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대혼란의 사막 (3)
카엘이 가까이 가니 리저드맨과 타우레그족이 싸우는 게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금속기를 쓰는 이도 있는데 서로 막상막하라니 리저드맨들도 대단한걸. 음?’
감탄하던 카엘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바로 리저드맨들도 금속기를 쓰고 있는 거였다.
소피아도 그걸 눈치챘는지 물었다.
“어, 저거 금속기 아닌가요?”
“어, 정말이네? 우리가 쓰는 거랑 같아.”
“뻔하지. 분명 우리 무기를 훔쳐 쓰는 걸 거다.”
뒤따라오고 있는 마하마네와 디오리가 한마디씩 했다.
카엘은 둘에게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둘은 처음에는 남으려고 했지만, 앤트라이온이 나타난 걸 보고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함께 달려온 거였다.
어쨌든 카엘은 인간의 금속기를 훔쳤다는 디오리의 말에 그리 동의하지 않았다.
‘지하에서 활동하는 리저드맨 쪽이 마기를 품은 황금에 접근하기 쉬울 테니 금속기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카엘 일행이 전장에 가까이 갔을 때는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곳곳에 모래 구덩이를 판 앤트라이온은 타우레그족과 리저드맨을 가리지 않고 해쳤다.
한쪽에서는 타우레그족과 리저드맨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싸우고 있다니.’
카엘은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앤트라이온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젠장.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이야.”
타우레그족의 후계자이자, 리저드맨 공격대를 이끄는 다우다는 이를 악물었다.
처음 어머니이자 족장인 알리부가 드디어 리저드맨을 공격하라는 말을 해 쾌재를 불렀다.
이번에는 나가지 말라는 주스트 토너먼트에 굳이 출전했다가 본선에서 이방인에게 1회전에서 탈락해 망신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참이었다.
‘이번에 공을 세워 만회해야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신나서 부대를 이끌고 출전했다.
어차피 가끔 사막에서 마주치는 리저드맨들은 별거 아니었다.
자신이 나서서 금속기를 휘두르면 순식간에 해치워 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리저드맨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근거지를 지키는 리저드맨들이 예상보다 강한 게 아닌가?
인간처럼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기다 금속기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감히 인간의 무기를 훔쳐 쓰다니!”
다우다는 디오리처럼 리저드맨들이 금속기를 훔쳐 쓴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동안 리저드맨들과 여러 번 부딪쳤지만, 금속기를 쓴다는 말이 들린 적은 없었다.
심지어 황금 금속기를 쓰는 자신에게 또 다른 황금 금속기를 쓰는 리저드맨이 맞서 싸우기도 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
갑자기 앤트라이온이 사방에서 나타난 거였다.
“저, 저 사악한 놈들! 앤트라이온과도 한패구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다우다는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별수가 없었다.
‘어차피 앤트라이온에게 붙잡힌 부하는 구할 도리가 없다. 차라리 이 틈에 최대한 리저드맨을 해치우는 수밖에.’
다행히 리저드맨들은 앤트라이온을 탑 주위로 불러들였다.
탑을 방어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정작 전투는 탑 밖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현재 리저드맨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우다는 그걸 보며 한껏 비웃었다.
‘흥, 저런 멍청한 녀석들!’
그렇다고 해도 앤트라이온에게 당하는 부하들의 비명이 안 들리는 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크억! 시, 싫어!”
“다, 다우다님. 사, 살려 줘요!”
심지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올 때는 외면하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근데 눈앞의 리저드맨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앤트라이온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기회다.’
다우다는 빈틈을 보인 리저드맨을 공격했다.
콰칭!
다우다의 곡도가 리저드맨의 가슴팍을 치자 리저드맨이 장착한 금속기의 방어막이 깨졌다.
“이렇게 된 이상, 네 녀석이라도 잡고야 말겠다!”
다우다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서 리저드맨에게 덤볐다.
그런데.
쿠그그그그그그.
다우다가 있던 자리에도 모래 구덩이가 생기더니 모래 위에 있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으윽!”
평소라면 재빨리 빠져나갔겠지만, 공격하려고 자세를 잡던 참이라 빠져나가지 못했다.
결국, 다우다는 앞으로 엎어져 허우적거리는 꼴이 됐다.
하필이면 넘어진 자세도 나빠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사, 살려 줘.”
다우다가 모래 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외쳤다.
입을 벌리면 모래가 마구 들어오는 것까지 감수하며 구조를 호소했지만,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절망하던 다우다는 문득 자신더러 구해 달라고 외쳤던 부하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자신도 그 목소리를 외면했는데 누가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자괴감에 빠진 다우다가 몸에 힘을 빼고 최후를 기다릴 때였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지금 꺼내서 날릴 테니 정신 차리세요.”
‘음? 날려?’
놀라서 눈을 뜨고 위를 바라보려는데 이미 몸이 쑥 들리는 게 아닌가?
“어, 어.”
당황하는 사이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내던져졌다.
바닥에 한바탕 굴렀지만 상관없었다. 앤트라이온의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것만 해도 구사일생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누가 구해 준 거지?’
정신을 차리고 확인해 보니까 낯익은 얼굴이었다.
바로 주스트 토너먼트에서 자신과 겨뤘던 이방인, 소피아였다.
소피아가 허공에 뜬 채로 모래 구덩이에서 빠진 이를 내던지는 거였다.
‘소드 마스터는 하늘을 날 수도 있었나?’
펑! 펑! 거리면서 다니는 게 난다기보다는 허공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느낌이 더 강했지만. 어쨌든 저거라면 앤트라이온의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기 충분했다.
게다가 허공에 있는 건 소피아 혼자가 아니었다.
웬 남자가 소피아랑 같이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저 남자가 아마, 소피아랑 같이 왔다는 카엘이라는 남자인가 보네. 앗!’
카엘을 지켜보던 다우다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뭐야. 왜 리저드맨까지 구하는 거야.”
카엘이 자신이 방어막을 깨트렸던 리저드맨을 잡고 모래 구덩이 밖으로 꺼내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소피아도 사람뿐만 아니라 리저드맨을 같이 구하고 있었다.
“그럴 거면 사람들이나 다 구할 것이지.”
다우다는 고마웠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져서 투덜댔다.
그런데 심지어 카엘이.
“다들 그만 싸우고 물러나세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자기가 뭔데 멋대로 전투를 끝내려고…….”
다우다가 다가가서 화내려고 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뭐야?”
어깨를 뿌리치고 돌아보니 마하마네가 아닌가? 심지어 디오리까지 있었다.
“어, 너희들이 여기에 어떻게…….”
“진정하고 일단 철수하는 게 어때?”
“먼저 사람들을 구하자.”
“음.”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의 부대가 완전히 엉망이었다.
죽거나 다친 이들도 제법 됐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앤트라이온 때문에 다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앤트라이온이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나타난 건 다우다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와중에 부하들은 카엘과 소피아가 전우를 구해 오자 기뻐했다.
심지어 리저드맨을 구하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위험한 순서대로 구하고 있기에 리저드맨이라도 빨리 구해야, 위기에 빠진 전우가 구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복잡한 심경이었다.
“당장 앤트라이온 때문에 더 전투하기도 힘들잖아.”
마하마네의 말대로, 앤트라이온은 리저드맨의 근거지인 탑 근처를 에워싸고 있는 중.
탑 밖의 리저드맨들을 해치운다고 해도 탑까지 점령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나도 알아!”
다우다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부하들에게 달려갔다.
병력을 수습하고 철수하기 위해서였다.
* * *
‘저 녀석들이 하필 이때 공격해 오다니.’
탑 위에 있던 리저드맨이 앤트라이온을 내려다보며 당황했다.
다우다의 짐작과 달리 리자드맨들과 앤트라이온은 앙숙 관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막 지하 공동에서 움직이는 리저드맨족과 사막을 파헤쳐서 함정을 만드는 앤트라이온은 서로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리저드맨들은 앤트라이온이 나타나면 공격했고, 앤트라이온도 거기에 대항해 자주 함정을 파서 리저드맨을 사냥했다.
이번에도 주변에서 노리고 있다가 인간들이 공격해 오는 틈을 타서 일제히 나타난 거였다.
‘지독한 놈들.’
[대장, 어떡합니까?] [어떡하기는! 하나라도 더 구해야지. 일단 여기서 밧줄을 던져서 붙잡으면 끌어올려!] [네!]부하가 대답하고 사라졌다.
리자드맨 대장은 지시를 내리고서도 답답했다.
저렇게 해도 한둘이나 구하지 대부분 앤트라이온에게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앤트라이온이 있는 지하에 구멍을 파서 되레 더 깊은 곳에 떨어트린다든가.
아니면, 멀리서 기름을 붓고 횃불을 던지는 식으로 내쫓았다.
문제는 이 탑의 지하는 아주 튼튼한 데다가, 저렇게 대규모로 몰려든 앤트라이온을 쫓아낼 정도의 화력도 탑에는 없었다.
‘증원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문제는 증원이 와도 인간들이 저렇게 시비 걸고 있는 이상, 제대로 구조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거였다.
쿠쿠쿠쿠쿠쿠쿵!
그 와중에 탑이 거세게 흔들리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냐?] [저, 저기 앤트라이온이 탑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야?!]그 말에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탑 주변을 포위한 앤트라이온 외의 한 앤트라이온이 탑을 긁어 대기 시작한 거였다.
‘아, 안 돼.’
이 탑에는 여기 알 쿠브라 사막 리저드맨 전체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탑만은 지켜야 했다.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렇게 결심한 리저드맨 대장이 무기를 들었다.
문은 이미 앤트라이온들에게 봉쇄된 상황, 저 앤트라이온을 공격하려면 탑 위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부하가 놀란 듯 불렀다.
[대장?!] [말리지 마라! 모두 전력을 다해서 앤트라이온을 공격한다! 어떻게든 이 탑을 지키는 거다!]리저드맨 대장이 결의에 차서 외쳤다.
그 뜨거운 결기에 부하들도 함께하겠다고 나설 줄 알았다.
그런데.
부하는 자신을 보기는커녕 바깥을 가리키며 소리치는 거였다.
[그게 아니라 대장! 저기 좀 보세요!] [응? 대체 뭐가 있길래.] [저기 인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모래 구덩이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리저드맨도 구해 주나 봐요!] [뭐라고?!]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리였지만, 저 멀리 부하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이었다.
고맙게도 인간뿐만 아니라 정말 동족까지 구하는 게 아닌가?
앤트라이온이 구조를 방해하기 위해 아래에서 모래를 던져도 가볍게 막아 냈다.
‘대체 누구길래… 설마?!’
리저드맨은 문득 최근 보고받은 카엘이라는 이방인이 떠올랐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니, 더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쿠쿠쿠쿠쿠쿠쿵!
고마운 인간은 둘째 치고, 앤트라이온이 계속해서 탑을 무너트리려 공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부하가 다시 소리쳤다.
[어, 저 날아다니는 인간들이 이쪽으로 옵니다!]‘뭐 하러 오는 거지? 벌써 이쪽에 있는 리저드맨들을 구해 주려고 오는 건가?’
하지만 저 인간들은 리저드맨 대장이 상상도 못 한 일을 해냈다.
탑을 공격하는 앤트라이온을 몇 번이고 함께 공격하더니 쓰러트린 거였다.
그걸 본 리저드맨은 어찌나 놀랐는지 꼬리가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저, 저게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