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다섯 개의 탑 (3)
첩자는 무사히 키슬링 진영에 도착해 키슬링을 찾아갔다.
그를 본 키슬링은 놀랐다.
보통은 며칠마다 암호화된 서신을 보내오기 때문이었다.
“그래, 무슨 중요한 소식이 있어서 왔느냐.”
“니제르 왕국이 리저드맨의 근거지의 탑 3개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그걸 탈프 황자에게 헌납할 거라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처음 들어 보는 소리에 키슬링이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첩자가 직전에 보낸 서신을 아직 못 받아 본 거였다.
카엘이 도채비 감투를 쓰고 주변을 감시 중이었기에 서신이 도착했어도 못 받아 봤겠지만.
“아, 이틀 전에 보고를 올렸습니다. 카엘이라는 자가 니제르 왕국을 움직여 리저드맨의 탑을 공격하고 탈프 황자에게 바친다고요.”
그 소리에 키슬링이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바보 같은 녀석을 봤나!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느긋하게 서신으로 보내?”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틀 만에 세 곳을 점령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흠…….”
틀린 소리는 아니었기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전속력으로 탑까지 간다고 해도 이 규모의 부대로는 사나흘은 더 걸릴 테니까.
아마 이미 전투 중에 탈프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금방 카엘? 그자의 이름이 왜 또 나와?”
“지금 니제르 왕국에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아주 인기인이 된 거 같습니다만, 어떻게 타국의 병사를 움직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키슬링은 머리가 아팠다.
니제르 왕국은 금남의 나라인 데다가 워낙 폐쇄적인 국가다 보니 첩자를 보내기 힘들어 내버려 뒀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심지어 니제르 왕국과 제국을 오가는 상인들에게서는 최대한 정보를 캐냈지만, 들은 게 없었다.
‘아마 제국을 통해서 입국한 것도 아닌 모양이군. 그나저나 저 북쪽에 있는 놈이 왜 여기까지 와서 설치는 거야.’
키슬링은 이를 갈았다.
예전에 당했던 것만 생각하면 당장 붙잡아 목을 날려 버려도 시원찮았지만, 저 북쪽 끝에 있어서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남쪽 끝에 와서 자기를 방해한 거였다.
‘조만간 반드시 손을 봐 주마.’
당장에는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일단 리저드맨의 탑을 점령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와라.”
“네!”
부득이했던 실책을 만회할 기회라고 생각한 첩자가 힘차게 대답했다.
카엘은 그걸 몰래 지켜보며 안도했다.
‘역시 확인하러 가나. 꼼꼼한 녀석.’
그래도 현재 니제르 왕국의 깃발을 꽂아 놓고, 만약을 위해 소피아와 노아나, 데키마가 니제르 왕국군으로 위장해 있었다.
‘그래도 들키면 제거하는 수밖에.’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잠깐.”
그때 키슬링이 무슨 생각인지 나가려는 첩자를 부른 거였다.
“네.”
“우리가 탑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걸, 적이 알면 곤란하니 은밀히 다녀와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첩자도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나갔다.
그리고 며칠간 쉬지 않고 사막을 가로지른 끝에 비교적 니제르 왕국에 가까운 리저드맨 탑에 도착했다.
그 탑 꼭대기에는 확실히 니제르 왕국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정말 점령했나 본데.’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가려던 첩자는 탑 앞쪽에 병사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걸 보고 얼른 엎드렸다.
‘이 정도로 확인했으면 됐겠지.’
첩자는 그대로 돌아가 키슬링에게 본 대로 보고했다.
“확실히 깃발도 꽂혀 있고, 병사도 보이는 게 점령한 듯합니다.”
“큭. 하는 수 없군.”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키슬링이 표정을 구겼다.
그걸 본 부하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도리초 님에게 가자.”
도리초는 황제가 키슬링에게 붙여 둔 소드 마스터였다.
스승이자 사제들을 전격적으로 지원해 줬던 소드 마스터 파이슨이 죽은 뒤, 키슬링은 다른 소드 마스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썼다.
그중에 가장 움직이기 쉬웠던 소드 마스터가 도리초였다.
도리초는 여러 개의 검을 쓰는 거로 유명했는데, 그 때문에 명검에 집착이 강했다.
키슬링이 황제의 검, 몇 자루를 주기로 약속하자마자 홀라당 넘어온 거였다.
그 때문에 황제가 임무에 소드 마스터를 붙여 준다고 했을 때, 바로 도리초가 동행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반면에 탈프 황자는 소드 마스터들이 모두 꺼리는 바람에 그나마 성격이 좋은 포를난도가 떠밀리듯 맡게 된 거였다.
키슬링은 조용히 도리초가 쉬고 있던 막사로 향했다.
도리초는 검을 잔뜩 늘여 놓고 부드러운 천으로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오, 키슬링 왔나. 그나저나 언제까지 사막에 있어야 하나. 내 검들이 다 상하겠어.”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왔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부탁?”
도리초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도리초가 왜 저러는지 아는 키슬링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검을 쓰는 일을 부탁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제야 도리초가 인상을 풀며 말했다.
“그래? 그럼 뭐든 말해 보게.”
검을 너무 아끼는 나머지 혹시나 검날이 상할 만한 부탁을 할까 걱정했던 거였다.
“탈프 황자를 치려고 하니, 탈프 황자 쪽에 있는 포를난도 님께 가서 진영을 떠나 달라고 말씀 좀 해 주십시오.”
“탈프 황자를?”
도리초가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다.
“리저드맨을 공격해서 탑을 무너트리라는 게 황제 폐하의 어명이 아니었던가? 둘이 자중지란을 벌였다가 임무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나도 곤란해.”
“그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하긴 내가 있으면 임무에 실패할 리가 없지.”
오만하게 말하는 도리초에게 키슬링이 난처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 이미 탑 점령이 끝났습니다.”
“뭐라고?”
“니제르 왕국에서 점령하고, 그걸 탈프 황자의 공으로 돌릴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전에 탈프 황자를 치겠다?”
“네.”
키슬링의 계획을 바로 눈치챈 도리초가 말했다.
“흠, 그런 거라면 우리가 빠져 주는 게 맞지.”
“감사합니다. 갑작스레 전투가 시작되면 포를난도 님이 말릴까 봐 사전에 알리고 나오라고 한 겁니다.”
“하긴,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맞다. 탑은 멀쩡해?”
“네. 거기에 깃발이 꽂혀 있고 병사도 보이는 걸 봐서는 그곳을 요새로 삼고 지내면서 남은 리저드맨을 해치우려는 거 같습니다.”
“멀쩡하다… 그렇단 말이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도리초가 다시 물었다.
“참, 마법사는? 마법사도 황자들끼리 노는 데는 개입 못 하게 되어 있잖아.”
“옳으신 말씀입니다. 탈프 쪽으로 가서 마법사도 데리고 나와 주세요. 저희 마법사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키슬링은 그렇게 말하며 사악하게 웃었다.
“뭐, 알아서 해. 그럼 나는 검부터 챙겨야겠군.”
* * *
카엘이 리저드맨의 거주지로 돌아오자 모여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부족장들이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계획대로 됐습니다. 양 부대가 조만간에 격돌할 겁니다.] [잘됐군요!]부족장들이 환호했다.
[이미 이번에는 한쪽이 항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싸울 겁니다. 그 후에는 일제히 공격해서 해치우죠.] [알겠습니다. 서로 피해가 컸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전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금속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카엘 님 덕분입니다.]부족장들이 웃으며 말했다.
카엘이 황금 소재를 현자의 돌로 합쳐 준다는 말에 기존에 잘 안 쓰였던 황금 부스러기도 모아 왔을 뿐만 아니라, 질이 낮아 채굴을 중지했던 광산에서도 다시 채굴을 개시했다.
특히 제국이 쳐들어온다는 말에 밤낮 없이 교대해서 채굴하고 있어서 대장장이들이 밤새워 일해도 손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 전에 한 가지 더 준비했으면 합니다만.] [한 가지 더 말입니까?] [네. 아무래도 제국군을 칠 때 이곳의 방어가 약해지지 않습니까? 그때 다시 앤트라이온이 쳐들어올까 봐 걱정됩니다.] [아, 그렇군요. 기름과 불, 바위를 최대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필요하겠지만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라서요.] [어떤…….] [이번에 지하 통로를 몇 번 이용하면서 생각한 겁니다만, 지상의 모래를 날려 버리는 문 있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그걸 탑 주위에 잔뜩 깔아 놓고 작동하면 그 자체로 방어가 될 거 같습니다만.]카엘의 구상을 들은 부족장들이 감탄했다. 무릎을 치는 부족장도 있었다.
[오옷!] [그렇군요.] [확실히 접근하지 못하게 막기 좋겠습니다.]그때 한 부족장이 우려를 표했다.
그렇게 리저드맨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카엘도 자리를 떴다.
‘그러면 나도 움직여 볼까.’
* * *
휘이이이이잉!
사막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원래 사막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생긴 상승 기류에 바람이 섞이면 쉽게 폭풍이 일어났다.
모래를 잔뜩 머금고 있는 폭풍 안에 들어가면 숨쉬기가 힘들고 집이 쓰러지고 낙타나 말이 날아갈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이번 모래 폭풍은 훨씬 더 강력했다.
바로 마법사 트바루드가 마법으로 만든 모래 폭풍이었기 때문이다.
그 거센 모래 폭풍은 탈프 황자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직접 참전은 못 해도 미리 마법을 써먹으면 되지.’
키슬링은 그 광경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로 됐나?”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난 이만 가 보겠네.”
키슬링이 기뻐하며 감사를 표하는데도, 트바루드는 무시하고는 그대로 키슬링을 지나쳐 가마에 올라탔다.
키슬링은 그 뒤를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건방진 자식. 내가 황제가 되기만 해 봐라.’
트바루드는 그대로 떠나갔다.
다른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들에게 합류하러 간 거였다.
키슬링도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 앞에서 건방 떠는 녀석들을 무릎 꿇리는 데 필요한 건 황위.
이번에 저 탈프 황자만 해치우면 떼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키슬링이 손을 들자 뒤편에 있던 자신의 부대가 천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모래 폭풍이 탈프 황자군을 덮치자마자 공격할 작정이었다.
* * *
“저하, 저하! 탈프 저하!”
“뭐냐? 적이라도 쳐들어왔나?”
블리오가 다급하게 깨우는 목소리에 승리를 자축한 뒤 술에 곯아떨어졌던 탈프가 짜증 내며 일어났다.
“모래 폭풍입니다! 모래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래 폭풍?! 길잡이가 한동안 모래 폭풍은 거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 길잡이를 잡아 오너라!”
그 말에 블리오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진영 후미를 덮치고 있으니 피하셔야 합니다.”
“뭐 벌써? 근데 어디로 피해?”
블리오는 그것까지 하나하나 알려 줘야 하나 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
“반대편으로요!”
“아, 그래.”
그제야 탈프는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거세고 빠른 모래 폭풍은 순식간에 탈프를 덮쳤다.
“어푸푸푸. 다들 어디 갔나? 나를 지켜라!”
한 바퀴 나뒹군 탈프가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뱉으며 비명을 질렀지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가 없었다.
그러기를 한참 뒤 모래 폭풍이 지나갔다.
하지만 모래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막사는 죄다 부서지고 사람과 물건이 뒤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어휴. 간신히 살았군.’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찾는 게 아닌가?
“탈프 황자님! 탈프 황자님! 어디 계십니까?”
탈프는 블리오가 자신을 찾는 걸 보고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여기 있다!”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그래. 찝찝해 죽겠으니 어서 씻는 물을 준비하라.”
“네?!”
놀란 블리오가 되물었다. 정말 이 난리 속에 씻으려고 물을 대령하라는 말인가.
그대 다행히 기사 하나가 나타났다.
“저하, 키슬링 저하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전에도 예의 키슬링의 서신을 가져온 기사였다.
“뭐야? 지금 상대할 기분이 아니니까. 물러가라!”
“그게 아니라. 선전포고문을 전하러 왔습니다.”
“뭐? 선전포고문? 알았으니까, 일단 돌아가서 보자고 해.”
“그게 아니라, 키슬링 저하께서 지금 당장 자웅을 겨뤄 결판을 내자고 하셨습니다!”
“뭐라고?!”
놀라서 기사를 쳐다보는데, 부하가 소리쳤다.
“키, 키슬링 황자군이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사색이 된 탈프 황자가 블리오에게 물었다.
“포를난도 님은? 포를난도 님을 모셔오거라.”
놀란 블리오가 얼른 데리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왔다.
“여기서 자신이 할 일은 더 없다고 아까 떠나셨답니다!”
“뭐, 뭐라고?!”
탈프는 그제야 자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탈프 저하, 제가 왔습니다!”
그 목소리에 탈프는 하늘에서 구원자가 내려온 것만 같았다.
“카, 카엘. 정말 자네가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