커져서 눈높이가 높아진 덕분이었다.
‘뭐야? 약한 성분이라더니 이 정도면 충분한데.’
생각해 보니, 카엘과 브로칸이 거대화 포션을 먹었을 때는 본래 체격보다 몇 배나 커졌다.
하지만 두억시니의 경우 그렇게까지는 클 필요는 없었다.
다른 도채비만큼 커지거나 그보다 조금 더 크면 그만이었다.
한편 두억시니의 커진 모습에 우귀가 놀랐다.
-허걱!
“흐흐, 왜 그렇게 놀라? 어디 한번 붙어 보자고.”
-너, 여자아이가 아니라, 남자였냐?
“그게 무슨 소리야? 앗!”
자신을 내려다본 두억시니가 화들짝 놀랐다.
단순히 커진 게 아니라, 전신이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시커먼 털이 잔뜩 나 있었다.
한편 한창 야공이라는 요괴와 싸우고 있던 카엘이 그 모습을 슬쩍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부작용이 생겼군.’
남과 여의 신체가 다른데, 남성인 카엘과 브로칸 전용으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약효가 금방 떨어지도록 해 뒀다는 거였다.
그때였다.
“푸하핫. 이거 정말 마음에 드는데?”
막상 여자아이의 얼굴에 몸에만 털이 숭숭한 근육질 사내가 된 두억시니는 재밌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심지어 근육을 자랑하는 자세까지 취하는 게 아닌가?
‘보, 본인이 만족하면 됐지만.’
카엘이 놀라면서 야공과 전투에 다시 집중할 때.
두억시니는 우귀에게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소싸움 하듯이 우리 한판 붙어 보자.”
-후회하게 될 거다!
우귀도 지지 않고 소뿔로 돌격해 왔다.
쾅!
굉음과 함께 두 거체가 부딪쳤다.
어느 하나 나가떨어지지 않고, 둘 다 팽팽하게 맞섰다.
두억시니는 우귀의 소뿔을 양손으로 잡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귀는 보통 소와 달리 거미 몸이라 남은 다리가 아주 많아, 기다란 앞다리로 두억시니를 공격했다.
“이게 치사하게!”
두억시니는 이를 악물고 힘을 줬다.
그러더니 안 그래도 우락부락한 근육이 더욱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그대로 우귀를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커억.
“어디 몽둥이맛 좀 보거라!”
괴로워하는 우귀에게 달려든 두억시니는 터질 것 같은 바지춤에서 쇠몽둥이를 꺼내더니.
매타작하기 시작했다.
가진 요력은 비슷했지만, 카엘의 약효가 더해진 탓에 압도할 수 있던 거였다.
두억시니는 우귀를 쥐어패면서 생각했다.
‘이거 약효가 너무 마음에 들잖아, 보답으로 따로 선물이나 하나 해야지.’
* * *
-효효효효. 이제 포기하지그래? 어떻게 해도 날 해치진 못한다.
야공이 카엘을 향해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비웃었다.
‘확실히 쉬운 상대는 아니군.’
카엘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에 검기까지 더한 아조트를 휘둘러도 야공은 끄떡하지 않았다.
그냥 힘으로 후려쳐도 마찬가지.
여러 요괴가 합쳐진 만큼, 그 요괴의 방어 특성이 중첩해서 벌어진 결과였다.
잘난 채 떠벌리는 야공의 말을 믿는다면, 어떤 요술도 마법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빙한목의 냉기마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지. 어딘가에 빈틈이나 약점이 있을 거야.’
카엘은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부위를 차례대로 공격했다.
뱀 머리.
호랑이 몸통.
곰 다리.
닭 날개.
하지만 어느 곳도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효효효효. 소용없다. 우리가 뭉쳐 있는 한 누구도 우리를 해칠 수 없으니까.
비웃는 야공을 보며 카엘은 순간 자신이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뭉쳐 있다고?’
야공을 키메라처럼 여러 몬스터가 합성한 요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체가 한 덩어리로 모여 있는 형태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뭉쳐 있다는 건 떨어질 수 있다는 거지.’
카엘은 아조트를 휘두르며 야공에게 덤볐다.
-효효효효! 소용없다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까이 붙었다.
‘요괴들이 뭉쳐 있다면 분명 요력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겠지.’
그걸 없애는 방법은 그 요력을 월등히 뛰어넘는 힘으로 잘라 내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카엘의 힘으로는 그게 어려웠다.
두억시니나 금갑장군, 백포건호가 나서도 어려웠다.
그게 가능한 건 드래곤 라 키레아스와 용인 영노 정도?
그 둘은 지금 대악환을 상대하느라 이쪽을 도울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2 대 1이니 이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다른 방법이 있는데 안 하는 것도 성미에 안 맞았다.
그 방법이란 바로…….
-효효효?! 어떻게 된 거냐?!
접근했던 카엘이 거리를 벌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닭 날개가 떨어진 걸 본 야공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설마했는데 마력을 흡수하는 요령으로 요력까지 흡수가 되는군.’
카엘이 생각한 야공의 뭉친 요괴들을 떨어트리는 방법은, 서로 붙어 있는 부위의 요력을 카엘이 흡수하는 거였다.
“어딜.”
떨어진 닭 날개가 요괴로 변신하는 걸 본 카엘이 곧바로 달려들어 소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야공에게 소리쳤다.
“자, 다음은 어느 쪽이 떨어져 나가 죽을 테냐!”
카엘이 흡수할 수 있는 요력에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한 개체를 분리할 정도가 전부였지만.
카엘의 말에 야공은 충분히 겁을 집어먹은 듯했다.
-…….
잠깐 망설이더니, 거의 동시에 흩어지기 시작한 거였다.
-다들 잘 있거라. 나는 이만 간다.
-어차피 여기 있으면 죽을 거니까 도망치는 게 영리한 거지.
-누군 죽고 싶은 줄 알아?
뱀 머리, 호랑이 몸통, 곰 다리가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소통영귀가 준비한 요괴들이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이, 이, 이럴 수가…….
분해하는 소통영귀에게 타마모가 조롱했다.
“어때? 지금 승리 확률은? 아직도 10할이야? 아니, 9할 9푼이랬으니 조금 떨어져서 이제 9할 8푼이야?”
그러자 소통영귀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
-좀 조용히 하세요! 정신 사나워서 계산을 못 하겠네.
“이히히히히힛.”
타마모는 재밌다는 듯 웃었지만, 소통영귀는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 지경에 이르는 걸 원치 않았지만, 아직 남은 수가 있습니다.
“뭐 정말? 어떤 거야?”
-잠자코 구경이나 하시죠.
소통영귀는 그렇게 말하며 대통영귀에게 소리쳤다.
-대통영귀! 분신술 최대로 해서 특귀급 이하 전력을 상대해 주세요. 대악환 님이 방해받아서는 안 됩니다.
-알았어!
사방에 분신으로 나뉘어 있던 대통영귀가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더니 하나당 네 개씩 나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더니 순식간에 수백 개의 분신이 생겼다.
-대통영귀, 가세요!
-맡겨 줘!
대통영귀의 분신이 카엘과 두억시니, 금갑장군, 백포건호를 협공해서 공격했다.
마석의 힘을 빌린 덕인지 본체만큼은 안 됐지만, 그 분신 하나하나가 모두 강했다.
‘게다가 숫자가 너무 많아.’
카엘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한둘을 쓰러트려도 곧바로 다른 녀석이 덤벼들었다.
그때 소통연귀가 말했다.
-대악환 님, 이 틈에 저 용귀급 둘을 해치우셔야 합니다.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
-대악환 님…….
-알겠다. 하는 수 없군. 이것까지 써야 할 줄이야.
대악환은 커다란 마석을 꺼내더니 이마에 박았다.
그리고 마석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어때?”
-맞아. 조심해야 해. 저걸 다 흡수하면 드래곤과 용뿐만이 아니라, 우리 전부가 덤벼도 이기기 힘들 거야.
아조트가 경계할 정도였다.
그 전에 해치우려고 해도 수백으로 불어난 대통연귀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겁하게 장난질을 치다니. 어느 쪽이 진짜지?”
“본체를 찾아. 본체를 쳐야 한다.”
“그걸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이오.”
두억시니, 금갑장군, 백포건호의 말에 카엘이 물었다.
“본체만 찾아 해치우면 됩니까?”
“그래, 하나만 제거하면 나머지도 사라져.”
그 말에 떠오르는 게 한 가지가 있었다.
‘이걸 여기서 쓰게 될 줄이야.’
카엘은 대통영귀의 공격을 방어하는 와중에 품속에서 거울 하나를 꺼냈다.
요지경이었다.
상대의 본모습을 드러내기에 이걸 하나씩 비춰 보면 본체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카엘이 요지경으로 비춰 보자 자신을 공격하는 대통영귀 중 하나가 본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카엘은 다른 공격을 받는 것도 감수하고, 전력을 다해 대통영귀의 본체를 찔렀다.
-커억.
큰 상처를 입은 대통영귀는 그대로 소멸하진 않았지만,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대신에 다른 분신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걸 본 소통영귀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분신을 간파할 수 있는 조마경과 요지경은 모두 타마모 님이 들고 있을 텐데, 어떻게 저자가 들고 있지?
“아, 그거? 내가 계략에 빠트린다고 줬어.”
타마모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