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의리의 상인 (2)
특히 맥킨더에게 한창 영업하던 점원의 얼굴은 완전히 구겨졌다.
“그래요? 흠. 그러고 보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거 같기도…….”
맥킨더가 약초를 뒤적거리자 위기감을 느낀 점원이 웃으며 카엘을 나무랐다.
“허허,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닙니다. 이 약초만 봐도 색이 이렇게 선명한데 별로라고요?”
“색이 선명한 게 뭐가 대수라고.”
“어, 어…….”
점원의 말문이 막혔다.
카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늘처럼 가는 약초를 집어 들고 몰아붙였다.
“이 피시아 이파리는 상록침엽수의 이파리니 당연히 때깔이 좋죠. 하지만.”
피시아를 검지와 엄지로 살짝 비틀었다. 쉽게 뭉개지며 진물이 묻어났다.
“이거 보세요. 대충 말리니까 이렇잖아요. 지금처럼 추울 때는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바짝 말려야 하는데.”
“윽. 저래도 효능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점원이 애써 변명했지만, 카엘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야 그렇겠죠. 근데 이 상태라면 금방 상하거나 벌레가 꼬일 텐데요?”
“벌레?! 그러면 안 되지.”
“…….”
매킨더가 질색하자 점원은 대꾸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닫고 눈치를 봤다.
그러다 시선이 다른 약초로 향했다.
피시아가 안 된다면, 다른 약초라도 팔려는 거였다.
“아, 원래 피시아는 장거리 유통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거든요. 다른 건 품질에 문제없다고 자신합니다.”
예상대로였다.
“오, 그래요?”
맥킨더도 혹하는 기색이었다.
카엘은 곧바로 약초 하나를 집어서 냄새를 맡았다.
“카엘 님, 왜 그러십니까?”
의아해하는 맥킨더에게 약초를 내밀었다.
“아무 향도 안 나죠? 이건 원래 달콤한 향이 나야 하거든요.”
“음? 정말 냄새가 안 나네요.”
“아직 여물기 전에 채집한 모양이네요. 약효가 절반도 안 될 겁니다.”
“…그렇습니까? 정말인가?”
맥킨더가 점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
점원은 입을 다물었다.
섣불리 대답하다가는 카엘이 또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몰라서였다.
그만큼 내놓은 물건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음, 하는 수 없군. 매입은 없던 거로 하지.”
맥킨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개라면 몰라도 두 품목이나 이상이 있는 데다가, 나머지 물품도 자신 없어 보였다.
아무리 맥킨더가 호인이라도 구매할 마음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자, 잠시만요! 맥킨더 님.”
“됐네! 우린 그만 나가지.”
붙잡는 점원을 무시하고 맥킨더가 밖으로 나갔다.
점원은 그래도 계속 쫓아왔지만, 콜트와 용병들이 째려보자 포기했다.
맥킨더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카엘 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자칫하면 바로 망할 뻔했네요.”
“그 정도로 망할 것까지야…….”
카엘은 대꾸하다 맥킨더가 뭐로 유명했는지 떠올렸다.
물건을 보는 안목이 높거나 장사 수완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극한 상황에도 거래하기로 계약했다면 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물건을 배달해 주는 그 성실함이 몬스터 대침공 때 빛을 발한 거였다.
그때는 이렇게 상대가 사기 치면 다시는 거래하지 않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보복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저렇게 순진하다니, 몬스터 대침공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만도 했다.
‘저런 순진한 상인도 장사할 만한 곳은 역시 순진한 사람들이 사는 곳밖에 없지.’
카엘은 마음먹은 김에 미리 생각해 둔 걸 제안했다.
“약초를 찾으시는 거면 클리페우스성으로 가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장담하건대 좋은 약초를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카엘 님의 추천이라면 믿을 만하겠지만. 몬스터가 걱정돼서…….”
“그 근처에는 오크도 자주 나오겠지요?”
안 그래도 고블린에게 습격당한 데다가 오크까지 마주칠 걱정을 하다 보니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내에 지인이 있으니 길 안내도 해 드리겠습니다.”
레인저 옥스와 백인대장 네먼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오! 감사합니다!”
“그곳에 가져다 팔 만한 물건도 알려 드리죠.”
이러면 클리페우스성에 필요한 물건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상부상조할 순 없으리라.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상행 때 꼭 들르죠. 그때는 제국 대사도 없을 테니까요.”
‘됐다. 이제 하브로스한테 팔 만한 약재를 준비시켜야겠네.’
맥킨더의 화답에 카엘은 속으로 약재 창고의 재고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런데 다음 상행이라고 하셨는데, 어디로 가실 겁니까?”
“약초는 됐고, 여기서 무기랑 방어구를 매입해서 킨키세프 지역으로 가려 합니다. 거기 있는 고로드성이나 닐바성, 어디다 팔아도 짭짤하다고 들었거든요.”
흔히 알려진 판매 경로였다.
그 지역에는 수백 년 동안 다투고 있는 두 백작가가 있기에 전투에 관련된 건 뭐든지 호황인 곳이었다.
“그럼, 브로턴 공방에서 구매하시죠.”
“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보다 킨키세프까지 함께 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아, 저는 나리스산맥으로 갈 예정이라서요.”
그 말에 맥킨더가 깜짝 놀랐다.
“나리스산맥이요? 거기도 위험한 곳 아닙니까?”
“클리페우스성처럼 몬스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흉악한 늑대들이 지배하는 곳이라 들었습니다.”
콜트마저 걱정했다.
‘늑대가 아니라 라이칸스로프지만.’
라이칸스로프는 늑대의 외형이지만, 인간처럼 두 발로 선 몬스터.
맨몸으로 기사를 위협할 정도로 흉포한 전투력에다가 뛰어난 재생력까지 가졌다.
하지만.
단순한 몬스터로 치부하기에는 인간과 같은 이성과 지혜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라이칸스로프들은 인간과 대립하지 않고, 나리스산맥에 인간으로 변신해 숨어 지냈다.
‘어찌나 교묘하게 숨었는지 대부분은 나리스산맥을 그저 늑대 무리가 장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
그중 하나가 몬스터 대침공 때 정체를 숨기고 대활약을 했는데, 카엘은 그 라이칸스로프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 녀석이 있어야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찾을 때나, 드워프를 도와줄 때 편했다.
카엘은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억지로 산맥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거든요.”
그쪽에서 초대받아 갈 생각이었다.
* * *
이틀 뒤.
카엘은 나리스산맥에 도착했다.
침엽수가 빼곡한 게 인간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보였지만, 인간들은 산골 초입에 꾸역꾸역 모여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근데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주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촌장이 갑자기 아프다고 했다.
병세가 심각한데 이런 마을에는 신전은커녕 의원도 없어서 곤란하다는 거였다.
‘마침 잘됐군.’
“마을 청년들이 의원을 데리러 갔는데, 제시간에 올지…….”
“촌장님을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어, 혹시 의원님이셨습니까?”
“의원은 아닙니다만, 사냥꾼이다 보니 아픈 사람을 보면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재를 좀 압니다.”
“아!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민은 아무래도 다급했는지 바로 촌장의 집으로 안내했다.
“크으으…….”
촌장은 전신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떠는 게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여기 목 주변에 반점 같은 게 일어나는데 설마 전염병 같은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네요. 중독 증상이 있는데 뭘 잘못 드신 거 같네요. 마침 제가 쓸 만한 약재를 가지고 있으니 금방 약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카엘은 가방에서 약재를 꺼내 탕약을 만들어 먹였다.
얼마 안 지나 촌장의 안색이 돌아오더니 눈을 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하는 마을 주민에게 카엘이 말했다.
“혹시 또 어디 불편하신 분이 계시면 오세요. 봐 드릴게요.”
카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켜보던 주민들이 우르르 몰렸다.
“앗, 그럼. 여기 두드러기가 나서…….”
“우리 애가 며칠 동안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 한번만 봐 주세요.”
그렇게 하루 이틀 마을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다 보니 다른 마을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카엘은 그 사람들도 정성스레 돌봐 줬다.
그러자 산골 마을에 명의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인근에 쫙 퍼졌다.
그러기를 또 며칠.
“저기… 왕진도 됩니까.”
‘드디어 찾아왔군.’
기다리던 목표가 카엘의 앞에 나타났다.
몬스터 대침공 때, 이름을 떨친 영웅 중 하나.
라이칸스로프 브로칸이 나타난 거였다.
브로칸은 단신으로 오크 워리어를 여럿 쓰러트릴 정도로 강했다.
“안 됩니까? 어르신이 위중하니 좀 부탁합시다. 마을이 좀 외딴곳에 있어 오기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업고라고 가겠습니다.”
“아, 가겠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다는데 당연히 가서 도와야죠.”
초조해하는 브로칸에게 카엘이 웃으며 대꾸했다.
‘저런 인재를 영입하는 데 이 정도 수고야 아무것도 아니지.’
카엘은 곧바로 짐을 챙겨 브로칸을 따라나섰다.
* * *
‘어? 잘 따라오네. 힘들어하면 업고 가려 했는데.’
브로칸은 뒤따라 오는 카엘을 힐끔 보며 생각했다.
마을은 외부에서 쉽게 찾아오지 못하도록 산골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인적이 드물어 제대로 된 길이 없는 데다가 비비 꼬여 있기까지 했다.
라이칸스로프가 아닌, 보통 인간이라면 진작에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뒤따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왜 그러십니까?”
“아, 생각보다 잘 따라오셔서요.”
“사실 클리페우스성의 레인저한테서 산 타는 법을 배웠거든요.”
“아, 들어 본 적 있어요.”
북쪽 끝에서 놀과 오크 부족을 막아 내는 거대한 방벽을 지키는 성.
그곳의 회색산맥은 이곳 못지않게 험하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가 보고 싶군요.”
“오, 그래요? 반드시 기회가 올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브로칸은 카엘이 농담한다고 생각하며 웃어넘기다가 앞을 보며 가리켰다.
“아, 다 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커다란 나무 속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마을이 나왔다.
‘생각보다 제법 규모가 되는걸?’
카엘도 말만 들었지, 처음 오는 거였다.
브로칸의 뒤를 따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민들이 다가왔다.
“어, 뭐야? 여기에 외부인을 데려온 거야?”
“브로칸, 미쳤어?! 당장 데리고 나가. 아니, 그냥 돌려보내도 되는 건가?”
“대체 왜 데려온 거야?”
“촌장님을 치료하기 위해 데려온 의원이다. 다들 비켜!”
“뭐?! 안 그래도 약해진 촌장님을 외부인에게 맡긴다고?”
“안 돼!”
서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릉거렸다.
카엘은 그 광경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라이칸스로프인 걸 숨길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하긴 여차하면 마을의 비밀을 지킨다며 자신을 죽일 기세긴 했다.
그래도 카엘은 걱정하지 않았다.
브로칸이 그런 걸 내버려 둘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뿐더러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충분히 빠져나갈 자신이 있어서였다.
“촌장님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잖아. 뭐라도 해야지!”
브로칸의 그 말에 다른 이들이 한 발짝 물러섰다.
기왕 데려왔으니 한번 촌장님을 살펴보게 하는 데 동의한 거였다.
“잠깐 기다려.”
라이칸스로프 하나가 그리 말하고는 촌장의 집으로 뛰어갔다.
촌장에게 인간이 온 걸 알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할 시간이 필요한 거였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라이칸스로프 모습을 하고 있을 테니까.’
이미 짐작하고 있던 카엘은 잠자코 기다렸다.