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부작용 (4)
-줬다고요?! 요지경을?!
소통연귀는 순간 타마모의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헤헤, 미안. 그럼 안녕.”
그 살기를 느꼈는지 타마모는 멀리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미안하다면 끝인가.
소통연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당장 도망친 구미호를 쫓을 여력이 없었다.
이제 승산은 대악환 님이 마력을 흡수하는 것에 달렸지만, 아직 한참은 걸릴 거 같았다.
소통연귀는 빠르게 이길 확률을 계산했다.
-지금 상황에서 승산은…….
* * *
카엘이 소리쳤다.
“이제 다들 라 키레아스 님과 영노 님을 도웁시다!”
그 말에 각각 상대하던 솔국의 요괴를 해치운 두억시니, 백포건호, 금갑장군이 일제히 대악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라 키레아스를 상대하던 대악환은 용 영노가 나타나자 조금 열세로 몰렸지만, 마석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강해졌다.
이제 슬슬 전세를 역전해 둘을 몰아붙이기 시작하려 할 때.
카엘을 비롯한 두억시니, 백포건호, 금갑장군이 덤빈 거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다들 이리 와라!
대악환이 아래로 손짓했다.
그러자 타격을 받아 대통영귀, 현명영귀가 떠오르더니 그대로 검으로 변해서 대악환에게 날아갔다.
-앗! 잠시만요.
소통영귀가 품에서 마석을 꺼내더니 이마에 붙이고는 검으로 변해 날아갔다.
그러면서 내심 감탄했다.
‘역시 대악환 님이야! 확실히 이거라면 승산이 있어!’
마족으로부터 마석을 받았을 때, 한 개체에 여러 개를 부착할 수는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가장 큰 마석을 대악환 님이 가지고 각자 나눴다.
그런데 자신들처럼 마석이 붙은 무기를 휘두른다면 여러 개를 붙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편 마석을 부착한 대악환의 부하들이 검으로 변한 걸 본 카엘도 위기감을 느꼈다.
“저러면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야.”
“아직 그래도 전력은 엇비슷해.”
“마석을 더 흡수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
“빈승도 최선을 다하겠소!”
두억시니, 금갑장군, 백포건호가 전력을 다해 덤볐다.
강력한 요력의 격돌에 다른 괴물과 귀인들도 소멸하거나 도망쳤기에 소피아와 브로칸, 모르타도 힘을 합쳐서 공격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이길 수 있어. 마석을 다 흡수해도 엇비슷할걸?
마력을 분석한 아조트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카엘은 경계했다.
‘그렇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카엘도 합세해서 힘껏 공격하면서도 동료들을 살폈다.
“이, 씨. 계속 강해지면 어쩌라는 거야.”
“약점도 사라진 이 몸보다 강하다니.”
계속해서 대악환을 상대했던 라 키레아스나 영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슬슬 기운이 빠지는데.”
“나도 조금 지치는군. 하지만 아직 전의는 꺾이지 않았다.”
“빈승도 한계에 다다른 듯하오.”
소통영귀가 준비한 요괴들을 상대한 두억시니와 금갑장군, 백포건호도 마찬가지였다.
요력이 충분해도 심신이 지칠 수 있다는 걸 마검인 아조트가 간과한 거였다.
“다들 지친 탓에 본래 실력을 못 발휘하는 거 같다.”
-그, 그러게.
순순히 인정한 아조트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예 물러섰다가 회복하고 붙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전력상 이쪽이 우세해. 증원도 더 불러올 수 있고.
나쁜 작전은 아니었다.
고여도 정신 차릴 테고, 영노가 데리고 있던 호랑이 요괴, 호구록모라든가 다른 도채비와 요괴들을 불러올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러면 서귀성이 무너지고 국왕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다른 요괴들이 그 작전을 따르지도 않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진 않았다.
‘역시 마석에는 마석인가.’
카엘이 마석 포션을 마시려고 할 때였다.
화악!
대악환과 영노 때문에 먹구름이 잔뜩 낀 이곳에 찬란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이 일대를 뒤흔들 만큼, 아주 강력한 요기가 느껴졌다.
그 때문에 다들 치열하게 싸우던 와중에도 거기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들 깜짝 놀랐다.
거대한 구미호가 아홉 개의 황금빛 꼬리를 자랑하듯 쫙 펼친 채 등장한 거였다.
그 이마에는 마석이 박혀 있었다.
그걸 본 두억시니가 인상을 썼다.
“저 타마모인가, 타모마인가 하는 구미호가 또 방해하려고 나타난 건가.”
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저건 타마모가 아닙니다. 꼬리부터 아홉 개네요.”
타마모는 꼬리가 하나밖에 안 남아 있었다.
“그렇다는 건, 설마…….”
“네. 고여네요.”
“맞아요. 고여 님 냄새예요.”
브로칸마저 그렇게 말하니 확실했다.
고여는 해골 요괴와의 전투 중에 다쳐 정신을 잃었기에 무관에게 회복 포션을 주며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거였다.
“회복 포션을 먹고 정신 차렸더니, 도저히 위험한 상황이라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왔습니다!”
고여가 말했다.
그건 이미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마석은 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그 물음에 대답한 건 고여가 아니라 타마모였다.
“내가 줬어. 마침 남는 게 하나 있었거든.”
어느새 카엘의 옆에 나타난 타마모가 친한 척하며 팔짱을 꼈다.
카엘은 어이가 없었다.
‘마석의 부작용을 생각지도 않고, 그 위험한 걸 줘 놓고 잘난 체하다니.’
“고맙지? 나도 이제 네 편 할래.”
“…널 뭘 믿고?”
“이크, 무서워라.”
카엘이 딱딱한 얼굴로 말하자 귀여운 척하며 방실방실 웃던 타마모가 슬그머니 팔짱을 풀고 물러났다
“믿든 안 믿는 네 자유지만, 내가 네 편이라는 건 기억해 둬. 그럼 나중에 봐.”
그러더니 그대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골치 아픈 녀석이 붙어 버렸군.’
카엘이 혀를 차고 있을 때.
이미 고여는 대악환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걸 본 카엘이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다들 최대한 빨리 해치워 버립시다!”
“그래야지!”
“알겠어!”
“이대로 끝장내 버리자고.”
“전심전력으로 공격한다!”
“빈승도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을 것이오!”
그 말에 다들 힘껏 대악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전세가 유리해졌다.
고여의 황금빛 꼬리가 번쩍이며 대악환을 후려칠 때마다 검으로 변한 대악환의 부하들이 막았지만, 타격이 큰 듯 휘청거렸다.
그런 와중에 지친 와중에도 힘을 짜낸 라 키레아스와 영노의 협공에 대악환도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와 용, 구미호의 협공에 안 되겠다 싶었던 대악환이 물러서려고 해도 카엘과 두억시니, 금갑장군과 백포건호에 막혔다.
심지어 소피아와 브로칸, 모르타 탓에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패배를 직감한 대악환이 한탄했다.
-마족의 도움을 받으면 타모라국을 정벌할 수 있다고 여겼거늘!
그러자 귓가에서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죽을 각오를 하고 적을 하나라도 더 해치워라. 그러면 마계에 계신 마왕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실 거다.
마석이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대악환은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죽을 힘을 다해 적과 동귀어진하고 난 후, 마계로 가서 부활해 마족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온 세계를 발아래에 둘 마왕에게 인정받는 미래가 머릿속에서 차례로 그려지는 거였다.
하지만 대요괴인 대악환은 그게 전부 허상이라는 걸 꿰뚫어 보고 있었다.
요괴는 소멸하면 그대로 무(無)로 돌아갈 뿐이다.
마계에서 부활한다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거기다가 천상천하유아독존! 잘난 맛에 살던 이 대악환이 마왕에 인정을 받는 걸로 만족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족과도 어디까지나 타모라국을 정벌해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협력한 것뿐이었다.
간과한 건 단 한 가지.
‘우리가 마족의 도움을 받은 만큼, 적들도 외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생각도 없었다.
-흥! 이 대악환, 혼자서는 죽지 않는다.
대악환은 검과 요력을 사방에 흩뿌려서 적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카엘을 노려봤다.
-다른 강자보다 네 녀석이 제일 문제였다.
그러면서 3개의 검을 한데 모은 뒤, 최대한 요력을 담아 활처럼 쐈다.
“이 녀석이 나를 두고 어디 딴청을 피워?”
“넌 이제 끝장이다!”
그 틈을 타서 라 키레아스와 영노가 덤벼들어 대악환에게 치명상을 가했다.
그 와중에도 대악환의 삼 검은 카엘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음.’
한창 공격하고 있던 카엘이 피할 틈도 없었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리라 장담한 대악환이 앙천대소하며 소리쳤다.
-이건 마석이 유혹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게 내 의지다!
-젠장, 저 공격은 나로서도 막기 힘들어.
아조트가 위기감을 느끼고 말할 정도였다.
아마 아조트로 막으면 아조트까지 소멸시키면서 카엘까지 해칠 정도의 필살기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손해지.’
카엘은 아조트를 거둬들이고 스스로 공격에 노출됐다.
그러자 아조트가 깜짝 놀랐다.
-미쳤어? 이대로라면 죽을 거야.
“괜찮아.”
어차피 처음 죽어 보는 것도 아니고, 뒷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됐다.
그때였다.
“아악!”
카엘의 앞을 황금빛이 가로막나 싶더니, 여인의 비명이 들리는 게 아닌가?
고여가 대신 공격을 막은 거였다.
아홉 개의 꼬리를 방패로 삼았지만, 대악환의 삼검이 그걸 모조리 꿰뚫고 고여의 심장을 찌른 거였다.
그사이 대악환이 쓰러지자 삼검도 힘을 잃고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커억!”
그러자 고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카엘은 얼른 고여를 부축했다.
“고여! 대체 왜…….”
카엘의 품에 안긴 고여는 요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어 소멸하는 와중에도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이미 버린 몸. 최후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
고여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 * *
‘아, 개운하다!’
고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구미호가 된 뒤로 지형지물은 고여의 장애가 된 적은 없었으나 그런 것과는 달랐다.
말 그대로 새로 태어난 것처럼 마음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동안 짊어졌던 모든 짐을 훌훌 털고 홀가분해졌으니 당연했다.
구미호가 되어서 한 악행과, 고여로 살면서 무수히 해야 했던 거짓말들.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거였다.
어찌나 마음이 가볍고 편한지.
지금 있는 이곳은 암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그때였다.
“고여야! 아가! 정신 차리거라!”
“언니 일어나세요!”
저 멀리서 아바마마와 동생 아파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미 죽었는데 왜 부르는 거람.’
못 들은 척 귀를 막으려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과의 인연이 떠오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가짜 딸과 가짜 언니는 잊고 편히 살아요.’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것이면 족했다.
‘아, 한 가지만 더.’
이건 갑자기 생각난 게 아니라, 가슴 속에 묻어 둔 것도 이제는 꺼내도 되겠다 싶어서 하는 말이었다.
‘카엘 님도 무사하셨으면 좋겠는데…….’
처음에는 이용하려 한 거였지만, 함께 지낼수록 저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
‘앗, 그러면 구미호가 인간에게 마음을 뺏긴 건가? 그러면 안 되는데. 원래 아파기와 짝지어 주려고 했었는데. 짝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긴 했지만.’
처음부터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할 때마다 가슴이 간질거렸다.
‘서로 사랑을 하고 아이도 아홉, 열 정도 낳고 알콩달콩 살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이내 현실을 깨닫는 순간, 심장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자신은 요괴인 데다가, 처음부터 매혹을 쓰려고 했는데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오히려 타모라국의 위기를 듣고 나서 준 것만으로 너무나도 고마운 은인이었다.
그래서 카엘 님이 위기에 처했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살짝 사심이 있긴 했다.
운 좋게 나도 살고 카엘 님도 살면 카엘 님의 은인이 되는 게 아닌가.
잘못되어 내가 죽더라도 평생 나를 기억해 줄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카엘 님! 무사히 오래오래 살면서 저를 기억해 주세요! 저는 이곳에서 카엘 님과 우리 아이들과 뛰어노는 상상을 하면서 지내는 것만으로 족해요!’
그 순간.
몸이 무거워지는 듯싶더니, 아래로 추락하는 게 아닌가?
‘어, 어……. 어?!’
당황하는 사이 추락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동시에 사방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락이 끝났을 때.
번쩍하고 눈이 떠졌다.
그리고 눈앞에 자신을 부르는 아바마마와 아파기가 있는 게 아닌가.
“아아, 눈을 떴어.”
“언니가 정신을 차렸어요!”
‘어, 나 죽은 거 아니었나?’
놀라서 확인하기도 전에 자신을 보며 펑펑 우는 국왕과 아파기를 보니, 자신도 왈칵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 둘 뒤에서 흐뭇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카엘 님과 눈이 마주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고여가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정신을 잃었을 때 카엘을 상대로 했던 발칙한 상상들이 떠오르니 창피한 거였다.
그걸 본 카엘이 당황했다.
‘왜 저러지? 설마 부작용?! 요괴라서 엘릭서가 몸에 안 맞는 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