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마석의 힘 (2)
솔국의 요괴들은 강함을 등급으로 나눌 수 있었다.
제일 위로 드래곤과 용에 버금가는 요괴가 용귀급.
대악환, 주탄동자, 활주박이 이 용귀급에 해당했다.
드래곤에는 못 미치지만, 소드 마스터보다 강한 녀석들을 특귀급이라고 분류하고.
소드 마스터급을 대귀급.
소드 엑스퍼트급을 귀급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백귀야행의 요괴 중에서 지금 카엘 일행을 덮치는 요괴들의 덩어리는 귀급 이상이었다.
그런 강력한 요괴들을 카엘이 소환한 백갑신병 부대가 막아 내고 있었다.
그걸 보며 브로칸이 감탄했다.
“이야, 지금 공격은 저도 쉽게 못 받아 낼 거 같은데 대단하네요.”
“그보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잘 싸우네요.”
“맞아요. 저희가 싸웠으면 지금쯤 지쳐 쓰러졌을 거예요.”
소피아와 모르타도 마찬가지로 감탄했다.
그 말대로 카엘이 소환한 50기 정도의 백갑신병은 이미 몇 시간을 싸우는 와중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별다른 표정이 없기도 했지만, 움직임도 그대로였다.
백갑신병의 요력에 타격이 없는 한 무한히 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백갑신병이 그대로인 건, 어지간한 요괴들의 공격으로는 백갑신병의 요력에 타격을 가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진 탓이기도 했다.
고여가 물었다.
“아무리 봐도 금갑장군 님이 백갑신병을 소환했을 때보다 강한 거 같아요. 대체 어떻게 하신 건가요?”
“타마모한테 받은 마석을 썼습니다.”
“마석을요?!”
“어, 그게 돼?”
타마모도 놀랐는지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물었다.
“네, 마석을 물에 우려내서 콩에 흡수시켜 놨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네요.”
카엘의 말에 고여와 타마모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기색이었다.
“어떤 물질이든 그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자의 돌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 이용한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 지금 보면 백갑신병이 가진 요력보다 훨씬 더 잘 싸우는 거 같단 말이야.”
카엘의 설명에 고여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타마모는 얼굴을 내밀고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그건 제가 마력 흡수시킨 뒤에 성수를 덧발라 둬서 그렇습니다.”
“성수요?”
“네, 신의 힘이 깃든 신성한 물로 부정한 걸 퇴치하는 효과가 있죠. 혹시나 해서 가져와서 써 봤는데 통하네요.”
실제로 요괴들은 백갑신병을 공격하려다가 주춤했다.
성수에 반응한 거였다.
그 틈을 타서 백갑신병이 반격하기만 해도 이만저만 유리한 게 아니었다.
“와! 정말 대단하다. 그런 것까지 해 두다니.”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던 덕이지. 시간만 더 있으면 더 준비할 게 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직 보여 주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때였다.
“앗! 백갑신병이 쓰러졌어요.”
“불쌍해라.”
고여가 소리쳤다. 소피아도 그걸 봤는지 안타까워했다.
요괴 집단의 공격은 파도처럼 차례차례 밀려왔는데, 이번 공격은 제법 거셌는지 몇몇 백갑신병이 쓰러졌다.
팔다리가 부서지고 일부는 가슴이 뚫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직 소멸하진 않았다.
카엘은 얼른 일어나서 쓰러진 백갑신병들에게 마석을 희석해서 첨가해 둔 특제 회복 포션을 뿌렸다.
그 포션을 맞은 백갑신병은 곧바로 회복해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힘차게 무기를 들어 올리는 게 여전히 전의가 넘쳤다.
‘그래도 이제 백갑신병만으로는 힘들겠지.’
카엘은 다른 주머니에서 검은 콩 50개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흑갑신병들이 소환됐다.
우웅.
그런데 요력에 더해 오러까지 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소드 마스터급에는 못 미치더라도 소드 엑스퍼트급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그리고 달려드는 요괴 무리에게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어, 흑갑신병들은 검술도 제법 늘었네요.”
“아조트의 마력을 좀 넣었거든. 그랬더니 오러까지 쓸 수 있더라고.”
놀라는 브로칸에게 카엘이 설명했다.
“와! 정말 대단해요!”
-에헴. 이 몸이 좀 대단하지.
“그렇게 만든 카엘 님이 대단하다는 거였는데, 아조트 님도 대단하긴 해요.”
-아, 알았으면 됐어…….
브로칸의 말에 아조트는 민망해하며 입을 닫았다.
그런 아조트에게 카엘이 말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머릿속으로 지시를 한번 내려 봐.”
-지시?
“금갑장군 님도 백갑신병과 흑갑신병을 지휘하잖아. 네 마력이 들어 있으니 네 말을 들을 거 같아서 말이야.”
-아, 잠깐만.
아조트가 바로 앞의 흑갑신병을 보며 집중하자 정말 똑바로 섰다.
-오, 된다. 어디 한번.
아조트는 기뻐하면서 여러 명의 흑갑신병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그러자 다섯 기의 흑갑신병이 똑같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그러다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몇 기가 얻어맞고 쓰러졌다.
-앗! 이런. 미안.
“괜찮아. 연습하면 될 거야. 이렇게 조종이 될 줄 알았으면 진작 연습할 수 있게 해 줬을 텐데 아쉽네.”
카엘은 회복 포션을 뿌리면서 말했다.
-에이, 하나만 조종해 봐야겠다. 그래도 재밌어.
그러면서 흑갑신병 하나를 조종하는데, 그 하나만으로도 아주 강력했다.
하지만 그건 병사라고 하긴 어려웠다.
‘병사라… 아.’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은 카엘이 아조트에게 말했다.
“너무 자기 수족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적당히 명령해 봐. 원래 병사를 지휘하는 게 그런 거니까.”
-아, 그런가? 잠시만. 오, 정말이네. 이러면 여러 기도 한 번에 조종할 만한데.
그렇게 말한 아조트는 모두 일곱 기의 흑갑신병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일곱 개의 검이 찌르고.
적이 공격해 오는 걸 일곱 개의 검이 막고.
때에 따라 몇 기는 공격하고 몇 기는 방어하는 식으로 그 일곱 개의 흑갑신병이 한 몸처럼 움직이니 아주 강력했다.
그 전투력은 소드 마스터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
‘더 대규모로 지휘할 수 있으면 장난 아니겠는데? 나중에 연습시켜 봐야겠어.’
카엘이 그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때였다.
“어, 카엘 님. 이번 적은 큰데요?”
“조심해야겠어요”
브로칸과 모르타가 위험을 알렸다.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나 싶었더니 브로칸의 말대로 정말 큰 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한데 뭉쳐서 공격해 왔지만, 각각 별개의 요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요괴가 합쳐져서 거대화된 상태였다.
마치 금갑장군이 백갑신병과 흑갑십병과 합체한 듯했다.
그걸 만들어 낸 건 활주박이었다.
-홀홀홀. 이 정도 요괴가 덤벼도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보자.
-저 정도쯤이야. 나한테 맡겨 둬.
그때 아조트가 자신 있게 외치며 흑갑신병을 조종해 거대 요괴를 공격했다.
그사이 제법 요령이 생겼는지 이제는 십여 기의 흑갑신병을 능수능란하게 조종하고 있었다.
거대 요괴처럼 하나로 합쳐지진 않았지만, 아조트가 오랜 전투 경험으로 지휘를 하자 순식간에 토막 내 소멸시켜 버렸다.
-홀홀, 역시 하나로는 안 되나.
활주박은 거기까지 예상한 듯 다시 요력을 사용해 거대 요괴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거대 요괴는 무려 열이나 됐다.
-어. 저렇게 많으면, 나 혼자서는 무리야.
당연했다.
열 기를 조종해 하나를 상대하는데.
적이 열 마리가 생겼으니까.
하지만 카엘에게는 아직 남은 방법이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카엘은 가방에서 여러 개의 포션을 꺼내 들고 근처의 백갑신병과 아조트가 조종하지 않는 흑갑신병에게 뿌렸다.
그러자 두 신병이 서서히 커지는 게 아닌가?
브로칸은 그걸 보고 카엘이 뭘 했는지 눈치챘다.
“앗, 설마 거대화 포션을 뿌리셨나요?”
“그래, 얘들은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내가 마시던 걸 써도 되더라.”
“아, 그렇겠네요! 다 쓸어 버려!”
브로칸은 신나서 응원했다.
카엘은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우리도 슬슬 나서죠.”
“네! 안 그래도 심심했었습니다.”
“계속 놀 수는 없죠.”
“저 신병들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싸워야겠어요.”
“저도 힘낼게요.”
“…나는 구경해도 되지?”
브로칸과 모르타, 소피아에 고여까지 곧바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거기에 타마모는 슬그머니 빠졌지만, 카엘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백갑신병과 흑갑신병을 모두 합친 병력이 일백.
거기에 아조트가 조종하는 흑갑신병에 거대 신병들만 해도 드래곤과 상대해 볼 만했다.
거기에다가 카엘과 그 일행의 막대한 전력이 더해지자, 활주박이 만든 거대 요괴들을 순식간에 분쇄했다.
거기다가 끊임없이 몰려드는 백귀야행의 요괴들을 막아 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밀어내기 시작했다.
-헉. 생각보다 강하군. 아직 싸울 힘도 많이 남은 거 같고…….
활주박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적을 지치게 만드는 게 주요 작전인데, 짧은 시간에 최소 수천 마리의 요괴가 소멸한 거였다.
카엘과 그 일행은 힘을 비축해 뒀고, 함께 싸우는 백갑신병과 흑갑신병은 지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활주박이 동원한 모든 요괴가 소멸할지도 몰랐다.
-흥. 이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더 늦기 전에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겠군.
활주박은 드디어 마석을 부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불리한 상황에는 도망가서 상황을 관찰하는 게 활주박의 특기.
하지만 대왕 앞에서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동안 거절해 왔던 마석을 장착하게 될 텐데, 그럴 바에는 지금 장착해서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석의 힘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겠다.’
그렇게 생각한 활주박이 품속에서 마석을 꺼내 자신의 이마에 부착했을 때였다.
팟! 팟! 파팟!
대지 곳곳에서 생경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게 아닌가?
‘뭐지? 저것들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활주박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이럴 때는 일단 물러서는 게 낫겠지.’
아직 마석의 힘을 써 본 건 아니지만, 완전히 힘을 흡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
대왕이 마석을 부착하라고 압박할 일도 이제 없으니 물러나도 상관없으리라.
그렇게 결정한 활주박이 그림자 속으로 숨으려고 할 때였다.
“늦었다, 이 녀석아!”
어디선가 앙칼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대지에서 찬란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륵.
화염은 크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았지만. 요력을 옭아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함정이었나!
놀란 활주박이 그림자를 통해 도망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요력으로 새로운 거대 요괴를 만들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치 요력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이 일대의 마력을 봉인했다. 비슷한 요력도 사라진 거지.”
그렇게 대꾸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라 키레아스.
어느새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타나 활주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말대로 마력과 요력이 봉인된 탓인지 일대의 요기가 사라지고, 육신이 없고 요력으로만 이뤄진 요괴들은 그대로 소멸했다.
백갑신병과 흑갑신병마저 원래 모습인 흰콩과 검정콩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 봉인을 풀려면 널 해치워야 하나?
“그야 당연하지.”
-홀홀홀.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지만, 상황을 만든 걸 후회하게 해 주마.
그러던 활주박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이미 수백 마리 요괴의 힘이 잠들어 있다. 아무리 네가 거대하다고 해도 이 힘을 이길 수 있을까?
어느새 드래곤인 라 키레아스보다 커진 활주박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거야 해보면 알지.”
하지만 라 키레아스도 주눅 들지 않고 그대로 덤벼들었다.
두 거체가 치열하게 나뒹굴었다.
그러면서 또 수백 마리의 요괴들이 깔렸다.
“나도 잊으면 안 되지.”
그때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며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거대화 포션을 마신 카엘이었다.
마력을 못 쓰게 된 탓에 아조트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원래부터 괴력으로 유명했다.
힘으로만 싸우면 오히려 카엘이 유리했다.
심지어 만년설삼으로 얻은 기도 지금 상황에서 쓸 수 있다 보니 육탄전만으로는 드래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안 되겠군……. 내가 졌다.
카엘에게 한 대 얻어맞자마자 패배를 직감한 활주박이 온몸에서 힘을 뺐다.
죽게 된 마당에 헛심을 빼지 않으려는 거였다.
잠시 후.
활주박이 소멸하고 그 요력에서 해방된 요괴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