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드래곤의 부활 (2)
리저드맨의 탑을 무너트린 제국의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들은 곧바로 제국으로 돌아갔다.
황제의 명령은 탑을 무너트리는 거였고.
탑이 무너졌다고 세상이라도 무너진 듯 난리 부리는 리저드맨을 일일이 쫓아가서 해치우는 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탑이 무너지자마자 지진이 일어나긴 했지만.
탑을 무너트린 것의 여파라고 여겼을 뿐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큰 지진이 일어나더니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느껴지는 게 아닌가?
포를난도가 저도 모르게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뭔가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리저드맨의 탑이 있던 방향이었다.
“어, 뭐지?”
“나도 방금 느꼈다.”
도리초의 말에 트바루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사람은 아닌 거 같고, 강력한 몬스터일지도 모르니까, 주의해야 할 거 같은데.”
“동감이다.”
링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제국의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들은 경계하고 있는데.
그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빠르게 움직였는데, 다행히 이들을 덮치진 않고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후. 저런 게 이 사막에 있다니, 큰일 날 뻔했군.”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안도한 포를난도가 혀를 내두르는데, 트바루드가 말했다.
“저거 아무래도 드래곤 알 쿠브라일지도 모르겠군.”
“알 쿠브라?”
“이곳에 알 쿠브라라는 드래곤이 잠들어 있어서 사막의 이름도 알 쿠브라라고 지은 거로 알고 있다.”
궁금해하는 포를난도에게 트바루드가 설명했다.
거기에 링겐도 한마디 보탰다.
“나도 고서에서 본 적 있다. 그 후로 도통 활동하지 않아 죽었을 거라고 여겼는데 설마 부활이라도 했단 말인가.”
“어쨌든 드래곤만 벌써 두 마리째야. 어서 제국에도 알리고 대비해야지.”
포를난도가 걱정하는데 도리초가 지적했다.
“그건 그런데, 저 드래곤이 간 쪽에 우리 부대가 있는 거 아닌가.”
“…….”
순간 다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기에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황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둘이나.
그중의 하나는 황위에 제일 가까운 키슬링 황자이기도 했다.
탈프 황자만 있으면 모른 척했을지 모르지만, 황제의 추궁을 피하려면 적어도 키슬링 황자는 구해야 했다.
“젠장! 어떡하지?”
“됐어.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잖아.”
“그래도 갓 깨어난 거면 할 만할 거야.”
“하긴 가장 약할 테니 잡을 수 있을지도.”
마법사들의 말에 소드 마스터들의 전의도 살아났다.
“그럼 가서 해치워 버리자고.”
“마침 드래곤을 상대하기에도 좋은 조합 아닌가?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우리는 드래곤 하트를 뽑아서 써먹으면 되겠어.”
“나와 나눠서 쓰는 거 잊으면 안 되네.”
다들 벌써 드래곤을 해치운 것처럼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드래곤 알 쿠브라의 뒤를 쫓아갔다.
예상대로 알 쿠브라는 한창 제국군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공격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잡아먹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알 쿠브라는 연회에 들이닥친 거지처럼 마구잡이로 제국군을 입안에 집어넣고 씹었다.
제국의 병사는 물론, 기사들마저도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쯧. 완전히 박살이 나는구먼.”
“그럴 만도 하지. 그러니 우리가 나서야지.”
도리초가 혀를 차는데 포를난도가 웃으며 달랬다.
“그럼 내가 먼저 가겠다.”
마법사 트바루드가 마법을 펼치자 순식간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드래곤을 공격할 작정이다 보니 다른 때보다 마력을 잔뜩 집어넣고 공들여서 펼쳤다.
덕분에 리저드맨 탑을 날릴 때보다 훨씬 강력한 모래 폭풍이 만들어졌다.
그 험악한 기세에 포를난도가 걱정했다.
“어, 이거 우리 병사들도 위험한 거 아니야?”
“드래곤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다. 다소 불가피한 희생은 발생할 수밖에.”
그 말에 포를난도도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주위를 살펴 가면서 공격할 때가 아닌 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모래 폭풍이 드래곤 알 쿠브라를 덮쳤다.
그 주위에 있던 제국의 병사들 수백이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 추락했다.
그 탓에 대부분 중상을 입거나 죽는 이도 속출했지만.
정작 알 쿠브라는 거대한 체구가 순간적으로 들썩였을 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칫. 역시 이거로는 안 되나.”
“뭐야? 마법사?”
반면에 정신없이 병사들을 먹어 치우던 알 쿠브라는 마법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봤다.
그런 알 쿠브라에게 링겐이 소환한 모래 거인이 달려드어 후려쳤다.
이 모래 거인도 리저드맨 탑을 공격했을 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쾅!
“좋았어! 그대로 꽉 잡아!”
“이대로 해치우자! 간다!”
포를난도와 도리초가 각각 오러로 형상화한 대검과 거대한 해머를 휘둘러서 알 쿠브라를 공격했다.
그러나.
어느 공격도 알 쿠브라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지.”
포를난도와 도리초가 당황하는 사이.
알 쿠브라는 그대로 머리를 돌려 모래 거인을 베어 물었다.
“쿠엑!”
순식간에 파괴당한 모래 거인이 무너져 내리고, 그걸 조종하던 링겐이 피를 토했다.
포를난도가 얼른 부축하며 말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도망치자.”
“그렇게 하게. 황자는 내가 구출해 오겠네.”
키슬링에게 검을 받을 게 있는 도리초가 제국군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가 최대한 저 드래곤을 붙잡아 보겠네.”
그렇게 외친 트바루드가 주문을 외웠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알 쿠브라가 있던 자리가 꺼지면서 거기에 생긴 구덩이에 빠졌다.
그 와중에 역시 수십에 달하는 병사가 휘말렸지만, 잠깐 움직임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다.
“어서 도망가세!”
“그래.”
링겐을 부축한 포를난도의 재촉에 트바루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딜 도망가려고.”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들의 공격에 분노한 알 쿠브라가 입을 벌렸다.
공격이 통하진 않았지만, 자신을 건드린 것 때문에 화가 잔뜩 난 거였다.
“설마, 드래곤 브레스인가?”
“방어 마법을 펼치겠네.”
포를난도의 말에 연달아 대형 마법을 펼치느라 안색이 창백해진 채 주문을 외웠다.
당장이라도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번 드래곤 브레스만 막으면 소드 마스터인 포를난도가 어떻게든 탈출시켜 주리라 기대한 거였다.
문제는.
알 쿠브라의 드래곤 브레스는 그런 방어막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욱!
다른 드래곤과 생김새부터 다른 알 쿠브라는 드래곤 브레스마저 내뿜지 않고, 빨아 당겼다.
엄청난 흡입력에 그 앞에 있던 모든 게 알 쿠브라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폭풍을 소환하던 트바루드는 곧장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몸째로 날아가 알 쿠브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를난도는 링겐을 부축한 반대편 손으로 대검을 바닥에 꽂고 버티려고 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빨려 들어갔다.
“큭.”
포를난도는 링겐을 내팽개치고는 대검을 똑바로 쥐고,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알 쿠브라에게 덤볐다.
“이야아아아앗!”
기합을 내지르면서 극한의 오러를 담은 대검을 휘둘렀다.
푹.
대검이 드디어 알 쿠브라의 이빨에 박혔다.
하지만.
알 쿠브라에게는 머리부터 체내까지 수백 개에 달하는 이빨이 남아 있었다.
“으… 싫어.”
포를난도는 그 끔찍한 이빨이 요동치는 걸 보고 비명을 질렀지만, 이빨은 무자비하게 포를난도를 찢어발길 뿐이었다.
“음. 오랜만에 쓸 만한 녀석들을 먹어 치우니 기운이 나는걸?”
트바루드에 이어 포를난도까지 먹어 치운 알 쿠브라는 근처에 링겐이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그것까지 집어삼켰다.
그러자 알 쿠브라의 체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꺽! 이제 소화도 시킬 겸, 복수하러 가 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알 쿠브라는 제국군을 내버려 두고는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철천지원수인 우스만의 냄새가 풍기는 인간들의 무리가 있는 곳.
니제르 왕국의 수도, 니아메이였다.
* * *
“뭐야, 왜 저기로 가는 거야?”
멀리서부터 드래곤 알 쿠브라를 쫓아왔던 카엘은 알 쿠브라가 제국군을 공격하다 말고 수도 니아메이로 향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최대한 힘을 내서 뒤쫓아 가려 했으나 뱀처럼 구불대며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알 쿠브라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소피아가 잘 알려 줬어야 할 텐데.
카엘은 알 쿠브라를 쫓아가는 대신 소피아를 니아메이로 보내 드래곤이 깨어났다고 알리라고 했다.
한편 소피아는 이미 니아메이에 도착해 급한 일이라고 국왕을 알현해 소식을 전했다.
국왕은 그걸 듣자마자 부족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여기 소피아가 말하기를, 드래곤 알 쿠브라가 깨어났다는 게 아닌가?
“정말인가. 방금 웬 지진이 일어났다고 했더니. 그 일 때문이었나?”
“지금은 어디 있는데?”
소피아가 공손히 대답했다.
“당장은 제국군 방향으로 갔다는 거 같습니다.”
그 말에 부족장들이 기뻐했다.
“지금쯤 제국 놈들이 혼쭐이 나고 있겠군.”
“고소하잖아.”
“괜히 리저드맨을 해치우겠다고 사막에 군대를 끌어오니까 그런 꼴을 당하지.”
그때 국왕이 말했다.
“좋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제국군을 공격하는 걸 끝낸 후, 언제 우리 쪽으로 쳐들어올지 모른다. 다들 혹시 모르니까 전투준비를 하도록.”
부족장들이 긍정하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는 사이 소피아가 국왕에게 물었다.
“적어도 노약자들은 대피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좋겠지만, 딱히 대피할 데가 없어서…….”
국왕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리저드맨과 달리 드래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을 못 했기에 당연히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모아서 숨겨야 하나?”
“괜히 모여 있다가 먹잇감만 될지도 몰라.”
“아직 쳐들어오지도 않았으니까, 일단 두고 봅시다.”
부족장들도 한마디씩 하면서 소란스러울 때, 병사 하나가 급하게 들어와 소리쳤다.
“국왕님! 국왕님!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뭐?! 벌써? 제국군을 공격한다고 들었는데.”
“일단 오는 방향은 제국군이 있던 방향 같긴 합니다만. 그보다 경비병들이 나서도 전혀 상대가 안 됩니다.”
“안 되겠다. 우리가 나가서 싸우자! 적어도 백성들이 피할 때까지는 붙잡아 둬야지.”
“어디로 피하라고 하게? 피할 곳이 딱히 없잖아.”
“…….”
한 부족장의 지적에 국왕이 차마 대꾸하지 못하고 있으려니, 국왕의 천막에 리저드맨 하나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아니, 여기에는 어떻게?”
부족장들이 무기를 뽑아 들며 경계했다.
리저드맨은 양손을 들어 그들에게 공격 의사가 없는 걸 표현하더니.
자신이 들어왔던 방향으로 손짓했다.
예전 같으면 무슨 짓을 하든지 사로잡았겠지만, 지금은 카엘의 중재로 리저드맨과 대화를 하려던 참이었다.
“…일단 한번 따라가 보겠다.”
“국왕?”
“안 돼!”
“위험할 거 같아.”
다른 부족장들이 놀라서 말렸지만, 국왕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중요한 거 같으니까. 너희들은 다들 각자 부족을 챙겨서 후퇴해.”
국왕은 다른 부족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리저드맨을 따라갔다.
리저드맨은 사막에서 보기 드물게 국왕의 화단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좌측의 돌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돌바닥이 위로 열리는 게 아닌가?
그 밑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고, 안에서는 다른 리저드맨이 지키고 있었다.
“리저드맨의 지하 통로가 여기까지 뚫려 있다니…….”
“…국왕님, 국왕님!”
국왕은 멍하니 통로를 바라보다가 소피아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 차렸다.
“음?”
리저드맨은 국왕을 향해 또 뭐라고 손짓하는 게 아닌가?
“설마 들어오라는 건가?”
그때 리저드맨이 양손으로 작은 키를 표현한 뒤, 등을 굽히고 허리를 두드리는 흉내를 냈다.
“노약자를 데려오라는 거 같은데요. 여기로 피신하는 데 도움을 주려나 봐요.”
“아무래도 그런 거 같군.”
소피아의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다른 리저드맨과 달리 황금색 갑옷을 걸친 리저드맨이 통로에서 나와서 종이를 내미는 게 아닌가?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이와 노인, 여기로 피신한다.
우리는 함께 싸운다.
그러면서 딱 봐도 황금색 금속을 입고 있는 게 아주 강해 보였다.
그걸 본 국왕은 감격했다.
‘설마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건가? 아직 동맹도 아닌데.’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지만, 당장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저 멀리서 알 쿠브라가 난동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 함께 싸우자.”
국왕은 함께 싸운다고 종이에 쓰인 부분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